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5 [샤샤 헤인즈] =========================
“...긍정.”
내가 계속 권하자 결국 샤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엘릭서를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샤샤가 나에 대한 의심이 별로 없음을 깨달을 수 있다. 보통 무엇인지 모를 액체를 권하면 저렇게 마실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파앗!-
엘릭서를 마신 샤샤의 몸에서 잠깐 빛이 나는 것 같더니, 이내 샤샤가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이게 대체 뭐야. 맛있는 음료수 같은데.......헙!”
“......샤샤!”
이때까지 뚝뚝 한 단어씩만을 끊어서 말할 수 있었던 샤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말이 이어져 나왔다. 그것을 확인한 은미가 크게 기뻐하며 샤샤를 껴안았다.
그러나 정작 제일 기뻐한 사람은 샤샤 본인이었다. 평생 안고갈 줄 알았던 병이 나은 것이다. 거기다 말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표정에 가까웠던 샤샤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려 있었다. 정신적인 충격이 전부 치료된 게 분명했다.
“은미... 숨막힘....”
“너어-! 장난 그만치고, 제대로 말 안 해?!”
“하지만...창피하단 말이야.”
은미가 소리치자, 샤샤가 얼굴을 붉히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내가 환하게 웃으며 축하를 해줬다. 병이 나은 샤샤를 마주하자, 그녀에게 준 엘릭서가 정말로 전혀 아깝지 않았다.
“축하해. 샤샤.”
“우...우우...”
내 축하에 샤샤가 은미의 품에서 빠져나오더니, 자신의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우물쭈물 거렸다. 감사의 인사는 해야겠는데, 창피해서 입을 못 여는 것만 같았다.
“지우... 감사.”
결국 샤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병이 낫기 전과 똑같은 방식의 말이었다.
‘하긴 2년 동안 저 말투를 썼는데, 갑자기 제대로 된 말투를 쓰는 것도 이상하겠지.’
당분간은 저 말투를 쓰더라도 이해를 해줘야할 것 같다. 어쨌든 샤샤의 병이 나았다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내가 그저 그냥 엘릭서를 넘겨준 것도 아니었다. 나는 엘릭서를 주면서 샤샤한테 큰 빚을 지게 했고, 그것만으로 나는 그녀의 마음속에 비집고 들어가기 한층 더 쉬워진 것이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샤샤가 나에게 가진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큰 이 순간, 부탁할 게 있었다.
“나도 한 번만 포옹 좀 해보자. 응? 나 때문에 나았잖아.”
“그, 그건... 무리...”
내 요청에 샤샤가 아까보다 더 화들짝 놀라며 다시 은미의 뒤에 숨었다. 마치 낯을 많이 가리는 야생동물 같았다. 엘릭서를 먹기 전이었다면 무표정한 얼굴로 숨었을 텐데, 지금 샤샤의 표정은 부끄럽다는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그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귀여웠다.
‘크...이 맛에 전국의 오빠들이 여동생을 키우는 걸까.’
전국에 있을 오빠들이 들었으면 몰매 맞을 소리를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는 다시 한 번 샤샤에게 말했다.
“너무한 걸... 내가 그 약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뽑기 한 번 했을 뿐이지만.
나는 최대한 아쉽고, 상처 받았다는 듯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샤샤, 내 생각에도 포옹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
여자친구라고 알고 있는 은미까지 나와의 포옹을 허락하고 부추기자 샤샤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아마 어제 기절했던 일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알았어...긍정....”
그러나 결국 칼을 쥐고 있는 것은 나였다. 엘릭서를 주었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로 인해 내가 바라는 것은 별 거 아닌 ‘포옹’. 샤샤로서 안 들어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 사용자님이 이런 생각을 하실 줄이야... 마더는 감탄했어요!]
오랜만에 듣는 마더의 칭찬에 어깨를 으쓱하고 있는데, 샤샤가 부들부들 떨면서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내가 히죽, 웃고는 샤샤를 끌어당겨 와락 껴안았다.
“히, 히익......!”
깜짝 놀라하며 눈이 이리저리 돌아가는 샤샤에게 내가 아무도 들리지 않게 최면술을 속삭였다. 포옹하는 찰나의 순간에 걸어야하기에 길고 복잡한 최면을 걸 수는 없었다. 최대한 간단한 최면.
“샤샤는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나, 강지우가 계속 떠오를 거야. 그리고 떠오를 때마다 나를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지게 되겠지.”
말이 끝을 맺자, 역시 예상했던 시스템 음성이 들렸다.
[최면술에 성공하셨습니다.]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상대에게 최면술을 성공했기에 보너스 경험치 : 2000EXP]
[다음 레벨까지 필요 경험치 : 9900EXP]
‘됐다!’
이제 샤샤는 기다리기만 하면 알아서 나를 찾아올 게 분명했다. 그것만으로 샤샤의 공략은 거의 끝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가 샤샤에게 최면술이 성공해 얻은 경험치덕분에 아공간에 넣어둔 경험치 알약을 먹으면 이제 나도 레벨4의 능력자가 되는 것이다.
“하, 하으... 이, 이제 됐지?”
샤샤는 나에게 최면이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한 채 급히 떨어졌고, 이번에는 ‘아빠 인형’의 뒤로 숨었다. 나는 그런 샤샤를 보며 다시 한 번 환하게 웃었다.
“응, 고마워. 샤샤.”
“...긍정. 이만 가보겠음.”
그리 말하며 샤샤가 내 병실을 떠나자 기회만 보고 있던 은미가 나에게 덥석 달라붙었다. 때마침 예진이 가운을 입고 들어왔다.
은미는 예진 앞에서 자신이 연인이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는지, 그녀는 나를 껴안으면서도 예진을 향해 혀를 내밀고 있었다. 참, 하는 행동들이 다 귀엽다.
“훗, 바보 같은 년. 그런다고 내가 화낼 거 같아?”
은미의 행동에 예진은 어제와 달리 오히려 코웃음을 치더니, 은미의 앞에 다가와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 행동을 보였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은미는 이해한 듯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은미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히잉, 주인님... 저도 안에 사정해주세요오... 지금 당장 섹스해요.’
갑작스런 은미의 요구에 내가 살짝 당황했다.
‘으음, 은미를 안아주긴 해야겠는데...’
샤샤의 정보를 제공하고, 여기까지 데려온 공로가 있으니 상을 주고는 싶었다. 그러나 마땅히 병원에 갈만한 장소가 없었다. 예진의 방으로 가자니, 은미가 엄청 싫어할 것 같았기에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면 저번에 수술을 하기 전에 했던 것처럼 화장실에서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보다 이번에는 조금 스릴 있는 야외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나 쐬게 옥상으로 가자. 아, 그 전에...”
결국 옥상에서 은미를 안아주기로 결심한 내가 마더에게 아무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1만 짜리 경험치 알약을 꺼내 달라 부탁해, 그대로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내 귓가에 시스템 음성들이 울려퍼졌다.
[아이템을 통해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 10000을 습득합니다.]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 : -100EXP]
[최면술 Lv 3 → Lv 4로 상승합니다.]
[다음 레벨까지 필요 경험치 : 99000EXP]
[효과가 상승합니다. 더 이상 자신보다 낮은 레벨의 능력자에게 최면술이 실패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3레벨과 4레벨의 차이는 크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미약하지만 자신에게 암시를 걸어 육체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효과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레벨 업을 축하드립니다. 보너스로 랜덤 아이템 상자 5회 연속 뽑기 무료 이용권이 주어집니다.]
드디어... 레벨4다. 솔직히 몇 달 전만 해도 레벨0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진짜 말도 안 되는 레벨업 속도였다. 물론 10만에 가까운 경험치 양을 보면 이제는 진짜 한계를 맞이한 것 같기는 하지만, 경이로운 속도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최면술로 나 자신의 육체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과, 나보다 레벨이 낮은 능력자에게 더 이상 최면술이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도 못 한 효과였다.
이제 옥상에서 은미랑 섹스를 하다가 누군가에게 들켜도, 웬만해서는 최면술을 걸어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들었다.
“가자. 은미야.”
“네! 아니, 응!”
“훗,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오늘 충분히 만족스러운 절정을 맞이했던 예진은 의외로 쿨하게 웃어넘기더니, 하얀 가운을 흩날리며 병실을 나갔고, 은미와 나 또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시끄러운 할아버지들의 목소리가 10층 플로어, 전체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10층이 할아버지들의 목소리로 조금 흔들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낄낄낄, 그래서 말이야. 이 영감이 어떻게 말했는줄 알아?!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을 하는 거 있지!!”
“푸하하하하핫! 그것 참 걸작일세!!”
한 번 살펴보니, 저번에 예진이한테 호된 소리를 들었던 할아버지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예진이한테 혼났던 것을 잊었는지, 아주 옥상 의자에 앉은 채,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에휴, 막상 또 저런 모습을 보니 지금 이 자리에 여우같은 예진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네요.]
마더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다 보니 뭐라 말씀드리기는 좀 그런데, 솔직히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민폐 같았다. 예진이라면 당장 저 할아버지들의 수염을 쥐어 뜯으면서 소리쳤겠지.
“됐어. 저렇게 시끄럽게 소리쳐주면 우리야 고맙지.”
애써 변명하며 나는 은미를 데리고 옥상 안으로 들어가, 사각지대를 찾아 돌아다녔다. 할아버지들이 시끄럽게 소리치고 있어서인지, 옥상에는 할아버지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기껏 있어봤자, 나와 똑같은 환자복을 입은 채, 이어폰을 끼고 조용히 의자에 기대 앉아 있는 남자 한 명 정도?
옥상에 세워진 입구 뒤로 돌아가자 아무도 없는 사각지대가 드러났고, 나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은미에게 명령을 내렸다.
“바지 내려.”
이번에는 봉사를 받기 보다는, 상을 주기 위해 내가 먼저 그녀를 애무해주기로 마음먹었다.
============================ 작품 후기 ============================
어디보자, 샤샤의 물이 오를 때까지 은미에게 상을 줘야겠네요.
처음 적어보는 야외씬!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후후 고민입니다.
로리콤MK / ㅋㅋㅋ... 그러면 얼마나 웃기겠어요.
승고이 / 훗, 주인공은 또 뽑을 수 있을 거에요!
쉐르나 / 오... 또 그렇게 보니 나쁘지 않은...후후
휘텐가르트 / ㅋㅋㅋㅋ 상상이 안 갑니다 진짜.
kunhe / ㅋㅋㅋㅋ 웃음밖에 안 나오는
냐댄 / ㄹㄹㅋ가 뭔가요??
은아준 / 저도 막상 생각했다가 웃음터뜨린.
내코돌려줘용 / 그랬다가는 H씬 보고 그냥 웃을듯요 ㅋㅋㅋ
보랏빛날개 / 긍정...
Elde / 은근 모에 캐릭...
nikumaimu / 한 방에 훅 가버렸죠~
epooro / 흐흐... 적다가 뿜을 듯요.
smone / 주인공은 욕심이 없거든요 ㅋㅋ 나중에 돈 부족해지면 아공간에 있는 아이템 좀 팔아야겠어요.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