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2 [이미 공략된 물의 정령족] =========================
새집으로 이사하고 모두와 함께 산 지 벌써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깨달은 것은 지금 루룬을 포함한 우리는 전부 ‘백수’라는 것.
그렇기에 집에 모두가 항상 붙어있었다.
루룬을 포함해서 말이다.
“으으... 바람이나 쐬러 가볼까?”
내가 천천히 기지개를 키면서 일부러 모두에게 들리도록 중얼거리자, 루룬을 제외한 모두가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저도요!”
“저도 따라 갈래요!”
“오빠! 나도!”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열렬히 바라보는 여자들을 보며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데, 마지막에 루룬이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모두가 가니, 저도 같이 가야겠네요.”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자들 입에서 짜증 섞인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
은미를 포함한 모두가 그러면서 주먹을 꽉 쥐는 모습을 보고, 나는 조심스럽게 상태창을 열어 그들의 생각을 확인했다.
《노예》
[이름: 김은미]
[현재 하고 있는 생각 : 아아, 저 빌어먹을 년 때문에 오늘도 주인님한테 못 안기겠어!!]
[이름: 하예진]
[현재 하고 있는 생각 : 히잉, 욕구불만이라구요. 제발 눈치가 있으면 그만 좀 따라붙어!]
[이름: 샤샤 헤인즈]
[현재 하고 있는 생각 : 섹스...섹스...섹스...!]
[이름: 라피스 라즐리]
[현재 하고 있는 생각 : 아아, 주인님께 엉덩이를 꿰뚫리고 싶었는데... 오늘도 무리인가요.]
“...하하하.”
나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재빨리 상태창을 껐다. 루룬과 함께 살면 이리 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여자들의 성욕이 의외로 어마무시했다.
이러한 여자들의 욕구를 해결해 주기위해 가끔 둘이서라도 밖에 몰래 나가려고 하면, 루룬이 귀신처럼 따라붙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역시 공략을 하는 수밖에 없는 거 같네요. 사용자님.]
마더의 목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공략이라...’
솔직히 여기 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치고, 지금 아공간에 들어 있는 몇몇 아이템을 이용한다면 빠른 시일 내로 루룬에게 최면을 걸어 노예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끄응...’
루룬한테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걸까... 나는 이상하게 그녀를 공략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들었다.
[아니, 이때까지 실컷 다른 여자들을 사용자님의 노예로 만들어 와놓고는... 무슨 소리에요. 지나가던 달팽이가 웃겠어요.]
“..........”
마더의 팩트폭격을 듣자 양심이 아파왔지만, 어찌되었던 루룬은 아직 공략할 마음이 안 들었다. 아니, 공략을 하더라도 최면술로 인한 것이 아닌 조금 순수한(?) 사랑으로 넘어뜨리고 싶었다.
시야에 내 대답을 기다리는 여자들의 얼굴이 들어왔다.
“읏차, 그럼 다 같이 산책이나 하러 갈까?”
“아아...!”
몸을 일으키며 하는 내 말에 루룬은 활짝 웃었고, 다른 여자들은 절망에 가득 찬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때 소파에 누워 있던 다람쥐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설마...?”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다람쥐의 행태에 내가 숨을 죽인 채, 바라보자 이때까지 굳게 닫혀있던 다람쥐의 눈이 조금씩 떠졌다.
그리고 이내 완전히 눈을 뜨자, 마치 인간이라도 되는 것 마냥 길게 기지개를 피는 다람쥐 놈.
찌이이~-
그 후,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코를 킁킁 거리더니 2층, 내 방에 있을 도토리를 먹기 위해 쏜살같이 달려가 버렸다.
찌찍!-
“이 자식... 일어났으면 나한테 먼저 와야 할 것 아니야.”
내심 팔을 벌려 안아줄 준비를 하고 있었던 나는 머쓱한 마음에 혼자 중얼거렸다.
*
그 후, 여자들과 다 같이 근처에 있는 공원을 산책하고 돌아오자 다람쥐는 이미 불의 하급 정령, 카사를 손난로처럼 자신의 배 위에 올려놓고는 도토리를 까먹고 있었다.
동시에 산책에서 돌아온 나를 보며 비웃듯이 울음을 터뜨리는 다람쥐.
찌이~찌이~찌이~!-
그 모습이 얼마나 얄미웠는지 순간. 다람쥐를 동면이 아닌 영면에 들게 할 뻔 했다.
‘후, 주인인 내가 참아야지. 그래, 이제 일어났는데...’
여자들이 보는 앞이라 그런 걸까, 평소보다 관대한 마음으로 다람쥐를 용서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람쥐 놈이 먹다만 도토리를 나한테 던지는 순간, 내 이성은 마치 얇은 실 마냥 툭 끊어지고 말았다.
찌이~! 찌이이!-
툭!-
반쯤 갉아 먹힌 도토리가 정확히 내 이마에 부딪히고 부스러기와 함께 떨어져내렸고, 내 이성도 부스러기마냥 흩어져 다람쥐놈에게 응징을 가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 빌어먹을 다람쥐 새끼가! 일어났으면 주인한테 넙죽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물론 내가 이렇게 화를 내고 소리친다 해서 눈 하나 꿈쩍할 내 다람쥐가 아니었다. 오히려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새 도토리들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공격을 가하는 내 다람쥐.
찌찌!-
다람쥐가 울음소리를 터뜨리며 날린 도토리가 팔방으로 흩어졌다가 단숨에 나를 향해 뭉쳐 날아오더니, 내 얼굴의 전 방향을 가격했다.
“커억!”
다람쥐의 엄청난 공격에 절로 비명이 터져 나오며,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저게 어딜 봐서 다람쥐란 걸까.
이미 저건 일본의 상급 닌자라고 봐도 무관한 미친놈이었다.
[정말... 다람쥐랑 이렇게나 재밌게 노시는 사람은 사용자님밖에 없을 거라고요.]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는 마더의 목소리에 괜히 머쓱해진 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줍기 시작하자, 그제야 여자들이 다람쥐한테 관심을 보이며 천천히 다가갔다.
“어머, 얘 귀엽다.”
“후훗, 저희는 초면이 아니죠?”
은미와 루룬이 거대한 가슴을 흔들면서 다가가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한테 도토리를 날리며 비웃음을 흘리던 다람쥐가 그들에게 귀여움을 부리기 시작했다.
찌이~찌이~!-
“꺄아, 귀여워라.”
이때까지 함께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애교들에 여자들이 아주 끔뻑 죽어나가는 것을 보며 나는 쓰레기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다람쥐를 바라봤다.
‘저 빌어먹을 새끼...’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나는 다람쥐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이를 갈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조만간 아공간에 있는 도토리묵을 전부 억지로 먹여주마.
이리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는 걸까, 하고 있는데 루룬의 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하루가 힘들 때면 난~-
기분 좋은 벨소리에 루룬이 재빨리 실례한다면서 전화를 받았고, 잠시 통화를 나눈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끊었다.
“네네, 알았어요... 네...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그리 말한 루룬은 전화를 끊자마자 아직까지도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줍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지우 씨, 저 잠시 나갔다올게요. 오늘 잘하면 늦을 수도 있으니... 먼저들 주무세요.”
“무슨 일 있나요?”
내 물음에 루룬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사정을 설명했다.
“슈르카가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후우, 요즘 신경을 못 써주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아주머니가 죽으신 것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 한 것 같아요. 제가 너무 무신경했네요. 좀 더 신경써줘야 했었는데...”
자신을 계속 자책하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룬을 보니 가슴이 아파왔다.
그리고 나 또한 그녀의 힘이 되어 주고 싶은 마음에 절로 입이 열렸다.
“루룬... 그렇다면 저도 함......으읍!”
내가 따라가서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하려는데 그것보다 먼저 조용히 있던 은미가 거대한 가슴을 내 등에 밀착시키며 내 입을 틀어막더니, 냉큼 소리쳤다.
“아하하, 그건 네가 잘못했네! 빠, 빨리 그 친구한테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당신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갈 거라고요. 흥... 어쨌든 지우 씨, 음... 나중에 봐요.”
루룬이 인사를 한 상대는 나였는데, 정작 대답을 한 것은 나를 제외한 여자들이었다.
“나중에 봐요~ 후후.”
“천천히 다녀오세요. 헤헤.”
그리고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루룬이 신발을 신고 나가자, 조용히 내 입을 막고 있던 은미를 포함한 모두가 마치 굶주렸던 사자마냥 나를 향해 신음을 터뜨리며 달려들었다.
“흐읏, 주, 주인님...!”
“하아앙...드,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어요...!”
벌써부터 자신의 옷을 벗는 동시에 내 옷을 벗기는 그들을 보며 나는 당황해서 소리쳤다.
“얘, 얘들아. 진정해!”
그러나 이미 눈이 돌아가 버린 여자들에게 내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
“진정 못 해요!”
“흐아앙...주, 주인님의 냄새... 차, 참을 수 없다고요!”
“쪽, 오빠... 키스 해줘. 찐~한 어른들의 키스. 쮸으읍!”
벌써부터 내 입술에 달라붙는 샤샤.
둘이서 뺏길까봐 열심히 내 남근을 핥아대는 은미와 예진.
내 귀를 잘근잘근 깨물며 가슴을 쓰다듬는 라피스까지.
네 명의 동시공격을 받으니 나 또한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방금까지만 해도 미지근했던 거실의 공기가, 단숨에 화끈 달아올랐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잊혀졌던 여자들을 안아주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벌써 5P...
이거 진짜... < 분신 알약 > 같은 거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요;;
Karla / 모녀 거유는 언젠가...
아린 / ... 그러게요... 왜 항상 정의는 가난한 걸까요 ㅠ_ㅠ;; 실제로 우리 나라도 인성 안 좋으신 분들이 돈이 많다지요...흑;
Vagabundo / 입히기 전에 주인공은 끝장 날듯 ... 눈물...
곰의판타지 / 권선징악!! ... 악을 결국 정의에게 지는 법...일 거에요. 아마;;
운명이란... / 그렇습니다. 주인공의 최면은 이제 시작이라고요.
Elde / 그 정도로도 만족 못 해요! 에잇! 엉덩이를 때려줄거라고요!
니르쪼 / 후후, 그렇겠군요...후후후
내코돌려줘용 / 아쉽네요 ㅠ_ㅠ; 근데 아마 죽더라도... 착한 애들 쪽이 죽었을 것 같은...
키바Emperor / ㅋㅋㅋ 이번에 엘프 여왕까지 죽었으면 다들 실망하셨을듯.
nikumaimu / 오오, 그 마음 이해합니다. 슬림은 슬림한 맛(?)이 있죠. 저는 여자면 다 좋아하는 잡식파입니다.
휘텐가르트 / 그렇죠. 위로 가면 갈수록 레벨업하기 힘들어지니 =ㅅ= 그만큼 힘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orbantez / 아직 해해는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해.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