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4 [혀와 손가락만으로 보낸다.] =========================
클럽으로 가기로 결정한 나는 루엘이 하라는 대로 하기 시작했다. 루엘은 구질구질하게 낡은데다가 모자마저 날아간 내 패딩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음, 지우 씨는 외모가 괜찮으셔서 이대로 가도 되겠지만, 혹시 모르니, 옷을 갈아입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네. 여자들은 남자들의 옷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왠지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을 말도, 잘생긴 루엘이 하니 믿음이 간다. 그런데 옷을 갈아입어야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 거지. 근처 마트에 가서 새 옷이라도 하나 사 입어야하는 걸까.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전부 루엘에게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흐음, 알겠습니다. 오늘은 루엘에게 모든 것을 맡기도록 하죠.”
“탁월한 선택입니다. 옷은 제가 준비해드리죠.”
잠시 뒤 루엘이 부하를 불러, 옷을 가져오라 시켰고 남자는 금세 내 몸에 딱 맞는 양복 하나를 가져다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왕이시여.”
“고생하셨습니다. 옷은 여기 계신 지우 씨에게 건네주시면 됩니다.”
나는 남자에게서 양복을 받았는데, 재질이 너무 부드럽다. 옷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봐도 비싸 보이는 양복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건 좀... 비싸 보이는데 얼마나 하나요?”
내 물음에 루엘이 자신 또한 입고 있던 옷의 옷무새를 갖춰 입으며 말해줬다.
“별로 안 비쌉니다. 한 1800만 원 정도 했던 거 같군요. 참고로 제가 입고 있는 옷은 3000만 원 정도 합니다. 전부 저를 사랑한다고 하는 여성분들께서 선물해준 거죠.”
“헉!”
루엘의 입에서 내가 대충 들고 있던 양복의 가격을 듣는 순간, 너무 놀라 그대로 양복을 떨어뜨릴 뻔 했다. 만약 이 옷에 먼지라도 묻었다면 세탁비만으로 내 식비보다 많이 나갈 게 분명했다. 거기다가 이런 고가의 양복을 선물로 받다니... 역시 대단한 남자다.
나는 조심스럽게 옷을 갈아입으며 몸을 움직여 보았는데, 역시 돈값을 하는지... 양복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전력질주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편했다.
‘거울 같은 거 없나....’
양복을 입으니 왠지 평소보다 분위기 있어 보이는 느낌에 거울을 찾고 있었는데, 내 마음을 읽었는지 루엘이 옷장을 열더니 거울을 보여줬다.
“한 번 보시죠.”
“크흠, 감사합니다.”
나는 루엘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한 친절에 헛기침을 한 번 하며 거울 앞에 딱하고 섰다.
“오.......”
내가 나 자신을 보고 감탄을 터뜨리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양복을 입은 내 모습은 나름 멋져보였다. 일단 키가 180에 가깝다 보니 양복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얼굴은 내가 봤을 때 그리 잘생기다 여기지 않았는데, 양복을 입고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거울로 보고 있으니 나름대로 남자답게 생긴 얼굴처럼 보였다.
[사용자님... 머, 멋있어요....헤헤.]
혹시 내 착각이면 어쩌나 했는데, 마더까지 저렇게 말해주는 걸로 보아 정말 옷의 힘이 위대하긴 한가보다. 시간되면 옷이나 한 번 사러 시장으로(?) 가야겠군.
어쨌든 이걸로 준비가 끝나지 않을까 했는데, 이 뒤로 루엘이 나한테 어울리는 악세서리를 고르고, 화장부터 내 머리를 만져주기까지 하느라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나는 루엘이 빌려준 1500만 원짜리 고급 시계의 초침을 보며 물었다.
나한테 있어서, 지금쯤은 잠자리에 누워있을 시간이었다.
“벌써 밤 11시 30분인데 여자들이 클럽에 있을까요?”
“이런... 지우 씨께서 너무 완벽하셔서 몰랐는데, 클럽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 보군요. 세상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클럽에서 여자와 뜨거운 하루를 보내려면 밤 12시에 가라고요.’ 왜인지 아십니까? 바로 그 때가 딱 아름다운 여성들과 하룻밤을 보내기 좋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런 좋은 말이 있었단 말인가요?”
“허어, 이렇게 멋있으신 지우 씨께서 이때까지 클럽을 모르셨다니, 참 안타깝군요. 오늘은 제가 특별히 더 신경 써 드리겠습니다. 자, 가시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루엘.”
심지어 클럽을 갈 때도 루엘이 준비한 리무진을 타고 간 나는 오늘 하루, 정말 처음으로 고급이 뭔지에 대해 깨달았다.
부우웅!-
소리조차 부드러운 리무진의 엔진 소리를 들으며 나는 루엘에게 물었다. 이때까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모르고 있었는데, 루엘이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를 몰랐다. 혹시 전부 사기가 아닌가 싶어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니 저한테 왜 이렇게 친절한 거죠? 루엘이랑 저는 오늘 처음 만나는 사이 아닌가요?”
내 물음에 루엘은 내 마음을 읽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정말 딱 처음 지우 씨를 보는 순간 마음에 들었거든요.”
헉! 설마... 이 자식이 진짜 내 엉덩이를 노리고?
나는 루엘의 말을 듣는 순간 마더가 입구에서 장난스럽게 했던 말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기겁했다. 제길, 아무리 루엘이 잘 생기고 호감이 간다 해도 엉덩이 구멍을 남자한테 꿰뚫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이번에도 루엘이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
“참고로 저는 평범하게 여성들을 좋아합니다. 지우 씨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은 이성적인 의미가 아니니 안심하시길... 어쨌든 호의는 호의로 받아주시면 됩니다.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생각하면 좋겠군요.”
때마침 루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리무진이 멈춰서더니 클럽 앞에 멈춰 섰다. 아직 불금이나 주말도 아니기에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던, 클럽 앞에는 엄청난 미녀들이 떼를 지어 줄을 서있었다.
한 줄도 아닌, 줄줄이 세 줄이다. 이게 무슨 김밥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서있을 수 있는 걸까.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보며 입을 떠억 벌렸다. 저 줄 끝에 섰다가는 새벽이 되도 클럽 안에 들어가지 못 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인큐버스들의 왕인, 루엘이 나서자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었다.
“이런... 줄이 이렇게 길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군요. 그냥 다른데 갈까요. 지우 씨.”
루엘이 이렇게 말을 꺼낸 순간 마치 모세의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 마냥 여자들이 길을 열어주었다. 루엘은 그것을 피식 웃으면서 바라보더니, 자연스럽게 여자들의 사이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럼 가시죠. 지우 씨. 최고급 룸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 그러죠.”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얼떨떨하게 대답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여자들이 얼마나 잘생긴 남자에게 약한지에 깨달을 수 있었다.
‘빌어먹을 외모 지상주의.’
루엘이 고르고 고른 클럽답게 밖은 줄로 북적거렸으나, 안은 그리 사람들에 치일 정도로 좁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공간이 남아 있는데 왜 밖에 저렇게 사람들을 줄 세워 놓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원래 이런 곳이기에 인기가 많은 겁니다.”
“그렇군요.”
이번에도 내 마음을 읽었는지 자연스럽게 대답해주는 루엘. 이것도 한, 두 번 겪으면 놀라운데 계속 겪으니까 아무렇지도 않다. 루엘은 들어오자마자 달라붙는 여자 웨이터들의 안내로 단숨에 최고급 룸을 꿰어 찼다.
시끄러운 댄스 음악이 터지는 바깥과 달리 룸 안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심지어 밖이 보이지 않는 것도 모자라 침대하고 비슷한 크기의 소파가 놓여 있는 것이... 딱 봐도, 여기서 떡을 치라고 만들어진 방 같았다.
내가 편안한 소파에 몸을 눕히자, 루엘이 다시 시끌벅적한 클럽 라운지로 가는 문고리를 잡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제가 끝내주는 여성분들을 데려오겠습니다. 아, 혹시 취향이 있으시면 지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특별히 지우 씨께서 원하시는 여성분들로 데려오겠습니다.”
“흐음... 원하는 취향 말인가요.”
루엘이 묻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동시에 세 명의 여자가 떠올랐다. 물론 빌어먹을 김은미는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여자들은 지혜 누나, 애나, 루룬이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던 간에 지혜 누나와 애나랑은 섹스를 했던 사이라 그럴까... 이상하게 루룬과 닮은 여성이 끌렸다.
“혹시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가능할까요? 몸매는 당연 루엘이 알아서 신경 써 줄 거라 생각합니다.”
“흐으음, 청발 말씀이신가요? 알겠습니다. 저한테 맡기시죠.”
외국에서도 보기 힘든 색깔이기에 혹시 무리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루엘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바로 문고리를 열고 라운지로 나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5분도 되지 않아, 두 명의 여성을 데려왔다.
한 명은 푸른 머리의 여성이었고, 한 명은 붉은 머리의 여성이었다.
‘정말로 데려올 줄이야!’
나는 깜짝 놀라면서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감추지 못 했다. 심지어 외모까지 루룬과 비슷했다. 약간 순하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클럽이라 그런지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었는데, 상의로 다 가려지지 않는 거대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내가 잠시 여자의 몸매를 감상하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루엘은 붉은 머리의 여성과 찐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빨라도 너무 빠른 거 아닐까. 그리고 나에게 기술을 가르쳐준다고 해놓고는 뭐하는 거야.
쮸으읍, 쮸읍! 하아...!-
조용한 룸에 울려퍼지는 야한 소리에 움찔거리고 있는데, 어느새 내 옆에는 푸른 머리의 여인이 살짝 얼굴을 붉힌 채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25살, 차혜련이러고 해요.”
“...안녕하세요. 27살, 강지우입니다.”
두근두근!-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그런지,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다. 혜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자, 답답했는지 그녀가 먼저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기... 저희도 키스 안 할래요?”
============================ 작품 후기 ============================
D.K.A / 코멘트 감사합니다^^.
Susubat / 전개가 느려서 죄송합니다... 빠른 시일 내로 100화를 적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로리콤MK / 그런게 사이다였군요... 언젠가 나오겠죠? ㅎㅎ;;;??
* 저 오늘 연참 노력했어요!! 이제 좀 쉬어도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