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1 [아이템 상점 업데이트] =========================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샤샤가 말했다.
“은미...들음. 지우...나이....”
“그, 그래? 은미한테 들은 거였구나.”
콰아앙!!-
쾅쾅!-
우리가 이렇게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동안에도 샤샤의 아빠와 오크는 열심히 싸우는 중인지, 여기저기서 투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샤샤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는 걸로 보아 나 또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오히려 다른 게 더 궁금했다.
“은미는? 같이 안 왔어?”
방금 격렬한 싸움을 해서일까, 이상하게 든든한 은미가 보고 싶었다.
“은미...다른 장소...동일...사건.”
“응?”
나는 샤샤의 말에 놀랐다. 여기서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잠시... 그렇다는 건 이거 노리고 한 거 아니야?”
“아마.”
“이거 뉴스에 나오겠는걸.”
내 물음에 샤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에 인상을 찌푸렸다. 오크 따위한테 시간이 소모된다는 것이 짜증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변덕인 걸까.
“엄마....”
샤샤가 작게 부르자 어디 숨어 있었는지, 새로운 미녀가 번개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샤샤가 냉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빠...안 맞게...저 자식...쏴 죽여.”
철컥!-
명령이 떨어지자, 그녀는 냉큼 무릎을 숙이고는, 저번에도 보았던 커다란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제꼈다. 그 안에 있던 것은 놀랍게도 바이올린이 아닌 총의 부품들. 그것도 하나 같이 무거워 보이는 것들뿐이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부품을 조립하는 것만으로도 땀이 뻘뻘 흐를 정도. 그러나 샤샤의 엄마는 가볍게 부품들을 조립하는 것도 모자라, 조립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철컥! 탁!-
순식간에 만들어진 기다란 스나이핑 용 라이플. 그걸 땅에다 고정시키지 않고 그대로 서서쏴 자세로 목표물을 노려보는 샤샤의 엄마. 저 모습 어디를 봐서 인간으로 봐야하는 걸까.
콰아앙!-
다시 한 번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백화점의 옷들이 이리저리 찢어지며 공중을 날아다니는데, 내 눈에 우연히 샤샤의 엄마가 방아쇠를 천천히 당기는 모습이 보였다. 프로답게 단번에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손가락에 힘을 주며 방아쇠를 당겨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급하게 소리쳤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라면 총이 내는 소음이 얼마나 큰지 다 안다. 특히 저런 길면서 파괴력까지 대단할 것 같은 총이 내는 소리는 상상도 안 갔다.
“시발, 귀 막아야 돼.”
[왜요?]
마더가 물음에 답하기보다 먼저 귀를 막았다. 그 순간.
타아앙!-
삐이이이이이!!-
“으악!”
[꺄악!]
샤샤 엄마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고, 동시에 귀를 막았음에도 이명이 울리며 귀에서 피가 흐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마치 옛날에 군대에서 사격을 할 때, 실수로 귀마개를 귀에 안 끼우고 사격을 했을 때가 떠오른다.
-취히히히히힉!!
그러나 방금 사격으로 인해 오크의 비명이 들리는 걸로 보아, 총탄은 정확히 오크에게 상처를 입힌 게 분명했다. 그리고 금세 싸움이 끝났다. 투닥거리던 소리가 멈췄고, 나는 아직까지도 지이잉 거리는 귀를 부여잡으며 샤샤를 올려다봤다.
붉은 머리의 샤샤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만큼 싸움에 익숙하다는 거겠지. 아마 전쟁 때 활약했던 인물일지도 모른다.
나는 샤샤의 옆에서 다시 총을 분리해 바이올린 케이스에 차곡차곡 넣는 여자를 바라봤다.
‘인형은 총 두 개인가? 엄마와 아빠? 아니면... 숨기는 인형들이 있는 걸까.’
별로 상관은 없지만... 궁금한 것은 별 수 없었다. 어차피 공략하면 전부 다 알게 될 일들이다.
저벅저벅!-
그 때 샤샤의 또 다른 인형, 아빠가 오크를 한 손으로 부여잡으며 질질 끌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키가 3미터가 넘으니 역시 박력감이 장난 아니다.
“아빠...엄마...수고...그건 버려.”
샤샤는 그리 말하며 망설임 없이 돌아서려 했고, 나는 그런 그녀를 급히 불러 세웠다. 이대로 보내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자주 만나기 어려운 인물이기도 하고, 앞으로 공략을 해야 할 대상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샤샤!”
샤샤가 고개를 갸웃했다.
“......?”
“나... 병원 좀 데려다 주라.”
내 요구에 샤샤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
“.............”
역시 저 말투는 어찌할 수 없는 걸까... 듣는 내가 다 창피해지려고 하네. 어쨌든 샤샤와 시간을 더 보낼 수 있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웬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게 보였다. 동시에 살짝 불그스름한 액체까지.
‘뭐지?’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옷들이 진열되어 있고, 거울들이 있어 유리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저건 거울 유리가 아니었다.
‘왜 이렇게 찜찜하냐.’
그냥 별 거 아닌 유리 조각일 게 분명한데,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내가 이 이상 파고들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기에 나는 샤샤의 아빠에게 들처메인 상태에서 종합 병원까지 안전하게 옮겨졌다.
병원까지 옮겨지면서 난 평소에 샤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깨달았다. 나는 남자한테 들처메인 상태로 건물 사이를 날아다녔고, 샤샤는 자신의 엄마에게 안긴 채, 똑같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야말로 슈퍼맨들이 따로 없다. 이것도 전부 샤샤의 능력 때문인걸까.
보면 볼수록 탐이 나는 인재. 자신의 몸만이 최강 무기인 은미와 달리 샤샤는 얼마든지 가능성이 뛰어난 아이였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말투가 이상하다는 것 정도일까.
“그럼...이만...가볼게.”
“아... 고마웠어. 샤샤.”
“긍정.”
인사를 끝내자마자 이번에는 아빠의 품에 안긴 샤샤가 다시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그녀가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는 이내 허겁지겁 병원의 대기 번호표를 뽑으며 차례를 기다렸다.
[대기 번호 116]
[현재 대기하고 있는 사람 수 6명]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용자님... 괜찮으세요? 많이 아프시지 않아요?]
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편하게 마더의 물음에 대답해줬다. 어차피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그녀라면 내가 지금 어떤 통증을 느끼고 있는지 알게 분명했다.
“아프지. 아픈데... 흥분해서일까... 아니면 뭔가 찜찜해서 그런걸까... 이상하게 다른 생각이 자꾸 들어서, 아픈 걸 신경 쓸 수가 없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분명할 유리 조각들. 그리고 붉은색 액체.
‘왜 이렇게... 어디선가 본 것만 같지?’
유리가 깨져 있고, 피라고 봐도 괜찮을 붉은 액체가 살짝 보였을 뿐인데... 내 마음은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무언가 생각날 것 같으면서도 떠오르지 않는 게, 오히려 짜증만 났다.
그 때 병원 측에서 내 대기번호를 불렀다.
“대기 번호 116번 손님, 116번 손님 안 계신가요?”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다치지 않은 다른쪽 발로 겨우 깽깽이처럼 뛰어가며 소리쳤다.
“저에요, 저! 헉헉!”
“응? 부상이 심각한 거 같은데... 일단 빨리 이쪽으로 가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골절을 봐주는 의사 선생님이 계신 진료소로 가던 도중 문득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것은 아직 내가 지혜 누나와 사귀던 때의 일... 여느 때처럼 섹스를 하고 누나의 방에서 함께 누워있던 내 눈에 우연히 음료수라고 생각했던 붉은색 액체가 보였을 때였다.
‘누나, 이거 뭐에요?’
‘으, 으응? 그, 그거... 그냥 이번에 새로 만들 화장품 재료야. 헤헤.’
‘와, 누나 매일 뭘 그렇게 열심히 작업하나 했더니. 화장품 만드는 일이었어요?’
‘어? 응... 맞아. 지, 지우야. 됐으니까 그건 그만 보자.’
‘에이, 제가 치워드릴게요. 잠시만요.’
‘조, 조심해. 깨지기 쉬우니까... 그, 그리고 혹시나 아니겠지만, 맛볼 생각도 하지 말고....’
‘네. 누나.’
그 때는 그냥 그렇겠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일단 누나는 집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운동을 하러 갈 때말고는 거의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작업을 할 때만큼은 그 모습을 나한테도 절대 보여주지 않았다.
‘누나의 능력이 뭐였더라....’
거기까지 떠올린 내가 흠칫하며 중얼거렸다.
“...누나는 나한테 능력을 가르쳐 준 적이 없었어.”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 작품 후기 ============================
버스 안에서 폰으로 올리는 거라... 리리플은 다음편에 올려드릴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