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8 [새해를 맞이하여...과거를 떠올리다.] =========================
2020년 1월 1일.
이사할 준비를 끝내고, 새로운 집에 짐을 내려놓다보니 어느새 새해가 되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내 인생 가장 파란만장했던 2019년이 결국 끝이 난 것이다.
나는 내 주머니 안에서 아직까지도 곱게 자고 있는 다람쥐와, 그 옆에서 같이 자고 있는 불의 하급 정령 카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 돼지 같은 다람쥐와 만났던 것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따지고 보면 내 최면술의 첫 성공 대상이 바로 이 녀석이었던 것이다.
“언제 일어날 거냐. 자식아.”
괜히 뭉클해져 다람쥐의 콧등을 검지로 가볍게 치며 중얼거리자, 다람쥐가 찌이, 찌이- 거리면서 울음소리를 냈다.
“푸훗....”
그 모습이 우스워, 작게 웃은 나는 작년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 둘씩 떠올렸다.
다람쥐를 통해 최면술의 레벨이 1이 되었던 나는 그 날, 바로 지혜 누나를 공략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었지. 아직도 그 때를 떠올리면 화끈거린다.
고기와 술을 사서는.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막 들이댔었다.
그리고 운 좋게 누나한테 최면이 걸렸었고, 지혜 누나와 난 연인이 되었었다.
“그것도 3개월뿐이었지만.......”
작게 중얼거리며 지혜 누나의 이별 통보 편지를 받았을 때 기분을 떠올렸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잃은 것만 같았던 순간. 눈물조차 나는지 안 나는지 깨닫지 못 했던 그 때. 만약 마더가 없었다면, 정말 다시는 일어나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더의 덕분인지. 지혜 누나랑 헤어진 뒤에도 나는 잘 살았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알바 중에 만났던 라피스가 나를 죽이려 했고, 그 자리에서 인형술사인 샤샤와 만났으며, 동시에 검제(劍帝) 신하연도 만나지 않았던가.
‘그리고 살기 위해서 강해져야 겠다... 생각했었지.’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리 절박하다는 마음은 안 들었다. 왜냐하면 뭔가를 느끼기도 전에 기절해버렸으니 말이다. 오히려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충 넘어갔던 것 같다. 그래도 최면술 레벨을 올리는 것은 나쁘지 않다 생각했기에, 다람쥐를 데리고 거리로 나갔었다.
비효율 적인 방법이었지만, 그 때 루룬과 처음 만났었지.
“지우 씨. 2층에 있는 방, 정말 제가 혼자 써도 되나요?”
잠시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데, 루룬이 미안한지 나를 향해 다시 물어왔다. 며칠 전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사라졌던 루룬. 그녀는 딱 우리가 이사 준비를 할 때 연락을 해왔다.
루룬이 슬퍼했던 이유는 자신의 절친인 슈르카의 어머니, 백묘(白猫), 슈르엘라 케트린이 죽어서인데. 백묘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도 많이 보살펴주었다고 해서 더 슬펐다고 한다.
결국 삼 일이라는 시간동안 슈르카와 같이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야 돌아온 것이다.
“아, 네. 당연하죠. 다른 여자들은 둘이서 쓰는 게 편하데요.”
나는 웃으면서 루룬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루룬의 방위치는 나랑 같은 2층.
다른 내 여자들은 1층에 있는 방 3개를 네 명이서 나눠 가졌는데, 샤샤와 은미가 같이 방을 쓰는 것은 예상했는데. 의외로 예진과 라피스도 같은 방을 썼다.
그 이유란 것이.
‘이래야 저희도 주인님께 자주 안기죠.’
샤샤와 은미는 두 사람이다 보니, 하루에 한 사람씩 안아준다 말해도 결국 옆에 있는 서로를 안아줄 것을 아는지. 예진과 라피스도 같이 안기기 위해 같은 방을 쓰는 것이다.
어쨌든 다시 과거를 회상하도록 하자.
루룬과 만난 뒤에는 다음날부터 여자를 찾고자 하는 방식을 바꿨고, 돌아다니다 보니 오크와 싸우고 있는 은미를 만났다.
아직도 주먹으로 오크를 때려눕히던 은미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나한테 했던 말도 말이다.
‘야, 나랑 섹스 안 할래?’
처음에는 무슨 의도인지 몰라 좋다구나 하고 따라갔다가 은미한테 돌려받은 것은 바로... ‘오줌 세례.’
“으음....”
지금 떠올려도 그 때의 그 참혹했던 기분은 쉽사리 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런 은미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던 내가 찾아간 곳은 ‘서큐버스 풍속점’이라는 곳이었다. 거기서 서큐버스 퀸인, 애나 파이몬을 만났는데... 인정하기는 싫지만 다람쥐 자식이 없었다면 난 아마 지금쯤 애나의 노예가 되어서 돈을 갖다 바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찾아간다 해놓고 안 찾아갔었다.......’
나는 한 줄기 식은땀을 흘리며, 애나하고의 약속을 떠올렸다.
‘나중에 시간되면 꼭 가야겠군.’
그리 다짐하며, 그 다음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애나에게서 매료, 즉 최면술이 어떤 것인지 조금 배운 뒤. 그녀의 소개로 찾아간 곳은 생각지도 못 했던 ‘호스트바’.
거기서 이상하게 나한테 큰 호감을 가지고 있던 루엘 파이몬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루엘과 함께 클럽으로 가 원나잇을 즐겼고, 내 능력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능력 ‘노예 종속’시스템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노력과 [정력 폭발제]와 [몽환약]을 이용해 은미를 공략, 그녀를 노예로 만들었다. 그 때 벌써 내 최면술 레벨이 3이 되었었구나.
생각해보면 나는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케이스였다. 현존하고 있는 다른 절대자들처럼 짧았던 전쟁 기간 동안 활약을 한 것도 아니고, 무능력자였던 내가 고작 반년도 되지 않아 이렇게 레벨을 올리다니 말이다.
“지우야. 우린 짐 다 풀었는데... 네 꺼도 옮겨줄게.”
어느새 은미는 자신의 방정리를 끝냈는지 나에게 다가오며 말을 걸어왔다.
그에, 내가 싱긋 웃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은미야.”
“으, 으응.”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며 좋아하는 은미의 모습에는 과거 험했던 모습이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은미는 재빨리 내 짐들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고,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다음 일들을 다시 회상했다.
‘은미 다음은... 예진이었구나.’
의외로 다음은 샤샤를 공략할 생각이었는데... 백화점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내가 다쳤고,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상처가 심상치 않았는지, 치료술 능력을 가진 예진이 필요해졌고 공략을 하게 된 것이다.
‘첫 SM플레이를 하려다가 망했지.’
나는 그 때 일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별 거 아니라 생각했던 SM은 무진장 어려웠다. S도 M도 숙련자가 아닌 이상 도전하기 좀 어려운 분야였던 것이다.
뭐, 지금이야 예진은 고통을 쾌락으로 느끼는 신체가 되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다음에 한 번 해볼까?’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 샤샤가 자신의 ‘엄마 인형’의 손을 꼭 잡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오빠... 키스...해줘.”
“...응?”
갑작스런 샤샤의 요구에 내가 되묻자, 샤샤가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내밀었다.
“이사 기념... 키스... 해줘.”
“음, 알았어.”
나는 주위를 살펴보다 루룬이 없음을 확인하고 샤샤의 입술에 부드럽게 내 입을 맞춰주었다. 잠시 뒤, 입술을 떼자 샤샤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엄마 인형과 함께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샤샤의 풋풋한 뒷모습을 잠시 감상하던 나는, 샤샤 공략 때를 떠올렸다.
‘의외로 쉬웠지.’
은미라는 패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운 좋게 딱 상황에 맞는 아이템을 뽑아서 그런 걸까. 샤샤 공략은 허무할 리만치 쉽게 끝이 났다.
샤샤를 공략한 뒤에는 이제 조금 쉬어볼까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엘퀴네스의 부탁을 받아 이프리트와 헤스티아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상... 지금 제일 보고 싶은 여자인가...’
다른 여자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심지어 지혜 누나보다 보고 싶은 여자가 이프리트였다. 그녀와 보냈던 뜨거운 밤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나 애 한 명 더 낳을까 싶어. 바로 네 아이를. 후훗.’
아직도 그 대사를 떠올리면 낯간지러워져서 얼굴을 들 수 없다. 웃으면서 내 아기를 낳을 거라고 말하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였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이프리트하면 헤스티아와, 빌어먹을 네 명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나를 장난감마냥 취급하던 빌어먹을 녀석들.
권제(拳帝), 린메이.
쉐도우 로드(Shadow Load), 라프람.
야수왕(野獸王), 박철수.
검제(劍帝), 신하연.
이 네 명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혹시 나처럼 새해를 맞아서 이사라도 하고 있는 걸까.
‘그래도 그 새끼들 덕분에 내가 지금 이리 열심히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아이러니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강해지겠다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결심을 하게 만든 것도 그들이었다. 그렇다고 좋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특히 검제, 권제, 쉐도우 로드는 최대한의 고통을 맛보게 해줄 생각이었다.
물론 지금 싸우면 손가락 까닥 못 하고 내가 죽겠지만 말이다.
다음으로는 엘프인 라피스 라즐리였구나. 처음에는 복수와 돈을 벌기 위해 노예로 팔려고 했는데, 막상 노예로 만들고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 또한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헤헤, 주인님. 뭐하세요?”
어느새 라피스도 방 정리가 끝났는지, 예진과 함께 어슬렁거리며 나오더니 나한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참고로 이 집에서 현재, 나를 유일하게 주인님이라 당당히 부를 수 있는 존재다.
현재 라피스는 자진해서 나한테 팔려온 엘프 노예라고 말하면서 주인님이라 부르는 것이다. 다른 여자들은 루룬의 눈치를 봐야했기에 그럴 수 없었다.
“그냥... 이때까지 있었던 일 정리?”
내가 가볍게 대답해주며 라피스의 긴 귀를 쓰다듬어주자, 라피스가 부르르 떨며 좋아했다.
“하으, 사랑해요. 주인님.”
“...훗, 그래.”
한 때 불미스런 과거로 인해 사랑을 잃었던 라피스. 그녀의 얼굴에 다시 따뜻한 미소가 돌아왔다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 공략을 했던 마리아 테레시아와 아리아 테레시아.
이 자리에는 없지만, 만약 있었다면 가장 듬직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그녀는 절대자의 반열에 들어가 있는 레벨6의 능력자니까 말이다.
“어쨌든 대충 이 정도인가?”
나는 있었던 일들에 대한 정리가 끝났음을 느끼며 작게 중얼거렸다. 어느새 라피스와 예진이 뿐만 아니라, 은미, 샤샤, 루룬도 밖으로 나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 얘들아.”
내 말에 모두가 똑같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작품 후기 ============================
어우, 작가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ㅋㅋ 정리 좀 해봤습니다.
새해가 된 것도 있고요 =ㅅ=... 물론 작중에서 새해.
지우가 능력을 얻은지 아직 반 년이 되지 않았네요... 와,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Elde / 아직 루룬한테는 최면을 걸지 않았답니다^_^;
NF루리 / 루엘은 매력적인 캐릭터니까요 후훗. 이미 매력에 빠지셨군요?
키바Emperor / 루룬은 공략해아죠...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흐음...
운명이란... / 냐옹~_~!
니알라토텝 / 이분 빨리 헤스티아를 보고 싶어하는군요. 후후...
Gneji / 탱크 로리~~!
북정동낭인 / 하으하아아앙~~ ♡♡♡♡♡♡♡♡
내코돌려줘용 / 이사는 금방이죠. 후훗...
orbantez / 무녀는 아직 때가 아닙니다... 전 발랑까진 무녀가 너무 좋아요 흐흐, 일본 무녀~_~!
이쿠네임 / 쀼쀼쀼쀼~~ 감사합니닷^^!
후훈훈 / 아뇨, 그냥 돈 많은 여자들요 ㅋㅋㅋ
휘텐가르트 / 역시 루엘은 이래야죠. 아마... ㅋㅋ
nikumaimu / 음, 어떤 캐릭일지는 저도 하하하~~
니르쪼 / 우리 여자들 너무 안 챙겨줘써요~ 챙겨줘야 대요~
파멸의아리아 / 네? 주인공은... 원래 바보였죠... 푸하하하!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 작가는 여러분 덕분에 자러 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