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1 [격돌] =========================
제갈민은 이겼다 확신했다.
그러나 동시에 방심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신하연에게서 떨어진 채, 부채만을 휘둘러 신하연을 공격했다.
휘이잉!-
서걱!-
괜히 최강자라 불리는 것이 아닌지, 신하연은 피를 토하면서도 제갈민의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후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공격을 하는 동시에 입도 쉬지 않는다.
얄밉게 계속 말을 걸어오는 제갈민을 보며 신하연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으음....”
이런 상황에서 웃는 신하연의 태도에 제갈민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전황은 이미 자신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신하연이 어떠한 행동을 보여줄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아아... 재밌어.”
문득. 제갈민의 바람을 베어낸 신하연의 입에서 기쁨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입가로 피를 주르륵 흘리면서도 그녀는 활짝 웃고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줬다.
“피해봐. 여우. 후우...!”
신하연이 제갈민에게 경고를 하는 동시에, 그를 향해 다가가며 아주 천천히 검을 휘둘렀다.
그 속도가 얼마나 느렸는지, 어린 엘프조차 웃으면서 가볍게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릿했다.
‘...미친.’
그러나 정작 신하연의 검을 마주하고 있는 제갈민은 이 느릿한 검을 피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세상이 변한 것 마냥 엄청난 무게감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또한, 이 무거운 몸으로 어떻게든 피하려고 해도 저 검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숨통을 끓을 거라는 확신을 줬다.
‘둔검(鈍劍)...’
스승님께 말로만 들었던.
전설로만 전해지던 둔검을 검제가 실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느린 것 같지만, 전혀 느리지 않은 검.
“왜 피하려고 하지 않는 거죠?”
“저, 저러다 저 인간 죽겠어요!”
엘프들은 각자 비명을 지르며, 이미 신하연의 검이 제갈민의 목 근처까지 도달한 것을 보고는 발을 동동 굴렸다.
신하연의 공격을 막기 위해 화살을 날려봤지만, 근처에 도달하기도 전에 무언가 투명한 벽에 가로막힌 것 마냥 튕겨져 나왔다.
“이자나기여...우리에게 축... 이런, 시발... 저거 진짜 큰일이네.”
기도를 외던 사쿠라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제갈민 쪽을 바라봤다.
오로지 같은 절대자로서의 반열에 든 사쿠라만이 지금 제갈민이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알 수 있었다.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떠한 수를 써도 지금의 신하연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미친년... 이때까지는 놀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제갈민은 식은땀을 주르륵 흘리며 머리를 굴렸다.
‘후우, 피하기는 힘들겠군요.’
이것이 레벨의 차이란 것일까.
두 명의 성녀, 무녀로부터 버프를 받고 있는데다가, 자신 또한 절대자의 반열에 든 강자였다.
동시에 신하연에게 한 방 먹여 상처까지 입혔다.
그러나 결과는 결국 자신의 열세.
‘허나...검제 또한 무사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레벨의 차이로 인한 무력 차이는 별 수 없다.
그러나 검제가 피를 토한 것 또한 사실.
저것이 토마토케첩이지 않는 이상, 그녀가 상처를 입은 것은 확실했다.
제갈민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목 반쪽 정도... 또는 팔, 다리 어디든 반 정도는 내드리겠습니다.’
목숨, 목숨만 건진다면 성녀와 무녀가 어떻게든 자신을 살려줄 거라 믿었다.
그녀들은 그쪽으로도 능력이 출중한 존재들이니까.
제갈민은 이미 벌써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무녀, 사쿠라를 보며 히죽, 웃었다.
‘이것은 승부군요.’
자신이 여기서 죽지 않고 살아난다면, 혹시나 검제들이 도망친다 해도 다시 잡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죽는다면 그것이 매우 힘들어질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권제, 린메이.’
그녀는 바보가 아니다. 자신이 죽은 다음부터는 린메이의 행보를 읽어낼 수 있는 존재는 몇 없을 게 분명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제갈민은 벌써 눈앞까지 도달한 검을 보며 급히 몸을 틀었다.
파파팟!-
서걱!-
“크악!”
제갈민의 비명이 터지는 동시에 그의 오른팔과 왼팔이 날아갔고, 그걸로 끝나지 않아 그의 목에서도 피분수가 터져 나왔다.
누가 봐도 치명상이었지만, 웃고 있는 쪽은 제갈민이었으며 인상을 찌푸린 것은 검제, 신하연이었다.
“칫, 피했네?”
신하연은 그리 중얼거리며 가볍게 땅을 박차 뒤로 물러섰다.
콰르르릉!-
엄청난 우레 소리와 함께 그녀가 있던 자리에 푸른 번개들이 내리꽂히며 땅을 움푹 팼다.
동시에 제갈민에게 다가온 사쿠라가 수 십 개의 부적을 그에게 던졌다.
“치료부(治療符), 재생부(再生符), 활력부(活力符), 소생부(甦生符)...”
몇 개나 되는지도 모를 부적들이 달라붙자, 제갈민은 팔다리가 잘리고 목이 베였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 제갈남?”
“검...제...를...”
자신의 안부를 묻는 사쿠라에게, 목이 잘려서일까 말하기가 힘든 제갈민이 억지로 입을 열었다.
고작 한 단어였지만, 사쿠라는 제갈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들었다.
‘이 자리에서 검제를 죽여라!’
사쿠라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부적을 꺼내 신하연이 있는 곳을 바라봤을 때... 그곳에 이미 검제, 신하연은 없었으며... 야수왕, 박철수가 저 멀리서 엄청난 고함을 터뜨리고 있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동시에 땅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기운이 박철수의 몸으로 모인다 싶더니, 그가 땅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야수권(野獸拳)!”
촌스럽기 그지없는 이름이었지만,
박철수의 주먹이 땅에 닿는 순간 일어난 일은 유치하게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콰드드드득!-
마치 거대한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마냥 땅이 뒤집히며 이쪽을 향해 흙해일을 일으키고 있었다.
“미쳤네... 진짜. 랑랑아!!”
사쿠라는 이 상황에 급히 자신의 뇌수, 랑랑이를 불러 앞을 막아섰다. 다른 곳을 신경써줄 여유가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제갈민을 지켜낸다면, 다른 곳들은 엘프 여왕과 마리아, 올마스터가 전부 막아줄 거라 생각했다.
“빌어먹을! 오늘 부적 진짜 개 많이 쓰네! 이거 엘프 쪽에 청구할 테니, 그렇게 알라고!”
다시 한 번 작게 욕을 내뱉은 사쿠라가 수 십 개의 부적을 집어던지자 다가오던 흙해일이 폭발을 일으키며 흩어졌다.
투두둑!-
튕겨져 나오는 돌과 흙들은 전부 랑랑이가 몸으로 막아냈다.
후두두둑!-
비처럼 내리는 흙과 돌들을 보며 점점 가라앉는 의식 속에서도 제갈민은 하나를 깨달았다.
‘야수왕, 박철수도... 레벨이 올랐구나...!’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힘을... 이 상황에서 이렇게 여유롭게 도망칠 수는 없었다.
검제, 신하연만을 신경 쓰고 있었거늘.
신하연이 자신의 예측을 뛰어넘은 힘을 보여준 것도 모자라,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박철수마저 뒤통수를 때릴 줄이야.
‘다음번에는 이렇게 안 될 겁니다. 여러분...후후.’
제갈민은 완전히 정신을 잃는. 마지막까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기절했다.
그리고 싸움의 결과는 의외로 싱겁게 아무도 죽지 않은... 검제들의 도망으로 인해 허무하게 끝이 났다.
*
*
*
“후아아,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 해.”
신하연이 시선을 끌어주고, 제갈민을 쓰러뜨려준 덕분에 여유가 생긴 권제는 직접 전투에 약한 마리아를 버려둔 채, 박철수와 싸우고 있던 올마스터와 접전을 벌였고.
그 순간 박철수는 잠시 떨어진 상태에서 힘을 모을 수 있었다.
라프람이야 뭐, 개발리고 있었지만 도망만큼은 자신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엘프 여왕, 아이린에게서 잘 도망쳤고 말이다.
“쿨럭, 쿨럭... 재밌어. 후후.”
“피를 토하면서 잘도 말한다 해.”
린메이는 계속해서 각혈을 하면서도 미소를 지우지 않고 좋아하는 신하연을 보며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쿨럭, 아 시발... 이것 참 꼴사납군. 남자가 도망이라니.”
박철수 또한 아직 익숙하지 않은 힘을 끌어올린 탓인지 피를 토하면서 불평을 내뱉었는데.
저 꼴을 보아하니 죽더라도 끝까지 싸웠을 게 분명하겠구만 이라 생각하며 린메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모두에게 말했다.
“하아... 정말 새해부터 최악이다 해. 일단 이곳에서 벗어난다 해.”
파팟!-
린메이의 말에 따라 모두가 급히 엘프의 숲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그 시각, 지우는.
“흐아암, 역시 새해에는 잠이나 자는 게 최고지.”
루룬을 포함한 모든 여자들과 함께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 작품 후기 ============================
레벨 7은 상처를 입어도, 위기 상황에서도 심지어 상대가 버프를 받고 있어도
레벨 6보다는 강함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후후, 그리고 아직 모른다고요. 숨겨놓은 기술이 더 있을지... 아무도 몰라요!
작가권!!
지우 : 작가님... 오늘 저 안 나왔는데요?
작가 : 나왔잖아 임마!
<리리플>
Karla / 정중행 감사히 머글게용!_! 하악!!
nikumaimu / 아쉽지만 아무도 안 죽었습니닷~_~ 후후
거짓말쟁이P군 / 그렇죠. 헤스티아가 크면 그 때는 아주 그냥!
승고이 / 이거 고민 좀 했었는데... ㅋㅋ... 성녀 죽일까 말까를....
Lizad / 그렇습니다. 검제 쪽은 나쁜 놈들인 게 확실하거든요.
이쿠네임 / 반 죽었지만, 반 죽어도 이기네요. 검제는.
내코돌려줘용 / 잔넨! 아무도 안 죽었답니다!
nsaen / 으으, 검제는 슈퍼 빈유죠... ㅠ_ㅠ;;
Vagabundo / 각성할 필요도 없이, 최강자라 불리는 검제는 강했습니닷!
orbantez / 작가도 똑같이 생각했습니다 해.
니르쪼 / 아직 죽을 때가 아닙니다 해.
운명이란... / 후후, 아직 아무도 지지 않았어요. 이들의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라우라우라우 / 장난이었지롱요~_~ 후후, 검제가 질 리가 없잖아요!
휘텐가르트 / 사실 이것도 고민했지만... 우리 사랑스럽고 착한 아이린의 팔을 짜를 수는 없었네요. 잔넨!
*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으, 액션으로 너무 끌었더니... 마음에 안 들어요. 떡! 떡이 필요해요! 무슨 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