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6 [엘퀴네스의 부탁] =========================
나는 망설임 없이 엘릭서의 뚜껑을 열고서는 내 입 안으로 부어넣었다. 지금 헤스티아의 상태로 엘릭서를 마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엘릭서를 입 안에 머금은 채, 죽어가고 있는 헤스티아의 아주 자그마한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쌔애...쌔애...”
힘이 완전히 빠진 헤스티아는 내가 넘겨주는 엘릭서조차 제대로 받아먹는 것이 힘들어보였다. 그러나 나는 침착하게 그녀가 잠깐 숨을 쉴 때마다 조금씩 엘릭서를 흘러 넘겼고, 괜히 전설급 아이템이자, 최강의 효과를 자랑하는 아이템이 아닌지 금세 헤스티아의 안색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헤스티아의 몸 전체에서 엄청난 양의 불꽃이 화르륵! 하고 피어올랐다가 모습을 감췄다. 그 모습에 혹시 늦은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으나, 헤스티아의 몸을 갉아먹고 있던 불꽃이 전부 사라진 걸로 보아서, 헤스티아는... 확실히 되살아난 것 같았다.
“히에~ 히에~.”
숨소리에 힘이 돌아온 것을 확인한 나는 헤스티아를 안은 채로 천천히 일어나,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러면서 내 중얼거리며 다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자식들은.......”
권제, 린메이.
쉐도우로 로드. 라프람.
검제, 신하연.
야수왕, 박철수를 제외한 셋의 얼굴을 머릿속에 계속 떠올리며 곱씹었다.
“...죽인다. 꼭... 죽일 거야.”
약한 마음을 절대 먹지 않기 위해 계속 미친놈마냥 중얼거리고 있으니 마더가 나를 걱정했다.
[사용자님... 괜찮으세요?]
마더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마더를 위해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고 싶었으나...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 녀석들의 면상을 떠올리면 이가 갈리고, 피가 역류할 정도로 화가 났다.
“...아니, 괜찮지 않아. 이 세상에 그딴 빌어먹을 새끼들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구역질이 날 것 같아.”
마더의 말이 맞았다. 굳이 이종족과 함께 있고, 어울리지 못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인간한테 ‘힘’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 이 세상은 평화로울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힘’으로 평화롭게 해줄 테다. 레벨을 올리면... 모두를 노예로 만들던지, 최면을 걸던지 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 세상에도 저런 녀석들은 필요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중얼거리며 그곳에서 계속 멀어졌다.
“...강해져서 죽이고 말거야. 내가... 죽일 거라고.”
*
*
*
한편, 린메이와 라프람은 갑작스럽게 저 멀리 이동하는 강지우를 보며 고민했다.
“가서 죽일까 해?”
린메이의 물음에 라프람이 잠시 ‘으음...’하고 엷은 신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아니, 저 녀석을 쫓아가서 죽이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 하지만 그 잠깐의 시간동안 야수왕이 죽을 거다. 이제 슬슬 말려야 할 타이밍이야.”
콰아아앙!!-
“크아악!”
라프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페 입구가 날아가며, 좀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거대해진데다가 온 몸에 털이 숭숭 자란, 한 마리의 괴물이 된 야수왕, 박철수가 비명을 터뜨렸다.
박철수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검제의 검기를 튕겨내려 했으나, 검제의 보이지 않는 검기 - 백섬(白閃)은 너무나도 성가셨다.
다행인 것은 그의 몸이 그러한 검기에는 잘리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검제가 진심을 다하지 않고 있음을 박철수는 알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년이 날 가지고 놀고 있구나!!’
감히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다니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의 사지가 잘리는 한이 있더라도 검제의 팔 한쪽을 가져가겠다 생각하며 박철수도 ‘전력’을 이끌어 내려는데, 그 사이로 린메이와 라프람이 끼어들었다.
“워워, 진정하라 해.”
“검제, 너도 멈춰라. 우리가 이곳에 모인 목적을 잊지 마라.”
그들의 말에 박철수와 검제가 동시에 혀를 찼다.
“쳇!!! 알았다고!!”
“쯧... 약한 녀석들이 나에게 명령하지 마.”
박철수가 짜증을 확 내며 능력을 해제하자 비대해졌던 그의 몸이 금세 원상태로 돌아왔고, 검제는 아무렇지 않게 검을 검집 안으로 집어넣었다.
린메이는 그런 그들과 파괴된 카페, 그리고 놀라서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히죽, 웃고는 입을 열었다.
“이거 참... 카페도 망가졌고, 일단 장소를 옮기자 해. 혹시나 이프리트 눈에 잘못 띄었다가는 다 불타 죽을 거다 해.”
이곳은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의 영역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벌써 이프리트가 나타나 자신들을 응징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싸워댔는데, 이상할 정도로 이프리트는 조용했다.
린메이는 그리 말하면서도 검제를 힐끔 바라 보며 생각했다.
‘...일부러 이프리트랑 한바탕 하고 싶어서 이곳을 접점 장소로 정한 것 같지만 말이다 해.’
애초에 검제는 사람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될 인물이다. 처음 전쟁터에서 코볼트 한 마리를 죽였을 때부터 광소를 터뜨리며, ‘자신은 강해질 수 있다고, 강해질 거라고.’ 소리를 지르던 미친년이었다.
린메이의 제안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자리를 옮기며 한마디씩 중얼거렸다.
“쳇, 우리 넷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하지만... 누구 한 명은 죽을지도 모르지.”
박철수는 의미심장한 말을 중얼거리며 검제를 노려봤고, 검제는 그에 피식, 웃으며 대답해줬다.
“훗, 미래를 예언하는 거냐. 강아지.”
린메이는 그런 그들을 말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나 해. 어차피 오늘만 서로 도우면 끝이다 해.”
라프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린메이의 말에 동조했다.
“그렇지. 우리가 서로 협력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테니까. 다음에 만났을 때는.......”
거기까지 말한 라프람이 일순 스산한 살기를 뿜어냈고, 모두가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들겠지. 크큭.”
“세상은 너무 오래 평화로웠다 해.”
“푸하하핫!! 나는 뭐 재미만 있으면 되니까! 상관하지 않을 거라고!”
“...나는 더욱 더 강해지고 싶을 뿐. 그러기 위해서... 세상을 바꾼다.”
그렇게 중얼거린 그들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
*
*
저녁이 될 때까지, 나는 정말 하염없이 걸어 다녔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한 것이 돌아다니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어느새 완전히 회복된 헤스티아가 그런 나를 향해 귀여운 웃음을 지어주고 있었다.
“꺄아~ 꺄르르르~”
그런 헤스티아의 볼을 살짝살짝 찔러주며, 나는 히죽, 웃었다.
“헤스티아는 귀엽네.”
“꺄아!!! 꺄르르~~~~!”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며 좋아하는 헤스티아. 방금 전 일 때문에 그런지, 고작 한 살짜리 애기가 귀여운 정도를 넘어서 정말 사랑스럽게 보인다.
나는 가볍게 헤스티아를 들어올려 볼에 뽀뽀를 해줬고, 그러자 헤스티아가 죽은 것 마냥 축 늘어졌다가 이내 이리저리 팔다리를 마구 흔들며 좋아했다.
“꺄꺄!!”
그리고는 뽀뽀로 만족 못한다는 듯이 입술을 내미는 헤스티아를 보며, 키스도 해줄까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 화가 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뭐하려는 거야?”
“.............”
갑작스런 목소리에 내가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고 있는 초절정 미녀, 불의 정령왕인 이프리트가 불꽃을 활활 태우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프리트가 나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너... 설마 믿었는데... 아, 아기를 상대로 발정하는...... 아동성추행 범이었어?!”
그녀의 말에 나는 등에 한줄기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변명했다.
“저는 결백합니다. 이프리트 님.”
내 말에 이프리트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드라마에서 본 범죄자들은 다 그렇게 말하곤 하지.”
“..........”
이것 참,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군.
============================ 작품 후기 ============================
살벌한 사건이 또 한 번 주인공을 지나갔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평화가 찾아 올 때가 되었죠.
ㅎㅎㅎ.
보랏빛날개 / 그러게요. 제가 적었지만 진짜 나쁜 놈들입니다.
orbantez / 성장은 아직이랍니다. 엘릭서는 치료제일 뿐이거든요 ㅎㅎ.
Vagabundo / 저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역시 만약... 저런 1초 만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입도 못 여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었으니, 너그럽게 봐주세요 ㅎㅎ
운명이란... / 간이 정령계에 있어서 이프리트는 바로 눈치를 채지 못 했습니다 .ㅠㅠ
HighMax / 그렇습니다. 열렙 타임이 필요하죠!
마녀서윤 / 헐... 감사합니다 ㅠㅠ 유일하게 감동 받아주신듯!!
ChaosVongole / 부족한 소설 감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lde / 폭발하겠죠? ㅎㅎ 엘퀴네스는 어떻게 반응할지...모릅니다. 후훗.
줄리악 / 재료 아이템은 나중에 쓸 때가 있습니다.
nikumaimu / 아직 멀었습니다 ㅠㅠ. 헤스티아는 아직 성장할 때가 아니에요. 엘릭서는 치료약에 불과하거든요.
섭인룡 / 레벨 4부터는 1부터도 극과 극의 차이라, 6레벨 끝자락에 있는 절대자들에게는 무력할 수 밖에 없었죠.
휘텐가르트 / 아직 멀었습니다 ㅠㅠ. 나중을 기약해주세요.
Bathin / 초반 편에 설명이 아주 살~짝 나와있었는데, 레벨이 오르면 사물까지 조종, 또는 변환이 가능할 거라고 마더가 대충 설명해줬습니다. 물론... 어떻게 될지는 비밀입니다.
내코돌려줘용 /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검제의 구멍에 도토리묵을 쑤셔넣고, 혼을 내줘야내요!
은아준 / ㅎㅎ 귀여운 헤스티아를 잃을 수는 없었죠.
* 항상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 이제 저는 발표 준비와 발표하고, 시험이 하나 있어서... 그거 치러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