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9 [하루 데이트] =========================
내가 급히 전화를 받고, 혼자 택시를 타고 찾아간 곳에는 배가 산만하게 부풀어 오른 붉은 머리의 미녀와 그런 미녀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여자아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 본지 그리 오래된 것 같지도 않은데, 반가운 마음에 입이 절로 열렸다.
“이프리트 님!”
내가 이프리트의 이름을 부르자, 임산부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이프리트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후훗. 뭐가 그리 급해? 우리도 방금 왔어. 이 녀석아.”
당당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이프리트의 말투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두근거렸고,
부풀어 오른 배를 가까이서 보니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지금의 이프리트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벌써 만삭이라고요?”
나는 전화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믿기지 않아 다시 물었다. 이프리트와 관계를 맺었던 날부터 아직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만삭. 즉, 내 아이를 낳을 때가 되었다니.
“그래... 이놈아. 이제 슬슬 아이 낳을 때가 되었으니, 아빠로서 하루 정도는 같이 해야 할 것 아니야.”
“아빠...”
이프리트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아빠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며 입을 한 손으로 막았다.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빠가 되다니.
당황스러웠지만... 가슴이 벅차올라 행복해지는 느낌이 더욱 컸다.
“저, 정말 제가 아빠인가요?”
히죽, 웃으며 내가 묻자.
이프리트가 마주 웃으며 말해줬다.
“그래, 그래. 네가 아빠다. 으이그... 꼭 남자란 종속들은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하더라. 해준 건 씨앗만 뿌리고 간 주제에 말이지.”
“하...하하...!”
참으려 해도 입술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오는 웃음을 흘려대고 있는데, 문득. 내 눈에 이프리트 옆에 꼭 붙어있는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이프리트와 똑같이 붉은 머리를 가진데다가... 이제 겨우 내 허리쯤에나 올 법한 자그마한 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발육이 벌써부터 대단한 것이... 내 머릿속에 꺄르르 웃던 한 아기가 떠올랐다.
나는 이번에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여자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서, 설마... 헤스티아?”
이프리트가 아기를 낳기 일보직전이라는 것도 믿기지 않았는데, 설마 그 잠깐 사이에 그 쪼그맣던 아기가 이런 여자아이가 되었단 말인가.
내 말에 헤스티아가 이프리트의 손을 좀 더 꽉 잡으며 뒤로 숨더니,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응...맞아. 나 헤스티아야. 오빠...”
“큭!”
나는 절대 어린아이한테 발정하는 변태는 아니지만, 헤스티아의 저 모습은 그거랑은 별 상관없이 내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들었다.
[...변태.]
마더한테 이런 말을 들어도 변명하기 힘들 정도로 아직 어린 헤스티아는 귀여웠다. 무엇보다 역시... 저 자그마한 몸으로 가질 수 없는 거대한 가슴이 제일 큰 매력이었다.
그 때 조용히 이런 나와 헤스티아를 바라보고 있던 이프리트가 미소를 지으며 말해줬다. 그녀도 나를 만난 것이 반가운지 유난히 밝아 보이는 미소였다.
“너 진짜 헤스티아한테 엘릭서를 먹이긴 했나 보더라. 이렇게 빨리 자랄 거라고는 나도 예상 못 했거든. 그래도 어때? 우리 헤스티아. 나 닮아서 예쁘게 자랐지? 후후. 덮치고 싶어?”
그리 물으면서 한 손에는 시뻘건 불꽃을 왜 만들어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대답했다.
“아, 아니요. 하하... 저는 이프리트님이 최고인 걸요.”
“흐응, 그래?”
아부에 가까운 내 말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지, 이프리트가 콧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그리고 그런 나와 이프리트를 바라보고 있던 헤스티아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더니,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나, 나도... 오빠가 최고란 말이야.”
“..........”
“..........”
갑작스런 어린 소녀의 고백에 나와 이프리트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 와중에 이프리트가 눈빛만으로 나를 째려봤는데, ‘너 진짜 우리 헤스티아랑 있을 때 뭔 짓 했냐?’라고 묻는 것만 같았다.
이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눈빛으로 변명했다.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저 살짝 최면술을 걸었을 뿐이죠.
하지만 그 때 걸었던 최면은 헤스티아의 레벨을 생각하면 이미 풀렸어도 한참 전에 풀렸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상하네....’
내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아무 말도 안 해주는 나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는지 헤스티아가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투덜거렸다.
“...나도 오빠랑 이제 엄마가 했던 것처럼 쪽쪽! 할 수 있단 말이야.”
“쿨럭!”
예상외의 소리에 나와 이프리트는 순간 사래가 걸린 것 마냥 기침을 하며 다시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눈빛으로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역시 헤스티아 앞에서 섹스한 건 문제가 있었다고요!’
‘하? 너도 즐겨놓고 이제 와서 그딴 소리 하기야? 임신까지 시켜놓은 주제에!’
‘...죄송합니다. 제가 쓰레기였네요.’
당연한 얘기지만 이프리트와 말로 싸우나, 힘으로 싸우나 지는 것은 나였다. 무엇보다... 한 손으로 부드럽게 자신의 부풀어 오른 배를 쓰다듬고 있는 이프리트를 보고 있으면 절로 넋이 나갔다.
“...만져 봐도 되나요.”
조심스럽게 묻자, 이프리트가 입가에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임신 중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더 여자로서의 매력이 느껴지는 이프리트의 허락에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배 위에 올렸다.
“아.....”
절로 탄성이 흘러나오며, 나도 모르게 한 줄기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이프리트의 배 안에 지금 내 아기가... 내 피를 물려받은 가족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사람을 감동받게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들리니. 아가야. 네 아빠란다.”
이프리트가 내 손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중얼거리자, 배 안에 들어 있는 아기가 움찔하는 것이 손으로 느껴졌다.
그 신비로운 느낌에 감동받으면서도, 나는 나도 모르게 이프리트를 불렀다.
“이프리트 님...”
“왜?”
“...고마워요.”
차마 많은 여자들을 노예로 부리고 있는 내가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러나 이 한마디만으로도 이프리트는 괜찮았는지 나를 향해 작게 요구했다.
“키스해줘. 애기 아빠.”
“...네.”
나는 환한 미소를 짓고,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이프리트에게 부드럽게 키스를 해줬다. 그러자 손가락만 빨며 이쪽을 바라보던 헤스티아가 분하다는 듯이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나도...! 나도 할 수 있단 말이야! 나도 오빠 사랑한단 말이야! 훌쩍... 흐아아아앙!!”
“..........”
애써 못 들은 척하며 이프리트와 행복한 키스 타임을 보내는 나는 속으로 헤스티아에게 말했다.
‘조금만 더 자라렴... 지금 내가 너랑 이런 키스를 했다가는 잡혀간단다.’
그런데 왜 일까.
헤스티아는 저 상태에서 키보다 가슴이 더 자랄 것만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럴 리가 있겠어.’
이프리트의 피를 물려받았으니, 헤스티아도 황금 비율에 풍만한 가슴을 가진 미녀가 될 것이다 생각하며 다시 이프리트의 부드러운 입술을 맛보는데 헤스티아가 다시 소리쳤다.
“흐앙!! 헤스티아도 앞에 있는 구멍으로 찌걱찌걱할 수 있단 말이야! 흐아앙! 흐아아앙!”
“...쿨럭!”
새삼스레 조기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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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어, 음... 혹시 지혜 만나러 간다 생각하셨나요 =ㅅ=;;
아쉽지만 이프리트였습니다! 슬슬 지우의 아기가 태어날 시기거든요... 조금 이르지 않냐고요? 에이... 몰라요. 일단 낳고 보는 거죠.
< 리리플 >
Elde / 그러기에는 아직 지우가 너무 약하네요 ㅠ_ㅠ:
epooro / 이프리트도 나름 조강지처죠 후후.
nikumaimu / 아흑, 안 돼요 ㅠ_ㅠ; 님 코멘트에 리리플 다는 재미가 있었는데!
호호호아 / 훗, 모두한테 보여준 복선이었습니다 !_!
니르쪼 / 아마 지우는... 정력이 바닥나는 한이 있어도 여자를 버리지는 못 할듯요 ㅠ_ㅠ;
smone / 지금 엎어버리러 쳐들어가면 지우는 GAME OVER입니다 ㅠ_ㅠ;
주비트 / 헐... 설마 그 작품을 읽으신 분이 계실 줄이야... 당연한 얘기지만 똑같은 인물은 아니에요 =ㅅ= 하지만... 비슷한 부분이 있기는 있죠.
운명이란... / 그렇습니다. =ㅅ= 원래부터 생각해놨던 세력이죠. 검제 - 인간측나쁜놈 제 3세력 - ????
은아준 / 후훗, 그렇습니다. 좋게 생각하는 거죠!
Susubat / 으... 안 돼요 ㅠ_ㅠ;; 또 열심히 연재해서 불러들이고 말 거에요! 흥!
orbantez / 돈은 꽤나 받을 걸요 !_!? 재료 걱정 없이 합성하게 해주잖아요. ㅋㅋ 그러니 폭업하고 있는 거죠!
팀부스터 / 어라... 데이트 씬이 없던 여자가 누가 있었죠? 흐음... 어디보자... 루룬이랑 마더(?) 빼고는 다 데이트가 없었네요. 헉!
이쿠네임 / 항상 코멘트 감사합니다. 작가의 기운이 팍팍!
내코돌려줘용 / 아아... 작가는 이런 답도 없는 여자가 너무 좋아요 ㅠ_ㅠ; 변태자까 흑흑.
휘텐가르트 / 그냥 아주 저런 여자는 뒷구멍으로 해줘야 돼요! 흥흥, 오우거 소환해서 마구마구!!
Bathin / 제 3 세력입니다! 놀랍죠?! 헤헷!
북정동낭인 / 으아닛, 첫 코멘트~ 흐아앙 ♡♡♡♡♡♡♡♡♡
* 항상 추천,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ㅅ=!*
*제 소설은 일일 감상용으로 많이 보시는지... 쿠폰 1개씩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넙죽 받아들였습니다. 하하핫!*
*다음 편이 벌써... 100회네요. 후, 연재 시작한지 대충 20일... 열심히 쓴것같아요 !_! 재미는 없지만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