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나가 된 세계에서-44화 (44/163)

00044 [치료술사, 하예진] =========================

*

*

*

한편 지우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을 끝까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던 루룬은, 아까 지우와 함께 화장실을 갔다 온 뒤부터 갑자기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은미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혹시......하는 생각에 울컥하고 괜히 질투심이 올라왔다. 자연스레 그녀의 입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저기요. 뭐가 그렇게 좋아요?”

“음, 음음음. 음음.”

아까 성격을 떠올리면 자신의 말에 바로 화를 내도 모자랄 판에, 은미는 그저 입만을 꾹 다물며, 음음거렸다. 그러면서 다시 바보 같은 미소까지.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계속 정령족 신경을 계속 긁었다.

“입 안에 뭐가 있는 거죠? 그렇죠? 한 번 보여주세요.”

“음?! 음음!!”

루룬의 말에 그제야 은미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재빨리 물러섰다. 그녀의 머릿속에 만약 자신의 입 안에 있는 정액을 이대로 잃어버리거나 한다면 주인님인 지우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년은 위험할 거 같아.’

은미는 그리 판단하고,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 주인님의 수술이 끝날 때쯤 병실 앞으로 가야 할 거 같다 생각했다. 그러면서 혀를 살짝 굴려 주인님의 정액 맛을 맛봤다. 평소에도 맛있었지만, 이번 정액은 차원이 달랐다. 입에 담고 있을 뿐인데 주인님에 대한 사랑이 피어올라, 음부가 간질거려왔다.

이대로 자위를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실수로 주인님의 정액을 목구멍 너머로 넘길 수 있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주인님한테 버림받는다면 자신은 말라 죽을 게 분명했다.

그녀는 일부러 자신이 자위를 할 수 없도록, 사람이 많은 로비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비로 도착하자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리 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런 곳이라면 아무리 주인님의 정액이 자신을 흥분시킨다 해도 자위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우웅, 마, 맛있어...하, 하읏...... 이대로 그냥 먹고 싶어....’

계속해서 드는 생각에 은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주인님의 정액은 너무 향긋했다. 입에 머금고 있는 것만으로 코에 향기가 흘러 들어와 행복하게 해줬다.

그렇게 빨리 주인님의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귀에 빼액! 하는 소음이 들려왔다.

“아씨! 미쳤어? 할망구?! 눈 똑바로 뜨고 다녀. 늙었으면 얌전히 병실에나 처 누워 있을 것이지 왜 여기까지 내려와서 어슬렁거리고 지랄이야!”

정말 엄청난 소리였다. 아무리 세상이 하나가 되고 막 나가게 되었다고 하지만, 저런 소리를 할 수 있다니 정신이 나간 녀석이 분명했다. 심지어 지우와 샤샤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나름 불친절함을 자랑하는 은미조차 인상을 찌푸릴 정도였다.

‘어떤 년이야.’

목소리는 분명 여자였다.

잠시 둘러보자 웅성웅성거리며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 보였다. 그 앞에는 넘어진 할머니와 인상을 팍 쓰며, 머리를 박박 긁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얼굴을 보니 한국인 같은데, 머리는 금발로 염색을 한 단발머리의 여성이었다. 여자는 넘어져 있는 할머니를 일으켜 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더욱 역정을 냈다.

“아씨, 진짜 개 짜증나 죽겠네. 올라오자마자 재수 없는 일이 생겨서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았는데 말이야. 할망구, 다음부터 조심해?! 앙?!”

“.............”

그렇게 말하더니 여자는 홱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빠르게 장소를 떠나갔다. 은미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심지어 움직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멍하니 사라져가는 싸가지녀의 뒷모습만을 바라봤다.

이내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며 할머니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할머니도 그제야 자신이 젊은 여자한테 쌍욕을 들었음을 깨달았는지, 눈물을 펑펑 흘려댔다.

“허어엉, 허어엉...... 내, 내가... 이 나이를 먹고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허어어엉!! 허엉!!”

“하, 할머니... 진정하세요.”

“쯧쯧, 저 젊은 년은 교육이 덜 됐어. 누군지 모르지만 부모가 참 오냐오냐 키운 게 분명해.”

더욱 서럽게 울어대는 할머니와 웅성거리는 소리에 은미는 너무 시끄럽다는 생각에 다시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수술실 앞으로 가자,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루룬이 다시 눈에 불을 키며 달려들었다.

은미는 갑작스런 루룬의 행동에 눈을 부릅뜨며 그녀를 막았다. 순식간에 두 여자의 손이 맞잡히며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이익! 부, 분명 그 입 안에 뭔가 있는 게 분명해요!! 보여 달란 말이에요!! 뭐에요! 뭐냐고!”

“으음, 으음음음! 음음!!”

“뭐라는 거예요! 정말!!”

은미는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심지어 이 여자, 자신과 비슷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정령족 같으니라고... 지금 분명 주인님의 정액을 빼앗아 먹으려(?)하는 게 분명했다.

‘윽, 이대로는 안 돼.’

입에 주인님의 정액을 머금고 있으니, 계속 몸이 흥분을 해서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저 악랄한 정령족에게 주인님의 정액을 빼앗길게 분명했다.

그 때 [수술실]이라고 적혀 있던 팻말의 불이 꺼졌다. 그것은 지우의 수술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사실이었다.

드르륵!-

잠시 뒤 문이 열리며 마취 때문에 곤히 자고 있는 지우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순간 언제 힘겨루기를 했냐는 듯이 두 여자가 동시에 떨어져나갔다. 루룬이 먼저 수술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다.

“수, 수술은 잘 된 건가요?”

“아, 네... 뭐 실수할 만한 수술도 아니었으니까요. 이제 병실로 옮기고 경과만 지켜보면 됩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의사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요. 저는 이만 제 딸을 부르러 가야겠군요.”

방금 수술이 끝나 피곤할 것임에도 분명한데, 의사 선생은 힘 있는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왠지 의사 선생의 등이 넓어 보인다는 착각을 느끼며 루룬과 은미는 냉큼 지우의 병실로 따라갔다. 루룬은 병실 안에 들어가 지우를 간호했고, 은미는 그런 지우의 병실 앞에 서서 지우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은미의 눈에 아까 보았던 싸가지녀가 내리는 것이 보였다. 심지어 의사였는지 이번에는 흰 가운을 걸치고 있었는데, 가슴 부위에 명찰이 달려 있었다.

[의사 하예진]

하예진이라는 여자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의 짧은 단발머리를 박박 긁으며 소리쳤다.

“으아!! 시발!! 존나 짜증난다!!”

“..........”

갑작스런 행동에 병실 앞에 돌아다니던 사람과 간호사들까지... 전부 깜짝 놀라며 그녀를 흘깃하고 쳐다봤다. 심지어 은미마저 다시 한 번 그녀의 성격에 흠칫할 정도였다.

“아씨, 뭘 봐! 의사 처음 봐?!”

하예진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자, 모두가 금세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피우거나 급히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자 하예진이 피식 웃었다.

“풉, 병신들 같으니라고.”

그렇게 중얼거린 하예진이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거짓말처럼 강지우가 현재 누워 있는 708호 병실이었다. 은미는 주인님이 내렸던 명령을 떠올렸다.

‘싸가지 없는 여자가 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하면.......’

동시에 자신의 입술을 훑어주던 주인님의 따스한 손길도 떠올랐다. 그 손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은미는 당장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을 것 같은 충성심이 피어올랐다.

‘...찐한 키스를 해주면서 네 입 안에 있는 내 정액을 먹여. 알았지? 다 먹일 때까지... 절대 놓아주지 마.’

하예진의 손이 708호 병실의 문을 잡는 순간, 은미는 그대로 두 손을 이용해 하예진의 얼굴을 꽉 잡은 채 강제로 입술을 맞췄다. 동시에 금강불괴의 능력을 이용해 혀까지 강하게 만든 뒤 강제로 이빨 사이를 벌려 그 안으로 주인님의 사랑스러운 씨앗을 넣어주기 시작했다.

“넌 뭐......으읍!! 읍읍!!”

하예진이 갑작스런 은미의 행동에 눈을 부릅뜨고 막 그녀의 머리를 내려치는 듯 반항을 보였으나, 금강불괴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은미한테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오히려 강제로 벌려진 입 사이로 들어오는 이물감에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가장 많은 것은 얼마나 머금고 있었는지, 음료수와 비슷한 양의 침이었다. 그 다음으로 자신의 입 안을 가득 채운 것은... 무언가 향긋하면서도 질척질척한 액체였다.

동시에 사람의 혀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은미의 혀였다. 은미의 혀는 액체를 자신의 입 안에 넣는 것도 모자라, 이리저리 들쑤시며 강제로 액체를 목구멍 너머로 넘기게 만들었다.

“으음.......”

하예진은 질척질척한 액체가 목구멍 너머로 넘어가는 순간, 갑작스럽게 몸이 달아오르는 것만 같은 느낌에 당혹을 금치 못 했다. 동시에 기분 나쁘다 생각했던 질척질척한 액체가 더 먹고 싶어졌다.

자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강제로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고 있던 여자가 더욱 더 강렬한 키스를 해오기 시작하더니, 입에 남겨 두었던 질척질척한 액체를 전부 넘겨주기 시작했다.

“흐음, 으읍!”

하예진은 그 액체가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 하고, 별 수 없이 은미의 혀에 호응을 하며 지우의 정액을 전부 빨아먹는 것도 모자라, 은미의 입 안 여기저기 묻어 있는 것까지 전부 핥아먹었다.

“꿀꺽, 꿀꺽......하, 하아... 마, 맛있어.......”

“흥! 이제 떨어져. 빌어먹을 년아!”

다 먹고 나자, 은미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거칠게 그녀의 얼굴에서 입술을 떼며 떨어져나갔다. 은미는 사랑스러운 주인님의 정액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는지, 거칠게 으르렁거렸다.

“너 따위한테 주고 싶지 않았어. 소중한 거였는데...”

은미의 말에 흠칫하고 정신을 차린 하예진도 마주 으르렁거렸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 변태 같은 년이. 신고 당하고 싶어?”

“해보던지. 그 전에 신고할 수나 있으려나 모르겠네.”

방금까지 찐한 키스를 나눈 두 사람은 금세 싸울 것처럼 열을 냈다. 그런 둘을 말린 것은 푸근하게 생긴 인상을 한, 지우의 수술을 도맡았던 의사 선생님이었다.

“뭐하고 있니. 예진아. 빨리 들어가지 않고.”

“쳇... 아빠, 나는 분명히 말했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치료 안 할 거라고!”

“허어... 사람이 다쳤는데 또 그런 소리를... 엄마가 알면 슬퍼할 거다.”

“아씨! 그 놈의 엄마 좀 그만 들먹여. 어쨌든 나는 몰라. 분명 말했다? 어디 그 잘난 놈 면상이나 한 번 봐보자고.”

하예진은 그렇게 말하며 문을 드르륵 하고 열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대충 얼굴만 보고 떠나기로 확정이 돼 있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누워 있는 지우를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며... 호흡이 가빠왔다.

‘내, 내가 왜 이러는 거지?’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하예진은 어쩔 줄 몰라하며 좀 더 지우에게 다가갔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지우의 얼굴이 잘 보이는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못 생긴 것도, 그리 잘 생긴 얼굴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끌렸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 평범해 보이는 얼굴에 키스를 하고 싶을 정도로.......

하예진은 지우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처음 먹었던 마음과 전혀 달랐다.

“나...치료할래.”

============================ 작품 후기 ============================

마녀서윤 / 연참연참~

nikumaimu / 눈물... 하는 일이 최면 밖에 없다니...

휘텐가르트 / 주인공은...주인공이죠!

곰의판타지 / 굿...힐러.

Bathin / 감사합니다^^!

* 오늘은 여기까지군요... 내일 다시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말실수를 ㅋㅋ 오늘은 바로 어제였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