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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된 세계에서-75화 (75/163)

00075 [엘프 함락? 복수!] =========================

[뭐야! 당신 누구야?! 감히 루엘 오빠한테만 가르쳐준 루엘 오빠 전용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다니! 너 누구냐고!!]

“.......”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방금까지 애교 넘치던 목소리는 어디 가고, 버럭 화를 내는 OO대학교의 엘프학개론 여교수. 얼마나 큰 실망감을 느끼고 분노를 했는지, 여기까지 살짝 감정이 느껴졌다.

“저... 루엘의 ‘정말 친한’ 친구인데 부탁할 게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일부러 절친이라고 짧게 말하기보다, 루엘의 친분을 확실하게 말하기 위해 강조한 내 말에 여교수의 목소리가 마치 봄바람이 분 것 마냥 부드러워졌다.

[어머, 루엘 오빠의 친구 분이셨구나. 호호, 전 또 뭐라고요. 그럼 제가 부탁을 들어주시면 당신도 부탁을 하나 들어주시겠죠?]

교수답게 이해타산적인 여자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한다는 당당한 요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루엘에게 한마디 해드리죠. 오늘 당장 교수님이랑 드라이브라도 하러 가라고요.”

[꺄악!! 고마워요! 오빠~! 후후, 뭐가 궁금하셔서 전화하셨을까, 우리 오빠는?]

“..........”

얼마나 기뻤는지, 나한테까지 오빠라고 부르는 여교수. 하지만 여교수면 최소한 나보다 나이가 많을 텐데, 그런 여자한테 오빠라고 불린다 해서 하나도 좋지 않았다. 오히려 팔뚝에 닭살이 돋아서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고 싶을 지경.

‘나중에 샤샤한테 내 귀에 대고 달콤하게 오빠라고 불러 달라 해야겠네.’

정화가 필요했다.

*

*

*

그 후, 거의 한 시간에 달하는 여교수와의 긴 통화를 통해 나는 필요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번에 여교수와 통화를 하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역시 대학교 교수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슨 전화통화를 하면서 나한테 특별 강의라도 해주려는 것인지, 자신이 아는 엘프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르쳐주려고 하는데 듣는 것만으로도 내 돌대가리가 터질 뻔 했다.

‘어찌되었던 간에 이걸로 그 건방진 엘프를 잡을 수 있겠군.’

길고 일었던 통화를 통해 내가 얻었던 필요한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엘프는 한 번 정한 거주지 근처를 잘 벗어나지 않는다.

-엘프들은 한 번 입으로 내뱉은 것을 웬만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은 지킨다.

-엘프는 ‘진실의 눈’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서 상대가 말하는 것이 진실인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위의 정보를 듣고 떠올린 것 중 하나는, 내가 일하던 ‘짱짱마트’에서 그 엘프와 두 번이나 마주쳤다는 것이다. 다른 엘프는 한 번도 보지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엘프만을 거기서 두 번을 마주쳤다는 것은 거주지가 근처에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가 나를 죽이겠다고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말했으니, 그녀는 나와 마주치면 이번에야말로 나를 죽이려 들게 분명했다.

만나게 되면 무조건 싸움이 벌어지겠지.

‘싸움이라....’

좀 전만 했어도 싸움의 ‘ㅆ’도 몰랐던 내가 지금은 엘프와 목숨을 건 싸움을 하게 생겼는데도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아마 엘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괴물들을 만났던 탓일까. 아니면 내 노예들을 믿기 때문일까.

‘내가 이기는 게 당연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잡생각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짱짱마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이곳에서 두 번이나 마주쳤으니, 여기가 조우할 확률이 가장 높다 판단했다.

“어머, 지우야. 여기서 일했었어? 나도 가끔 여기 왔었는데... 후후.”

사람들이 많다보니 다시 반말로 돌아온 은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짱짱마트를 눈에 담았다. 나름 오랜 시간 일했던 곳이기에 오랜만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했다.

‘알바를 그만 둔 뒤에는 이 근처에도 안 오려고 했건만.......’

후, 아는 얼굴들을 만나면 얼마나 어색할까 하고 생각하며 나는 여자들에게 주위에서 대기해달라고 명령을 내렸다. 만약 이들과 붙어 다니다가 엘프가 도망이라도 치면 그거야말로 낭패였다.

“오빠, 힘내.”

“응. 샤샤, 너도 추운데 고생하게 해서 미안하다.”

“부정, 샤샤는 오빠를 위해 힘낼게.”

샤샤와 인사를 나누며, 각자 대충 위치를 잡는 것을 본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짱짱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엘프랑 싸우는 것보다 이게 더 긴장됐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재수 없게도 전에 옆에서 일하던 카운터 아줌마와 눈이 딱 마주쳤다. 나를 보자마자 아줌마가 잠시 응? 하며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소리쳤다.

“아앗! 지우 씨 아니야!”

입에 확성기라도 다셨는지 목소리가 유격 조교보다 우렁차다. 나는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오랜만이네요. 하하핫.”

“호호, 뭐야 마치 ‘우리’한테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어색하게!”

움찔움찔!-

일부러 저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주 사람 무안하게 만드는 아줌마다. 나는 재빨리 아줌마한테 대충 인사를 한 뒤, 마트 안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다가 원군(?)이라도 도착하는 날에는 내가 말라비틀어진 멸치가 될 수도 있었다.

“..........”

마트 안에는 많은 이종족들을 포함한 존재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쇼핑중이었다.

문제는 그 안에 엘프는 없었다는 것.

“...흐아암.”

그렇게 돌아다니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이 꽤나 지났는지 밖을 보니 벌써 어두컴컴했다. 나는 슬슬 배고파지는 것을 느끼며, 오늘은 그냥 돌아갈까 하고 생각하던 와중이었다.

“아씨, 빌어먹을 인간들 같으니라고! 오늘도 진짜 더럽게 많네!”

익숙한 음성과 짜증 섞인 말투에 내 눈이 번뜩 뜨였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채소류 판매 코너에서 인상을 찌푸린 채 채소들을 바구니에 담고 있는 미녀 한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엘프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금발과 길쭉한 귀.

푸른색 눈동자는 마치 보석을 박아놓은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가슴은 조금 내 기준으로는 아쉽지만, 개미허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잘록한 허리를 생각하면 밸런스가 맞아떨어졌다.

손가락은 가늘고 목소리는 딱 좋은 톤을 가졌으며, 무엇보다 미모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보여줄 정도로 아름다웠다.

‘찾았다!’

나는 오랜만에 보는 엘프의 얼굴에 두려움보다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마치 헤어졌던 여자인 친구를 만나는 것 같았다.

‘역시 예쁘네.’

괜히 엘프를 노예로 만들었을 때 18억이라는 가격을 주고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엘프의 얼굴은 정말 신이 정성들여 조각을 했다고 믿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평범한 남자였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발기할 정도로 말이다. 나 또한 첫 만남 때 엘프를 보고서 바지의 앞섬을 부풀리지 않았던가.

‘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어제 안았던 이프리트의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떠올리며 피식, 웃고는 천천히 엘프를 향해 다가갔다.

“응?”

“여, 오랜만이야?”

자신을 향해 누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는지 엘프가 귀를 쫑긋하며 이쪽을 바라봤고, 나는 가볍게 웃어주며 인사했다. 내 인사에 엘프가 재밌는 걸 발견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헤에, 뭐야. 지금 알아서 나한테 죽어주려고 찾아온 거야?”

전에는 이러한 그녀의 말에 실금만 지리지 않았을 뿐이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워 꼴사납게 엉덩방아를 찍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니. 그럴 생각은 전~혀 없는데? 오히려 복수하려고 찾아왔지. 크큭.”

입가를 이죽거리며 내가 말하자, 순간 당황한 엘프가 내 말이 ‘진실’임을 깨달았는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까지도 그녀는 나를 장난감, 그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푸훗! 푸하하하하핫! 재밌다... 재밌어.”

갑작스런 웃음에 쇼핑을 하던 모두의 시선이 단숨에 이쪽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엘프는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나만을 활활 불타는 눈동자로 노려보며 채소가 담아져 있던 바구니를 내려놓더니 으르렁거렸다.

“따라와. 빌어먹을 새끼야. 운 좋게 살아남더니 미쳤나보네. 아니면 나처럼 아름다운 엘프를 죽더라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던지.”

“글쎄....”

나는 애매하게 말끝을 흐리며 조용히 엘프의 뒤를 따라갔다. 굳이 할 말은 없었다. 이 년은 이제 곧 나한테 져서 눈물을 질질 짜게 될 테니까.

엘프는 그대로 마트를 나가 인기척이 없는 으슥한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아마 내가 움직이는 것을 봤으니 은미들이 나를 뒤따라 움직였겠지만, 바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미리 작전을 세웠으니, 그대로 움직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작전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오늘, 엘프를 놓칠 일은 전혀 없었다.

문제는 그 작전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게, 의외로 나라는 점일까.

[사용자님은 하실 수 있어요. 이제 전과는 달리, 강해지셨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약간 자신감이 없었는데, 마더가 나를 격려해주자 마음이 놓였다. 이때까지 나와 했던 마더라면 허투루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고마워. 마더.’

작게 속으로 감사를 표하며, 얼마 정도를 걸었을까, 완전히 인기척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엘프는 주머니 안에 쏘옥 손을 집어넣더니 갑작스럽게 레이피어를 꺼내들었다.

설마 저 조그마한 주머니안에 무기가 들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아마 뭔가 마법이라도 걸려 있는 듯하다.

엘프는 레이피어를 쓰다듬으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흐응, 저번에는 내 레이피어가 너를 못 꿰뚫어서 섭섭해 했는데... 잘 됐어. 오늘 확실히 끝장내줄게.”

가볍게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안에 담긴 살기와 내용은 절대 무시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해봐. 건방진 엘프년아.”

나는 떨지 않고 마지막까지 엘프를 도발했고, 동시에 준비했던 수를 꺼내들었다. 최면술 레벨이 오르면서 손에 넣은 능력.

“나는 절대 지치지 않는 철인 같은 체력과, 오우거만큼 강력한 힘, 그리고 바람과도 같은 속도를 가진 인간이다.”

조금 창피하기는 하지만, 내가 가장 이미지하기 쉬운 ‘자기 암시’기도 했다. 다른 것들도 여러 번 실험해봤지만, 저 말이 나에게 가장 와 닿았었고, 효율이 가장 좋았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잠시 멍한 느낌이 들더니, 귓가로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자기 암시가 성공했습니다.]

[힘이 소량 상승합니다.]

[민첩이 소량 상승합니다.]

[체력이 소량 상승합니다.]

[자기 암시의 유지 시간은 상승된 육체능력을 보았을 때, 총 15분 13초입니다.]

소량이라고 했지만, 평소 내 육체능력을 떠올려보면, 전혀 다를 정도로 강해졌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레벨이 더 오르면 여기서 얼마나 더 강해질지 상상이 안 갔다. 나중에는 육체능력 뿐만 아니라, 사물도 변환시킬 수 있다고 하니... 이미 최면술이라는 능력의 궤를 뛰어넘었다.

“...헤에, 뭔가 믿는 게 있기는 있었나 보네?”

엘프는 바로 달라진 나를 느꼈는지 입가를 이죽이며 조롱하는 어투로 입을 열더니, 금세 빠른 속도로 땅을 박찼다.

파팟!-

짤막한 소리와 함께 전이라면 보이지 않을 잔상이 내 눈에 똑똑히 보였다.

‘속도만 상승한 게 아니라... 민첩이 상승해서겠지.’

원래 내 반사 신경으로는 저 엘프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 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약간이지만 움직이는 궤적을 눈으로 쫓을 수가 있었다.

어느새 다가온 엘프는 레이피어를 가볍게 쥐고는 내 목을 향해 휘두르고 있었다.

“큭!”

재빨리 짧은 신음성과 함께 고개를 젖혔고, 그 순간 아슬아슬하게 엘프의 레이피어가 머리카락을 자르며 스쳐지나갔다.

오싹했지만, 한 번 피했다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머리를 스친 레이피어는 그대로 돌아와 내 옆구리를 노렸고, 동시에 휘둘러진 엘프의 발차기는 내 다리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시발, 보인다고만 해서 될 일이 아니네.’

엘프의 움직임은 전투를 한 번, 두 번 해본 자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최면술을 사용할 틈을 안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꼴사납게 뒤로 몸을 굴리는 것 밖에 없었다.

서걱!-

내가 꼴사납게 뒤로 몸을 굴렸음에도 불구하고, 엘프의 레이피어가 이번에 새로 산 내 패딩 옆구리를 찢어버렸다. 솜털을 뿜어내며 갈라지는 패딩을 보며 내가 이를 갈았다.

‘이 빌어먹을 년... 아주 만날 때마다 내 옷을 찢어먹는구나!’

나는 속으로 욕을 내뱉는 동시에, 물러서자마자 바로 입을 열었다.

“한 번, 두 번 빗나가니 자신감이 떨어지지? 이제 더더욱 네 레이피어는 나를 못 맞추게 될 거라고.”

무려 레벨4에 도달한 최면술이었다.

============================ 작품 후기 ============================

솔직히 글 쓰는 거 체력이 뭐가 필요할까... 라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두통이 엄청나더라고요...

아~ 느꼈습니다. 이래서 왜 휴재하시던 분들이 [건강상 문제가 생겨~~~ 휴재를~~~ 죄송합니다.] 라고 하는지요 ㅋㅋ.

그러나 저는 젊음 빼면 남는 게 없는 작가이기에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요!

응원감사합니다^_^!

Gneji / ㅎㅎ 코멘트 감사합니닷~!

보랏빛날개 / 충격과 공포의 전화 ㅋ

휘텐가르트 / 푹 쉬다 왔어요!

환룡청월 / 아재라니요... 맞네요 ㅠㅠ

운명이란... / 어음, 차가운 냉 컵...크흠...

HDCarry / 감사합니다^_^ 푹 쉬고 왔어요!

아아아아그냥즐기자  / 푹 쉬었어요!

검치무광 / 감사해 yo~!

이쿠네임 / 쉬는 건 역시, 먹고 뛰고 자는 게 최고더군요.

Vagabundo / 그러기에는 손이 근질근질 거리더군요. 후후.

smone  / 감사해요. 하지만 독자분들이 생각나요 ㅎㅎ

nikumaimu / ㅎㅎ 감사해요! 이제 푹 쉬웠어요! 기원 충만!

코이86  / 아앗, 그, 그런 거였군요... 저, 절대 ㄹㄹ라고 생각하지... 크, 크흠...

타락한오뎅 / 푹 쉬다 왔어요! ㅎㅎ!!

섭인룡 / 그러게요. 처음 알았어요! ㅎㅎ

아린 / ㅋㅋ 숙미숙미~ 라임~_~! 댓글 감사합니닷!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저 진짜 푹 쉬고 왔어요! 두통 싹 사라짐!!*

*새벽에 한 편 더 올려볼까 해서 11시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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