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5 [치료술사, 하예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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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가 점점 풀리는 건지, 아니면 그냥 푹 잔건지... 나는 천천히 의식이 돌아오며, 주위의 소리들이 들리는 게 느껴졌다. 시끌벅적한 텔레비전 소리, 그리고 그것보다 더 시끄러운 건 여자들끼리 싸우는 소리...응?
“아씨, 내가 있겠다는데 왜 지랄이야. 지랄은! 나, 의사라고. 의사! 환자 옆에 있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됐어. 지우는 괜찮으니까, 다른 환자 곁으로 꺼져.”
“그래요. 지우 씨는 저희가 곁에서 지켜 볼 테니, 이만 가주셨으면 좋겠네요.”
은미와 루룬의 목소리는 바로 알았는데, 둘과 말싸움을 하는 여자의 목소리는 순간 누군지 몰랐었다. 그러나 이내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던 말투와 톤이 살짝 비슷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를 치료해주기로 했던 의사 선생님의 딸이 아닐까.
몽롱한 상태에서 듣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저 싸가지. 아마 확실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생각한 것은....
‘배고파 뒈지겠네.’
바로 밥이 먹고 싶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뻘쭘하니까 은근슬쩍 하품을 섞는 것도 잊지 않았다.
“흐아암~ 잘 잤다.”
일어났음을 표현하자, 열렬히 얼굴을 맞대고 있던 여자 세 명이 순식간에 이쪽으로 달려왔다.
“괜찮아? 지우야? 어디 아프거나 하지는 않지?”
“일어나셨어요? 지우 씨?”
“저... 안녕하세요.”
한 사람도 아니고, 세 명이 동시에 말을 걸어오자 당황스럽다.
나는 갑작스럽게 얼굴을 들이대는 미녀 세 명을 보며 눈만 깜빡거렸다. 내 인생에 이런 순간이 찾아올 줄이야. 병원에 병문안조차 올 사람이 없어 걱정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미녀들에게 둘러싸여서 어리벙벙하고 있다니.
“아아, 괘, 괜찮은 거 같은데? 수술은 잘 된 거 아니야?”
“네, 의사 선생님께서 잘 끝났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루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발머리의 여자가 그녀를 밀치더니 얼굴을 들이댔다. 그것만 봐도 이 여자가 한 성질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가 제가 치료술을 사용해드렸으니, 걱정할 필요 없을 거예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원래 이렇게 환자가 깨어날 때까지 지켜보고 계시는가요?”
갑작스런 내 물음에 단발머리 여자가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눈에 여자의 명찰이 들어왔다.
[의사 하예진]
“의사니까 다, 당연한 거죠. 거기다 저는 제가 직접 치료한 환자는 끝까지 돌봐주는 주의란 말이에요. 그, 그것보다 같이 밥 먹으러 안 가실래요? 이제 배고프실 텐데...”
“아...그게.......”
나는 잠시 당황해 아무 말을 못 했다. 눈앞에 하예진은 본지 얼마나 됐다고 다짜고짜 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는 것도 모자라, 대놓고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호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이 여자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궁금해 하고 있는데, 마더가 깨어났는지 이유를 말해줬다.
[흐아암, 제 생각에는 이 여자가 유난히 중독마약정액생성알약의 효과가 강하게 적용된 거 같은데요? 이건 호감 정도가 아니라... 이미 사랑에 빠진 여자의 행동이라고요. 잘 됐네요. 사용자님. 이 참에 그냥 이 여자도 먹어버려요.]
마더의 말을 듣고 보니, 치료술을 쓸 수 있는 노예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아직까지도 내 입만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세 여자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냥 다 같이 먹으러 가죠.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안내 부탁드릴게요. 근데 목발 같은 것도 없는데... 전 어떻게 가죠?”
발에는 단단한 깁스가 되어 있었기에, 이대로 갈수는 없어 묻자 예진이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 했는지, 당황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아......”
그 때 보고만 있던 은미가 기회라 생각했는지 냉큼 나를 두 손으로 들어올려, 아까 화장실을 갔을 때처럼 공주님 안기 자세로 나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들어 올리면서 은근슬쩍 내 가슴에 얼굴을 문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은미도 정말 중증이군.’
근데 이제 이러한 은미의 행동이 귀엽게만 느껴지는 나도 중증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일부러 안긴 상태에서 살짝 손을 움직여 그녀의 유두를 건드려보았다. 살짝 튀어나온 부분이 내 손가락에 걸렸다.
“아... 으흣, 내, 내가 이렇게 들고 가면 되지 않을까?”
“그러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창피하기는 하지만, 은미한테 안겨 그녀의 가슴을 느끼며 밥 먹으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은미의 행동에 다른 사람들도 마지 못 해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종합 병원 10층에 있는 식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계속 팔이 은미의 가슴에 닿고 있으니, 장난을 치기 싫어도 계속 치고 싶다. 나는 계속 그녀의 유두를 이리저리 튕기며 놀았다. 그녀의 유두는 큰 가슴에 비해서 매우 귀여운 사이즈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욱 장난치는 맛이 있었다. 내가 조금 건드렸을 뿐인데, 유두가 벌떡 선 게 손가락 끝으로 느껴졌다.
“아흣... 주, 아니...흐읏, 아흑.......하앙!”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은미의 입에서 달뜬 신음들이 계속 튀어나왔고, 어느새 주위에 있던 모두가 조금씩 얼굴을 붉혔다. 보다 못 한 루룬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는지 은미에게 소리쳤다.
“아니, 대체 무슨 소리를 내는 거예요!”
“아흣, 아... 그, 그게.......”
은미의 얼굴이 단숨에 불이라도 붙은 것 마냥 붉어졌다. 나 또한 너무 심했나하는 생각에 슬그머니 움직이던 손가락을 멈췄다. 그러자 내 행동에 불만을 잘 표현하지 않는 마더조차 나한테 핀잔을 날렸다.
[사용자님...... 적어도 때와 장소는 가려주시라고요.]
‘미안. 마더. 미안해. 은미야.’
-띠링! 7층입니다.
속으로 사과를 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은미가 가장 먼저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날렸다. 부끄럽기는 진짜 부끄러웠나 보다.
10층에 있는 식당으로 올라가자, 여기가 옥상이었는지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이 옥상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낄낄!!!!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푸하하!!!! 여기부터가 진짜니 잘 들어. 이 영감들아.”
솔직히 약간 시끄러울 수도 있지만, 다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는데, 바로 우리 일행 중에 이 모습을 그냥 넘어가지 못 하는 여자가 한 명 있었다.
바로, 하예진이었다.
그녀는 10층에 올라오자마자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인상을 와락 찌푸리더니, 벤치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들한테 달려가서 소리쳤다.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씨, 할아범! 여기 전세 냈어?! 아니면 귓구멍이 쳐 막혀서 그렇게 시끄럽게 소리쳐야만 들리는 거야? 뭐야?! 시끄러워 죽겠으니까 좀 닥쳐. 알았어?”
“......헐.”
난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아무 말도 못 했다. 세상에... 싸가지가 없을 거라고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저건 너무나도 심했다. 우리보다 세 배는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오셨을 것 같은 고령자 분들에게 저런 막말이라니.
할아버지들은 예진의 말에 아예 영혼이랑 넋이 그대로 육체에서 빠져나갔는지, 입만 떠억 벌린 채 행동을 멈추었다. 진짜 돌아가신 게 아닐까 걱정된다.
“으, 은미야. 빨리 저쪽으로 가보자.”
“네, 아니... 응.”
은미에게 안긴 상태라 좀 부끄럽긴 하지만, 나는 재빨리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지들께 사과하며 예진을 말렸다.
“죄송합니다. 예진 씨도 빨리 사과하세요. 할아버지들께서 깜짝 놀라서, 심장마비라도 온 것처럼 굳은 게 안 보여요?”
내 말에 예진은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네? 늙었으면 뒈져야죠. 그리고 잘못은 시끄럽게 한 이 영감들이 잘못한 게 맞잖아요. 저는 사과할 필요를 못 느끼겠네요. 그것보다 빨리 저희는 밥이나 먹으러 가죠.”
그렇게 말하고 예진은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먼저 식당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세상에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지만...
[완전 미친년이네요. 저런 년한테 치료술 능력이 주어졌다는 게... 마더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에요.]
마더의 말에 나도 격하게 공감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하예진이라는 여자는 조금... 특별한 조교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런 여자는 ‘아픔’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 나는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 머릿속으로 저 년을 어떻게 조교할지 구상하며, 밤에 헤어지기 전, 은미에게 조용히 명령을 내렸다.
‘이곳으로 가서 루엘한테 이 쪽지를 보여주면 알아서 챙겨줄 거야. 그리고 내일 하예진을 납치해서 아무도 없는 장소에 몰래 데려놔.’
내 명령을 받은 은미는 자기가 더 기쁜지 고개를 끄덕였고, 나 또한 내일이 기대되어 밤잠을 설쳤다.
‘싸가지 없는 년에게는 매가 제격이지.’
============================ 작품 후기 ============================
찰싹찰싹! 이런 년은 좀 맞아 봐야 정신을 차리지!!
마녀서윤 / 헤헤, 그냥 효과가 좀 과도하게 들어갔다는 설정입니다.
아린 / 다람쥐도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고보니 주머니속에 있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요.
로리콤MK / 슬슬 은미의 매력이 폭발하기 시작하는군요...
곰의판타지 / 신님이 한 건 하신듯!
클모강 / 겨울잠을 자기 전 다람쥐는 충분한 식량을 섭취한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보랏빛날개 / 외쳐, 갓!
키바Emperor / 유난히 예진한테 효과가 과하게 적용되었다는 설정입니다. ㅎㅎ
nikumaimu / 감사합니다!
내코돌려줘용 / 헤헤, 덕분에 푹 잤습니다.
휘텐가르트 / 감사합니다! 더욱 기대에 부응하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아하루 / 추천엔 출석... 덜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