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2 [치료술사, 하예진] =========================
[사용자님, 왜 그러세요?]
마더가 걱정되었는지 묻자,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면서 다시 의사 선생님이 계실 진료실로 한 발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왜 내가 누나의 능력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 거지?’
누나가 나한테 직접 말해준 적도 없는데, 나는 ‘내가 누나의 능력을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 일까. 그러나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전산망으로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안에는 의사 선생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포근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아저씨였다.
예의상 먼저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서 오세요. 얼핏 봤을 때 심각한 부상이라던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네요.”
“음, 지금은 그렇게까지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아까는 정말 아팠거든요.”
“한 번 보도록 하죠. 이리 와서 다친 부위를 좀 보여주실래요?”
“네.”
나는 다시 한 발로 콩콩 뛰어가 의자에 앉은 뒤, 오크의 주먹에 스쳤던 다리를 내밀어 보여주었다. 근데 뭔가 다리에 감각이 없다.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의사 선생은 가볍게 내 다리를 눌렀다.
꾸욱! 꾸욱!-
“아프신가요?”
“아뇨. 아예 아무런 느낌도 안 드네요.”
“......으음, 잠시만요. 혹시 바지를 조금 잘라도 되겠습니까? 제 생각이 많다면 조금 심각한 상태 같아서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나는 심장이 덜컥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혹시...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네. 자르셔도 됩니다.”
서걱서걱!-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망설임 없이 두꺼운 가위가 내 청바지를 잘라냈고,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피떡이 된 내 다리였다. 심지어 뼛조각도 살짝 튀어나와 있었는데, 신기한 것은 피가 흘러내리지 않고 청바지에 전부 묻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정도 상처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에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 누가 봐도 내 다리는 맛이 갔다.
“이런... 설마 했는데 아예 신경까지 전부 끊어진 것 같군요. 당장 수술을 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헉, 시발. 이게 무슨 소리야. 나는 너무 놀라 말을 더듬으며 되물었다.
“수, 수술이라니요?”
“상태가 너무 심각하셔서 수술을 하셔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을 정도네요.”
“오, 오크의 주먹에 스쳤을 뿐인데....”
“스치기만 했는데, 이 정도라고요? 끄응, 도대체 어떤 오크였는지 상상이 안 가는군요. 오크의 탈을 쓴 오우거 였을지도 몰라요. 어쨌든 지금 당장 수술실을 빌려야만 할 것 같습니다. 뼈가 가루가 된 것도 모자라, 근육과 신경들이 전부 끊어졌어요.”
“.............”
나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는 최면이라도 걸린 것 마냥 패닉에 빠졌다. 아프지 않았던 이유는 신경이 끊어졌기 때문인 걸까.
[...말도 안 돼.]
마더도 믿기지 않는지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 상황이 제일 믿기지 않는 건 나였다. 그 잠깐의 순간에 내 발이 망가졌다니... 수술이라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수, 수술하면 되는 건가요? 다 나을 수는 있는 거죠?”
“방금도 말씀드렸다 듯이 확신은.......”
“......그런가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이 안 된다. 이 의사 선생이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계속 들었다.
그 때 띠리리링! 소리와 함께 의사 선생님의 폰이 울렸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
“네에...”
의사 선생님이 폰을 받더니, 누군가와 통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멍한 상태라 그런지 이상하게 통화하는 목소리가 더 잘 들렸다.
“으응? 그래? 이번에 이쪽으로 올라왔다고? 병원 근처에 있어? 아니, 아빠야 좋지. 아! 잠시만 기다려주겠니?”
거기까지 말한 의사 선생님이 기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잘하면 완치가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제 딸이 병원 근처까지 왔다는데, 치료술 능력이 정말로 뛰어난 아이거든요. 딸아이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군요.”
완치가 가능하다는 말에 내 고개가 벌떡 하고 들렸다.
“저, 정말인가요?”
“네... 하지만 얘가 좀 낯을 가리다보니 해줄지는 모르겠네요... 제 부탁도 잘 안 들어주는 편이라.”
“제발... 의사 선생님,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만남을 주선해드리죠. 물론 수술을 한 뒤입니다.”
“감사합니다.”
일말의 희망이 생기자 그것만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은 다시 전화를 받으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까지 나를 꼭 한 번 만나달라고 딸한테 부탁하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로 신경질을 내는 여자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하?! 아빠! 그딴 게 어디 있어. 내가 그딴 얼굴도 모르는 새끼를 치료하려고 여기까지 올라온 줄 알아?? 아씨, 몰라. 한 번 정도 얼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그냥 가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 끊는다!
뚝!-
전화가 끊기자 의사 선생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잠깐 동안 1년은 늙으신 것 같았다.
‘저건 낯을 가린다기보다 그냥 성격이 더러운 것 같은데.......’
그러나 나는 의사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고작 처음 보는 환자를 위해 여기까지 해주다니,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참된 의사가 아닐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하하... 별 말씀을요. 일단 당장 수술부터 진행하도록 하죠. 저는 준비할 게 있으니, 나머지는 간호사들이 다 챙겨줄 겁니다.”
“네.”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다른 의사들과 주위에 있는 간호사들에게 뭐라 말하는 것 같더니 금세 사라졌다. 정말 적극적인 의사다.
내가 의사 선생님께 감탄하며 이름이라도 확인해볼까 하고 있었는데, 간호사들이 종이를 들고 오며 어디어디에 사인을 해야 하고, 무슨 수술이 진행될지를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일단 뼛조각들이 아주 산산조각이 나버려서... 전부 붙여야하고요. 신경도 이어야 하고...... 뭐, 옛날이었으면 절대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치유술 능력을 가진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함께 들어갈 거예요. 그래도 완치는 힘들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의사 선생님께 들었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여기다 사인해주시고요. 조금만 기다리고 계시면 금방 수술실로 들어가시게 될 거에요.”
“알겠습니다.”
나는 대충 슥삭하고 사인을 끝내고 빨리 수술실로 들어가기만을 기다렸다. 통증은 안 느껴지는데 피떡이 된 다리를 보고 있으니, 오히려 더 무서웠다.
잠시 그렇게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벌컥하고 문을 열어젖히더니 들어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누군지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바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은미와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루룬이었다. 어떻게 그녀들이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거지?
그러나 내가 묻기도 전에 은미가 숨을 헐떡이며 루룬에게 말했다.
“헉헉! 빨리... 헉... 봐... 가서 확인해. 지우 상처가 어떤지. 하아...하아....”
은미의 말에 루룬이 재빨리 내 피떡이 된 다리를 살펴보더니 깜짝 놀라 입을 막았다.
“시, 심하네요. 제 치료술로는 완벽히 치료하기 힘들어요. 정령왕인... 아빠였다면 쉬울 텐데....”
“뭐?! 물의 정령족이 이런 상처도 치료 못 한단 말이야? 샤샤한테 들었을 때는 별 거 아니라 들었단 말이야.”
“이 상처의 어디를 봐서 별 거 아니란 거죠? 아주 발이 뭉개졌다고요!”
“그래서 어쩌라고!!”
“치료가 힘들다고 말했잖아요!”
은미가 신경질을 내자, 루룬도 마찬가지로 신경질을 내기 시작했다. 그 착한 루룬이 신경질을 내다니... 그녀는 은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물론 나는 아직 아무 말도 못 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은미가 샤샤한테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루룬을 데려온 것 같았다.
“저, 저기.......”
내가 입을 열기 무섭게 싸우던 두 여인의 태세가 급변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화를 내고 있던 여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변화다.
“흑, 지우 씨. 괜찮아요?”
“주... 아니, 지우야... 괜찮아?”
너희들 때문에 안 괜찮아지려고 해.
나는 재빨리 입을 열어 내가 수술을 받게 되었고, 수술 후, 의사 선생님이 아는 사람과 만나 치료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을 해줬다. 내 말에 루룬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무리 수술을 한 뒤라고 해도, 이 정도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니, 대단한 사람이 틀림없어요.”
“그 정도야?”
사실 상황이 급박해서 잊고 있었는데, 루룬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혹시나 했는데... 루룬조차 치료가 불가능한 상처라니. 내 상처가 심각하긴 한가보다.
나는 루룬의 말을 들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이제는 더욱 더 의사 선생님이 소개해줄 여자의 치료술이 필요해졌다.
‘이거...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는걸?’
내 머릿속에 아공간에 들어 있는 한 알약이 떠올랐다.
‘중독마약정액생성알약’이..........
============================ 작품 후기 ============================
< 이번 편은 살짝 억지가 조금 들어가있는 편입니다....>
판타지 소설임을 자각해주시고, 그냥 넘어가주세요 ㅠㅠ... 작가가 병원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보니... 정말 '상상'만으로 만들어낸 병원편입니다.
루룬은 치료술도 뛰어나지만, 역시 치료 전용 캐릭터에 비해서는 떨어질 수 밖에 없죠.
후아, 리리플을 까먹을 뻔 하다니... 쓰레기 자까;;
내코돌려줘용 / ...연참 받으세요!!
제르디엘 / 작가를 기쁘게 하는 동시에 설레게 하는 말...!
赤龍 / 긴박감을 느끼셨나요!? 우훗?
승고이 / 주인공은 호구가 맞아요... 왜냐하면 제가 롤모델이니까요!
은아준 / 놀라셨나요?!
곰의판타지 / 지혜가 곰님 뒤에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키바Emperor / 과연...?
마녀서윤 / 혹시...?
휘텐가르트 / 흑막?!!
* 뭔가 재밌는 아이템이 없을까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