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8 [하루 데이트] =========================
다음날 아침.
집이 아무리 충분할 정도로 넓다고 해도, 루룬이 그렇게 신음을 터뜨려 댔으니 다른 여자들이 눈치를 채지 못 할 리가 없었다.
심지어 아침부터 살포시 내 팔짱을 끼며 얼굴을 비벼대는 루룬을 보고서,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했네.”
“했어....”
“얼마나 찐~한 사랑을 부어줬으면 하룻밤 사이에 저렇게 바뀔 수가 있는 걸까요?”
“주인님은 짐승인가요?”
여자들을 각자 나를 노려보며 한 마디씩 중얼거렸는데, 그 안에 담긴 것이 살기인지, 부러움인지, 질투인지 구별이 안 되었다.
나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이건 불가항력이었어!”
내 대답에 여자들이 전부 팔짱을 끼며 ‘흐응~’하고 나와 아직도 내 팔에 달라붙어 얼굴을 부벼대는 루룬을 보며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해해드릴게요. 주인님.”
“하긴... 사실 이렇게 될 거라고는 미리 생각하고 있었어요.”
“긍정...”
“헤헤, 주인님께서 원하시면 제가 알고 있는 엘프들도 소개해드릴게요!”
내가 한마디 하면 넷이서 한마디씩을 하니,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다. 그나마 이들이 나를 이해해주는 것만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 이해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라피스... 엘프들은 소개 안 시켜줘도 돼. 아니, 절대 소개시켜주지 마.”
“네~.”
여기서 여자가 더 늘어나면 내가 말라비틀어질지도 모른다. 그 존재들이 엘프들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실제로 어제 하루 종일 여자들을 안아준 뒤, 밤에는 루룬을 안아줘서 그런지 약간 잠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곤이 남아있었다.
‘잠이나 더 잘까...’
그리 생각하며 소파에 몸을 눕힐까 하는데 돌연. 여기서 가장 빨리 내 노예가 되었던 은미가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여기 있는 전원이 결국 주인님의 여자가 되었으니, 오늘에야 말로 회의를 열 때가 되었네요!”
“...무슨 회의?”
괜스레 불안해진 내가 이리 묻자, 은미가 다른 여자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시익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잠자리 일정이죠.”
“.......”
마음 같아서는 그런 걸 꼭 정해야 하는 거니? 내가 안고 싶은 여자를 안고 싶을 때 안으면 안 될까?
...라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쓰레기가 될 거 같은 느낌에 꾹 참으며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래...나는 피곤하니 너희들이 알아서 정해주겠니?”
그리 말하며 자고 일어나자 일주일 단위로 여자들의 잠자리가 나눠져 있었다.
-월 :은미, 샤샤
-화 :샤샤, 예진
-수 :예진, 라피스
-목 :라피스, 루룬
-금 :루룬, 은미
-토 :희망자 (전원 가능)
-일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여자랑 (전원 가능)
*언제든지 유기적으로 바뀔 수 있으며, 주인님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도록 한다.*
*주인님의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인해 못 하는 날은 깔끔하게 포기. 이의는 절대 불가.*
나는 깔끔하게 작성된 A4 용지를 보며 허허로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세상에나... 하루에 한 명도 아니고 최소 두 명이었다. 그리고 유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말은 두 명에서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날 거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았다.
주인님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해놓고, 이미 내 의사는 저 하늘나라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지 오래인 스케줄을 보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 일요일이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어디냐. 이 날은 꼭 쉬어야지.’
[오늘따라 사용자님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 지 전부 읽히는데... 과연, 일요일에 쉬실 수 있을지....]
정말로 내 생각을 완벽하게 읽었는지 유감스런 목소리로 말하는 마더의 말을 듣자, 그녀의 말대로 일요일조차 못 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좋게 생각했다.
“어쨌든 평화롭게(?) 해결 되서 다행이네.”
보통 한 남자가 여러 여자를 거느릴 경우.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피 튀기는 싸움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내 여자들은 알아서 잘하지 않는가.
그것만으로 나는 만족이었다.
[과연... 저대로 이루어질지도 마더는 걱정이네요.]
그만해. 마더.
[과연...]
과연이라는 말에 재미라도 붙였는지 계속해서 나를 위협하는 마더의 목소리에 한마디 해줄까 하는데 아침부터 내 전화가 울렸다.
띠리링!-
구시대 사람의 보잘 것 없는 컬러링이 내 전화임을 알려주었고, 나는 귀찮은 마음에 누가 전화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전화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와 내용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당장 갈게요!”
*
*
*
어둡고 축축하기 그지없는 곳.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부글부글 끓는 가지각색의 색깔을 가진 액체들과 텅 빈 유리병들뿐이었다.
저벅저벅!-
조용하던 공간에 한 사람의 발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 여자가 등장했다.
지나가던 남자라면 한 번은 멈춰서 바라보게 될 아름다운 외모.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고 있는 눈매는 그녀가 타인에게 친절한 동시에 유약한 성격을 가진 여성임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과연 인간이 가질 수 있을까 하는 크기의 거대한 가슴이 귀엽게 생긴 분홍색 트레이닝복을 빵빵하게 밀어내고 있는 모습은 이 자리에 남자가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덮치고 싶게끔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아름다운 여자는 주위에 보이는 액체들을 보며 단숨에 울상을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흑...지우야... 보고 싶어.”
그러면서 전원이 꺼져 있는 스마트폰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전화를 한다면...’
자신이 아는 지우라면 단숨에 모든 것을 제치고 달려와 줄 것이다. 지혜는 그리 생각하며 전원 버튼 위에 자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올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스마트폰을 힘없이 내려놓으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 후, 지우에게 전화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했는지. 지혜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액체들이 담겨 있는 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액체들을 이리저리 만져대며 적당량을 조합하자, 분홍빛 또는 푸른빛, 빨간빛, 초록빛을 내는 다양한 액체들이 새로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문득. 새로운 약들을 만들어내던 지혜는 왈칵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은 것을 꾹 참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 짓을 계속 해야 하는 걸까...’
자신이 만든 약으로 인해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도 봤다. 동시에 파괴된 현장에도 직접 가봤었다. 어떤 남자는 백화점에서 오크에게 당해 한 쪽 다리가 부러졌다고도 했다.
‘엄마...아빠... 지원아...’
지혜는 어딘가에 붙잡혀 있을 자신의 가족들을 떠올리며 기계마냥 손을 억지로 움직여 계속 약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물약을 만들어내는 순간.
무언가 알 수 없는 느낌이 자신을 휘감으며, 동시에 능력이 한층 더 강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딴 능력... 강해져서는 안 되는데...’
벌써 2번 째였다. 지우랑 헤어진 뒤 하루 종일 재료를 구하러 갈 필요도 없이 이 행위를 반복하다보니, 자신의 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지금도 머릿속에 새로운 약의 조합들이 마구 떠오르는 것이... 지혜는 참을 수 없도록 싫고 짜증이 났다.
‘지우야...’
다시 한 번 지우에게 연락하고 싶다는 충동이 왈칵 치밀어 올랐다.
‘잠깐만... 잠깐이면 되니까...’
아무 말도 없이... 목소리만 듣자.
정말 딱 한마디... 지우의 목소리 딱 한 번만 듣고 끄는 거야.
그리 생각하며 꺼져 있는 스마트폰의 전원을 키려는 순간이었다. 자신을 이 상황에 처하도록 만든 끔찍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꺄르르, 뭐하려고? 서지혜. 아니, 포션 메이커(Portion Maker).”
자기 멋대로 자신의 호칭을 만들어 부르는 여인을 보며 서지혜는 재빨리 전원을 키려던 스마트폰을 뒤로 숨겼다.
검은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뒤 뒤로 넘긴 여인은 신기하게도 눈에 안대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 한 곳 부딪히지 않고, 지혜를 향해 똑바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턱을 꽉 붙잡아 들어올렸다.
“후후... 아름다운 입술이야. 쓰읍...”
“으읍!”
마치 키스를 할 것처럼 다가오는 여인을 보며 지혜가 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여인이 가진 강력한 힘 때문에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눴던 여자를 덮치는 건 딱 질색이거든. 후후.”
그리 말하며 지혜의 턱을 놓자, 지혜가 눈물 머금은 눈으로 여인을 노려봤다.
방금까지만 해도 힘들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지혜의 눈안에는 어마어마한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그러한 눈빛을 마주하면서도 여인은 오히려 좋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았다.
“하으읏, 오싹오싹한데... 그나저나... 한 층 더 강해졌나 봐? 전보다 더 기분 좋은 살기를 내뿜을 수 있게 되었잖아. 히힛.”
“으으... 이 빌어먹을 년!”
“하앙...! 더 매도해줘...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래쪽이 근질거린단 말이야.”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입고 있는 치마 밑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이내 번들거리는 애액을 검지와 엄지로 묻혀 보여주는 여인이다.
“미친년....”
욕을 들으면 좋아하는 여인한테 욕을 해주고 싶지 않았지만, 지헤는 눈앞에 있는 여자한테 욕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아...흐읏, 좋아... 그나저나 오늘도 아응... 열심히 만들었나 보네? 하악!”
여인은 아예 자신의 손을 치마 밑으로 집어넣은 채 자위라도 하고 있는지 찌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지혜에게 물었다.
그러한 여인을 보며 같은 여자로서 수치심을 느낀 지혜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소리쳤다.
“그래, 다 만들었다! 다 만들었다고!”
그리 말하며 지혜가 여인을 향해 자신이 만들어낸 물약들을 우르르 밀어냈다.
“깔깔깔, 잘했어. 나한테 칭찬이라도 듣고 싶었던 거야? 소리 안 질러도 되는데... 깔깔, 귀여워라.”
여인은 지혜가 짜증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한 손으로 좀 더 격렬히 자신의 음부를 쑤셔대며, 지혜가 만들어낸 포션들을 꼼꼼히 확인했다.
“흐음, 어디보자. 버서커 포션 14개, 익스플로전 포션 14개, 그리고 이건... 크큭, 최음 포션 14개. 하읏, 이거 기분 좋더라... 꿀꺽.”
그리 말하며 분홍색으로 이루어진 최음 포션의 뚜껑을 따 단숨에 들이키는 여인. 병 안에 가득 차있던 액체가 여인의 몸속으로 자취를 감추자. 여인의 얼굴이 확 붉어지며, 입가로 들뜬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하읏, 하앙... 여, 역시......흐읏! 이 포션... 하윽! 효과하나만큼은......흐앙... 죽인다니까! 하으읏!”
찌걱찌걱!-
퓨슈슛!-
“아흑! 하아아아아앙!!”
결국 자위와 포션의 도움으로 절정에 도달했는지 긴 신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뒤로 젖히는 여인.
잠시 뒤 만족스런 표정을 지은 여인이 쿡쿡 거리며 지혜에게 말했다.
“하으... 좋았어. 그렇게 매일매일 열심히 포션만 찍어내면 최소한의 자유는 보장해줄테니 자살할 생각은 말라고. 후후, 물론 네가 자살하면 네 가족들도 죽겠지만 말이지.”
여인의 말에 지혜가 이빨을 으드득 갈며 소리쳤다.
“이 쓰레기 같은 년! 같은 인간이면서 어떻게 이러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거야!”
“하읏, 그렇게 화내면 나는 기쁠 뿐이라니까... 뭐, 나야 좋지만. 그리고 있잖아... 나는 원래 인간을 싫어하는 인간이라고. 특히 인간 남성의 자지보다... 이종족들의 자지가 훨씬 기분 좋은걸? 하앙!”
“이, 이익...!”
여인의 계속된 말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지혜가 빈 병을 향해 재빨리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여인을 향해 집어던지려는 순간. 여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강지우. 현재 28살. 이번에 이사했더라? 후후, 이건 말해도 될까 싶은데... 여자 5명이랑 같이 살고 있어. 분명 그들이랑 전부 섹스도 했겠지?”
“...지우가 그럴 리 없어.”
“쿠흐흣, 믿거나 말거나 전부 네 마음이야. 그나저나... 아직 그 남자를 잊지 못 했나봐? 그 남자 때문에 일을 소홀히 했다가 네 가족들은 비명을 질렀었는데 말이지.”
“..........”
여인의 말에 지혜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여인의 말대로 지우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 할당량을 채우지 못 했고, 그로 인해 자신의 가족들은 손가락이 하나씩 잘리고 말았다.
그 덕분에 화가 난 여인이 지우를 죽이겠다고 찾아오기도 했었고 말이다. 다행히 자신이 여인을 따라가 하루 종일 포션을 만들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야 지우만큼은 살릴 수 있었지만.
“흐응, 뭐... 어쨌든 오늘은 나도 바쁘거든. 쿠쿡, 그래서 특별히 하루 정도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걸 허락해줄게. 그럼 간다? 바이바이~”
자기 할 말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여인의 뒷모습을 지혜가 주먹을 꽉 쥔 채 노려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스마트폰 쪽으로 시선이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고민하던 지혜는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의 전원을 켰다.
============================ 작품 후기 ============================
으음... 이제 새로운 여자를 떠올려야 하는데... 애나도 찾아가야하고... 고민이네요 ㅠ_ㅠ;
< 리리플 >
니르쪼 / 올... 이제 제 소설의 흐름을 읽기 시작하는군요 !_! 작가는 모르는데... ㅋㅋ
Susubat / ㅋ_ㅋ;;; 제 소설은 특히 초반부분이 재미없나 봐요 .. 흑 , 조금 슬프네요.
다음편 / 오오잉... 나올지도 모릅니다만 =ㅅ= 아직까지는 생각이 없네요.
키바Emperor / 히힛, 저도 눈에 하트 그려진 여성 좋아해요... 뭔가... 매력적...쓰읍...
orbantez / ㅠ_ㅠ;; 이번편에 살짝 등장시키려 했는데... 흑... 들킨 것만 같은 느낌...
아린 / 크허억... 은미가 있어요! 튼튼녀는!
운명이란... / 끄악, 엘퀴네스는 여자가 되어도 불곰녀가 되어버릴거라고요 !
내코돌려줘용 / ... 저도 BL... 제 취향은 아니랍니다 =ㅅ=
휘텐가르트 / 세상에나... 지우는 나쁜 녀석이었어요 ㅋㅋ
보랏빛날개 / 저런 최면술 걸리면... 노예가 되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후후...
이쿠네임 / 항상 감사합니다! 첫 코멘트 굿굿!
*항상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