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3 [샤샤 헤인즈] =========================
“샤샤, 잠깐만...”
나는 잠시 샤샤한테 말하고 돌아선 뒤, 작게 상태창이라 중얼거린 뒤 은미의 생각을 읽어봤다. 이럴 때는 노예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게 정말 다행이다.
내 눈에 은미의 생각이 보였다.
《노예》
[이름: 김은미]
[현재 하고 있는 생각 : 죄송해요. 주인님, 샤샤한테 매일 주인님을 찾아가는 게 들켜서 거짓말을 하고 말았어요. 흑흑, 저는 나쁜 노예에요.]
‘아하!’
은미가 하고 있는 생각을 읽자, 바로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내가 병원에 입원한 지 벌써 사흘째다. 그 동안 은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를 찾아오려고 했으니, 샤샤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어떤 변명을 해야 할지 몰랐던 은미가 나랑 사귄다는 말을 내뱉은 것은 의외였지만, 이렇게 된 이상 장단을 맞춰주는 수밖에.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음을 지으며 샤샤에게 입을 열었다.
“하하, 이렇게 들킬 줄은 몰랐네. 맞아. 나 은미랑 사귀고 있었어.”
내 말에 샤샤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은미는 이렇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는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으면서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긍정...축하...”
“주...아니, 지우야!”
샤샤의 축하를 듣자, 더 이상 복받치는 자신의 감정을 참을 수 없었는지 은미가 그대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는 기겁하며 그녀를 받아주었다. 다행히 예진의 치료가 큰 효과를 발휘했는지, 다리에 큰 충격은 없었다. 다만, 은미의 거대한 가슴이 나를 짓누르니, 휘청거리는 것만큼은 어찌할 수 없었다.
“자, 잠깐 나 다리 다친...컥!”
“아, 맞다. 죄송...아니 미안해.”
안긴 뒤에야 깨달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은미를 보며, 순간 화를 낼까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눈물을 보이며 기뻐하는 그녀를 보자 그럴 수도 없었다. 그리고 굳이 내가 화를 내지 않더라도, 소리치는 인물이 있었다.
언제 샤워를 하고 다시 옷을 챙겨 입었는지, [의사 하예진]이라는 명찰이 달린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예진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지우 씨가 저 년이랑 사귄다고요?!”
분노, 당황, 배신감 등등 많은 감정이 담겨 있는 예진의 목소리에 내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샤샤 앞에서 사귄다고 말했으니 별 수 없었다.
“그, 그렇지.”
“마, 말도 안 돼요...흑.”
내 말에 예진이 세상이 무너진 것 마냥 휘청거리더니, 금세 눈망울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랑 몸을 섞고 교성을 터뜨리던 예진이 또 저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니 마음이 약해졌다.
“흑, 인정 못 해! 이 빌어먹을 년!”
내가 그녀를 위로하기도 전에 예진이 소리를 지르며, 성큼성큼 은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대로 손을 뻗어 나에게 안겨 있는 은미를 밀쳐냈다. 문제는 은미가 신체 강화 능력자다보니 오히려 밀치려고 했던 예진이 반동으로 뒤로 넘어졌다는 거다.
“꺄악!”
“훗, 괜찮아? 내가 일으켜줄까?”
“...너, 너어어! 이 여우 같은 년이!!”
예진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는 걸 가만히 지켜 본 은미가 이죽거리자 예진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누가 봐도 쾌감이 아닌, 분노로 얼룩진 얼굴이었다.
은미와 예진이 둘이 노려보는 것을 보며 나는 등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는 걸 느꼈다. 다른 의미로 나서기 힘들었다.
‘여자들끼리 싸우면 이렇게 무서웠군.’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 내 귓가에 마더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전부 사용자님이 한심해서 벌어진 상황이라고요. 주인을 두고 싸우는 노예라니... 마더는 저 년들보다 사용자님이 잘못했다 생각합니다아~.]
마더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로 내가 한심해서 벌어진 일이 맞는 거 같다. 이제라도 말려야 하는 거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보다 먼저 예진이 벌떡 일어나 다시 한 번 손을 들어올렸다.
때리려는 자세가 보아하니 밀치는 걸로 안 되니, 뺨이라도 때리려는 것 같았다.
“이익, 나쁜 년!”
예진이 날카롭게 소리치며 손을 휘두르려는데 은미는 여유만만이었다. 하긴, 신체 기관 전체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그녀가 뺨을 맞는다고 흔들릴 리는 없겠지.
그러나 이번에 예진의 공격은 아예 은미의 뺨에 닿지도 못 했다. 가만히 보고 있던 샤샤가 ‘엄마 인형’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다.
“엄마...잡아....”
팟!-
샤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표정한 얼굴을 한 ‘엄마 인형’이 땅을 박차더니, 내려치던 예진의 팔을 꽉 붙잡았다.
“...흣.”
고통을 쾌감으로 느낀다 해도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예진이 입술을 꽉 깨물며 자신의 팔을 붙잡은 여자를 노려봤다. 그래봤자 샤샤의 명령만을 듣는 인형이 표정 변화나 미동을 보일 리는 없었지만.
샤샤가 천천히 예진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방해꾼...은미...연애....”
샤샤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예진이 다시 한 번 빼액 소리를 질렀다.
“뭐라는 거야. 이 언어장애 꼬마 새끼는! 제대로 말도 못 할 거면 방해 말고 저리 꺼져!”
“이런....”
너무 심한 것 같은 예진의 말에 내가 이마를 짚었고, 샤샤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며 예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묘하게(?) 화난 것 같다.
“...모욕...샤샤...화남.”
샤샤의 말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역시 화났군.’
솔직히 예진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샤샤는 20살이라고 했지만, 겉으로 보았을 때는 이제 막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것만 같은 소녀처럼 보였으니까 말이다. 평범한 여자보다 키가 큰 은미와 예진이 보기에는 꼬마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몸매도 솔직히 빈약한 쪽에 속하다보니 더욱 그랬다.
내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샤샤가 새로운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엄마...방해꾼...제거....”
샤샤의 말을 들은 내 안색이 새파래졌다. 치유술 능력밖에 없는 예진이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재빨리 은미에게 소리쳤다.
“은미야, 막아!”
“네! 아니, 응!”
명령이나 다름없는 내 외침에 은미가 망설임 없이 모습을 날려 샤샤의 인형을 꽉 붙들었다. 샤샤의 인형이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나, 은미 역시 레벨4의 신체 강화 능력자. 인형은 붙잡힌 채 움직임을 멈췄고, 샤샤가 그런 은미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의문.”
그러나 그런 샤샤를 가만히 놔둘 내가 아니었다. 이 녀석, 가만히 놔두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폭탄 같은 녀석이란 걸 방금 깨달았다. 나는 재빨리 한 발로 몸을 지탱하며, 두 손을 샤샤의 겨드랑이 사이로 집어넣고는 들어올렸다.
“아...?”
내가 들어 올리자마자 샤샤의 입에서 처음으로 바람 빠지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샤샤는 마치 자기가 인형이 된 것 마냥 삐걱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리더니, 내가 자신을 들어 올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건. 예측...불가.”
마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주인공과 같은 대사를 내뱉은 샤샤가 그대로 눈을 까뒤집더니, 기절했다. 동시에 은미가 붙잡고 있던 ‘엄마 인형’이 추욱 늘어지더니 쓰러졌다.
“..........”
“..........”
갑작스런 상황에 아침 드라마를 감상하듯이 집중해서 보고 있던 병실의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 중얼거리자, 은미가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며 설명해줬다.
“그게... 샤샤는 이때까지 단 한 번도 ‘아빠’이외의 남자와 접촉해본 적이 없어. 아마 지우가 처음일 걸?”
“그렇다고 해서 그냥 안아 올렸더니 기절을 한다고?”
“원래 샤샤가 좀 특이하잖아.”
은미의 말에 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샤샤가 말투부터 다른 사람들이랑 조금 다르기는 하지.
“뭐, 어쨌든 평화롭게 해결됐으니까 된 거 아닐까? 푸하하하!!”
내가 웃으며 대충 일을 끝내려고 하자, 병실에 있던 예진과 은미를 제외한 모두가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평화롭기는 개뿔이!!”
“..........”
왜 저한테만 그러세요. 여러분.
============================ 작품 후기 ============================
작가가 정신이 나갔나... 왠 개그가 만들어져버렸네요. 일단 퇴고는...자고 일어난 뒤.
샤샤 공략은 그리 어렵지 않을 듯 합니다. 워낙 샤샤가 쑥맥이다 보니... 흐흐, 이번에는 굳이 최면술을 써야할지 고민이 될 정도네요.
HighMax / 후후,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joca / 맘즈터치~
도광 / 만족하셨다니 다행이네요^^
휘텐가르트 / 샤샤는 20살입니다. 40편이었나, 끝부분에 잠깐 나왔던 거 같아요.
판소원더풀임 / 그렇군요. ㅎㅎ
내코돌려줘용 / 그곳이 바로 코난이 있는 장소죠. 주인공...
매드린 / 굉장히 좋다니! 더 열심히 므훗한 장면을 써야겠군요!
*항상 코멘트, 추천, 쿠폰 절대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 짧지만... 연참이니 귀엽게 봐주세요!! 현재 작가 몸이 세 개라도 부족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