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8 [서큐버스 풍속점] =========================
어쨌든 복수는 복수고, 나는 샤워를 끝내자마자 풍겨오는 지린내와 바닥에 남겨져 있는 노란 물을 보며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제기랄.......’
아줌마한테 이 꼴을 보였다가는 미안하고 창피해서... 다시는 여기 못 올 거다. 아니, 그것보다 인간으로서 죄송스러워서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살짝 주위를 둘러봤다. 내 옷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
“김은미, 이 년은 벌써 튀었군.”
질펀하게 오줌을 싸놓고 도망치다니...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나는 년이다. 그러나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기는 했다.
“몸매 하나는 죽여줬지.......”
다시 한 번 떠올려도 절로 흥분이 되는 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몸이었다. 육덕진 몸이 어떻게 아름답다는 것인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사용자님! 그딴 년의 몸 상상하면서 발기하지 마요!]
“......크, 크흠. 아니거든? 지혜 누나 알몸 떠올리면서 한 거야.”
[히잉! 거짓말쟁이! 사용자님은 변태에요! 오줌쟁이한테 발기하는 거짓말쟁이라고요!]
마더는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는지, 목소리에서 살기가 풀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런 마더가 너무나도 고맙고 귀여워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을 내뱉고 말았다.
“마더한테 육체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으면 네가 내 여자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르잖아.”
[...그, 그건.]
“뭐, 장난이야. 마더는 내 능력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인데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
[그렇죠.......]
괜한 말을 한 걸까. 방금까지만 해도 기운이 넘치던 마더의 목소리가 갑자기 쥐새끼마냥 작아졌다. 나는 괜히 머쓱해져서 재빨리 은미가 흘린 오줌을 방에 있는 휴지로 닦았다. 얼마나 싸질렀는지, 거의 두루마리 휴지를 반이나 쓰고 나서야 오줌이 전부 다 닦였다.
“크... 냄새.”
난 누렇게 물든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재빨리 다시 손을 씻고 옷을 입은 뒤, 그 위에 패딩을 걸쳐 입었다. 그러자 자고 있기라도 했는지 다람쥐가 눈을 비비며 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뭘 봐. 임마.”
찍!-
“새끼가... 하늘같은 주인님이 여자한테 오줌바람이나 쳐 맞고 있는데 잠을 자? 넌 오늘 나한테 죽었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람쥐를 데리고 편의점으로 가서 대충 안주거리와 평소에는 절대 안 먹는 소주를 무려 세 병이나 샀다. 그러고는 인근에 사람들이 별로 안 걸어 다니는 골목길에 퍼질러 앉아, 안주로 산 과자봉지를 뜯었다.
휘이이잉!-
싸늘한 겨울바람이 불어와 코가 시렸지만, 그 차가움이 오히려 좋았다. 나는 이제 곧 술 때문에 화끈해질 테니까.
“후우.......”
빨갛게 물든 손에 입김을 한 번 불어주고는, 있는 힘껏 소주 뚜껑을 돌려 땄다. 그러고는 냉큼 그대로 소주병째로 들고 입에 들이부었다. 처음에는 시원한 물 같았지만, 그 상태로 숨을 들이쉬자 쓰디쓴 알코올의 향이 목과 코를 다이렉트로 찔러왔다.
“크하아......!!!”
나는 알코올이 그대로 내 피가 되는 것만 같은 느낌에 숨을 크게 내쉬었다. 짙은 알코올 향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너도 마실래? 다람쥐야?”
혼자 이러고 있으니 괜히 쪽팔리기도 하고, 적적하기도 해서 나는 뚜껑에 소주를 조금 따라주며 다람쥐에게 내밀었다. 도토리를 들고 있던 다람쥐는 물인가 싶어 조막만한 손으로 소주를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더니 그대로 내 양 쪽 눈에 도토리 두 개를 선사해줬다.
찌이이익!-
딱딱!-
“악...! 이 빌어먹을 다람쥐 새끼가!”
벌써 술에 취하기라도 했는지, 반응이 느렸던 나는 도토리 두 개가 눈에 정확히 꽂히는 충격에, 순간 실명이라도 되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아픔을 느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찍찍찍!!! 찍찍찍!!-
그 순간 마치 나를 비웃는 것만 같은 다람쥐 웃음소리에 다시 한 번 방금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아씨, 뭐해. 빨리 안 빨아? 치사하게 자기 혼자, 찍! 싸면 그만이냐?’
‘시발, 더럽게 애무도 못 하네. 야, 꺼져. 그냥 네 자지로 쑤시는 게 훨씬 낫겠다.’
‘아, 진짜... 자지도 존나 작아서 그런지. 하나도 안 느껴지네. 야, 좀 더 발기시켜봐.’
‘쯧, 이러다가 또 한 번 그냥 토끼마냥 싸는 거 아니야?’
빌어먹을 년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순간, 나는 한숨을 퍽하고 내쉬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금 다람쥐한테 화낼 때가 아니었다. 일단은 그년을 어떻게 하면 절정으로 보낼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는 것과, 검게 타버린 내 속을 다스리는 게 먼저였다.
나는 마저 남은 소주를 단번에 들이켜고 과자를 한 움큼 집어, 그대로 씹었다.
으적으적!-
“후우, 후우.......”
평소에 술을 거의 안 마시다보니 고작 소주 한 병만을 마셨는데도 벌써 얼굴이 확 달아오른 게 느껴진다. 나는 과자를 조금 더 입에 집어넣으면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두 번째 소주병의 뚜껑을 돌렸다.
“내, 내가 혼자서 이렇게 소주를 까는 날이 올 줄이야.”
꿀꺽-
한 병을 어떻게 마셨는지 모를 정도로, 두 번째 소주병을 보자, 이걸 마셔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벌써부터 해롱거리는데 두 병, 세 병을 마셨다가는 내일 아주 아침부터 빈대떡을 만들고 병원에 갈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은미의 비웃음이 계속 떠올랐고, 나는 그대로 두 병째 소주도 내 뱃속으로 들이부었다.
-그만 부어. 미친놈아!!
......라고 내 간이 소리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 병째 소주도 원 샷을 했고, 과자를 한 움큼 집어서 입에 억지로 처넣었다.
“우욱!! 우에엑!”
나는 그대로 토악질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막아내며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떨리는 손으로 세 번째 소주병을 들어올렸다.
[사용자님.......]
마더가 나를 걱정하는 게 목소리만으로 느껴졌다. 나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
“마더, 괜찮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난 오늘 일을 절대 잊지도 못 할 거고, 앞으로도 못 나아갈 거야.”
마지막에 너무 화가 나서 그렇게 홧김에 소리쳤지만, 솔직히 아직까지도 나는 김은미가 살짝 무서웠다. 그 강력하던 펠라치오도, 질의 쪼임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 성기가 부르르 떨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마, 마시자. 그래, 마시고 오늘은 일단 전부 잊는 거야!!”
나는 아무도 없는 걸 슬쩍 확인하고 나서 소리치며 호기롭게 마지막 세 병째 소주병의 뚜껑을 돌렸다.
“꿀꺽.......”
색깔은 분명 물보다 맑아 보이는데 왜 이렇게 마시기가 무서운 걸까.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마지막 소주병을 들이부었다.
콸콸콸!-
마치 내 간을 그대로 죽여 버리겠다는 듯이 침투해오는 알코올들을 느끼며, 나는 결국 정신을 놓았다. 내 인생에 몇 번 없었던 술을 먹고 정신이 끊긴 날 중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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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떴을 때, 나를 반긴 것은 내 방이랑 똑같이 생긴 천장이었다. 아니, 그것보다 더 익숙하다 생각한 천장이었을지도 모른다. 바로 지혜 누나 방의 천장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내 머리는 누군가의 무릎 위에 놓여있었다.
“음냐...음냐.......”
나는 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이사 온 날 봤었던 정령족, 루룬 엘라시움이라는 여자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졸고 있었다.
‘잠시만... 난 왜 여기서 이 여자한테 무릎베게라는 황송한 배려를 받고 있는 거지?’
심지어 소주 세 병을 마시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에 취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때 나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줄 구원자, 마더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일어나셨어요? 사용자님?]
“으응, 마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는 술에 취했지만, 나와 시야... 심지어 감각까지 조금이나마 공유하는 마더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분명했다. 마더는 차근차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소주 세 병째 마신 뒤로, 완전히 취해 다람쥐를 붙잡고 꼴사납게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은 것부터, 전봇대에 거대한 빈대떡을 부친 것도 모자라, 지혜 누나라고 부르면서 루룬의 방문을 두들기고 강제로 침입해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한 것 까지.
“......자, 잠깐만.”
나는 마더의 입을 잠시 막았다. 뭔가 들어서는 안 될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왜요?]
“내가 누구한테 강제로 키스를 했다고?”
[누구긴 누구겠어요. 사용자님 눈앞에서 곤히 주무시고 계신,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님의 따님이신 루룬 엘라시움님이죠.]
“.............”
그 때 루룬이 내 목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는지 눈을 비비며 나에게 미소를 지어왔다. 나는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자, 혹시 이대로 나를 죽이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움찔하며 물러섰다.
마더의 말로는 정령족인 루룬은 무려 능력 레벨로 따지면 레벨5에 해당하는 엄청난 강자였다. 그런 그녀의 입술을 강제로 덮쳤으니, 죽어도 사실은 할 말이 없었다.
루룬은 이내 완전히 정신을 차렸는지 갑자기 얼굴을 화악하고 붉히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었어요.”
“네?”
나는 잘 안 들려서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러자 루룬은 아까보다 더 얼굴을 붉히며 좀 더 큰 목소리로 나한테 말해줬다.
“저... 첫 키스였었어요.”
[보셨죠? 들었죠? 사용자님?]
마더의 조롱 섞인 말을 들으며 나는 그 날 맹세했다.
‘내가 다음부터 술을 마시면 인간이 아니라 개다.’
============================ 작품 후기 ============================
헉헉, 살이 많이 쪄서인지 운동 조금 했더니 땀이 주르륵... 거기다 배는 왜 이렇게 고픈지... 먹어서는 안 되는데.... 밥을 먹고 싶어요!! 흐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