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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된 세계에서-37화 (37/163)

00037 [아이템 상점 업데이트] =========================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 정도가 아니라, 내 뇌가 녹은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그저 반사적으로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마더가 급하게 소리쳤다.

[사용자님! 일단 옷부터 입으세요! 지금 알몸이란 말이에요.]

“헉!”

마더의 말에 나는 팬티를 입을 생각도 못 하고 급히 옷을 입은 뒤, 이불로 은미를 덮어버렸다.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렇게 된 이상... 부딪히는 수밖에 없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따지고 보면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었지만, 루룬을 볼 면목이 없었다. 그녀가 나를 어떤 미친놈으로 생각할까.

쾅쾅!-

한 번 더 문이 두들겨졌고, 나는 결국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끼이익!-

기분 나쁜 소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그곳에 있던 것은 루룬이 아니었다. 바로 방긋 웃고 있는 루엘이었다. 다행이라고 안심이 되기보다는 궁금증이 먼저 일어났다. 이 잘생긴 놈은 또 왜 온 걸까.

“좋은 아침이군요. 지우 씨.”

“...댁이 이런 아침부터 제 집에는 무슨 일이죠?”

불과 이틀 전에 찾아와서 나한테 놀이공원 티켓을 주고 가놓고는 또 찾아오다니. 다시 한 번 이 녀석이 나를 노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내 물음에 루엘은 가볍게 웃었다. 언제 봐도 더럽게 자연스러운 미남미소다.

“지금쯤이면 지우 씨의 몸도 원래 상태로 돌아왔을 거라 생각해서... 같이 겨울 바다나 보러갈까 해서 왔는데, 선객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루엘의 말에 나는 흠칫하며 조용히 물었다.

“그런데...혹시 다 들리던가요?”

“무엇이 말이죠? 아... 열띤 사랑을 나누는 소리라면 확실히 밖에까지 다 들리더군요. 얼마나 뜨거웠는지 인큐버스인 저까지 화끈해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우신 정령족 여성분께서 그 소리를 듣고, 얼굴을 붉히며 뛰쳐나가는 것도 보았던 거 같습니다.”

“.............”

결국 루룬도 나랑 은미가 섹스하는 소리를 다 들었다는 거잖아. 아오...나는 조용히 이마를 짚었다.

‘끝났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루룬한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너무 침울해하는 것 같아 마더가 말을 걸어왔다.

[어차피 나중에 최면술로 따먹으면 거기서 거기잖아요. 힘내세요. 사용자님.]

“.......”

그게 지금 위로라고 한 거니?

[에이, 그러시면 그냥 혼자서 야동 보는데, 소리 최대로 해놓고 자위나 했다고 하세요.]

그건 그것대로 부끄러운 일이다. 나는 결국 루엘을 곱게 돌려보낸 뒤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느새 절정의 여운에서 벗어났는지, 은미가 침대에 누운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음부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내 정액을 보자, 순간 자괴감이 팍팍 들었다.

‘내가 진짜 미쳐가는구나.’

침대에 있던 은미가 나를 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묘한 기대감이 서린 표정이었다.

“하, 한 번 더 하실 건가요...?”

나는 그녀의 물음에 괜히 울컥해서 화를 냈다.

“안 해. 안 한다고! 너도 일단 오늘은 그냥 돌아가서 샤샤에 대해 아는 것 전부 다 정리해놔.”

“네에.......”

은미가 금세 시무룩해지더니 옷을 챙겨 입고 나갔고, 결국 혼자가 된 나는 은미하고 했던 섹스 때문에 침대에 바로 눕지도 못 한 채, 의자에 걸터앉아 한숨을 퍽퍽 쉬었다.

“하아.......”

이런 상황에서 위로해주는 건 역시 빌어먹을 다람쥐가 아닌, 마더였다.

[힘내세요. 사용자님. 마더가......어라?]

“마더? 무슨 일 있어?”

마더가 갑자기 무언가에 놀란 듯 말을 끊었고, 갑자기 내 귀에 시스템 음성들이 울려 퍼졌다.

[신이 아이템 상점 업데이트를 완료했습니다.]

[아이템 상점이 오픈됩니다.]

[띠링! 업데이트 기념 이벤트!]

[랜덤 아이템 상자 5회 연속 뽑기 무료 이용권이 주어집니다.]

[사용은 마더를 통해 사용해주세요. 이만, 업데이트 소식 완료했습니다. - by 신]

시스템 음성이 끝을 맺자, 다시 마더가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앗, 갑작스런 업데이트네요.]

그러게. 너무 뜬금없어서 순간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나는 정신을 다잡고 상태창을 확인해봤다.

《아이템 상점》

[구매 가능 아이템 없음.]

[랜덤 아이템 상자 5회 연속 뽑기 무료 이용권 x 1 보유중]

[랜덤 아이템 상자 1회 뽑기 무료 이용권 x 3 보유중]

업데이트 기념으로 주어진 5회 연속 뽑기 이용권말고도 1회 뽑기 이용권이 세 장이 더 있었다.

“근데 이건 아이템 상점이라기보다는 그냥 뽑기 상점이잖아.”

내 중얼거림에 마더가 잠시 누군가한테 물어보는 것 같더니 이내 내 중얼거림에 대한 대답을 내놨다.

[으음, 신께서 급하게 업데이트를 하시다보니... 일단은 랜덤 상점으로 그냥 이용하라는데요? 그 대신 매일 뽑기 이용권 세 개씩 준데요.]

“그래? 뭐... 사실 이게 필요 있는 기능인지 아닌지도 모르니까. 별로 상관은 없는데.......”

[지금 이용권 한 번 써 보실래요?]

마더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울적한데 아이템 뽑기나 해봐야겠다.

[뭐부터 쓰실래요? 1회 이용권? 5회 이용권?]

나는 살짝 고민하다가 일단 1회 이용권 하나를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무슨 아이템이 나오는지 한 번 구경이나 해보자.

[랜덤 아이템 상자 1회 뽑기 무료 이용권을 사용합니다.]

[띠링! ‘다람쥐가 좋아할지도 모르는 도토리묵’이 뽑혔습니다.]

《 다람쥐가 좋아할지도 모르는 도토리묵 》

[등급 : 노말(Normal)]

[종류 : 소모품]

[설명 : 신이 심심해서 만들어 본 도토리묵.]

[효과 : 알 수 없음.]

“..........”

나는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갈색 도토리묵을 보고는 그대로 말을 잃었다. 아무리 랜덤이라지만 이딴 아이템이 뽑힐 수 있는 걸까.

[오...이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람쥐한테 한 번 줘보죠. 진짜 좋아할지도 모르잖아요.]

마더의 말에 나는 도토리묵을 접시에 담은 뒤, 잘 자고 있는 다람쥐를 강제로 깨웠다.

찌익...?-

왜 깨웠냐는 듯이 살짝 눈을 뜬 다람쥐는 이내 자신의 눈앞에 있는 도토리묵을 보더니 그대로 접시를 내던졌다. 내가 무료 이용권으로 뽑은 도토리묵은 단숨에 바닥에 떨어져 떡이 되었다.

철푸덕!-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허무한 목소리로 마더에게 말했다.

“그냥 5회 뽑기로 가자.”

[......네.]

[랜덤 아이템 상자 5회 뽑기 무료 이용권을 사용합니다.]

[띠링! ‘신이 대충 만들어본 롱소드’가 뽑혔습니다.]

[띠링! ‘능력 경험치 알약 300’이 뽑혔습니다.]

[띠링! ‘중독마약정액생성알약’이 뽑혔습니다.]

[띠링! ‘타임스탑 매직스크롤’이 뽑혔습니다.]

[띠링! ‘알 수 없는 심장’이 뽑혔습니다.]

“..........”

뭔가 이름만 들어서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일단 신이 만들어준 시스템으로 얻은 물건들이기에 나는 정보를 하나씩 확인해봤다.

《 신이 대충 만들어본 롱소드 》

[등급 : 매직(Magic)]

[종류 : 장비]

[설명 : 대장장이가 되볼까 해서 만들어 봤던 검, 그럭저럭 날카롭다.]

[효과 : 손잡이에서 신의 체온을 느낄 수 있음. ]

《 능력 경험치 알약 300 》

[등급 : 커먼(Common)]

[종류 : 소모품]

[설명 : 능력 레벨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경험치가 담겨 있는 알약 ]

[효과 :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 300EXP를 얻는다. ]

《 중독마약정액생성알약 - 1회용 》

[등급 : 커먼(Common)]

[종류 : 소모품]

[설명 : 이 알약을 먹은 뒤, 사정한 정액은 중독성 있는 맛을 가지게 된다.]

[효과 : 정액의 주인에게 호감을 가지게 해줌. 호감도 영구 상승 ]

《 타임스탑 매직스크롤 》

[등급 : 레전드(Legend)]

[종류 : 소모품]

[설명 : 10서클 절대 마법, ‘타임스탑’이 들어 있는 매직 스크롤. 찢는 순간 즉시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다.]

[효과 : 타입스탑 마법사용 - 10초간 시간을 멈출 수 있다.]

《 알 수 없는 심장 》

[등급 : ???? ]

[종류 : 재료]

[설명 : 신도 사실 뭔지 모르는 심장. 재밌을 거 같아 넣어봤음.]

[효과 : 알 수 없음.]

아이템 정보들을 전부 확인한 나는 마더에게 말했다.

“야, 신한테 가서... 업데이트 좀 다시 하라고 말해.”

지금 누구 엿 먹이려고 이딴 아이템들을 만든 거야.

============================ 작품 후기 ============================

'예약 아이템'이라... 리리플은 조금밖에 못 해드리겠네요.

Vagabundo / 루룬도 먹어야죠... 하지만 아직입니다. 훌쩍... 루룬은 강하거든요.

로리콤MK  / 헤헤, 이번편에 루룬은 등장하지 않습니다~_~

클모강 / 남자란... 원래 여자가 눈앞에서 벌거벗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법이죠.

휘텐가르트 / 루룬 성격상 어떻게 볼 것 같나요?

키바Emperor  / 언젠가 먹겠죠...헤헤;;

아린 / 가끔 저런 생각을 할 때가 있죠. 남자란...

smone / 감사합니닷!

보랏빛날개 / ㅎㅎ...

역시 이런 소설에서는 빠질 수 없는 가챠와 획기적인 아이템들... !! 하지만 작가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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