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7 [백묘의 딸, 슈르카] =========================
“어머, 주인님도 함께 가주실 거예요?”
방금까지만 해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던 루룬은 내 말에 금세 들뜬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별로 도움은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한마디 정도는 해줘야겠다.”
사실은 한마디가 아니라, 아예 노예로 만들어버릴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슈르카의 레벨은 마더에게 듣기로 루룬과 비슷한 5레벨. 공략을 해둬서 나쁠 것은 없었다.
나는 잠시 루룬에게 기다려 달라 말한 뒤, 상태창을 불러 다음레벨까지 남은 경험치를 확인했다.
어제 헤스티아한테 최면술을 사용해 받은 보너스 경험치 때문에 더 줄어든 경험치 양이 보였다.
[다음 레벨까지 필요 경험치 : 7850EXP]
‘이 정도면...’
나는 지난번에 뽑았던 경험치5000알약과 아직까지 아공간에 잠들어 있는 능력 경험치 알약들을 떠올리며 마더에게 말했다.
“마더, 경험치 알약들 전부 꺼내봐.”
[네에~.]
마더의 대답이 들려옴과 동시에 내 손에 한 움큼의 알약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동안 심심할 때마다 뽑혀서 그런지 양이 장난 아니게 많았다.
“후우, 이거 하나하나 먹는 것도 일이네.”
다음부터는 그냥 뽑자마자 먹어야겠다 생각하며 능력경험치 알약들을 하나씩 전부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아이템을 통해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 5000을 습득합니다.]
[아이템을 통해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아이템..........]
그렇게 남아 있는 모든 경험치 알약을 다 먹자 거짓말처럼 남은 경험치는.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 : 0EXP]
[최면술 Lv 4 → Lv 5로 상승합니다.]
[다음 레벨까지 필요 경험치 : 300000EXP]
[효과가 상승합니다.]
[더 이상 최면술 능력을 사용 시 상대방과 눈을 마주칠 필요가 없어집니다.]
[‘작은 믿음’이 ‘진실 된 믿음’으로 진화합니다.]
[‘자기 암시’를 통한 ‘육체 강화’가 한계를 돌파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대신 리스크는 전부 사용자가 짊어지니, 항시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레벨 업을 축하드립니다. 보너스로 랜덤 아이템 상자 10회 연속 뽑기 무료 이용권이 주어집니다.]
“후우, 장난 아니네.”
이때까지 보아왔던 레벨업 시스템 알람에 비해서는 간단하다고 할 수 있었으나, 그 안에 담긴 내용만큼은 간단하지 않았다. 고작 최면술... 아니, 이제는 언령술이라도 불러도 될 지경의 내 능력을 보며 나는 진실 된 믿음의 효과를 확인했다.
《 진실 된 믿음 》
[등급 : 레전드(Legend)]
[종류 : 패시브(Passive)]
[설명 : 설사 거짓말을 하더라도, 상대는 그 말을 진실로 믿게 된다.]
[효과 : 최면술 성공확률 30% 상승(오차 있음.)]
그러고 보니 패시브라 잊고 있었는데, 나는 초반 때부터 ‘작은 믿음’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때까지 더 최면술이 더 잘 통했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2년도 넘는 시간 뒤에 신한테 능력을 부여받아, 특전을 받았다고는 하나.
- 아직도 끝을 알 수 없는 능력 : 최면술M
- 항상 위험한 순간이나, 필요할 때마다 나에게 조언을 해주는 마더.
- 나만 쓸 수 있는 아이템 상점.
- 노예 기능.
이러한 것들은 솔직히 말해서 밸런스 붕괴와도 같은 능력들이었다. 이번에 레벨5가 되면서 얻은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육체 강화’도 최면술이라 보기보다는 그냥 사기 기술에 가깝지 않은가.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내가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아니고... 좋은 게 좋은 거지.’
대충 레벨업도 마쳤고, 생각을 정리한 내가 루룬과 함께 집을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어디서 재미난 사건의 냄새라도 맡았는지 2층에서 둘이 함께 놀고 있던 다롱이와 용용이가 쪼르르 내려오더니 자연스럽게 내 패딩 주머니로 들어왔다.
[와아... 귀여워라...]
평소에 이런 말을 잘 하지 않는 마더가 귀엽다는 말을 내뱉을 정도로, 내 패딩 주머니로 들어온 용용이와 다롱이는 귀엽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성냥처럼 머리에 불꽃을 피어올린 채, 뀨뀨~ 거리는 용용이는 정말 애완용으로 나쁘지 않은 정령이었다.
다만.
툭! 투투투툭!-
동면을 아주 푹 취했는지, 전보다 더욱 더 힘차게 내 얼굴을 향해 도토리들을 날려대는 다롱이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귀여웠지만 내 입장으로 봤을 때는 전혀 귀엽지 않았다.
“죽인다. 이 빌어먹을 다람쥐 새끼야.”
찌익~ 찌익~ 찌익~-
내가 살기를 담아 으르렁거렸음에도 콧방귀를 껴대는 다롱이. 여기서 최면술을 걸면 간단히 이 녀석을 제압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재 도토리묵 시리즈가 숫자 4까지 모였기 때문에.
‘진짜 도토리묵 7개 모으는 순간, 넌 뒈진다.’
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며 결국 다롱이, 용용이를 데리고 루룬과 함께 택시를 탄 뒤, 길거리에 널려 있는 술집 중 하나에 들어간 나는 눈에 보인 장면에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루룬도 차마 볼 수 없는지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냥... 술 가져와라냥! 술! 술이다냥!”
“하아... 슈르카.”
우리가 바라본 곳에는 정말 구시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주정을 대낮부터 부리고 있는 묘인족의 여인이 있었다.
‘완전 망가졌군.’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슈르카를 천천히 살펴봤다.
슈르카란 묘인족은 루룬과 데이트를 하는 도중에 딱 한 번, 그것도 잠깐 봤을 뿐이지만 그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나름 기억하고 있는 여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슈르카는 기억에 있는 슈르카와 전혀 달랐다.
태양빛에 반사가 될 정도로 빛나던 은발은 푸석푸석해져 늙으신 노인들마냥 그냥 백발로 보였고, 힘없이 축 처진 고양이 꼬리와 귀는 전혀 매력적으로 안 보였다.
‘굳이 레벨 5를 달성할 필요도 없었겠어.’
저렇게까지 망가진 슈르카를 공략하는 데는 아이템도, 별 다른 최면술을 걸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저 상태에서 더욱 더 망가질 때까지 술을 퍼붓고, 침대에 끌고 가 강제로 덮친 뒤, 최면술을 사용하면 단숨에 내 노예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오히려 저런 년을 내 노예로 만들어야 하나 내가 고민할 정도로... 지금의 슈르카는 정말로 마음에 안 들었다.
우리가 이렇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순간에도 슈르카는 손님이 별로 없는 술집에서 꽥꽥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술 가져오라 했잖냥! 지금 무시하는 거냥!”
“흐윽... 슈르카...”
이제는 안타깝기까지 한지 루룬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용용이는 오히려 기분 나쁘다는 듯이 불을 화르륵 뿜어내며 으르렁거렸다.
다만, 슈르카와 하루지만 즐겁게 뛰놀았던 다롱이만이 찍? 하는 소리와 함께 슈르카를 바라보더니, 이내 쪼르르 달려갔다.
그 후, 슈르카의 어깨까지 올라간 다롱이는 조막만한 손으로 슈르카의 뺨을 짝! 하고 때렸다.
“후냐냥! 이게 무슨 짓이다냥?!”
깜짝 놀란 슈르카가 거의 감겨 있던 눈을 반쯤 더 뜨며 소리치자, 다롱이는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한 번, 두 번... 아니. 슈르카의 눈이 완전히 떠찔 때까지 계속 뺨을 때려댔다.
“후냥...후냐냥.......”
레벨 5에 이른 슈르카가 그런 다람쥐의 손길에 아픔을 느낄 리는 없었다. 그저, 다람쥐의 마음이 느껴져서... 자신의 마음도 아팠다.
찌이...찌이......-
나한테 도토리를 날릴 때는 천 개도 거뜬히 날릴 수 있을 것 같던 녀석이, 슈르카의 뺨 몇 대를 때렸다고 벌써 지쳤는지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슈르카한테 딱 한마디만을 내뱉고는 다시 내 패딩 주머니로 쪼르르 달려와 쏘옥 들어오는 다롱이다.
찌익!-
“.............”
물론 나는 다롱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먹지 못 하지만, 묘인족인 슈르카는 달랐나 보다. 그녀는 자신의 뺨을 부여잡으며 다롱이가 했던 말을 작게 중얼거렸다.
“바보...라고...냥.”
============================ 작품 후기 ============================
냐옹~
냐냐옹~
...술 마신 작가는 이게 한계였네요 ㅠ_ㅠ;
오늘 연참 많이 못 해드려 죄송합니다...
슈르카의 공략은 당연하지만 쉽게 끝날 거에요 =ㅅ=... H 씬은... 역시 처음이다 보니 들어갈 수밖에 없겠죠?;;
떡신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흑...
< 리리플 >
Elde /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훗, 모두가 똑같군요!
내코돌려줘용 / 헤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_^!
꼭두각시Clown / 루엘은 주인공의 천사같은 존재죠! 사실은 인큐버스지만요!
소설스키데스 / 당연한 거 아닌가요? 투콰앙!! 빵빵!!-
Karla / 역시 수인은 꼬리와 귀만지는 재미죠 =ㅅ=!
운명이란... / 엘퀴네스는 영원히 남성체일거에요 ! 아마...
니알라토텝 / ㅋ_ㅋ... 웃어주셔서 다행이네요 !
니르쪼 / 여긴 배경이 현대일 뿐이지... 판타지 세계니까요!
키바Emperor / 네코미미도 사랑! 작가도 사랑입니다!
마녀서윤 / 노력했는데... 만족하셨을련지 모르겠네요 -ㅅ-!
리안논 / ㅋ_ㅋ 역시 우리나라... 명불허전 드라이버들이 사는 나라죠.
0리아노0 / 애완 묘인족 한 명 키우고 싶더라고요.
휘텐가르트 / ㅋㅋ 저였다면 아마 능력을 사용한다 체크했을 거 같아요.
*항상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
*정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정말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