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9 [서큐버스 풍속점] =========================
다음 날, 루룬 덕분에 숙취하나 없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 나는 급하게 내가 아르바이르를 하는 짱짱마트에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짱짱마트입니다. 흐아암~, 무슨 볼일 있으신가요?]
거의 새벽에 가까운 시간이다 보니, 전화 너머에서 하품을 하는 피곤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녁 파트타임에 일하는 지우인데요.”
내가 이름을 밝히자 아주머니가 아는 체를 해왔다. 우리나라 아주머니 특성상 이름만 알면 다 아는 사람이 되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이 아주머니 얼굴은커녕 이름도 모른다. 내가 봤을 때 마트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는 다 거기서 거기거든.
[흐암, 아! 지우씨 였어?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 전화를 다하고. 난 또 점장님이 우리한테 잔소리라도 하려는 줄 알았잖아.]
“..........”
잔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하품을 하면서 전화를 받다니... 이 아줌마.
[고단수가 틀림없어요!]
내가 할 말을 대신해주는 마더의 목소리를 듣자, 약간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낀 내가 아주머니에게 조심스럽게 준비했던 말을 꺼냈다.
“저 죄송한데... 오늘부터 일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뭐?! 갑자기 왜? 아니... 그것보다 갑자기 그러면 안 되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심심풀이용 통화대상으로만 보고 있던 아주머니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이미 내 마음은 정해진 뒤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앞으로 생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니, 강해지기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 좀 더 내 능력인 최면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를 하고 알아갈 필요가 있었다.
나는 재빨리 사과의 말을 내뱉고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삑!-
나는 전화가 완전히 끊긴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후아! 이제 다시는 짱짱마트 근처로는 안 가야지.”
[푸하하하하, 사용자님. 방금 그 말 너무 웃겼어요.]
“그러냐?”
나는 괜히 마더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 어깨를 으쓱하며 다람쥐를 조용히 두 손바닥 위에 들어올렸다. 도토리를 까먹고 있던 다람쥐와 눈을 마주치자 평소보다 더 살이 찐 것만 같은 토실토실한 볼이 보인다.
하긴 산에서처럼 도토리를 찾아 움직이면서 하나씩 까먹는 것도 아니고, 사는 김에 내가 왕창 주문해서 산더미마냥 도토리를 쌓아놨으니 그새 얼마를 쳐먹었을지 상상이 안 간다. 살 찌는 게 당연했다.
찌이익!!-
자신이 밥을 먹는데 계속 쳐다봐서인지 다람쥐가 울음을 터뜨리며 나를 향해 도토리를 집어던졌다. 그러나 던지는 기술이 늘면, 피하는 기술도 늘 수밖에 없는 법. 나는 가볍게 고개를 기울여 다람쥐의 도토리를 피해냈다.
찍찍!! 찌이익!-
자신의 도토리를 피해내자 화가 났는지, 금세 내 손바닥에 뛰어내려 다시 도토리가 들어 있는 상자로 냉큼 들어가 버리는 다람쥐 자식. 나는 왠지 모를 승리감에 허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훗, 이 몸은 1초 전의 이 몸보다 진화하는 법이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 같아요.]
“남자라면 꼭 봐야할 만화에 나왔던 대사라서 기억하고 있는 거야. 나 좀 멋있지 않냐? 마더.”
[꺄아! 멋있어요. 사용자님!]
“그, 그래?”
오늘따라 마더가 왠지 내 기분을 너무 잘 띄워주는 것 같다 생각하며 나는 코를 쓰윽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그 때 돌연 마더가 물었다.
[근데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일주일이라고 하셨으니까. 어디보자...... 날짜로 따지면 벌써 6일 뒤네요.]
“..........”
나는 그녀의 말에 순간 말문이 닫히는 것을 느꼈다. 마더가 6일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자,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어제가 일요일이었고,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만나기로 한 시간이 대충 일요일 아침이라 생각하면...... 진짜 딱 6일 남았군.
[설마 아무런 계획도 없다고 말하시지는 않겠죠? 사용자님? 푸하하하하! 그러면 완전 웃길 거 같아요.]
“...그, 그럴 리가 있냐. 하하하하하!!!”
사실... 아무 계획도 없었다. 그러나 이내 마더를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조선시대 컴퓨터마냥 돌아가지 않는 내 머리를 풀 회전시켰고, 거짓말처럼 좋은 생각이 번뜩였다. 나는 재빨리 구식 컴퓨터의 전원을 키며, 통장 잔액을 확인해봤다.
우우웅!!-
구식 컴퓨터의 시끄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전화 너머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강지우’님께서 조회하신 통장의 현재 잔액은 ‘20,170,850’원이고... 전액 인출 가능합니다.]
그동안 먹을 거 안 먹고, 술 안마시고, 담배 안 피고, 옷도 잘 안 사 입다보니 통장에는 나름 목돈이 쌓여있었다. 나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어느새 켜진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에 들어갔다.
[뭐하시게요?]
마더가 궁금증을 참지 못 했는지 물어왔고, 나는 그런 마더에게 내가 생각한 것을 얘기해줬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은미, 그 년은 신체강화 능력자가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그 괴력, 쪼임, 흡입력을 설명할 수가 없지.”
[호오, 그러네요. 그래서요?]
“뭐, 그 년이 신체강화 능력자든 아니든, 일단 내가 그녀에게 최면을 걸기 위해서는 결국 섹스로 이겨야한다는 거야. 솔직히 인정하기는 싫지만, 내 밤기술이 떨어지는 것 같으니... 떨어지면 배워야 하지 않겠어?”
나는 마더에게 그렇게 말하며 인터넷 검색 창에 ‘서큐버스’라고 쳤다. 만약 이 세상에 이종족이 없었다면 서큐버스에 관련된 야설이나 야한 사진만이 잔뜩 있었겠지만, 이미 이 세상에는 정령족, 엘프, 몬스터까지... 다양한 이종족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었기에 서큐버스에 관한 정보들도 주르륵 내려왔다.
나는 정보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서큐버스 가슴을 힐끔 훔쳐보고 왔습니다.]
[서큐버스 풍속점 위치.]
[제가 그려 본 서큐버스.jpg]
[서큐버스와 함께 하는 하루.]
[서큐버스란...]
[서큐버스 풍속점을 갔던 친구가 안 돌아와요.]
나는 그 중에서 ‘서큐버스 풍속점 위치’와 ‘서큐버스 풍속점을 갔던 친구가 안 돌아와요.’ 라는 글을 클릭해 살펴봤다.
하얀 화면에 사진과 서큐버스 풍속점의 위치가 지도로 표시되어 있었다.
“의외로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네.”
그곳에는 서큐버스 풍속점 이용료와 이용시간에 대해서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이용료 : 380,000원.]
[이용시간 :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위치 : 3호선 OO역, 2번 출구로 나와 OO낚지 앞에 위치.]
“음, 조금 비싼 거 아닌가?”
군인일 때조차 선임들이 풍속점에 갈 때 차안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었던 나로서는 이러한 가격이 싼 건지, 비싼 건지 감이 안 잡혔다. 그러나 통장에 2000만 원 이상의 돈이 있음을 알자,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어쨌든 나는 그 다음 글인 ‘서큐버스 풍속점을 갔던 친구가 안 돌아와요.’라는 글을 살펴봤다.
『안녕하세요. 먼저 이 글이 허구가 아닌 진실임을 정말로, 진짜로 맹세할게요. 얼마 전에 친구가 진짜 죽이는 풍속점 하나 발견했다고 같이 가자고 했는데, 제가 싫다고 거절했거든요. 그랬더니 친구가 저한테 막 욕을 하면서... 이제 친구도 아니라고, 자기 혼자 갈 거라면서 풍속점에 갔어요. 그런데 그 뒤로 거짓말처럼 연락이 끊기는 게 아니겠어요? 심지어 일하는 직장에도 모습을 안 드러낸대요. 이거 어떻게 된 일이죠? 역시 서큐버스가 남자들을 홀리는 마족이라서 그런가요? 혹시 친구가 서큐버스한테 당해서 죽은 거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혹시나 서큐버스 풍속점에 흥미삼아 가보시려는 분들은 절대 가지마세요. 진심입니다.』
“이거 진짜일까.”
왠지 이 글을 보니 서큐버스 풍속점에 가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6일 안에 은미를 섹스를 통해 절정으로 보낼 정도로 무언가를 해낼 자신이 없었다.
“일단 가보자.”
나는 패딩을 걸치고, 도토리 상자 안에 숨어 있는 다람쥐를 패딩 주머니에 넣은 뒤 자취방을 나섰다.
끼이익!-
문을 열고 나가자, 거짓말처럼 나와 똑같은 자세로 문을 열고 나오던 루룬과 눈이 마주쳤다.
“...조, 좋은 아침이에요. 지우 씨. 그럼 이만!”
루룬은 나를 보자마자 얼굴을 붉히며 아침인사를 남기더니 그대로 후다닥 소리를 내며 도망쳤고, 나 또한 얼굴을 붉힌 채 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자취방을 나섰다.
[좋겠어요. 사용자님? 저렇게 귀여운... 그것도 능력도 좋은 여자가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하는 걸 봐서요.]
나는 마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히 인정했다. 엘프만큼 루룬이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뭐... 그렇긴 하지.”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나는 어제 루룬과 키스를 했던 걸 전혀 기억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제길, 그 놈의 술만 아니었다면... 아니지, 술이 아니었으면 루룬이랑 키스도 못 했겠구나.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아닌 건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람쥐와 마더, 이렇게 셋이서 지하철역으로 걸어가 3호선을 타서, OO역에 내렸다. 2번 출구로 나가자, 인터넷에서 봤던 사진이랑 똑같은 풍경이 내 앞에 펼쳐졌다.
나는 설명해준 대로 OO낚지 가게 앞으로 걸어갔고, 그곳으로 가자 불이 다 꺼진 가게 입구에 여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제 다들 해산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
여자들은 겨울이라 그런지 입김을 호호 불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아, 진짜... 어제 손님. 정기 진짜 맛없었어. 토할 뻔 했다니까.”
“하?! 정기만 맛없으면 다행이지. 나는 계속 엉덩이로 하고 싶어 해서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니까. 서큐버스는 무슨 모든 구멍이 성감대인 줄 아나.”
“응? 난 엉덩이로 하는 게 더 좋던데... 헤헤, 꼬리랑 가까이 있어서인지 훨씬 잘 느껴지더라고.”
“난 싫거든?! 이 항문으로 느끼는 암캐 년아. 달라붙지 마.”
멀리서도 다 들리는 매력적인 여성들의 음담패설에 순식간에 내 성기가 불끈거리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내 남근이 풀발기하는 순간 얘기를 나누고 있던 여자들의 고개가 일제히 이쪽을 향해 돌아갔다.
그런 그들의 치마나 바지춤 뒤에는 자그마한 구멍이 나있었는데... 그곳에서부터 전부 새까만 꼬리들이 나와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여자들은 전부 ‘서큐버스’였던 것이다.
나는 그대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하하, 아, 안녕하세요?”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섹시하기 그지없는 서큐버스들을 보고 발기한 상태였다는 것. 그런 내 귓가에 마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말~!! 사용자님은 최악이라고요! 최악!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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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분들께서 격려해주시는 만큼 연참으로 보답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라는 말을 소개글에 대놓고 적었기에... 당분간은 여러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HighMax 님, 라이르나 님 후원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HighMax / 이런 주인공이 나중에는 밤의 황제가 될지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