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나가 된 세계에서-38화 (38/163)

00038 [아이템 상점 업데이트] =========================

[헤헤, 그래도 아직 두 번 남았잖아요.]

“그렇긴 한데......”

나는 어느새 내 좁은 자취방을 이리저리 어지럽히고 있는 아이템들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특히 저 쓸데없는 롱소드는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감이 안 잡힌다. 신의 체온은 뭐 다른 거 있나...하고 손잡이를 만져봤지만 뭐가 다른지 하나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심장이라는 물건도 겉으로 봤을 때는 그냥 돌멩이랑 똑같이 생겨서 누가 보면 방에 왜 돌을 가져다 놨냐고 말할 것만 같다. 물론... 내 방에 누가 올리는 없지만.

“거기다가 이 경험치는 누구 코에다 갖다 붙이라는 거야.”

레벨0이었을 때는 300EXP가 엄청난 양의 경험치라 생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진짜 간에 기별도 안 온다. 그래도 일단 남아있는 이용권이라도 써보자는 생각에 마더에게 부탁했다.

“마더, 이용권 사용해줘.”

[네에~.]

[랜덤 아이템 상자 1회 뽑기 무료 이용권을 사용합니다.]

[띠링! ‘능력 경험치 알약 1’이 뽑혔습니다.]

“..........”

[...이게 전부 사용자님께서 불만을 품어서 라고요.]

“끄응.......”

마더의 말이 왠지 진짜인 것만 같아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경험치 1이라니, 그냥 갖다 버리는 것만 못한 수치다.

어찌되었건 이제 남은 이용권은 하나. 물론 매일 세 개씩 준다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원래 하나 남으면 두근거리기 마련이다.

나는 주먹을 꽉 쥐며 마더에게 이용권을 사용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제발 이번에는 제정신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오길 바라고 또 바랬다.

그 순간.

[랜덤 아이템 상자 1회 뽑기 무료 이용권을 사용합니다.]

[띠링! 축하드립니다. ‘아공간 인벤토리’가 뽑혔습니다.]

《 아공간 인벤토리 》

[등급 : 레전드(Legend)]

[종류 : 사용자 전용 장비, 시스템]

[설명 : 물건을 공간 제한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창고.]

[효과 : 원할 때 마다 원하는 만큼 물건을 넣었다 꺼냈다 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아공간 인벤토리가 사용자에게 귀속됩니다. 아공간은 마더를 통해 사용해주세요.]

뭔가 이때까지 나왔던 아이템들과는 달리 뽑자마자 나에게 귀속되는 것을 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음, 이거 좋은 건가?”

일단 등급만 따지고 보면 좋은 게 확실한데, 내가 살면서 아공간을 쓸 일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마더, 일단 여기 있는 쓰레기들 싹 다 넣어놔.”

[헐... 갑자기 마더가 할 일이 늘어나버렸어요. 쳇쳇.]

마더가 투덜거리자 어느새 방 안을 차지하고 있던 이상한 아이템들이 모습을 감춰 사라졌다. 마치 마술과도 같은 장면에 살짝 놀랐지만, 이내 그것보다는 루룬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와 나에 대한 자괴감에 몸부림치는 게 먼저였다.

“으아아... 으아어아어아.......”

무슨 소리를 내뱉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 한 채 잠시 울부짖자 조금이나마 기분이 나아졌다. 현실은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지만.

“됐어. 고민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질 것도 없고 다른 급한 것부터 고민하자.”

[오오, 사용자님께서 웬일로 옳은 소리를 하시네요.]

“..........”

일단 샤샤에 대한 공략을 본격적으로 계획하는 건, 나중에 은미가 샤샤에 대한 정보를 가져왔을 때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샤샤가 있어야 엘프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 테니, 그것도 나중에 해야겠군.

[그래서 결국 뭘 할 건데요.]

“...할 게 없네.”

나는 깨닫고 말았다. 이제 백수에다가, 여자친구도 없는 상태에다가, 은미 공략도 완료된 상황. 걱정할 것은 엘프가 나를 죽이러 오지 않을까... 하는 정도인데 그것도 이 상태로 고민해봤자 끝이 안 나기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PC방이나 가볼까.”

고등학생 때만 해도 자주 갔던 거 같은데, 내가 지금 가서 할 수 있는 게임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고작 해봐야 별별크래프트 정도겠지.

그 때 마더가 갑자기 툭 하고 한마디를 내뱉었다.

[사용자님은 가끔 보면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왜?”

[하고 싶으신 게 없잖아요.]

“..........”

마더의 말에 나는 순간 말문이 탁 막혔다. 그러고 보니 나는 뭐가 하고 싶은 걸까. 이때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저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했고, 그러다보니 얼떨결에 능력을 얻었다.

그로 인해서 3개월이지만 지혜 누나와 사귀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이번 인생에서는 인연이 없었다고 생각했던 여자들과도 마음껏 놀아나기도 했다.

심지어 능력이 뛰어난 은미를 노예로까지 만들었지만, 나는 그다지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라도 공부를 다시 시작해볼까?”

능력이 있는 세상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공부. 그거라도 좀 해보면 나에게 ‘목표’라는 것이 생기지 않을까.

[으음, 사용자님께서 공부하시는 것은 조금 시간 낭비일 거라고... 마더는 생각해요.]

“그럼 뭐할까.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능력으로 탱자탱자 먹고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는데....”

최면술을 이용하면 솔직히 얼마든지 돈을 벌수도 있었다. 이 능력만큼 범죄에 어울리는 능력도 없을 테니까. 굳이 그게 아니라, 이번에 받은 아공간 인벤토리만 이용해도 뭐든지 할 수 있겠지.

“그런데 마더... 그렇게 살면, 너무 심심할 거 같지 않아?”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요. 천천히 생각해봐요. 사용자님...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앞으로 뭘 해보고 싶은지요. 마더는 사용자님의 능력이자 시스템. 평생... 사용자님과 함께 할 거랍니다.]

그녀의 굳은 의지가 담긴 목소리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을 담아 그녀에게 내 마음을 표현했다.

“고마워. 마더.”

[.........!]

분명 보이지 않는데... 만약 마더라면 이런 상황에 어떠한 표정을 지을지 상상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마더에게 실제로 몸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만약 마더가 없었으면, 나는 이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 했을 거야. 거기다가 나쁜 짓들도 엄청 했겠지? 아, 물론 지금까지 한 행동이 나쁜 짓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네.”

은미를 노예로 만들고, 다른 여자들도 노예로 만들어버렸으니까.

[그래도 그 정도면 양호한 거죠. 사용자님은 잘 하고 계신 거예요. 고작 능력을 부여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레벨3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요.]

“어쨌든 고마워. 마더. 항상 너한테는 고마울 수밖에 없어. 아! 말나온 김에 마더가 가고 싶은 곳이나 가보자.”

내 말에 마더가 기쁜 듯이 소리쳤다.

[꺄! 좋아요. 좋아. 그 말을 기다렸다니까요! 으음, 저는 말이죠... ‘백화점’에 가고 싶어요.]

왜 굳이 많고 많은 곳 중에 그곳으로 가고 싶은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그래, 가자. 백화점.”

내가 나갈 준비를 하자, 상자 안에 있던 다람쥐가 쪼르르 달려와 내 주머니로 들어오더니, 다시 자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다보니 동면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원래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니까 별 수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내 다람쥐는 특별한지 가끔 깨어나는 편이다. 뭐, 봄이 되면 다시 활발하게 날뛰겠지.

끼이익!-

“흐아암, 춥긴 춥네.”

[헤헤, 빨리 가요. 사용자님.]

나는 겨울의 싸늘한 바람을 느끼며 백화점을 가기 위해 지하철역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혹시나 외출하면서 루룬과 마주치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나는 역에 도착한 뒤, 교통카드를 꺼내 요금을 지불하고, 지하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마더는 내가 백화점으로 가는 것이 기뻐서 참을 수가 없는지 계속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흥흥~ 흐흐흥~ 사용자님이랑 데이트. 백화점을 간다네~.]

“그렇게 좋..........”

그런 마더가 너무 귀여워 한마디 해주려는데, 저 멀리... 반대편에 익숙한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지혜 누나?”

[지금 ㅇㅇ ㅇㅇ행으로 가는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은 한 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덜컹덜컹덜컹!-

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확인해보려 했는데, 사이로 지하철이 모습을 드러냈고, 지하철이 지나간 뒤에 지혜 누나라고 생각했던 여자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

[사용자님.......]

방금까지만 해도 즐겁게 떠들던 마더의 목소리가 축 처진 것을 느끼자, 나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마더한테 저런 목소리를 하게 싶지도 않았고, 그리 티를 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내 첫 사랑이자, 첫 여자였던 만큼 쉽게 잊을 수 없는 것만큼은 별 수 없는 것 같다.

“아하하, 뭐... 지혜 누나였어도 상관없었어. 이제 헤어진 사이잖아. 백화점이나 가자.”

[네에!]

내 마음을 읽었는지 다시 활기찬 목소리를 내는 마더를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주먹을 꽉 쥐었다.

============================ 작품 후기 ============================

무슨 일이 일어나려나... 두근두근...

벅 / 맞습니다!

키바Emperor / ㅋㅋ... 원래 뽑기 상자는 쓰레기죠.

류파 / 참신하다니... 감사해요~

로리콤MK  / ㅎㅎㅎㅎㅎ 코멘트 감사합니다!

smone / 꼭 만들어보고 싶었던 아이템. 맛있는 정액

AbilityDeath / 마더도 히로인인거 아시죠?!

보랏빛날개 / 훗, 주인공은 될놈이죠.

곰의판타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완료했어요. 와우...!

내코돌려줘용 / ㅋㅋ 다람쥐는 도토리묵을 못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신이 만든 거라도 도토리묵은 못 먹나봐요.

휘텐가르트 / 신이란... 원래 그런 거죠. ㅋㅋ

(꾸벅)

1박2일 야유회... 정말 즐겁게 갔다왔습니다. 부끄...

독일마을이랑 미국마을에... 낚시까지...아; 너무 즐거웠어요.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글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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