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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된 세계에서-113화 (113/163)

00113 [하이 엘프, 아이린] =========================

운전면허를 합격한 기념으로 다들 운전면허증이 발급되는 날 여행을 가자는 말들이 자연스레 나왔다.

“역시 온천이겠죠? 후훗.”

지난번에 말했듯이 예진이 온천에 가자고 강렬히 주장하자 은미, 샤샤, 루룬, 라피스, 슈르카가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다롱이와 용용이도 끄덕거리는 걸로 보아 온천이 마음에 든 것 같다.

“하긴, 겨울에는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죠.”

루룬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늘어진다는 듯이 눈을 감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하자 다들 똑같이 눈을 감으며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하으읏...”

“하아~ 좋을 거야.”

그러한 그들을 보며 피식, 웃은 내가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온천 하나 못 데려가줄 이유가 없었다.

“운전면허증 나오는 날, 온천 가자. 내가 운전할게.”

“야호!”

내말에 방방 뛰면서 좋아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다른 고민을 했다.

‘차를 구매해야겠는데....’

운전면허만 있다고 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면 이미 그건 운전면허라 보기보다는 순간이동 마법카드라고만 봐야했다. 운전면허증도 결국 운전할 차량이 있어야 쓸모가 있는 법이다.

‘으음... 역시 돈이 문제인가...’

나는 통장에 천 오백만원 남짓 남은 돈을 떠올리며 고민했다. 이 돈으로 차를 사면 우리나라에서 파는 ‘피아’와 ‘연대’의 ‘싼 맛에 타는 차’밖에 못 살 것 같았다. 그것도 새 차를 살 수 있을까 말까할 정도로 애매한 돈이었다.

‘그건 좀 싫은데...’

남자로 태어나서 첫 차만큼은 ‘빈쯔’나 ‘CMW’같은 멋들어진 걸로 뽑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문제는 그러한 차들은 대충 검색 해봐도 1억을 가볍게 넘긴다는 것.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택도 없었다.

‘그냥 렌트나 해서 갈까.’

막상 돈 문제에 직면하자 단숨에 마음이 약해진다. 그러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다시 한 번 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달았다. 하나가 된 세계에서도 결국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것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부우웅!!-

그 순간, 내가 이때까지 들었던 어떤 배기음보다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우리 집 마당 앞으로 무단침입과 동시에 멋들어지게 주차까지 완료하는 차량 한 대가 창밖으로 보였다.

“저건!”

나는 차량의 앞에 달려 있는 브랜드와 차 종류를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꿈에서만 상상할 수 있었던 외제차가 바로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미 크기와 위용부터가 무릇, 남자의 눈을 사로잡게 생겼다.

섹시하게 빛나는 검은색.

자신은 여러 미남미녀들을 태우기 위한 대형차임을 자랑하는 것만 같은 듬직한 몸체.

당당하게 앞부분에 달려 있는 ‘빈쯔’의 로고.

‘제길 어떤 새끼야!’

감탄하는 것도 잠시, 나는 금세 분노를 느껴야만 했다. 누구는 렌트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누구는 외제 고급차를 타고 남의 집 마당에 주차를 한단 말인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주 혼을 내줘야겠다.’

나는 자기 암시를 통한 육체 강화를 준비하며 집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자 차의 운전석 문이 열리며 멋들어진 선글라스를 끼고, 금발을 빛내는... 척봐도 미남자인 ‘루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감히 우리 집에...크, 크흠, 루엘. 오랜만이네요.”

막 화를 내려던 나는 급히 헛기침을 하며 말을 바꿨다. 사실상 이 집도 원래 루엘의 것이었지 않은가. 받은 것이 하도 많다보니 도저히 루엘한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루엘은 나를 보며 반가운 듯이 미소를 짓더니,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자신의 가슴부위에 탁! 하고 꽂아 넣었다.

그 모습이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주연 배우처럼 보여서 눈이 부셨다. 동시에 이 세상에서 제일 잘 생겼다는 말이 절대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멋있는 미남자 루엘의 얼굴이 드러났다.

‘크, 이 새끼는 뭘 해도 멋있냐.’

다른 사람이 하면 어색할 머리 스타일도 자연스레 소화해내며, 이번에는 비싼 외제차까지 당당하게 몰고 와 엄청난 운전 실력으로 한방에 주차를 딱 해냈다.

아주 부러워서 미칠 지경이다.

내가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데, 루엘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와락 껴안았다.

“하하, 오랜만입니다. 지우 씨.”

“으, 흐앗! 너, 너 이 자식 뭐하는 거야?!”

이때까지 루엘이 나를 껴안은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나는 화들짝 놀라, 루엘을 밀쳐내며 소리쳤다.

[아아... 역시 사용자님은 ‘수’고... 루엘님은 ‘공’... 츄릅...]

마더의 말대로 진짜 이 자식이 내 엉덩이를 노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식은땀이 등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런... 제가 실수를 했군요. 하도 반갑다보니 저도 모르게... 여러 번 말하지만 오해하지 마시길. 저는 여성을 좋아하는 인큐버스. 이렇게 껴안는 사람은 지우 씨밖에 없습니다.”

“...그게 더 딱 오해하기 좋은 말이네. 어쨌든 안에 들어와. 커피 한 잔이라도 타줄게.”

이 녀석이 얄밉고 부럽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내 친구였고 도움을 많이 받은 존재였다. 내가 손짓하며 집 안으로 들어오라 하자 루엘은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후우, 마음 같아서는 저도 지우 씨와 함께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하고 싶지만 이제 곧 만나야 할 분이 계셔서요. 아쉽지만 짧게 용건만 해결하고 가겠습니다.”

“그래?”

“네. 먼저 운전면허를 따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응?”

이 자식이 내가 운전면허를 땄는지 안 땄는지를 어떻게 안 걸까. 혹시 우리 집에 몰래 카메라 같은 것도 달려 있는 게 아닐까 의심된다.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자연스레 입을 여는 루엘이다.

“다 아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쨌든 운전면허에 합격하셨으니 지우 씨께도 멋들어진 차량 한 대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에 급히 찾아왔습니다.”

“...필요하기야 하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루엘이 주차한 밴을 힐끔 바라 보며 작게 말했다. 그러자 루엘은 피식, 웃더니 나에게 빈쯔 로고가 그려진 차키를 건네며 말했다.

“저 차는 일단 운전면허에 합격한 지우 씨에게 주는 제 선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를 사랑하는 여성분들께서 이미 많은 차들을 선물해주셔서 주차장이 부족할 지경이거든요. 그리고 차량을 개조해 8명이서 타도 쾌적하게 탈 수 있도록 했으니, 지우 씨의 여성분들을 전부 데리고 여행도 가실 수 있을 겁니다.”

“헉!”

“지우 씨의 놀란 모습을 보니 저도 만족스럽군요.”

그렇게 말한 루엘은 잠시 자신의 손목을 젖히며 시간을 확인하더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아아... 조금 더 얘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만, 벌써 이러한 시간이군요.”

“벌써 가게?”

“네, 좀 전에도 말했듯이 선약이 있어서요. 빨리 가봐야 할 것 같네요.”

그리 말하며 밖으로 나가자 부우웅~ 하는 부드러운 배기음과 함께 ‘CMW’의 로고가 그려진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여성이 루엘의 앞에 멈춰 섰다.

“타요. 루엘 오빠.”

살짝 내려간 차의 차창 사이로 보인 미녀가 루엘을 향해 소리치자, 시익 미소 지은 루엘이 다시 선글라스를 쓰며 나에게 인사했다.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하죠.”

“어, 어... 그래.”

부우웅~!-

나타났을 때도 외제차와 함께 바람처럼 등장하더니, 사라지는 것 또한 바람처럼 외제차와 함께 사라졌다.

나는 멍하니 내 손에 쥐어진 차키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부러운 새끼.......”

*

*

*

지우가 루엘에게 차를 건네받고 있던 그 시각, 거리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던 어느 한 커플은 주위를 둘러보다 서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위에는 가죽을 대충 뒤집어 쓴 악취 나는 오크들이 하나 둘 씩 어느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자기야... 오늘따라 오크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지 않아?”

불안한 듯 자신의 몸에 가슴을 찌그러뜨릴 정도로 기대며 묻는 여자친구의 물음에 남자가 일부러 강해보이기 위해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푸하핫! 뭘 그리 걱정해. 원래 오크들은 번식력이 뛰어나서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잖아. 가끔 이렇게 병아리 떼 마냥 많이 보일 때도 있는 법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안심시켜주기 위해 말해주는 남자친구가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여자는 대놓고 거대한 아랫도리를 덜렁거리며 걸어 다니는 오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느 정도 커야지, 저런 건 징그럽기만 했다.

저런 걸 자신의 안에 넣으려고 하면 무조건 찢어질 게 분명했다.

“저 녀석들은 진짜 싫단 말이야. 냄새도 장난 아니게 나고... 듣기로는 저 녀석들의 타액하고 그... 더러운 부위에서 나오는 액들은 전부 미약성분이 들어있어서 여성들을 자기들의 노예로 만들어버린다 했단 말이야. 상상만 해도 끔찍해.”

“으... 그건 좀 더럽기는 하다.”

남자 또한 모르는 여자가 오크의 성기를 황홀한 표정과 함께 빨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래봤자 오크였다. 남자는 다시 한 번 여자를 꽉 껴안아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오크 따위 내 능력으로 얼마든지 무찌를 수 있으니까.”

“헤헤, 자기 능력이 뭔데?”

“훗, 그건 비밀이지.”

“아잉... 너무해.”

“키스해주면 가르쳐줄지도 모르는데?”

남자가 그리 말하며 입술을 내밀자 별 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맞대는 여자다. 남자는 여자와 키스를 하는 동시에, 힐끔 뜬 눈으로 보이는 오크들의 허리춤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생각했다.

‘저 붉은 액체가 들어있는 병은 뭐지?’

============================ 작품 후기 ============================

이번 편은... 작가의 욕망이 조금... 외제차 갖고 싶다..

이번 챕터는... 흐음...

아음...

스토리 진행을... 위해...

아쉽지만... 오늘은 시험 공부 때문에...

원고료 쿠폰 주신분들...혹시 댓글 하나만 남겨주시면 감사할텐데 ㅠ_ㅠ;

감사합니다...

< 리리플 >

마공서중독자 / 하으... 죄송합니다. 작가도 솔직히 쓰면서 삭제할까 고민을 했을 정도로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편이었지만... 살짝 도전을 해보자 생각해서 적어봤는데... 아쉽네요.

내코돌려줘용 / ㅎㅎ... 괜찮아요. 푹 잤더니 하나도 안 힘드네요!

orbantez  / 린메이 : 운전면허증... 달라 해... 훌쩍....

니알라토텝 / 린메이는 나름 귀여운 캐릭터입니다. 물론 쓰레기일 때도 있지만요.

다크체리 / 에이, 막상 운전하면 다 됩니다... 저도 몇 번 박기는 했지만요 ㅠ_ㅠ;

Lizad / ㅋ_ㅋ 운전학원 폭발시켰을 걸요.

휘텐가르트 / 그러게요 ㅋㅋㅋ 선택지에서는 선택 안 해놓고는... 현실에서는 능력을 사용하는 주인공.

*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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