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3 [혀와 손가락만으로 보낸다.] =========================
“정말... 내가 여기를 들어가야 하는 걸까?”
나는 애나가 쪽지에 적어 준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간판을 보고 식은땀을 주르륵 흘렸다. 그리고 정말 은미를 공략하기 위해서 이런 곳까지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번쩍번쩍 형광으로 빛이 나는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어서 오세요.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씨들. 》
내 눈이 잘못되거나, 정말 내가 미쳤지 않은 이상... 내 눈앞에 보이는 가게는 일명 ‘호스트 바’라고 불리는 풍속점과는 반대로... 남자가 여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가게였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심지어 근처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젊은 여자들이거나 아줌마들이었다.
그녀들은 하나 둘 씩, 지나다니면서 호스트 바 앞에서 망설이는 날보고 수군거리고 있었는데, 입에 확성기라도 다셨는지, 너무 잘 들린다.
“저 사람... 남자인데, 호스트 바에 들어가려는 거 같지 않아?”
“꿀꺽, 서, 설마... 그 소설로만 보던...꺄, 꺄악! 난 더 이상 말 못 해.”
“순진하게 생긴 게... ‘그 분’하고 붙여놓으면 재밌을 거 같은데...”
“.............”
무슨 말인지 이해는 안 되는데, 왠지 창피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때 이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마더가 물어왔다.
[사용자님은 ‘공’인가요. ‘수’인가요. 역시 하는 건... 엉덩이겠죠?]
나는 순간 소름이 돋아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니?”
[헤헤, 그, 그냥 여쭤본 거예요. 저, 저기... 마더는 갑자기 급한 볼일이 생각나서 조금... 조용히 있을 게요. 두근두근.]
마더한테 급한 볼일이 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국 가게 안으로 발을 들였다. 순간 터지는 여성들의 비명들. 동시에 길거리를 걸어 다니던 몇 안 되는 남자들은 마치 나를 쓰레기마냥 바라보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오해하지 말라고 소리쳐주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얼굴도 못 들 거 같아서 그냥 조용히 가게 안으로 들어가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는 것을 기다렸다.
잠시 기다리자 잘생긴 남자 한 명이 다가오더니 물었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저, 저기... 서큐버스 풍속점의 애나 씨 소개로 왔는데요. 이 쪽지를 보여주면 알아서 될 거라고.”
“음, 잠시만 볼 수 있을까요?”
“네, 잠시...어?!”
나는 땀이 축축하게 젖은 손으로 애나가 주었었던 쪽지를 급하게 남자에게 건네주려다가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는데, 거짓말처럼 내가 앞에 있는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처박는 꼴이 돼 버렸다. 당황한 내가 재빨리 일어서려 했는데, 그것보다 가게 밖에서부터 여자들의 비명들이 터지는 게 더 빨랐다.
-꺄아아악!!
-털썩, 털썩!
-앰뷸런스 불러!! 여자들 다 쓰러진다!!
그 때 내 얼굴을 받쳐준 호스트가 부드럽게 내 양 뺨을 잡고 날 일으켜 세워주는데, 그것만으로 다시 밖에서 거대한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허억, 허억!!
-이, 이것이 그 말로만 듣던 남자들끼리의 우정이(?) 싹 뜨는 순간?!
-나, 난 더 이상 못 버텨요. 언니들.
-털썩, 털썩!!!
-야, 구급차 언제와!! 이제 코피까지 흘리잖아!!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호스트는 피식 웃으며 내 어깨를 가볍게 털어주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어느새 애나가 적어주었던 쪽지는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죄송하지만, 이용 좀 했습니다. 가끔 이런 이벤트도 있어야 손님들이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말한 그는 천천히 몸을 돌리며 밖에 있는 여성들에게 윙크 한 번을 보내주더니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오시죠. ‘왕’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네.......”
나는 남자가 몸을 돌리자 보이는 꼬리에 침을 꿀꺽 삼켰다. 서큐버스와는 다르게 굵직한 꼬리였고, 그것을 보니 눈앞에 있는 존재가 인간이 아닌 ‘인큐버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인큐버스 남자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방과는 조금 다른 기품 있는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가운데에는 금발의 미남자가 둥그런 외뿔 안경을 쓴 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솔직히 같은 남자인데도 잠깐이나마 심장이 두근거렸을 정도로 잘 생겼다.
나를 안내한 남자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기며 입을 열었다.
“왕이시여. 손님이 왔습니다. 여기 애나 님의 쪽지도 있습니다.”
“응? 남자였군요?”
서류를 검토하던 남자는 이내 고개를 들며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그도 남자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나보다. 그러나 이내 ‘손님’이라는 말을 떠올렸는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인사했다.
“이런... 제가 실례했습니다. 저는 이 호스트 바의 사장이자, 부족하지만... 인큐버스들을 이끌고 있는 인큐버스들의 왕, 루엘 파이몬이라고 합니다.”
소개마저 뭔가 멋있어 보이는 루엘을 보며 나는 멋쩍게 마주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강지우입니다.”
우리가 서로 소개를 하자, 나를 안내해줬던 인큐버스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섰고, 어느새 방 안에는 나와 루엘만이 남게 되었다. 루엘이 나를 조용히 바라보더니 싱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두근두근!-
뭐지? 남자의 미소를 보고, 심장이 두근거리다니. 혹시 내가 미친 거 아닐까. 그 때 마더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악, 하악!! 사용자님께... 이, 이런 상황이 올 줄이야... 헉! 파, 팝콘이 어디 있더라......!]
그만해. 마더. 넌 애초에 시스템이라 팝콘 못 먹잖아. 어쨌든 나는 이 장소에 더 이상 있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빨리 용건을 꺼냈다.
“저... 애나 씨 말로는 이곳에 오면 당신이 알아서 도와줄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요.”
내 말에 잠시 쪽지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루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네요. 쪽지에 누나가 특별히 당신이 마음에 들었으니, 여성을 애무하는 법과... 은미라고 했나요? 그 여인을 무너뜨릴 수 있게 도와주라고 적혀 있네요.”
“그렇군요.”
“하지만 말로 해서는 아무것도 안 되는 법이죠. 일단 잠시... 따라오시겠습니까?”
솔직히 별로 따라가고 싶지도 않았고, 이 남자랑 더 붙어 있고 싶지는 않았지만... 은미를 이기기 위해서라도 자위하며 나는 결국 루엘을 따라 방을 나섰다. 루엘은 위에 양복을 걸치고, 안경을 벗으며 멋있게 방을 나섰고, 나는 그냥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의 뒤를 따라갔다.
마더의 목소리는 실시간으로 계속 중계되고 있었다.
[하악, 하악! 루, 루엘님이 역시 ‘공’이네요. 사, 사용자님은 ‘수’였어요!! 예상은 했었지만......꺄악!]
그만하라니까. 이 년아.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난 절대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루엘은 그대로 가게 밖으로 나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잘생긴데다가, 호스트바의 사장, 심지어 인큐버스들의 왕이기도 한 루엘이 나타나자 지나가던 여자들이 마치 석화 마법이라도 맞은 것 마냥 제자리에 굳더니 멈춰 섰다.
여자들은 루엘의 완벽한 얼굴과 몸매, 그리고... 바지 뒤로 나와 있는 두 개의 꼬리를 보더니 하나같이 똑같은 반응을 보이며 중얼거렸다.
“...자, 잘생겼어. 저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
“하악, 모, 몸이 뜨거워... 다, 당장이라도 남자랑...... 하고 싶어.”
난 그 모습을 보며 갑자기 루엘이 엄청 대단한 녀석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저 존재감을 드러냈을 뿐인데, 여자들이 알아서 얼굴을 붉히고 심지어 몸을 비비 꼬기 시작하다니!
세상에 저런 멋진 남자가 있을 줄이야!
‘나에게 가르쳐주려는 기술이 저것인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여자를 꾈 수 있는 기술이라면 절을 해서라도 전수받고 싶었다. 그러나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루엘은 상쾌한 바깥 공기를 한 번 마시더니... 그대로 발정 난 여자들을 다 놔둔 채,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흐아암, 이제야 좀 잠이 깨는 것 같네요. 지우 씨, 그럼 다시 들어가 볼까요? 본격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그러죠.”
그냥 방금 했던 거나 가르쳐주면 안 되겠냐? 설마... 인큐버스만 할 수 있는 건가? 젠장... 눈물 나는군.
어쨌든 방금 행동으로 인해 잠이 깼는지 루엘은 안으로 들어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일단 듣기로는 은미라고 하는 사람은 신체 강화 능력자라고 하셨죠?”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내 혀가 은미의 질벽에 붙잡혀 움직이지 못 했던 기억은 트라우마 비슷하게 남아 있었다. 아무리 질을 잘 쪼인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그런 건 무리였다.
내 얘기를 다 들은 루엘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흐음... 솔직히 이런 말 하기는 죄송하지만, 지우 씨를 딱 봤을 때 느껴지는 게 있습니다.”
“뭐죠?”
루엘은 나를 한 번 살짝 훑어보더니 말해줬다.
“‘초식남’. 그렇습니다. 누가 봐도 지우 씨는 섹스 한 번 제대로 못 할 것 같은... 초식남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허억!”
“여자는 육식남에게 이끌리는 법이죠. 오히려 초식남에게 더 강해지는 게 여자들입니다. 그러니 은미라는 여자를 이기기 위해서는, 지우 씨께서 일단 먼저 자신감을 가지고, 육식남이 되어야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렇군요!!”
나는 루엘의 말에 왜 이때까지 27년이라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지혜 누나말고 여자를 못 만나봤는지 깨달았다. 전부 내가 ‘초식남’ 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뭐, 마더는 재밌으니까 그냥 입 다물고 있을래요.]
나는 마더의 목소리를 한 귀를 흘러 넘기며, 루엘에게서 좀 더 자세하게 육식남이 되는 방법에 대해 배워나갔다.
“먼저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경험이 중요하고, 기술이 중요하죠. 지우 씨는 이 두 개를 짧은 시간 안에 전부 해내야 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리였겠죠. 그러나 다행히 제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저는 경험과 기술, 둘 다 완벽한 호스트 중의 호스트. 인큐버스 킹! 저만 믿으시면 지우 씨는 삼 일 내로 여자를 정복할 수 있는 육식남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오오!!”
나는 루엘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감이 솟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경험과 기술을 동시에 익히려면?”
“흐음, 혹시 여자친구가 계신가요?”
루엘의 물음에 나는 문득. 지혜 누나를 떠올렸다가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가슴이 아프지만, 지혜 누나랑은 이제 헤어진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아뇨, 없는데요.”
“그거 잘 됐군요. 지금부터 저희가 할 것은 여자친구가 있으면 조금 하기 힘든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대체 뭐 길래?
내가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루엘을 바라보자, 루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클럽을 가서 여자를 꾄 뒤, 4P를 하도록 하죠. 전부 저한테 맡기세요. 오늘 제가 지우 씨께 여자를 확실하게 보내는 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은미라는 여자는 단번에 홍콩으로 보낼 수 있도록 말이죠.”
나는 그의 말에 벌떡 일어나 루엘의 손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머릿속에는 이미 클럽에서 신나게 여자들과 몸을 부대끼고 있는 장면이 그려지고 있었다.
“당신만 믿겠습니다. 루엘.”
“저만 믿으시죠. 지우 씨. 오늘 신세계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우리들을 보고 마더는 흥이 식었는지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쯧, 남자들이란.......]
============================ 작품 후기 ============================
루엘 파이몬
애나 파이몬.
이름만 들어도 아시겠지만, 서로 남매입니다. 그리고 사실 지우가 머리가 조금 똑똑했다면 처음부터 서큐버스한테 찾아가는 게 아니라, 인큐버스를 찾아가는 게 맞는 일이었겠죠.
여자를 기쁘게 하는 방중술은 인큐버스한테서 배우는 거니까요.
서큐버스는... 츄르릅.
* 작가는 운동하러 가겠습니다. *
* 리리플은 다음편에 모아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