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나가 된 세계에서-102화 (102/163)

00102 [하루 데이트] =========================

“안 돼.”

나는 딱 잘라서 헤스티아의 말을 거절했다. 이마야 뭐, 귀여운 조카 보듯이 해줄 수 있었지만 입술에 하는 것은 또 얘기가 달라진다.

내가 망설이지도 않고 차갑게 말해서일까, 헤스티아가 울음을 터뜨렸다.

“흐아앙! 왜에!! 엄마랑은 쪽쪽했잖아. 나도 해주란 말이야! 입술에 쪼옥~ 해줘!”

어린애 특유의 고집을 부리는 헤스티아.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후우, 안 된다니까. 엄마 올 때까지 오빠랑 이렇게 쌔쌔쌔나 하고 있자.”

떼를 써도 가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까, 헤스티아가 방법을 바꾸었다.

울음을 그치더니 내 목을 꽉 붙잡더니, 그대로 자신의 얼굴을 들이댄 것이다.

“헤스티아!”

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헤스티아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말했다.

“훌쩍... 이렇게 된 이상 강제로라도 할 거야!”

[이 발랑 까진 꼬맹이 같으니라고! 어서 빨리 사용자님을 놓지 못 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마더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는데, 고작 한 살짜리 꼬맹이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꿈쩍도 안 한다. 역시 미래의 불의 정령왕이 될 몸.

“헤헤, 이제는 도망 못 치겠지?”

마치 재미난 장난감을 찾은 것 마냥 중얼거리는 헤스티아의 목소리가 이렇게나 무서울 수가 있다니. 이마 위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렇게 된 이상 다시 한 번 헤스티아에게 최면술을 사용하는 수밖에.’

차마 한 살짜리 꼬맹이랑 키스를 할 수 없었던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우리 착한 헤스티아. 오빠 앞에서는 항상 얌전한 아이로 있기로 했잖니. 자 어서 얌전한 아이가 되렴.”

전에 사용했던 최면이 아직 남아있다면 통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최면술을 사용했건만 들려오는 시스템 음성은 나를 배신했다.

[최면술에 실패하셨습니다.]

[반신(半伸)까지 앞으로 한 보 남은 존재에게 능력을 사용한 용기를 봐서 보너스 경험치 : 2000EXP]

[다음 레벨까지 필요 경험치 : 7850EXP]

저항도 없는 실패. 그나마 얻은 것은 경험치 정도일까. 이제 아공간에 있는 경험치 알약들을 싸그리 먹으면 5레벨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 이미 헤스티아는 눈을 감은 채 내 입술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으읍!”

억지로 입을 막아보려 했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설마 이대로 나는 범죄자가 되고 마는 것일까...하고 생각하는데 사무실에 엄청난 강풍이 불어 닥치며 헤스티아를 튕겨냈다.

“꺄아~!”

그리고 튕겨나던 헤스티아를 재빨리 누군가가 붙잡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 꼬맹이... 설마 헤스티아였어?”

“.......”

시원시원한 여자의 목소리에 자연스레 고개가 돌아간 나는 그대로 깜짝 놀라 입을 떠억 벌린 채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곳에는 약간 연한 초록빛 머리카락을 한 미녀가 헤스티아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린 채 눈을 마주치고 있었는데.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눈길을 확 잡아끄는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프리트가 당당하고 동그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면, 눈앞에 있는 여인은 약간 옆으로 째져 있는 날카로운 눈을 하고 있었으며, 오똑한 코와 분홍빛 입술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흐아앙!!”

헤스티아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랐는지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에 여인이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귀찮다는 듯이 나를 향해 헤스티아를 집어던졌다.

“에이, 몰라.”

“으앗!”

“흐아아앙! 오빠아!”

던지고, 받고, 안아주고를 동시에 한 나는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여자를 차마 노려볼 수는 없고,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니, 애를 던지면 어떻게 합니까!”

내 외침에 미녀가 힐끔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귀찮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 뭐라는 거야. 내가 안 왔으면 당장이라도 꼬맹이 헤스티아한테 덮쳐질 뻔 한 인간 자식이.”

“그, 그건....”

“그리고 있잖아. 나는 이프리트의 부탁을 받아서 특별히 여기까지 날아 와준 거라고. 참나... 그 년은 같은 정령왕한테 못 하는 짓이 없다니까.”

일부러 나 들으라는 듯이 말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서도 정체를 못 알아챈다면 아마 바보가 틀림없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혹시 바람의 정령왕이신... 미네르바님이신가요?”

“하아... 그래. 나 바람의 정령왕이야. 이 세상에서 어찌 보면 가장 바쁜 인물이라고. 아, 참고로 말하지만 이프리트처럼 나도 임신시킬 생각은 하지도 마. 나는 조금 특이한 취향(?)을 가지고 있거든. 궁금해?”

그렇게 일부러 물어달라는 듯이 말하면 안 물어볼 수가 없다.

“그게 뭔가요?”

이렇듯, 내가 묻자 미네르바는 품속에서 두 명의 사진을 꺼내들더니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아... 난 여자가 너무 좋아. 특히 이 둘... 정열적인 이프리트하고 야성미 넘치는 트로웰이 너무 좋아서 미칠 것만 같아. 아, 물론 이 둘이 다른 남자와 자든지 말든지 그런 건 신경 안 써. 그런 것까지 사생활 침범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

[세상에나... 바람의 정령왕님께서 동성애자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요.]

마더조차 몰랐는지 놀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헤스티아는 잠시 미네르바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툭하고 한마디를 내뱉었다.

“변태.”

“뭐...?”

헤스티아의 말에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는 미네르바를 보며 내가 재빨리 헤스티아에게 말했다.

“헤스티아야.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건 변태가 아니란다.”

이러한 내 말에 헤스티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왜에? 헤스티아는 알아. 남자는 여자랑 쪽쪽하고, 여자는 남자랑 쪽쪽하는 게 기분 좋은 걸.”

“으음, 여자가 여자랑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단다.”

“그럼 남자랑 남자가 하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문득. 나한테 되묻는 헤스티아의 질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세상에서 가장 잘생겼다고 할 수 있는 루엘의 얼굴을 떠올렸다가, 기겁하면서 소리쳤다.

“아니! 아아... 그게, 큭! 어쨌든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남자가 남자를...큭! 좋아하는 것도 변태는 아니란 거야!”

아, 내가 스스로 이런 말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이렇듯, 힘들게 변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헤스티아는 아직까지 이해가 안 되는지 계속해서 나한테 질문을 했다.

“그럼, 그럼... 여자랑 여자는 어떻게 서로 찌걱찌걱을 할 수 있어?”

“그, 그건.......”

“남자끼리는 어떻게 하는 거야? 어디로 찌걱찌걱해?”

“.............”

점점 침몰하는 함선 마냥 입이 다물어지는 나. 그러한 나를 향해 계속해서 곤란한 질문만을 하는 헤스티아. 마지막으로 이러한 우리 둘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미네르바까지.

“지금 애한테 뭘 가르치는 거야.”

나를 향해 따지는 미네르바를 보며 내가 소리쳤다.

“그럼 어떻게 말하라고요!”

“끄응, 그냥 이런 이야기는 조용히. 응? 바람 타듯이 흘려보내는 게 정답이라고. 어린애들이 얼마나 호기심이 왕성한 줄 알아? 하나하나 설명해주다보면 어느새 나랑 너랑 발가벗고 섹스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미네르바의 말대로, 왠지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발가벗은 미네르바와 섹스하고 있는 내 모습까지 상상됐다.

-하으윽! 저, 정말... 나, 남자는 질색인데...흐앙!

-미네르바님!

-하앙! 아, 안 돼... 안에는... 아흣, 하아앙!

‘뭐, 그럴 일은 전혀 없겠지만....’

상대는 4대 속성 중 하나인 바람을 다스리는 바람의 정령왕이자 세상에 존재하는 절대자의 위에 있는 절대자였다. 거기다 당당하게 자기 입으로 같은 성별인 여성을 좋아한다 말한 여자였으니,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 이상은 내가 미네르바와 관계를 맺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 오빠... 이제 헤스티아의 입에 쪽쪽 해줄 거야?”

“야, 저렇게까지 해달라는데 좀 해줘라. 어차피 이프리트를 임신시켰으면 헤스티아도 네 딸이라 볼 수 있는데, 걍 해줘.”

어느새 동성애에 대해서는 관심을 잃었는지, 다시 나한테 키스를 해 달라 요구하는 헤스티아.

이 때 말려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부추기는 미네르바까지.

나는 미칠 지경이었다. 여기가 키스를 인사삼아 하는 아메리카도 아니고, 누가 친아빠도 아니면서 한 살짜리 어린애한테 건장한 남성이 키스를 한단 말인가.

물론 헤스티아는 한 살이지만, 한 살이 아닌 것처럼 발육이(?) 좋긴 했지만 말이다.

‘으음, 그냥 할까.’

막상 헤스티아가 한 살이지만, 몸매가 좋음을 떠올린 내가 이렇게 생각하며 헤스티아의 입술을 바라봤다.

아직 덜 자란, 여문 입술이 내 눈에 들어오자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런 나를 눈치 챘는지 헤스티아가 히죽, 웃으며 나한테 얼굴과 입술을 들이대며 말했다.

“헤헤, 이제 쪽 해줘. 쪽쪽!”

그러면서 눈을 살짝 감는 헤스티아를 보자 더욱 마음이 흔들렸다.

“뭐해, 빨리 해.”

거기다가 부추기는 미네르바까지 있으니 아예 마음의 추가 헤스티아와 키스를 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꿀꺽.......”

결국 침을 한 번 삼키며 내가 헤스티아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려는 순간.

내 등 뒤에서 뜨거운 한기가 몰아닥쳤다.

“...야, 너 지금 뭐하냐?”

============================ 작품 후기 ============================

대화가 많다보니... 빨랑빨랑 연참으로 휙휙 넘기고 있습니다 +_+!

...누군가 쿠폰을 27장이나 주셨어요. 흐흑, 감사합니다!! 처음 받아보는... ㅠ_ㅠ;

미네르바는...아직 생각중이에요 =ㅅ=

아...! 한장씩, 두 장씩 주신분들도 당연히 고맙죠!

< 리리플 >

다음편 / 감사합니닷! (꾸벅)

Elde / 이제라도 눌러주신 게 어디에요! 앙큼한 헤스티아는 사랑이에요!

북정동낭인 / 흐아아앙~ ♡♡♡♡♡♡♡♡♡♡♡♡♡♡

myuuu / 저도 저 대사 한 번 적은 뒤, 이불킥을 수 십 번 날렸어요 ㅠ_ㅠ

NF루리 / 깜짝 놀랐죠? 저도 앙큼한 헤스티아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니르쪼  / 헤헤... 자까도 해도 되는 걸 알지만... 역시 임산부는 뭐랄까... 보호해주고 싶었어요.

epooro / 다음 번에도 이러한 기회가 있다면 넣고 말겠습니다! 사실... 이번에 이프리트랑 할까 말까 고민을 진짜 많이 했었거든요 =ㅅ=

이쿠네임  / 항상 코멘트 감사합니다! 힘이 되고 있어요!

마녀서윤 / 헤스티아가 덮치는데 페도라니요! 이건... 혁명이라고요!

은아준 / 축하합니닷! 아니... 감사합니닷 ㅋㅋ!!

내코돌려줘용 / 에잇, 발랑까진 헤스티아 같으니라고! 궁둥이를 찰싹찰싹 해줘야 돼요!

RedAct / 정말 할 수 있는데까지 노력할 생각입니다 +_+!! 만약 쉬더라도 공지를 올려드리려구요...!

반딧가 / 뭐, 뭐가 위험한가요! 이거 엄청 순수한(?) 소설이에요!

휘텐가르트 / 한 살짜리 애가 저런 말 할 수 있는 걸 보면 다 노린 거죠 후훗!

타락한오뎅 / 흑... 이런 소설에 재밌다는 말씀 가뭄의 단비같습니다!

* 추천, 코멘트, 쿠폰 정말정말 너무 감사해요!!!*

* 아아... 드디어 추천수가 조금 쌓이는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