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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된 세계에서-60화 (60/163)

00060 [엘퀴네스의 부탁] =========================

샤샤를 공략한 지 벌써,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이미 예진이의 치료 덕분에 완치가 된 지 오래였기에 가벼운 검사만을 받은 뒤 병원에서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오랜만에 내 자취방 문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후, 집이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사람은 역시 자기 집이 최고라니까.”

끼익!-

나는 가볍게 중얼거리며, 익숙하게 문을 열고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얼핏 봤을 때 방 안은 살짝 먼지가 쌓인 것을 제외하면 별로 변한 것은 없어보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일까. 그 잠깐 사이에 샤샤와 생각도 못 했던 예진이까지 노예로 만들었고, 레벨4에 도달했으니 말이다.

나는 새로 샀던 패딩 주머니에서 아직도 곤히 동면을 취하고 있는 다람쥐를 꺼내,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혀주고는 다시 한 번 이리저리 둘러봤다. 넓은 병실에 있다가 좁은 자취방으로 돌아오자, 마치 내가 커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흐아암... 뭐했다고 벌써 잠이 오는 건지.”

평화로운 병실에서 생활하다보니 아주 잠이 습관으로 자리 잡아서일까, 나는 기지개를 피며 중얼거렸다. 그런 내 귓가에 스마트폰 알람음이 들렸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그것도 동시에 네 번이나 울렸다.

“뭐야...?”

살짝 놀라며 스마트폰 메시지를 확인해보자, 전부 스팸이 아닌, 내가 아는 여자들의 문자였다.

[김은미 : 주인님, 오늘 퇴원하셨다면서요? 지금 샤샤랑 찾아갈게요!]

[샤샤 : 오빠 집...방문...대기.]

[하예진 : 주인님! 저 방금 병원 때려치웠어요! 헤헤, 오늘부터 같이 살아요!]

[루룬 : 지우 씨, 방금 혹시 방에 들어오셨나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아, 아니면 별 수 없지만요.]

“........”

내가 갑작스런 여자들의 문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마더가 투덜거리며 나를 놀려댔다.

[흥흥, 이제는 아주 인기 폭발이시네요. 사용자님... 흐흥! 매일 마더랑만 얘기를 나누던 사용자님께서 말이죠!]

그녀의 말에 내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게 말이야.”

나 또한 이렇게 여자들이랑 문자를 나누는 때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어쨌든 나는 친절히 하나하나 답장을 날려주었다.

[김은미 : 주인님, 오늘 퇴원하셨다면서요? 지금 샤샤랑 찾아갈게요!]

[강지우 : 천천히 와. 청소 좀 하게.]

[김은미 : 네, 주인님!]

[샤샤 : 오빠 집...방문...대기.]

[강지우 : 기다리고 있을 게. 샤샤.]

[샤샤 : 응...사랑해. 오빠♡]

[하예진 : 주인님! 저 방금 병원 때려치웠어요! 헤헤, 오늘부터 같이 살아요!]

[강지우 : 뭐, 같이 산다고?!]

[하예진 : 네에! 주인님께서 퇴원하셨으니까, 더 이상 그 병원에 있을 필요는 없거든요.]

[강지우 : 내 자취방 좁아.]

[하예진 : 이사 가죠! 저 돈 많아요. 헤헤.]

[강지우 : ...그래, 일단은 그냥 와.]

[하예진 : 하읏, 네에!]

[루룬 : 지우 씨, 방금 혹시 방에 들어오셨나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아, 아니면 별 수 없지만요.]

[강지우 : 네, 방금 들어왔어요.]

[루룬 : 아앗, 지금 찾아가도 되나요? 말씀드릴 게 있어서...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거기도 하고요.]

루룬의 답장을 본 나는 살짝 고민했다. 이제 곧 은미, 샤샤, 예진까지 세 명의 여자가 들이닥칠 텐데, 거기다가 루룬까지 들어오게 된다면 내 좁은 자취방이 터질 게 분명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내가 중얼거렸다.

“장소를 옮길까.”

아무래도 자취방에서 모이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자취방 근처에 있는 카폐를 떠올리며,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문자를 보냈다.

[강지우 : 우리 집 앞에 있는 ‘블루 디저트 카페’에서 보도록 하죠. 퇴원 기념으로 제가 살게요.]

내가 문자를 보내는 동시에 바로 모두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띠링!-

[김은미 : 네에! 알겠어요!]

[샤샤 : 긍정...]

[하예진 : 흐읏, 전 어디서 해도(?) 좋아요. 주인님.]

[루룬 : 앗, 자, 잠시만요... 준비 좀 하고 나갈게요.]

그들의 문자를 확인한 내가 한숨을 쉬고는 대충 방에 쌓인 먼지를 털어낸 뒤, 다시 패딩을 걸쳤다.

“하아, 방금 도착했는데... 바로 나가게 되었네.”

조금 귀찮기는 했으나, 나쁜 기분이라고 묻느냐면 그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하나 같이 전부 예쁘고 귀여운 여자들인 것도 있었고, 내가 퇴원했음을 이렇게 신경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역시... 행복할 수밖에 없다.

끼익!-

나는 자취방 문을 열고 나가, 근처 블루 디저트 카페에 들어간 뒤 먼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여자들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나눌지 생각했다.

‘슬슬, 샤샤가 내 손에 들어왔으니... 그 건방진 엘프 년을 혼내줄 때가 된 거겠지?’

지금 떠올리기만 해도 살짝 몸이 떨려왔다. 그 엘프는 어찌 보면 나에게 있어 검제(劍帝) 신하연보다 큰 트라우마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루룬은 나한테 할 말이 있다 했는데... 뭘까?’

혹시 지금 내 인생에 꽃바람이 부는 것처럼... 루룬도 나에게 반해서 고백을 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루룬이 그럴 리가 없지.’

심지어 잊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내가 은미랑 섹스 하는 소리를 생생하게 듣지 않았던가. 그 때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딸랑!-

내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카페의 문이 열리더니 은미, 샤샤, 예진, 루룬이 한 번에 들어왔다. 그녀들은 들어오자마자 카페 구석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더니 마치 운동회 마지막 주자처럼 우르르 달려들더니 동시에 내 이름을 불렀다.

“지우 씨!”

“지우야!”

“히잉... 지우씨.”

“오빠!”

네 명이 동시에 소리치는 것도 신기한 장면인데, 심지어 그들은 전부 약간 화가 나있는 것 같았다. 왜 화났는지가 이해 안 되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응, 왜?”

이런 내 태도에 네 명은 동시에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그러면 그렇지...”

“난 또... 저만 부른 줄 알았는데...”

“흐으... 아쉬워라.”

“오빠...바보.”

그들의 말을 하나씩 듣다보니, 뭔가 아쉬움이 있는 것 같은데... 도저히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나는 아무도 몰래 살짝 마더에게 속삭였다.

‘마더는 알겠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내 물음에 마더도 다른 여자들과 똑같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에휴, 사용자님은... 아직 멀었네요. 멀었어... 이상한데서 여자 마음을 못 알아주는 걸 보니까요.]

“.......”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결국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른 채, 나는 모두에게 물었다.

“뭐, 마실래?”

내 물음에 모두가 자신이 먹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얘기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모카라떼.”

“오렌지 에이드.”

“핫 초코.”

왜 이런 건 항상 원하는 게 다른 건지... 마음 같아서는 전부 하나로 통일하고 싶은데... 나는 그런 마음을 꾹 참고 모두가 말했던 걸 하나씩 되새겼다.

“어디보자. 은미는 아메리카노, 예진은 모카라떼, 루룬은 오렌지 에이드, 샤샤는 핫 초코... 맞지?”

“네.”

나는 카페 점원에게 가, 그녀들이 원하는 것을 주문시킨 뒤, 금방 나온다는 말에 잠시 서서 기다렸다. 그러자 내가 없는 동안 여자들이 열띤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아쉽지만... 카페의 음악 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거리가 멀어서인지 그녀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는 들을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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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어우... 인물들이 많아지니, 무슨 대화밖에 안 했는데... 한 편이 차버렸는지... 원래라면 뒤에 좀 더 내용이 있을 생각이었는데... 작가가 개인사정 때문에 급히 어딘가 가봐야해서. 조금 짧게 짤라 올립니다.

내코돌려줘용 / 흑, 제가 하나 만들어 드릴게요. 뿅~!

nikumaimu / 슬슬 준비해야겠죠?

태박이 / 작가가 드릴 수 있는 게 연참밖에 없습니다. ㅠㅠ 재미는 보장못하죠 흑...

쉐르나 / 와아!!! 진짜 감사합니다!! 어떤 추천 요정인 줄 몰랐는데, 만나면 뽀뽀라도 해드릴게요! 후훗, 물론 장난입니다.

제르디엘 / 귀엽죠. 샤샤? 친구한테 일러스트 만들어달라할까 고민중이에요.

휘텐가르트  / 탱커, 힐러, 딜탱에 정령족 루룬까지있으면 최강파티죠. 어라,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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