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1 [엘퀴네스의 부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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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가 사라지기 무섭게, 여자들 사이에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지우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기 있는 네 명 중, 세 명이 그의 노예였으며... 한 명은 지우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던 것이다.
원시 시대부터 이성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졌던 것처럼, 당연히 남자 한 명을 둘러싼 여자 네 명이 모였으니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선전포고를 터뜨리는 것은 풍만한 가슴을 자랑하는 은미였다.
“하... 솔직히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빠지자. 난 지우의 여자친구라고.”
은미는 특히 루룬을 노려보며 말했다. 솔직히 하예진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녀는 어쨌든 지우의 노예였으니...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루룬은 아니다. 루룬은 정말 이 사이에서 혼자만 독보적인 존재인 것이다.
‘주인님을 저딴 물렁물렁하게 생긴 년한테 뺏길 수는 없어.’
그리 생각하며 은미는 한 번 더 루룬을 강하게 째려봤다. 자신이 지우의 여자친구라는 선언까지 했으니, 어떤 변화를 보일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 외로 루룬은 태연했다.
“왜요? 당신이 지우 씨의 여자친구인 거랑 제가 여기서 빠져야 하는 거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네요. 정령들 사이에서는 한 명의 남자친구에 여러 명의 여자친구도 있는 법이거든요. 물론...”
거기까지 말한 루룬은 한 번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은미를 향해 이죽거렸다.
“당신 같은 천박한 여자가 지우 씨의 옆에 있다는 건... 좀 아쉽기는 하네요.”
“...뭐?”
루룬의 말에 은미가 벌컥 화를 내려했으나, 그것보다 먼저 예진이 작게 비웃음을 터뜨렸다.
“푸훗, 뭐 틀린 말은 아니네. 가슴만 컸지. 머리에 든 것도 없는 년이... 지우 씨의 여자친구라고 나대는 꼴하고는.”
“너어.......”
은미는 그나마 같은 편이라 생각하고 봐주려고 했던 예진이 자신을 공격하자,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마치 있으나 없으나 마나한 동맹군이 갑자기 배신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얻어 맞기만 하지는 않았다. 은미에게는 확실한 동맹군이 있었던 것이다.
“둘 다... 추잡해. 은미가 오빠 여자친구...인 것은 확실. 정령들이 여러 명을 사귀는 거랑... 오빠랑은 상관없음. 오빠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너... 잔머리만 굴리는 여우.”
“.............”
샤샤의 갑작스런 말에 루룬과 예진은 입만 떠억 벌린 채 아무 말도 못 했고, 이번에는 반대로 은미가 웃음을 터뜨리며 샤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우에게 들리면 알기에 작은 목소리로.
“푸하핫, 잘했어. 샤샤. 근데 언니가 그런 말투 쓰지 말랬지? 거기다가 또 반말하고!”
움찔!-
칭찬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은미의 말이 다른 방향으로 가려하자 샤샤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그리고 이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말투가...아직은 익숙. 관대한 이해...바람.”
그 뒤로도 그들의 말싸움은 지우가 음료수를 가져올 때까지 이어졌다. 그야말로 소리 없는 전쟁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딱 지우한테 안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만 말이다.
여기서 다들 공통적인 생각은 전부 지우와 어울리는 여자는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주인님은 내 거야.’
‘오빠는 샤샤 거.’
‘난 이제 주인님이랑 평생 같이 살 거라고.’
‘후우, 지우 씨는 어쩌다가 이런 여자들이랑 만난 걸까... 나만 봐줬으면 좋겠는데...’
물론 정작 이들의 관심사인 지우는 커피가 나올 때까지 카운터에 있는 여점원이랑 신나게 떠들고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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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님... 여자가 그렇게 많으면서 또 여자 직원한테 작업을 걸고 싶어요?]
나는 마더의 핀잔을 들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응? 아니... 그냥 가만히 기다리기 심심해서 얘기 나눴을 뿐인데 작업이라니.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
갑자기 입을 다무는 마더에 피식, 웃은 나는 그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모카라떼, 오렌지 에이드, 핫 초코, 마지막으로 내가 주문한 녹차라떼를 쟁반 위에 들고 여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내가 다가가자 방금까지만 해도 얼굴을 맞대고 있던 여자들이 단숨에 떨어져나갔다. 그 모습을 본 내가 잔을 하나씩 내려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언제 그렇게 친해졌데... 남자랑 달리 여자들은 금방 친해진다더니 진짜인가 봐. 하핫!”
내 웃음 섞인 말에 여자들이 하나 같이 당황하며 중얼거렸다.
“...헐.”
“끄응, 눈치가 없는 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역시 오빠는...바보.”
“지우 씨...히잉....”
“.............”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그녀들의 태도에 이번에도 작게 마더에게 물었다.
‘혹시 나 이번에도 뭔가 잘못했어?’
내 물음에 마더 빼액 하고 소리쳤다.
[흥! 몰라요!! 사용자님이 알아서 하시죠?!]
도대체 왜 화를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마더한테 작게 미안이라고 말해주며 자리에 앉아 먼저 루룬에게 물었다. 여기서 나를 만나려 했던 뚜렷한 이유가 있는 건 어떻게 봤을 때 루룬밖에 없었으니까.
“루룬, 저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내 물음에 루룬이 손뼉을 치며, 기억났다는 듯이 용건을 말했다.
“네, 일단... 퇴원 축하드려요. 오랜만에 제 옆으로(?) 돌아오셨잖아요.”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희 아빠 아시죠? 저번에 놀이공원에서 봤던.......”
루룬의 말에 나는 안 좋았던 흑역사 하나가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 정력 폭발제의 후유증인지 완전 장애인 같은 망상을 한 것도 모자라... 물의 정령왕한테 깝치다가 한 방에 기절했던 기억이 말이다.
솔직히 지금도 불곰처럼 생긴 엘퀴네스를 떠올리면, 그건 물의 정령왕보다는 그냥 불곰의 가죽을 뒤집어 쓴 깡패로 밖에 생각이 안 나지만.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기억하고야 있죠.”
나의 어색한 태도에 루룬이 피식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너무 아빠를 미워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렇게 보이셔도 착하신 분이거든요?”
“..........”
진심인가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루룬은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사실 아빠가 지우 씨와 함께 꼭 찾아오라고 하더라고요. 부탁할 게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오늘도 지우 씨의 병실에 찾아갈까 했는데, 때마침 지우 씨가 퇴원한 거 있죠. 헤헤.”
“헉!”
루룬의 말을 듣다보니, 결국 엘퀴네스가 나랑 면상을 맞대고 얘기 좀 나누자는 것 같은데...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차라리 지금 당장 다리를 한 번 더 부러뜨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절하고 싶다.’
문득.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 마더가 나에게 조언을 해줬다.
[물의 정령왕께서 만나자고 했는데, 거절하면 바로 자취방이 물에 가라앉을 지도 몰라요. 특히 엘퀴네스님은 성격이 더럽기로 유명한 분이라고요.]
‘젠장.......’
마더의 말을 들으니 빼도 박도 못 하게 생겼다. 결국 나는 이번에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녹차라떼가 괜히 물맛이 나는 것만 같다.
“에, 엘퀴네스님께서 부르셨다면 별 수 없죠. 어, 언제 가면 되나요?”
물으면서도 제발 한참 뒤기를 바랬지만, 루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바람과는 정반대였다.
“오늘요.”
“헉! 오늘!”
내일도, 일주일 뒤도, 한 달 뒤도 아닌... 오늘이라니! 이게 무슨 갑작스런 폭탄이야?!
나는 세상이 깜깜해지는 것만 같은 느낌에 앉고 있던 의자 채로 뒤로 넘어질 뻔 했다. 퇴원하자마자 엘퀴네스를 만나 골로 가게 생겼다. 그러나 여자들 앞에서 그런 창피한 꼴을 보일 수는 없는 법.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유, 알...았어요. 나중에 같이 찾아뵙죠.”
사자의 입 안으로 알아서 걸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자가 직접 찾아와 나를 묵사발로 만들 테니 별 수 없었다.
어쨌든 루룬의 용건은 알았으니,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할 차례였다.
“그래... 다른 사람들은 내 퇴원 때문에 온 게 전부지?”
“응! 퇴원 축하해. 지우야.”
“고마워. 은미야.”
은미 다음으로는 샤샤였다.
“오빠, 퇴원 축하해.”
“응, 고마워. 샤샤.”
마지막으로 예진이 폭탄 선언만 하지 않았다면 조용히 넘어가지 않았을까.
“헤헤, 저는 이제 지우 씨랑 같이 살려고 짐 싸서 나왔어요!”
“..........”
안 돼. 시발.
모두가 있는 앞에서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내가 예진의 말에 이마를 짚는 순간, 동시에 사방에서 빼액 하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라고요?! 지우씨?!”
“오빠!!!”
“지우야......!”
그 뒤로 한참동안 그들에게 붙들린 나는 그냥 빨리 엘퀴네스를 보러 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시달렸고, 겨우 ‘으아아!! 그럼 그냥 다 같이 살아!!.’라는 미친 소리를 내뱉고 나서야 그들에게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는 방금까지만 해도 나한테 빽빽 소리를 지르던 여자들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퍽퍽 내쉬며 말했다.
“후우, 이제 그냥 엘퀴네스님 만나러 가요. 루룬.”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던가... 빨리 엘퀴네스를 만나고 그 빌어먹을 엘프 년을 잡을 계획이나 짜야겠다.
============================ 작품 후기 ============================
이제 오랜만에 물냉편파의 보스, 엘퀴네스를 만나러 갈 시간이네요.
엘프도 빨리 공략해야하는데... 으으, 바쁘다 바빠. 이 소설 몇 화 완결날지... 예측이 안 가네요 ㅋㅋ 원래는 가벼운 떡타지로 50화 정도 완결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60화가 넘은...
내코돌려줘용 / 으음... 저는 엘퀴네스를 남성체 쪽에 가깝다 생각하고 있었네요. 후훗, 작가 개인의 상상 차이랄까요.
휘텐가르트 / 가야죠..하핫~
키바Emperor / 엘프를 잡으러~ 가기 전... 엘퀴네스를 만나러~
태박이 / 저도 그 마음 이해해요 ㅎㅎ... 뭔가 답답하고, 다음 편이 빨리 보고 싶은... 물론 제 소설은 그리 재밌는 건 아니겠지만요... 흐규흐규;;
nikumaimu / 그러게요... 저는 근데 원래 연참 작가에요. 필력이 부족한 대신... 연참으로 승부하는 흙손이니까요!
* 항상 추천,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작가에게 큰 힘이 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