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5 [엘퀴네스의 부탁] =========================
내가 절망에 빠져 있는데, 문득. 검제, 신하연이 자신을 향해 인사해 온 다른 녀석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나보다 약하면서... 친한 척 인사하지 마.”
신하연의 말을 들으며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년은 진짜 미친년이다.’
신하연이란 여자는 강함에 목말랐다고 표현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이 년은 자신보다 강한 녀석이 있다는 걸 절대 인정하지 못 하는 부류가 분명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위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화를 내고, 동시에 자신보다 약한 녀석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병신 같은 새끼였다.
문제는 그런 병신 같은 새끼가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당황해하고 더더욱 절망하는 나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그런 신하연의 반응이 익숙한지. 태연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깔깔깔, 검제는 여전하다 해.”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이 겨울에도 얇은 중국의 전통 복장인 치파오를 입은 권제(拳帝), 린메이.
“쯧, 건방진 년 같으니라고...”
혀를 차며. 큰 키에 어울리는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는 중년 외국인, 쉐도우 로드(Shadow Load), 라프람.
“푸하하핫, 그래야 검제지. 하지만 나 또한 강해졌다고?! 지금 당장 싸워볼텨?!”
뭔가 어수룩한 사투리를 쓰는. 평범하게 생긴 야수왕(野獸王), 박철수.
나는 그런 그들을 보며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 새끼들은 다 정신이 나간 게 틀림없어.’
그리고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는 재빨리 작게 마더에게 명령을 내렸다. 솔직히 내 능력을 발휘해서 이들에게서 빠져나가겠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내가 가진 모든 아이템을 다 쓰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마더 당장 타임스탑이랑, 방패 아이템을.......”
아이템 이름 전체를 다 말할 시간도 없어 대충 마더에게 핵심 키워드만 불러주려 했는데, 그것보다 먼저 내 뒤에 있던 린메이가 움직이는 게 더 빨랐다.
“응? 지금 뭐하려는 거냐 해.”
아니, 솔직히 움직였다는 것도 린메이가 가까이 와서 입을 열었기에 알 수 있었고, 동시에 내 품에 안겨 있던 헤스티아가 갑자기 꼼지락거리는 걸로 대충 그렇다 예상을 한 것 뿐이었다.
“꺄르르~!”
퍼엉!-
다시 한 번 내 뒤에서 가벼운 폭발이 일어났고, 나는 그대로 얼어붙어 입을 다물었다. 나한테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끼지도 않았다. 그저 폭발이 일어나고, 헤스티아가 움직였다는 것만이 내가 알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등을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런 내 귀에 신하연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린메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뭐다 해. 지금 내 주먹을 막은거다 해?”
그런 권제의 반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입술을 꽉 깨물고 속으로 욕을 한바가지 먹여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발, 해해 시끄럽다고. 개 같은 년아. 한국어를 쓸 거면 제대로 써!!’
오늘따라 평소보다 훨씬 욕이 많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나는 벌벌 떨었다. 많은 것들이 나를 짓눌렀다.
무력감(無力感).
나는 이들 앞에서는 예전에 능력이 없던 무능력자일 때랑 완전 똑같은 정도로 무력했다.
분노(忿怒).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억울함에 미치도록 화가 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 자신도 혼란스러울 정도로 여러 감정이 복받치고 있는데, 그런 나를 둘러싸고 있는 절대자들은 너무나도 여유로웠다. 검제는 언제 검을 휘두를지 모를 정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나머지 절대들은 그냥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것 마냥 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젠장!! 젠장할!!’
고작 5초. 내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마냥 구경당하고 있으면서 지나간 시간은 5초정도였다.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심장이 몇 번이나 멈추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그 때 내 귓가에 마더가 급히 소리쳤다. 그녀는 잠깐 내뱉었던 내 말을 듣고, 내 뜻을 파악한 것 같았다.
[사용자님!! 타임스탑 매직스크롤이랑 타이탄의 방패!!! 그리고 사용할만한 건 전부 다 꺼냈어요!!]
마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손에 손가락보다 작은 자그마한 방패 하나와 돌돌 말린 매직 스크롤 세 개, 그리고 반지 하나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믿을 수 있는 자그마한 ‘희망’이었다.
‘역시... 마더, 너는 내 최고의 파트너야.’
나는 속으로 작게 중얼거렸고, 분명 보이지 않았을 텐데...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네 명이 중얼거렸다. 그런 그들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나는 침착하게 타이밍을 노렸다. 여기서 탈출할 타이밍을.
“흐음, 나는 별로 상관할 생각은 없었다 해.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무시하기도 힘들다 해.”
“쯧, 권제... 이 돌대가리 같은 년. 개소리도 정도껏 했으면 좋겠군. 갑자기 살권(殺拳)을 내지른 년이 뻔뻔하기는. 뭐... 그래도 나 또한 이름도 모르는 녀석이 네년의 공격을 막았다는 것과... 이 상황에서 뭔가 믿는 것이 있는듯한 눈빛... 흥미는 가는군.”
끝까지 재밌을 것 같다고 하는 린메이와 라프람.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고개를 젓는 박철수. 그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웃고는 있었지만, 말을 들어보면... 다른 사람들을 향해 확실히 짜증을 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푸하하핫! 다들 왜 그러는가... 오랜만에 다 같이 만나는 자리에서 약한 사람이나 괴롭히려고 하고 말이야! 내는 반대일세. 저 친구는 보내줘야겠어.”
갑작스런 박철수의 말에 조용히 있던 신하연이 다시 한 번 피식, 웃더니 박철수를 향해 검을 뽑아들었다. 어느새 검제의 관심은 나에게서 박철수로 돌아간 것 같았다.
“훗, 약한 놈이... 내 앞을 막으면 죽는다. 강아지.”
그러나 박철수도 그런 협박에 굴하는 절대자는 아니었다. 그는 어금니가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검제를 향해 다가갔다. 박철수는 오히려 기대된다는 듯이 주먹소리를 으드득 내며 몸을 풀었다.
“크크크, 해보시지... 아까부터 말하지 않았나. 한 판 뜨자고. 검제.”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박철수가 검제를 향해 다가갔을 때가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의 움직임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예측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철수와 검제가 지금쯤이면 서로를 향해 기술을 쓸 것을!
나는 재빨리 방패와 반지를 손바닥 위에 꽉 쥔 채, 한 손으로 타임매직 스크롤을 집어 들었다. 두 손으로 찢고 싶었지만, 내 품에는 헤스티아가 안겨 있었다. 무엇보다 헤스티아가 없다면 내 계획은 처음부터 어긋난다.
나는 정말 쪽팔렸지만, 내 품에 있는 헤스티아를 믿으며 매직 스크롤을 입으로 물었다.
‘제발, 부탁한다. 헤스티아! 나를 지켜줘!’
속으로 헤스티아에게 기도하며 매직 스크롤을 찢으려는데, 역시 그걸 가만히 지켜볼 녀석들이 아니었다. 린메이와 라프람이 움찔한다 싶더니, 어느새 내 앞에 도달해있었다.
“이 몸은 한서불침(寒暑不侵)이다 해. 불 따위 꿰뚫어주겠다 해.”
“쯧, 그림자는 원래부터 실체가 없는 법이거늘.”
그들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를 향해 공격을 해왔다. 물론 내 눈에는 그들이 어떠한 공격을 하는지 보일 리가 없었다. 그저 헤스티아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만으로 대충 가늠할 뿐이었다.
“우애엥!! 우애에에에엥!!!”
이때까지 장난 식으로 울던 게 아닌, 정말 우렁찬 울음이었다. 동시에 내 주변 바닥 전체에서 불이 화르륵 피어올랐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하나도 뜨겁지 않은 것이, 헤스티아가 나를 보호하려고 하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헤스티아의 불꽃을 아무 생각 없이 맞이한 린메이와 라프람이 비명을 질렀다.
“꺄악!! 뜨, 뜨겁다 해!!”
한서불침이라고 지랄을 해놓고는... 병신 같은 년. 그대로 불타 뒈져라.
“크윽! 이건?”
실체가 없기는... 시발놈이. 헤스티아는 정령왕의 딸이라고 그림자채로 타 죽어버려.
그러나 내 바람과 달리 그들은 작게 비명을 질렀을 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헤스티아의 불꽃을 갈라내고 있었다. 강함, 경험... 전부 다 그들이 위였다.
그래봤자... 이미 나 또한 타임스탑 매직스크롤을 찢은 뒤였다.
저적!-
팟!-
매직 스크롤이 찢어지며 마법이 발동했고, 내 귓가에 시스템 음성이 울려 퍼졌다.
[10서클 절대 마법 - 타임스탑이 발동합니다.]
[10초간 시간이 멈춥니다.]
시스템 음성이 끝남과 동시에 세상이 멈췄다. 세상이 멈추니 소리도 사라졌다. 세상은 그야말로 적막의 늪에 빠져들었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
울음을 터뜨리던 헤스티아도, 그런 헤스티아의 불꽃을 여유롭게 헤쳐내고 있는 권제와 쉐도우 로드도... 웃움을 터뜨리며 주먹을 내지르고 있는 야수왕과, 그런 야수왕을 향해 시퍼런 검기를 내뿜고 있는 검제까지.
모두가 멈춰있었다.
10초지만... 나는 이제서야 처음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그들을 보자. 울컥하는 감정과 함께 살심이 부글부글 들끓었다.
‘이대로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그러나... 벌써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이러는 와중에도 10초라는 짧은 시간은 금방 지날 게 분명했다. 나는 바로 마음을 접었다. 10초는 길지만 짧은 시간이었다. 한 명을 죽이기도 힘들 것이다. 그리고 혹여 죽인다 하더라도 다른 존재에게 바로 죽을 것이다.
카페 문밖으로 뛰쳐나가 최대한 멀리 도망치는 것만이 정답이었다.
나는 그대로 린메이와 라프람을 지나쳐 카페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그리고 카페문을 열고 5미터 정도를 뛰었을까, 금세 10초가 지났는지 멈췄었던 세상에 소리가 돌아왔다.
빵빵!!-
후우우웅!~-
제일 가장 먼저 들린 것은 자동차의 크락숀을 눌렀을 때 나는 시끄러운 경적 소리. 다음으로는 세찬 겨울바람의 소리.
“으아앙...”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는 헤스티아의 지친 울음소리였다. 그 잠깐 사이에 헤스티아의 안색이 너무 안 좋아졌다. 하긴, 나를 대신해 절대자들의 기세를 받아내고 기술마저 막아냈으니, 이제 겨우 한 살짜리 아기인 그녀에게 어떤 부담이 갔을지 상상이 안 갔다.
나는 그런 헤스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계속 달렸다. 울컥하고, 울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잘 했어... 잘 했어... 헤스티아.......”
내 칭찬에 헤스티아가 힘겹게 웃으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런 헤스티아의 숨소리는 거칠면서 약했다.
“쌔애...쌔애.......”
어느새 내 눈에서는 실제로 주르륵하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추면 죽을 거라는 생각이 내 몸을 지배했다.
나는 달리면서 손가락에 낀 반지와 자그마한 방패를 꽉 쥐었다. 공격 마법이 담겨 있는 두 개의 매직 스크롤은 솔직히 지금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것보다는 어떠한 공격이든 한 번 무조건으로 막아주는 ‘타이탄의 방패’. 그리고 이럴 때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 ‘총 5회를 사용할 수 있는 단거리 이동마법반지.’
마지막으로 뽑은 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던 ‘대신 죽어주는 인형’
이 세 개만이 정답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카페를 나오자마자 단거리 이동 반지를 이용하고 싶었는데, 카페의 위치가 별로 좋지 않았다. 단거리 이동 반지의 사용조건은 장소가 뚜렷히 보여야하고, 거리는 끽해야 30미터정도였는데, 이 정도 거리를 막 이동했다가는 단숨에 린메이와 라프람에게 죽을 게 분명했다.
나는 재빨리 골목으로 들어가 반지를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린메이와 라프람이 모습을 드러내는 게 먼저였다. 그것도 심지어 재수 없게 내 시야를 가리면서 말이다.
“방금 뭐였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 해.”
“뭔가 한 수가 있는 녀석이었군.”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녀석들의 말이 들린다 싶더니, 내 손에 꽉 쥐고 있던 타이탄의 방패가 깨지고, 대신 죽어주는 인형이 저적 소리와 함께 찢어졌다.
즉... 나는 이번에도 모르는 사이, 그들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것. 그것도 목숨을 잃을 정도의 강력한 공격을.
“쌔애...쌔애.......”
이런 상황에 다시 한 번 헤스티아가 힘겹게 눈을 떴다.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이 위기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것일까... 헤스티아가 다시 한 번 무겁게 손을 휘저었다. 내 눈에는 그게 살기 위한 발버둥처럼 보였다.
화르르......-
이때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화염이 린메이와 라프람 사이로 피어올랐고, 잠깐이지만 린메이와 라프람이 움찔하며 물러서는 사이, 시야가 뻥 뚫려. 도로 건너편에 있는 도보가 보였다.
“이 약한 불은 뭐다 해! 괜히 피했다 해!”
“쯧, 나란 존재가 이런 실책을...”
린메이와 라프람이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급하게 반지에 걸려 있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소리쳤다.
“이동!!”
파팟!-
동시에 내 몸이 붕 뜬다 느끼는 순간, 어느새 나는 건너편에 도착해있었고, 그대로 멈추지 않고 나는 연달아 남아 있는 횟수의 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그래봤자 급하게 사용해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다.
저 미친 녀석들이 나를 쫓아온다면 충분히 뒤쫓아 와 죽일 수 있는 거리.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만약 쫓아온다면 그냥 죽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미 다리에 힘이 풀려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나는 운명의 여신께 살려달라고 빌었다.
“.............”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풀렸던 다리에 힘이 돌아올 때까지도 린메이와 라프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냥... 놔준 걸까. 시발.”
살았다는 실감조차 못 하며, 이렇게 중얼거리던 내 귓가에 죽어가는 아기의 숨소리가 들렸다.
“쌔애...쌔..........”
내 고개가 자연스럽게 밑으로 내려갔고, 동시에 안색이 새파래진 것도 모자라, 눈도 뜨지 못 할 정도로 지친 헤스티아가 보였다. 그런 헤스티아의 몸에는 작은 불들이 피어올랐다가 사라지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마더가 슬픔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나에게 어느 정보를 알려줬다.
[헤... 헤스티아님이...... 죽어가고 있어요. 정령족으로서의 힘을 잃고...... 정령의 힘조차도 잃고...... 그대로 한줌의 불로 돌아가려고..........]
마더의 말을 들은 내가 다시 도망치려던 움직임을 뚝하고 멈췄다. 목소리가 덜덜 떨려왔다.
“뭐? 그게 무슨...”
[......헤스티아님이... 곧... 태어나기 전이었던... 태초의 불로 돌아갈 거예요. 그것은 결국 정령족에게 있어서 죽음.]
“......자, 잠깐만. 마더.”
그러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기도 전에 헤스티아의 몸에서 반복적으로 피어오르던 불이 꺼지기 않기 시작했다. 뜨겁지는 않았다. 헤스티아의 불은... 전혀 뜨겁지 않았다.
그것이 더욱 나에게 헤스티아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어이가 없어서 떨리는 목소리로 죽어가는 아기의 이름을 불렀다.
“헤스티아......”
“쌔...애.......”
아까보다 훨씬 안 가파라진 헤스티아의 숨소리가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언했다. 그러나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아니, 절대 이대로는 못 끝내.’
내가 죽었으면 죽었지. 헤스티아가 죽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나는 천하의 개새끼가 되는 것이다. 천운(天運)이라 할 수 있는 절대자들의 변덕. 그리고 헤스티아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죽었을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생각해. 강지우!!’
더더욱 몸에 붙은 불이 전체로 퍼져나가는 헤스티아를 보며 나는 머리를 쥐어짰다. 여기서 더 멀리 도망쳐야한다는 생각은 이미 저 멀리 지워버렸다.
만약 변덕에 변덕을 일으켜, 미친 절대자들이 나를 쫒아와 죽인다 해도 욕 한바가지 먹여주고 죽을 생각이었다.
‘시발......!’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그런 내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내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것도 이루어지게 해주는 단 하나의 기능.
바로 ‘아이템 상점’.
나는 재빨리 상태창을 확인했다.
《아이템 상점》
[랜덤 아이템 상자 1회 뽑기 무료 이용권 x 3 보유중]
다행히 오늘 아침에 일찍 퇴원하느라, 매일 갔었던 예진이의 방에도 가지 않았고... 심지어 자취방에 도착하자마자 여자들을 만난다고 쓰지 못 했던 무료 이용권이... 세 개 남아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아이템 상점에서 한 번 뽑아봤던 아이템이 있다. 지금 상황에서 딱 어울리는 한 아이템이 말이다.
‘엘릭서!!’
아이템의 이름을 떠올린 내가 곧바로 마더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더... 아이템 뽑기권 사용해. 빨리!”
[사용자님.......]
내 명령에 안쓰러운 듯 나를 부르는 마더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뽑는다. 절대로 뽑을 거야... 아니, 엘릭서가 안 되면 다른 거라도!!”
[알겠어요... 사용할게요.]
마더의 음성이 끝나는 동시에 익숙한 시스템 음성이 울려퍼졌다.
[랜덤 아이템 상자 1회 뽑기 무료 이용권을 사용합니다.]
[띠링! ‘투명 망토’가 뽑혔습니다.]
처음은 장비, 꽝이었다.
아니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나는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더...!!”
[랜덤 아이템 상자 1회 뽑기 무료 이용권을 사용합니다.]
[띠링! ‘드래곤 본’이 뽑혔습니다.]
두 번째는, 재료. 역시나 꽝이었다.
이딴 거 하나도 필요 없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엘릭서’뿐이었다.
남은 기회는 한 번.
나는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마더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믿지도 않았던 신에게 빌었다. 제발... 나에게 이러지 말아달라고. 나에게... 기회를 달라고.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할테니... 나를 한 번만 도와달라고.
“뽑아...!”
그리고....
[랜덤 아이템 상자 1회 뽑기 무료 이용권을 사용합니다.]
[띠링! ‘엘릭서’가 뽑혔습니다.]
마지막 뽑기권에서 엘릭서가 뽑힌 것을 보고서... 이 날, 나는 신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믿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한서불침(寒暑不侵) - 뜨거움과 차가움을 느끼지 못 하는 무협의 한 경지.
작가가 좀 더 필력이 좋았다면... 여러분께 자그마한 감동이라도 안겨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 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부족한 필력으로는 이게 한계였네요. 안타깝습니다.
다른 작가였다면 전투씬이라던지, 여러가지를 전부 잘 표현했었겠죠. 죄송합니다.
그러나... 다음 번에는 좀 더 잘 쓰기 위해서라도, 항상 똑같은 글을 쓸 수는 없는법... 너그럽게 봐주세요 ㅎㅎㅎ.
다음 번에는 제가... 주인공이 아닌, 여러분이 손을 꽉 쥐게 만들면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편을 써드리겠습니다.
권제(拳帝), 린메이.
쉐도우 로드(Shadow Load), 라프람.
야수왕(野獸王), 박철수.
검제(劍帝), 신하연.
검치무광 / 아쉽게도 이프리트는 없었습니다.
nikumaimu / 그럴 틈조차 없었죠. 말 한마디 꺼내기도 힘들 정도로 강한 존재들이니까요.
마녀서윤 / 검제는 미친년입니다.
운명이란... / 경험치는 생각중이지만... 레벨이 높아지면 낮은 사람들한테 사용해서는 거의 경험치를 못 얻죠...
보랏빛날개 / 그런 것도 생각하기는 했죠 ㅎㅎ.
orbantez /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여자. 헤스티아.
Vagabundo / 어떻게 보면 이리 생각할 수도 있죠. 만났던 사람이기에...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것. 검제가 주인공이 사는 지역에 있다는 것이니까요. ㅎㅎ
곰의판타지 / 아마도... 그럴 걸요? ㅎㅎ
승고이 / 이게 1인칭이다보니... 이유를 전부 설명해드리기가 애매하네요. ㅎㅎ;;
Bathin / 그렇습니다... 작가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힘들정도로 주인공은 원래 죽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죠.
내코돌려줘용 / 도토리묵을 안 사용했었네요 ㅠㅠ.
휘텐가르트 / 이번에는 조금 위험했던 시련... ㅠㅠ
북정동낭인 / 반갑습니닷~^^
* 추천, 코멘트 ,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 부족한 작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 너무 고마워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