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4 [엘프 함락? 복수!] =========================
뭐, 계획이라고 해봤자 엘프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덮쳐서 도망치지 못 하게 하느냐가 대부분의 얘기였기에 작전의 구상 자체는 금방 끝이 났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이번 작전에서 치료술 능력만을 보유하고 있는 예진은 솔직히 끼어들기 좀 무리가 있어보였기에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나에게 물었다.
“주인님, 그런데 그 엘프는 어떻게 불러낼 건가요?”
“...음.”
예진의 말에 나는 그제야 제일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엘프 자체만으로 그리 자주 보기 쉬운 종족이 아닌데, 내가 노리는 것은 오로지 나를 죽이려 했던 ‘그 엘프’뿐인 것이다.
“잠시만.”
나는 모두에게 그리 말한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기를 들었다. 루룬, 애나, 루엘의 번호가 등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일단 루룬에게 전화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뤘다. 어떠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전화하는 것은 뭔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애나랑 루엘이 남는데, 왜일까... 애나가 여성이라 그런지 오랜만에 애나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애나에게 통화를 넣었다.
뚜르르!-
뚝!-
벨소리가 대충 세 번 정도 울린 뒤, 오랜만에 듣는 애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흐아암, 여보세요?]
잠자다가 일어난 것만 같은 애나의 목소리에 내가 순간 아차, 하고는 사과했다. 풍속점을 운영하고 있는 애나이다보니 지금쯤이면 잘 시간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왕 전화한 김에 바로 끊기도 그랬기에 나는 실례를 무릅쓰기로 마음먹었다.
“아, 죄송해요. 애나 씨.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하신가요?”
내 정중한 말에 애나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호, 당연히 가능하죠.]
그 잠깐 사이에 잠기운을 날려 보냈는지 애나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넘쳤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뒷말을 이었다.
[그 대신 지우 씨, 그 날 이후로 저를 한 번도 찾아오지 않으셨죠? 흑... 애나는 섭섭하답니다. 매일 지우 씨가 제 구멍에 우람한 성기를 박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죠.]
“.......”
듣는 것만으로도 남자의 성기를 불끈하게 만드는 끈적끈적한 애나의 목소리에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결국 한 번 찾아오라 이거군.’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엘프를 잡아서 억대의 돈을 벌 수 있다면 애나의 풍속점에 매일 출근할 수도 있었다. 그 대신 정기가 빨려 죽을지도 모르지만.
“네, 이번 일이 끝나면 애나 씨 풍속점을 이용하도록 할게요.”
내 말에 애나가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꺄! 그러면 풀코스 2,980,000원짜리 예약해 놓을 테니 꼭 오셔야 돼요? 후훗, 입도, 엉덩이도 앞에 구멍도 마음대로라고요~!]
“..........”
애나의 말을 듣고서 식은땀을 흘리며 나는 생각했다.
‘이제 꼭 엘프를 잡아서 돈을 벌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일 나게 생겼다. 어찌 되었던 나는 더 이상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재빨리 본론을 꺼내들었다.
“애나 씨, 혹시 엘프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나요?”
내 물음에 단박에 기분이 좋았던 애나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여 들려왔다. 아마 엘프랑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하긴, 서큐버스랑 엘프가 친해질 수 있을 리가 없지.
[하, 그 심심할 때마다 깔끔떨어대는 아~주 고귀하신 녀석들에게 대해서는 왜요?]
“그게 이번에 특정한 엘프 한 명을 포획하고 싶은데, 엘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요.”
[흐으음... 엘프라, 솔직히 저로서는 그리 도와줄 게 없을 것 같아요. 알려준다 해도 그들이 채식을 주로 먹는다는 것과, 재수 없게 생겨서는 남자가 엉덩이랑 보지를 꿰뚫어주면 단번에 앙앙거릴 것 같다는 것 정도? 후후후, 빌어먹을 엘프 같으니라고. 엘프들은 다 성노예로 만들어줘야 한다고요!]
소리까지 지르는 애나를 보니, 말을 수정해야할 것 같다. 안 친한 정도가 아니라, 애나는 엘프라는 종족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렇군요. 뭐, 그거라도 가르쳐주신 게 어디에요. 그럼 끊겠습니다.”
나는 화를 내는 애나에게 힘겹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마지막에 애나가 ‘만약 안 오시면 집까지 출장 보낼 거예요. 출장비는 따로 청구하는 거 알죠?’라고 하는 말에 살짝 부르르 떤 것만 빼면 서큐버스 퀸한테 전화한 것 치고는 평화롭게 끝났다.
다음으로 남은 것은 루엘 뿐인데, 왠지 전화하기 꺼려진다. 왜냐하면 이 녀석은 내 엉덩이를 노리고 있는 ‘남자’일지도 모르거든. 하지만 마땅히 다른 데 물어볼 데도 없었기에 나는 큰 마음을 먹고 루엘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 뚝!-
[여보세요? 번호를 보니 지우 씨군요.]
심지어 벨소리가 한 번이 다 울리기도 전에 내 전화를 받은 루엘.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 대놓고 물었다.
“아니, 어떻게 전화를 그렇게 빨리 받을 수 있는 거죠?”
내 물음에 당당히 이유를 설명하는 루엘. 근데 그 이유가 들으면 들을수록 소름이 끼친다.
[으음, 그렇군요. 뭔가 지금쯤이라면 지우 씨가 저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를 걸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때마침 지우 씨에게 같이 나들이나 가자고 전화를 할까 고민하고 있었죠.]
“..........”
루엘의 말에 나는 혹시 내 자취방에 감시카메라가 달려있는 게 아닐까 싶어 둘러봤지만 내 자취방에 있는 거라고는 구닥다리 가구가 전부였다.
나는 내 팔뚝에 돋은 닭살을 한 번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마음껏 물어봐도 괜찮겠군요.”
[네, 애나 누님의 쓰리 사이즈부터 좋아하는 것까지 뭐든지 물어보시죠.]
내가 왜 댁의 누나 쓰리 사이즈와 좋아하는 것을 물어봐야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루엘이 뒷말을 덧붙였다.
[이런, 저는 지우 씨께서 제 누님한테 드디어 사랑에 빠지신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군요. 하긴, 누님이 그리 성격이 좋은 건 아니죠. 이해합니다. 그러나 섹스할 때만은 최고.......]
갑자기 내용이 이상하게 흘러갈 것만 같아 나는 재빨리 루엘의 말을 끊었다.
“진정하세요. 루엘. 저는 지금 그러한 저속적인 얘기를 하려고 전화를 한 것이 아닙니다.”
[이런... 제가 실수했군요. 지우 씨. 잠시 흥분했나 봅니다. 제 사과를 받아주시겠습니까?]
“당연하죠. 루엘은 제 친구가 아닌가요?”
[역시 지우 씨는 진정한 남자입니다. 제가 인정한 사람답군요. 그래서 결국 물어볼 게 뭔가요?]
이상한 대화 때문에 무려 1분이라는 시간을 소비한 나는 바로 용건을 꺼내들었다.
“엘프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나요?”
나는 이번에 내가 처한 상황과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루엘에게 자세히 설명해줬고, 내 말을 들은 루엘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모릅니다.]
“.......”
[전 엘프의 엘자도 모르는 순수한 인큐버스기 때문이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요?”
[별 수 없습니다. 엘프들은 마족을 싫어하는데, 그 중에서도 여성 엘프는 인큐버스를, 남성 엘프는 서큐버스를 거의 증오하다 싶을 정도로 싫어하니까요.]
루엘의 말에 나는 고개를 푹 떨궜다. 그나마 믿고 있었던 녀석인데 이 녀석도 무리였단 말인가. 그러나 이내 들려온 루엘의 말에 내 고개가 번뜩 들렸다.
[하지만 엘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그게 누구죠?!”
갑자기 하늘에서 동아줄이라도 내려온 것 같은 느낌에 내가 급히 물었다.
[이번에 저를 사랑하게 된 여인들 중 한 명인, 바로 OO대학교 교수님입니다. 심지어 가르치는 강의 중 하나가 ‘엘프학개론’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그분이라면 지우 씨가 원하는 답을 내려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
심심할 때마다 나오는 루엘을 사랑하게 된 여인들. 도대체 루엘을 만났다 하면 사랑에 빠지지 않는 여인이 있을까 싶다.
솔직히 남자가 봤을 때도 감탄이 나오고, 살짝... 아니, 엄청 부러울 정도로 잘 생긴데다가 돈도 많고, 지위도 왕이라는 높은 위치에 있고 인큐버스의 특성상 여성을 홀리는 페로몬에 매료 스킬까지 가지고 있다.
내가 만약 여자였다면 나도 ‘루엘을 사랑하는 여자들 모임’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헉, 시발 안 돼!’
나도 모르게 끔찍한 상상을 하고만 나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내가 루엘에게 앙앙거리며 좋아하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정신력을 고갈시켰다.
“빨리 전화번호나 가르쳐주시죠.”
[으음, 그 여성분께서 이 전화번호는 다른 분께 절대 가르쳐주지 말라했지만, 지우 씨께는 가르쳐드려도 되겠죠. 오히려 그 여성분도 매력적인 지우 씨의 목소리를 들으면 좋아할 겁니다.]
“그렇군요. 저도 아는 사실이니 빨리 전화번호나 보내주시고, 끊으시죠.”
[알겠습니다.]
뚝!-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쉽다는 듯이 루엘이 전화를 끊었고 잠시 뒤, 전화번호 하나가 날아왔다. 전화번호를 받자마자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자 컬러링이 흘러나오는데, ‘루엘 오빠 사랑~ 루엘 오빠 사랑해~’라는 가사에 순간 내 구식 스마트폰을 창문 밖으로 던질 뻔 했다.
뚝!-
그리고 누군가 헐레벌떡 전화를 받더니 소리쳤다.
[루엘 오빠앙~ 왜 이제야 전화 하셨어요~ 숙미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
거의 루엘이라 확신하고 있는 이 숙미라는 여교수에게 루엘이 아닌,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걸 말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 나는 등뒤로 식은땀을 주르륵 흘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 저어....”
============================ 작품 후기 ============================
으, 자고 일어났더니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요 -ㅅ-!!
기운 충만!
원기 회복!
딸기우유~!
휘텐가르트 / 과연 어떻게 될련지... 작가도 궁금 두근~!
nikumaimu / 묘인족의 여왕은 죽었습니다 ㅠㅠ.
다크체리 / ...움찔움찔...작가는 움찔밖에 할 수 없습니다.
북정동낭인 / 매력적인 하트~ 감사해요^^ ♡
키바Emperor / 무조건 먹어야죠~ 엘프는~ 후훗.
orbantez / 신하연한테 입히기 전에 팔 다리 다 잘리지 않을까요 ㅋㅋ..
보랏빛날개 / 엘프 노예는 사랑입니다!
내코돌려줘용 / 아, 아니에요 ㅋㅋ 동물원 냥냥이는 '슈르카' , 이번에 죽은 백묘는 '슈르엘라'입니다. ㅎㅎ
검치무광 / 댓글 감사해요 흑... 그냥 보고 가셔도 고마우셨을텐데 코멘트까지!! 작가 심쿵!
마녀서윤 / ㅋㅋㅋ 하지만 지우도 복상사 할지도 모르기에 위험합니다 ㅋㅋ
섭인룡 / 아직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죠... 심지어 작가도!
Vagabundo / 파는 것도 복수가 될 수도 있죠... 하지만... 과연 지우가... 흐흠...
운명이란... / 모든 엘프가 우월사상에 빠져있는 건 아니죠. 애초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엘프가 별로 없다보니... ㅎ_ㅎ
이쿠네임 / 아침부터 코멘트 감사합니다^^
*추천,코멘트,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 전 이제 씻으러 가볼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