소설리스트

하나가 된 세계에서-15화 (15/163)

00015 [육덕녀, 김은미] =========================

처음에 오크와 마주하고 있는 여자를 보았을 때, 느꼈던 것은 세상에 이렇게 예쁘고 아름답게 육덕진 여자가 존재할 수가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어제 보았던 그냥 뚱뚱한 여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가슴과 허벅지, 그리고 엉덩이는 큰데, 허리는 얇았다. 물론 다른 여자들에 비하면 굵은 편에 속하겠지만, 저 튼튼해 보이는 허벅지와 거대한 가슴을 지탱하기 위해 최소한의 두께만을 가진 것 같았다.

얼굴 자체는 그리 엄청 미녀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녀는 그녀만이 가진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못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이때까지 봐왔던 최고 레벨의 미녀들이랑 비교했을 때 조금 떨어질 뿐.

그리고 그런 여인이 오크를 향해 달려들었을 때 느낀 것은 놀라움과 두려움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몸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이종족 중 전투를 좋아한다고 하는 오크에게 맨 손으로 달려들다니.

오크도 나랑 똑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자신을 향해 맨손으로 달려드는 여자가 미쳤다라고 생각했는지, 피식 웃으며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고, 둘의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터진 소리는 여자의 비명이 아니었다.

“취이이이익!!”

놀랍게도 오크의 비명소리였다. 오크는 여자와 맞부딪힌 주먹을 부여잡으며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주먹이 이상하게 찌그러진 걸로 보아, 뼈가 그대로 으스러진 것만 같았다.

‘미친... 능력인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계속 상황을 지켜봤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불구경하고 싸움구경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내가 싸울 때는 정말 짜증나기 그지없었는데, 다른 사람이 피터지게 싸우고 있으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피가 들끓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취익, 취이익.......”

듣기는 거북하지만, 가쁜 숨소리를 내뱉는 걸로 보아 오크가 느끼는 고통이 얼마나 심할지 짐작이 조금이지만 갔다. 여자는 그런 오크 따위는 동정할 가치도 없다 생각하는지 그대로 주먹을 부여잡고 있는 오크의 머리를 발로 누르며 소리쳤다.

“야, 이 돼지 새끼야. 다시 한 번 말해봐. 시발, 뭐? 엉덩이 한 번 대달라고? 이 돼지 새끼가...... 평화협정만 아니었으면 내 손에 다 뒈졌을 놈들이 감히 그딴 개소리를 해?”

“취이익, 인간... 그리 강할 줄 몰랐다. 취이익.......”

오크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여자는 오히려 그게 더 기분 나빴는지 침을 퉤! 하고 오크 얼굴에 뱉더니, 천천히 다리를 높게 들어올렸다.

“...설마.”

[저 여자,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사용자님.]

미친. 대낮에... 그것도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이곳에서 망설이지도 않고 오크를 죽여 버리려 하고 있다고? 이건 평화협정 조약 위반이었다. 오크의 안색이 순식간에 까맣게 죽기 시작했고, 그런 오크를 보더니 여자는 피식 웃으며 발을 그대로 찍어 내렸다.

“뒈져. 냄새나는 돼지 새끼야.”

“꺄악!”

그녀의 정신 나간 행동에 결국 보고 있던 여성 한 명이 비명을 터뜨렸고, 그 순간 득실거리는 인파 사이에서 한 명이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그대로 내려찍던 여자의 발을 막아냈다. 오크는 그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탁!-

“후우우.......”

“다, 다행이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새롭게 등장한 여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새롭게 등장한 여성은 등에 조금은 커다란 바이올린 케이스를 메고, 이 추운 날씨에 얇은 양복하나를 입고 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자신의 발을 막아낸 여자가 누군지 확인한 육덕녀가 살짝 놀라더니 끄응, 하고 작게 신음을 흘렸다.

“제길... 벌써 왔냐.”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중얼거림이 끝나자, 인파 사이로 저번에 보았던 붉은 머리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엘프가 분명 돌 마스터(Doll Master)라고 불렀던 여자였다. 그 여자는 망설임 없이 육덕녀에게 다가가더니 손을 들어 머리를 찰싹하고 때렸다.

“은미...대낮...조약위반... 안 돼... 엄마...수고.”

“헉!”

모두가 돌마스터, 아니 난 영어를 싫어하니 한글로 부르자. 한국어로 하면 인형술사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인형술사의 행동에 모두가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방금 오크조차 아무 망설임 없이 죽사발을 낸 여인에게 저런 행동을 하다니, 모두가 당장이라도 저 여자가 미쳐 날뛰어 눈앞에 있는 인형술사를 때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육덕녀는 피식 웃더니 오히려 사과의 말을 내뱉더니, 샤샤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그녀의 거대한 가슴 사이로 샤샤가 그대로 파묻혔다. 미친, 가슴에 얼굴이 파묻혀서 안 보일 수가 있다니. 도대체 얼마나 큰 걸까.

“미안, 미안. 조금 흥분했나봐. 인정할게. 샤샤. 응? 이제 됐지?”

“용서...할게.”

“고마워. 후후. 샤샤는 오늘도 귀엽네.”

어느새 긴장감으로 가득 찼던 장소는 그들의 애정행각으로 인해 순식간에 풀렸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귀여운 샤샤와, 육덕진 은미의 스킨십을 보며 침을 꿀꺽 꿀꺽 삼키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고? 나도 그러고 있었거든.

‘저 여자 둘을...... 동시에 침대에 넘어뜨린다면.......’

한 명은 음부에 넣는 것만으로도 저 거대한 엉덩이로 내 성기을 완전히 가릴 것만 같았고, 한 명은 귀엽게 울어댈 것만 같았다. 나는 남자로서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에 침을 삼켰다.

[사용자님? 방금 야한 생각하지 않았나요?]

화가 풀리기라도 했는지 다시 입을 열자마자, 날카롭게 찔러오는 마더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결백해.”

[마치 탐정 드라마에서 범인이 마지막에 내뱉는 대사 같네요.]

“..........”

예리한 녀석이로군. 마더. 그러나 어차피 마더가 내 생각마저 읽는 것은 아니었기에 오리발만 내밀면 그만이었다. 그나저나 인형술사... 아, 샤샤라고 했던가. 샤샤가 은미라는 여자와 아는 사이라니. 그렇다면 저 은미라는 여자도 밤마다 저번에 보았던 샤샤처럼 싸우는 걸까.

“뭘 봐. 새끼야.”

“......?”

나는 갑작스럽게 코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천천히 상념에서 빠져나오며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나랑 눈높이가 거의 같은 여자, 은미가 나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순간 주르륵 흘러내리는 식은땀과 드는 생각.

‘이 여자가 왜 내 앞에 있는 거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샤샤를 껴안고 애정행각에 정신없이 몰두 중이었는데, 잠시 다른 생각을 했더니 나한테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많던 사람들은 다 단체로 텔레포트라도 썼는지,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 샤샤라는 여자와 아까 은미의 발을 막아냈던 여자만이 샤샤를 무릎에 앉혀 그녀를 쓰다듬고 있었다.

나는 죽을 뻔 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한 번 죽음을 직감하며 재빨리 변명을 했다. 눈앞에 거대한 가슴이 탱탱하게 출렁거리고 있었지만, 그것을 바라봤다가는 눈이 그대로 뽑힐 지도 몰랐기에 모든 인내심을 끌어 모아 버텼다.

“저, 저기... 무, 무슨 일인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내 변명에 은미가 내 어깨를 툭 밀치더니, 다시 한 번 나를 위협했다.

“아앙? 너 이 새끼. 처음부터 끝까지 내 가슴 쳐다보는 거 다 알고 있었거든? 아니지, 엉덩이도 보고 있었냐?”

거의 나랑 입담이 비슷할 정도로 거친 그녀를 보며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에게 밀쳐진 어깨가 탈골이 되지 않았을까, 걱정될 정도로 아파왔다. 여기서 그녀의 말을 인정했다가는 저 강철 주먹과 강철 다리에 그대로 온몸이 부셔져버릴 수도 있었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아니거든요? 아, 진짜... 이거 생사람 잡으시네.”

“이게... 끝까지 오리발 내미는 거 봐라? 확!”

젠장, 이 여자 혹시 깡패 출신 인걸까. 생긴 건 매력적인데, 하는 행동은 깡패 두목급으로 무섭다. 그 때 저번에도 나를 구해줬듯이 이번에도 샤샤라는 여인이 다가오며 나를 구해줬다.

“은미... 저 남자... 저번에 봤어... 엘프한테......습격당함.”

“하? 진짜?”

샤샤의 말에 흥미롭다는 듯 히죽히죽 웃는 은미를 보자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이 여자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그나마 얌전해 보이는 샤샤를 먼저 공략하는 게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 올랐다.

이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그냥 변덕이었던 걸까. 은미는 잠시 나를 훑어보더니 이내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나에게 말했다.

“야, 나랑 섹스 안 할래?”

“..........”

그냥... 공략 하러 가자. 인생, 뭐 있냐?

============================ 작품 후기 ============================

항상 추천, 코멘트, 선호작 감사합니다^^.

리리플은 다음편에 다 달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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