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나가 된 세계에서-57화 (57/163)

00057 [샤샤 헤인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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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에게서 이름 모를 약을 받고 언어 장애가 치료된 지 이틀 째. 샤샤는 요즘 따라 심심하면 머릿속에 지우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에 혼란스러웠다.

‘내가 왜 이러는 거지....’

자신을 치료해주었기 때문인걸까? 단지 그 때문에 이렇게 계속 지우의 모습이 떠오르는 걸까. 이유를 알 수 없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고 있는데, 오늘도 지우를 만나러 가는 은미의 모습이 보였다. 반사적으로 샤샤의 입이 열렸다.

“다녀와... 은미.”

언어 장애가 분명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2년이나 딱딱한 말투를 썼던 샤샤는 아직도 말이 자연스레 안 나옴을 느꼈다.

그런 샤샤의 말에 은미가 인상을 팍 쓰더니, 잔소리를 했다.

“정말... 이제는 반말하지 말랬잖아. 그리고 말투가 그게 뭐야! 샤샤. 다시 말해봐!”

은미의 요구에 샤샤가 얼굴을 붉히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은미가 원하는 대답을 말하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이러고 있어야 함을 잘 알기에, 샤샤는 힘겹게 은미가 원하는 대답을 내뱉었다.

“다, 다녀오세요... 은미 언니...”

부들부들 떨면서도 귀엽게 인사를 하는 샤샤가 너무 귀여워, 은미가 그대로 그녀를 한 번 껴안아주며 소리쳤다.

“응! 오늘도 귀여워. 다녀올게. 샤샤! 후후, 지우가 기다리고 있거든.”

그렇게 말하며 기쁜 얼굴로 나가는 은미를 보고 있는데, 샤샤의 머릿속에 다시 한 번 강지우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옆에 자연스럽게 있어야 할... 은미가 안 그려졌다.

‘왜... 계속 떠오르는 거야.’

처음에는 정말 아주 가끔 떠올랐다. 그런데 이틀이 지난 지금은 눈을 감았다 하면 강지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다보니 마치 세뇌를 당하듯이 강지우로 머릿속이 가득 차고 있었다.

“지우...오빠.”

자신도 모르게 지우를 오빠라 부르던 샤샤는 힘겹게 고개를 저으며 쇼파에 몸을 눕혔다. 잠이라도 자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눈을 꾹 감고, 잠을 청했는데... 심지어 꿈에서까지 지우가 나오고야 말았다.

‘샤샤. 이리와.’

꿈에서 만난 지우가 다정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샤샤는 그대로 잠에서 깼다.

“......헉!”

믿을 수 없다. 꿈에서마저 지우가 떠오르다니... 이건 분명 무언가 이상했다.

‘설마... 내가 지우...오빠를 사랑하게 된 건가?’

이러한 착각을 할 정도로 샤샤는 지금 혼란스러웠다. 잠시 잤을 뿐인데, 저 멀리 붉은 저녁노을이 보이는 것이. 벌써부터 어두컴컴해지고 있었다.

“으으... 이상해. 이상한 거 같아...”

샤샤는 혼자 중얼거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우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아니, 잠자기 전보다 더 심했다. 이제는 숨만 쉬어도 지우의 이름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이, 이대로는 안 돼....”

매일 이런 생활을 보낸다면 자신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 할게 분명했다. 샤샤는 집안을 한 번 둘러봤다. 아빠와 엄마만 곤히 서있는 걸로 보아, 아직 은미는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지우 오빠를 찾아가야겠어.”

그렇게 중얼거린 샤샤의 손가락이 움직이자, 멈춰 있던 아빠와 엄마가 눈을 뜨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샤샤는 엄마의 품에 안긴 채, 명령을 내렸다.

“이동해줘. 엄마.”

파팟!-

샤샤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인형이 신형을 날렸고 은미와 샤샤가 함께 사는 집은 순식간에 적막에 휩싸였다. 그리고 샤샤는 해가 다 질 때쯤에 지우가 입원하고 있는 종합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병원 입구로 들어가, 아빠에게 주위 경계를 맡긴 뒤, 엄마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우가 있을 708호 병실 앞에 도착한 샤샤는 오늘따라 묘하게 조용한 것 같다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분위기가 평소랑 달라.’

특히 7F 플로어에 위치한 사람들 대부분이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못 느낄 테지만, 전쟁터를 거쳐 온 그녀는 이 자그마한 이질감이 계속 거슬렸다.

‘뭔가 있는 걸까?’

자신의 감각이 계속 경고하고 있었다. 자신은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자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잠깐이지만, 지우 오빠와 포옹했을 때의 기억이 없어.’

부끄러워서 잠깐 기절한 게 아닐까...하고 그냥 넘기고 있었는데, 자세히 떠올려보니 그 때의 기억만 살짝 노이즈가 낀 것 마냥 희미했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뭔가 떠오를 것 같았는데, 그것보다 먼저 708호의 문을 여는 게 더 빨랐다.

‘그래도 역시... 지우 오빠가 보고 싶어. 이제는 더 이상 못 참아...’

샤샤한테 걸린 최면은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나, 강지우가 계속 떠오를 거야. 그리고 떠오를 때마다 나를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지게 되겠지.’ 라는 것. 이미 이틀 동안 한 번도 강지우를 찾지 않았던 샤샤는 지우가 보고 싶은 마음이 극에 달해있었다.

만약 하루 전만 되었더라도, 샤샤는 입구에서부터 이상함을 느끼고 대처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나, 이미 그녀는 지우의 최면에 완벽하게 걸려들고 만 것이다.

벌컥!-

708호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저녁이라 불을 켜놓은 채 텔레비전을 시청 중인 환자들과, 지우... 그리고 은미가 보였다.

샤샤가 들어왔음을 확인한 지우가 먼저 웃으며 인사를 해왔다.

“오, 안녕. 샤샤. 갑자기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하핫, 설마 내가 보고 싶어서 온 건가?”

지우의 너스레에 샤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를 직접 만나자, 욕구가 확 줄어들었다. 지금이라면 다시 집에 돌아가도 지우가 안 떠오를 것 같았다.

“부정...샤샤...이제...집에 돌아갈...”

병이 나은 것처럼,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지우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대로 돌아가려던 샤샤의 입을 누군가가 갑자기 덮쳤다.

“그럼...작별...으읍?!!”

샤샤를 덮친 인물은 바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은미였다.

은미는 샤샤의 얼굴을 강하게 붙잡은 채 강제로 입술을 맞춘 뒤, 혀를 단단하게 만들어 샤샤의 이빨을 강제로 열어젖혔다. 그리고는 그 안으로 자신의 입에 머금고 있던 붉은색 액체를 그대로 샤샤의 입 안으로 흘려 넣었다.

“하으읍! 하음~!”

“꿀꺽...꿀꺽꿀꺽.”

샤샤는 바로 손가락을 움직여 엄마한테 명령을 내리려 했으나, 그것보다 먼저 은미의 입 안에 있던 액체가 강제로 자신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게 더 빨랐다. 액체에서는 좋은 향기가 났다.

그리고 향긋한 향을 내는 액체가 자신의 배에 들어왔다 느끼는 순간, 엄청난 열기가 올라오더니... 샤샤는 그대로 의식이 끊기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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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샤샤와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는 은미를 보며 중얼거렸다. 처음은 예진, 이번에는 샤샤. 은미는 총 두 명의 여자랑 찐한 키스를 나눈 것이다.

“으음... 이걸로 은미는 이 병원에서만 두 번째로 하는 동성 키스인걸까.”

내 중얼거림에 마더가 깔깔 웃음을 터뜨리며 맞장구쳤다.

[푸하하핫! 그러게요. 저 년이 그런 쪽으로 재능 있는 걸지도 모르잖아요. 사용자님.]

“훗, 그럴 지도... 그나저나 샤샤의 눈이 완전히 풀린 걸로 봐서는, 효과가 제대로 들어간 것 같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대 밑에서 하나의 병을 꺼내들었다. 그곳에는 반 정도 남아 출렁거리는 붉은색 액체가 들어있었는데, 이게 바로 오늘 뽑았던 아이템 중 하나였다.

《 취해라! 봉봉! 사랑의 포도주! 》

[등급 : 매직(Magic)]

[종류 : 소모품]

[설명 : 신과 남자친구가 함께 만들었던 포도주. 얼핏 듣기로는 발정주라고도 불린다. 신이 만들었던 만큼 높은 도수와 향긋한 향을 자랑함.]

[효과 : 누구든 한 모금 마시면 발정이 남. 동시에 주량이 약한 사람이라면 단숨에 취한다.]

뭐, 굳이 이게 없었더라도 레벨4가 된 나와 은미가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샤샤를 공략할 수 있었겠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쉽게 가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

내가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고, 피식 웃고 있는데... 저 멀리 이미 벌써 발정난 샤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흐아앙... 하악, 하읏?!”

이성과의 성관계 또는 자위의 경험조차 없는지 샤샤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달뜬 신음만을 내뱉으며 몸을 비꼬고 있었는데...그 모습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야했다. 뭐랄까... 순수한 백지를 더럽히고 싶게 만드는 욕망을 자극한다고 할까. 그런 느낌?

만약 내가 오늘 열심히 시간을 소모해 7층 전체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어놓지 않았다면 샤샤의 저런 모습에 모두가 놀라거나, 당장 샤샤를 덮쳤을지도 몰랐겠으나. 지금 이 층은 전부 내 지배하에 놓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여유롭게 기지개를 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목발은 짚을 필요가 없었다. 예진의 덕분에 오늘로서 치료가 완료된 것이다.

“읏차! 역시 사람은 두 발로 걸어 다녀야 한다니까.”

그리 중얼거린 내가 천천히 샤샤에게 다가가자, 샤샤가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아마 절정에 도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 샤샤에게 천천히 다가간 내가 히죽, 웃으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샤샤~.”

내가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자, 샤샤가 히죽 웃으며 두 팔을 벌려왔다. 사랑의 포도주 때문일까. 완전히 취한 샤샤의 목소리에는 귀여운 콧소리가 섞여 있었다.

“하읏, 지, 지우 오빠아~”

샤샤의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시발, 오빠라는 단어 만든 사람한테는 노벨상을 꼭 줘야한다!’

오빠 최고.

============================ 작품 후기 ============================

후훗... 오빠란 단어는 짱입니다.

샤샤 공략은 좀 허무한 감이 없기는 하지만, 뭐 어때요. 작가는 만족했습니다.

겨울은 해가 지는 게 짧죠. 가끔 점심에 자고 일어났는데, 캄캄한 걸 보면 헉...하는 마음 밖에 안 들더라고요.

으... 무슨 2편마다 H씬이 들어가는지... 그러나, 샤샤와는 첫 H기에 생략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오빠라고요! 오빠~!

코이86 / 바로 사람들이 보는 병실에서 고고입니다.

휘텐가르트 / 연장자분들께서 의외로 이런 거에 눈치가 빠르거든요. 후훗.

내코돌려줘용 / 할아버지... 보지 마세요 흑흑..

아하루 / 앗~ 저번에 코멘트와 추천을 한편마다 남겨주신 분이네요. 흐... 그 때 코멘트를 계속 남겨주셔서... 바들바들 떨었답니다... 부족한 글에 코멘트를 남겨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흑~!

크라운빵 / 아직 끝이 아니죠. 오늘 한 발 더 남았습니다! 아마도...

*항상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절대 소홀히 생각 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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