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1 [변화는 조금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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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가 이프리트와 뜨거운 정사를 나누고 돌아가고 있는 그 시각, 수인 중에서 묘(猫)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묘인족의 여왕이 살고 있는 구역에 불청객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바로 오늘 지우를 가지고 놀았던 검제를 포함한 네 명의 절대자들이었다.
치파오를 입고 있는 권제, 린메이가 완전 어둑해진 하늘을 보며 투덜거렸다.
“으, 당했다 해. 그 짧은 기간 사이에 이사를 했을 줄은 몰랐다 해. 결국 빙 돌아서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해.”
“..........”
린메이의 투덜거림에 검제, 신하연은 꾹, 입을 다물었고 쉐도우 로드, 라프람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혀를 찼다.
“쯧, 처음부터 권제, 네 년의 정보를 믿는 게 아니었다. 이게 무슨 시간 낭비인지 모르겠군.”
라프람의 투정에 야수왕, 박철수가 하품을 길게 하며 기지개를 폈다.
“흐아아암~ 어쨌든 도착했으면 된 거지. 뭘 그렇게 따지는감? 그리고 이번에는 확실히 제대로 찾아온 것 같고 말이야.......”
박철수가 말끝을 흐리며 앞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은발의 여인이 담장에 걸터앉아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은발의 여인의 머리에는 고양이 귀가, 엉덩이에는 꼬리 두 개가 살랑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는데 그것만으로...그녀가 인간이 아닌, 묘인족임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묘인족 여인이 피식, 웃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그대들... 무슨 일로 이런 야밤에 이 몸의 구역에 모습을 드러냈느냥?”
여자의 말투에 네 명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여인의 물음에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전부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의 절대자들이었으므로.
“끄응, 저 말투를 듣고 있으니 오글거린다 해.”
“너도 똑같다. 권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울 거면 제대로 된 말투를 배울 것이지. 그놈의 해해는 들을 때마다 거슬려 죽겠군.”
“푸하핫, 내가 봤을 때는 귀엽기만 하구만. 다들 왜 그러는가.”
별로 긴장을 하지 않는 세 명과는 다르게 신하연은 아예 여인을 보자마자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며 실망하고 있었다.
“...기대보다 약해. 싸울 가치도 없는 녀석이군.”
그렇게 말하고는 신하연이 털썩, 하고 제자리에 주저앉더니 다른 절대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알아서 죽여. 나는 흥미를 잃었으니....”
신하연의 말에 다른 절대자들의 눈썹이 살짝 움찔했지만, 이내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보았을 때도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묘인족의 여왕은 기대 이하로 약했다.
“뭐... 이번에는 나 혼자 하도록 하지. 하하핫!”
박철수가 몸을 풀면서 앞으로 나가자, 가만히 듣고 있던 묘인족 여인이 살짝 화를 냈다. 그녀의 음성에 노기가 섞여 들어갔다.
“냐냥, 아주 건방진 녀석들이다냥. 감히 이 몸을 죽인다 마니, 누구 멋대로 정하는거냥.”
박철수는 손을 우드득, 풀면서 그녀의 물음에 대한 답을 말해줬다.
“‘에브리원 평화협정’의 의원 중 한 명이자... 평화를 주장하는 온건파의 인물인, 묘인족의 여왕, 백묘(白猫), 슈르엘라 케트린. 당신한테 악감정은 없지만 말이야. 오늘 여기서 죽어줘야겠어. 세상에 다시 재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말이지.”
“...미쳤구나. 다시 그 쓸모없는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냥?”
“뭐, 난 재미를 추구할 뿐이라고. 그게 당신이 말하는 쓸모없는 전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지? 후후.”
박철수의 충격적인 말에 방금까지만 해도 살짝 여유를 부리고 있던 슈르엘라의 표정이 단숨에 변하며, 그녀의 기세가 달라졌다. 날카로운 기세가 박철수를 압박했지만, 그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오히려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능력인 ‘야수화’를 발동했다. 순식간에 박철수의 온 몸의 뼈가 뒤틀리더니, 부풀어오르기 시작했고. 동시에 동물의 털이 그의 온 몸에서 숭숭 자라 오르더니, 거대한 한 마리의 이름 모를 짐승이 되었다.
“푸하하하핫!! 어디 한 번 놀아보자. 백묘!”
“감히...인간주제에 건방지다냥!!”
슈르엘라와 박철수가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렸고, 그들의 주먹이 부딪힌다 싶은 순간... 조용했던 겨울의 새벽에 굉음이 터졌다.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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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수와 슈르엘라가 주먹을 맞댔을 수 때부터 무려,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예상외로 격렬했던 전투가 끝이 났다.
“쿨럭, 쿨럭!! 이거... 왕이란 존재를 너무 얕봤다 해.”
린메이가 피를 토하며 중얼거렸다.
분명 박철수와 슈르엘라가 싸움을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야수왕, 박철수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슈르엘라는 강했다. 아니, 강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압도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초반에만 엇비슷했을 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박철수는 주먹 한 번 뻗지 못 하고 슈르엘라에게 얻어맞아야만 했다.
‘냐냥, 오랜만에 움직이니까 몸 풀리는 게 늦어다냥!’
그렇게 소리치며 박철수를 떡으로 만드는 모습에 급히 린메이와 라프람이 끼어들었지만 그래도 역부족이었다. 보이지 않는 사각으로 덮쳐도 슈르엘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공격까지 해왔다.
절대자 세 명이 허무할리만치 슈르엘라에게 당하고 있을 때까지도 신하연은 움직이지 않고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의 눈빛이 변한 것은, 벽을 부수고 날아갔던 박철수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을 때였다.
‘으아아아아아아!!!! 빌어먹을!!!!’
돌더미를 날려 보내며 일어난 박철수의 몸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는데, 비대해졌던 몸은 줄어들었으며... 근육 또한 줄어들어 있었다. 그러나 신하연은 그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후훗, 강아지가 강해졌군.’
싸움을 통해 박철수의 능력이 한층 더 강해진 것. 그로 인해 단숨에 백묘, 슈르엘라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강해진 박철수의 공격은 슈르엘라를 무자비하게 구타했고, 슈르엘라는 실제,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강해진 것은 박철수뿐만이 아니었다. 슈르엘라 또한 죽기 직전에 강해진 것이다.
‘냐앙......신이시여, 제약을.......’
죽기 직전 빌었던 슈르엘라의 한마디가 정말로 먹혔던 것인지, 거짓말처럼 슈르엘라의 눈빛이 달라지더니 다시 박철수를 포함한 셋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야... 구경만 하고 있던 신하연이 일어났다.
‘흐흐, 흐흣, 흐하하하하!! 이걸 기다렸어.’
그렇게 최강자라고 볼 수 있는 검제, 신하연이 끼어들자... 결국 백묘, 슈르엘라도 버티지 못 하고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냐아...앙....’
린메이는 슈르엘라의 목을 베어낸 뒤, 소리 없는 광소를 흘리는 신하연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저 년은 미친년이다 해. 이 일만 끝나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해.’
그러나 백묘를 죽인 대가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치료야 가능하겠지만, 어쨌든 싸우는 도중 박철수의 한쪽 팔이 날아갔고, 린메이와 라프람도 전신이 상처범벅이었다.
그리고 신하연은 아주 내장이 보일 정도로 상처가 벌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저럴 수 없었다.
린메이는 다시 한 번 신하연의 존재를 뼈저리게 느끼며 부르르 떨었다.
‘당분간은... 정비를 한 뒤...천천히 다음 타겟을 노려야겠다 해.’
이번에 백묘, 슈르엘라를 노린 것은 그녀가 가장 약할 것이라는 판단과, 왕들이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왕의 힘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다. 이번에 혹시 이 네 명이 전부 모이지 않았다면... 지금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는 것은 슈르엘라가 아닌, 자신들일 게 분명했다.
‘거기다가 백묘가 죽음으로 다른 왕들 또한 무언가를 느낄 게 분명하다 해. 당분간은 정말로 숨을 죽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해.’
과연 신하연이 이걸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죽여야 할 온건파 인물들이 너무 많았다. 린메이는 침을 한 번 삼킨 뒤 모두에게 말했다.
“빨리 도망치자 해. 시간을 너무 소비했다 해.”
린메이의 말에 모두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금세 그곳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들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목이 잘린 백묘, 슈르엘라의 시체와 무너진 건물들, 그리고 급히 출동했던 능력자들과 싸움에 휘말린 일반 능력자들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원래는 ... 이 액션 씬만 무려 두 화를 차지하는 분량이었습니다만... 그냥 싹 다 지우고... 핵심만 쏙쏙 넣었습니다. 어우, 액션이 너무 기니까 지루하더라고요... 이게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오히려 액션씬이 좋았을텐데... 소설이다 보니 무리였습니다 ㅜㅜ
ㅎㅎ.
뭐, 절대자들이 싸우던가 말던가... 아직 지우는 여자나 공략하러 가겠죠.
NF루리 / 언젠가 합류할지도 모르죠 ㅎㅎ.
운명이란... / 자세하게 설명드리기에는 조금 복잡한데... 굳이 말하자면 이프리트의 힘이 컸다고 보시면 돼요. 하급 정령 카사 정도는 주인공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 세상에 유지시킬 수 있도록 말이죠. 거기다 정령계가 없기 때문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에는 그리 큰 힘이 필요하지 않다는 설정입니다.
nikumaimu / 언젠가 나오겠죠 ㅎㅎ?
북정동낭인 / 크, 하트 뿅뿅!
섭인룡 / 헤스티아 마지텐시 인정!
내코돌려줘용 / ㅎㅎ, 저는 정령왕 엘퀴네스 읽은 뒤로는... 이프리트는 항상 여자였던 ㅋ.
키바Emperor / 흠, 마지막 목표라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ㅎㅎ. 오타 수정 감사합니다!! 후우~ 바로 고쳤어요.
검치무광 / 음, 예속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네요. 이프리트는 강하니까요! 지금까지 나온 캐릭터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합니다. ㅎㅎ
코이86 / ㅋㅋㅋㅋ 카사도 귀요워요. 굳이 성장 안 시켜도. 하지만, 나중에는 모르죠 후훗.
epooro / 칭찬 감사합니닷^~
orbantez / 아직이죠 ㅋㅋㅋ 아무리 정령왕이라도 바로 뚝딱은 안됩니다!
보랏빛날개 / 아으, 얼마나 좋을 까요 ㅠㅠ 여자친구라도 사귀어서 듣고 싶은 단어입니다.
이쿠네임 / 언젠가... ㅎㅎ
휘텐가르트 / 아마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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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여러분의 사랑덕분에 아이스크림 사먹고 다닙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