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나가 된 세계에서-114화 (114/163)

00114 [하이 엘프, 아이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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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분간은 검제들이 당신을 노릴 일은 없을 겁니다. 아이린 여왕님. 그럼... 다음번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릴게요. 제갈민.”

[별 말씀을... 이만.]

뚝!-

제갈민의 인사와 함께 툭 꺼진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던 아이린은 살살 웃으며 재밌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후후... 이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하군요. 마법도, 마력도 필요 없이 멀리 있는 상대와 얼굴을 맞대며 통화를 나눌 수 있다니 말이죠. ‘아르헤븐’ 대륙에 있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에요.”

이렇듯,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던 아이린의 앞에 엘프가 무릎을 꿇으며 급히 보고를 올렸다.

“여왕님. 현재 엄청난 수의 오크들이 숲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오크들이요?”

갑작스런 보고에 아이린은 스마트폰을 옆에 있는 나무 위에 올려놓은 뒤, 인상을 찌푸렸다.

‘오크라면... 설마.......’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괴물’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크라고 불러도 될까 싶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데다가 음흉한 속을 가지고 있는 쓰레기.

‘오크 로드, 크루틀...’

혹시 그 녀석이 쳐들어온 건 아닐까 생각하던 아이린은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엘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경고를 한 뒤, 저희의 말에 따르지 않을 경우. 망설임 없이 오크들을 처리하세요.”

“알겠습니다!”

명령을 내린 아이린은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오크들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번식력만이 무서울 뿐이지. 솔직히 엘프들이 마음먹고 상대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하급 몬스터’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잠시 후, 피를 철철 흘리며 상처 입은 상태로 돌아오는 엘프 전사들을 보며 아이린은 크게 후회하며, 동시에 놀랐다.

‘이럴 수가...!’

심지어 돌아온 그들도 자신들이 오크들에게 패배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지, 피를 흘리면서도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이린의 마음속에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 엘프들을 고통 받게 했다는 죄책감이 생겼다. 그녀는 재빨리 그들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었다.

엘프들은 아이린의 물음에 하나씩 대답해줬다.

“큭! 처음에는 분명 저희들끼리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이상한 물약 같은 것을 마시더니, 몸이 거대해지면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지더군요.”

“오크들의 주먹질 한 방에 아름드리 나무에 금이 가고, 나이 먹은 나무들은 쓰러져 내렸습니다.”

그들의 보고를 하나 둘 씩 들으며 아이린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럴 수가....”

마치 ‘크루틀’이 한창 아르헤븐 대륙에서 이름을 날릴 때랑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게 그녀가 놀라하고 있는데... 정말로 듣기 싫었던 녀석의 목소리가 숲 전체에 울려 퍼졌다.

-크하하하하하!! 오크들의 왕인 내가 찾아왔다!! 기다려라 엘프들이여!!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크루틀의 목소리에 엘프들이 움찔하며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크루틀의 악명은 이 세계로 넘어오기 전부터 유명했다. 지금이야 ‘협정’과 ‘제약’에 묶여 있어 얌전히 있다고 하지만 대륙에서 크루틀이 했던 짓을 떠올리면 자기도 모르게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이종족 여성들을 강제로 성노예로 만들고 적당히 즐긴 뒤 죽이던 오크들의 왕이자, 오크 로드라는 별칭을 얻은 크루틀.

아이린은 입술을 꽉 깨물며 엘프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소리쳤다.

“진정하라. 숲의 아이들이여. 너희들에게는 내가 있으니!”

그제야 공포에 떨던 엘프들의 떨림이 멈추는 듯 했으나, 아이린의 속은 더욱 바짝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 음흉한 놈이 그냥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그냥 오크들에게 패배한 엘프들만 보더라도 크루틀 녀석이 무언가 수를 썼음을 알 수 있었다. 아이린의 머릿속에 제갈민을 비롯한 절대자들이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연락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질 거라고 자신의 직감이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아이린은 재빨리 옆에 두었던 스마트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 도구가 있다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바로 연락할 수가 있으니...’

그러나 그녀의 손은 스마트폰을 집을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암기가 그녀가 집으려던 스마트폰을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깨뜨렸기 때문이다.

“...?!”

깜짝 놀란 아이린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안대를 뒤집어 쓴 채 피처럼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단검을 할짝하고 핥아대는 여인이 잘라진 나무 밑동에 앉은 채 시익,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틈에...”

아이린은 자신의 감각마저 속이고 어느새 엘프들의 사이에 들어온 여인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다루아는 그러한 아이린의 반응이 웃겼는지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깔깔!! 그 표정 아주 좋아요. 처음 뵙겠습니다. 주인님의 충실한 노예 중 한 명인 ‘피의 마녀’라 불리기도 하는 다루아랍니다~!”

“감히...!”

자신을 조롱하는 것처럼 장난스럽게 말을 하는 다루아를 보며 아이린 또한 기운을 끌어올렸다. 엘프 여왕이 가진 강대한 마력을 끌어올리자 숲이 흔들렸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두려움에 떨거나 몸이 굳을 상황에도 다루아는 오히려 자신의 검지를 입으로 쪽쪽 빨아대며 좋아했다.

“흐으읏! 아아, 이, 이 느낌...하앙! 차, 참을 수 없어요!! 만약 피하지 않으면 죽겠죠? 아흣, 앙! 주, 죽음이라니......하으으....”

“말이 많구나. 인간.”

아이린은 끌어올린 마력을 손으로 모아 마법을 발동했다.

[바람 정령 마법 - 윈드 버스터(Wind Buster)]

휘이잉!-

그 순간 강한 바람이 몰아치며 다루아가 도망칠 틈도 없이 그녀를 덮쳤다. 바람 안에 담긴 기운으로 보았을 때 평범한 사람은 스치기만 해도 몸이 붕 뜨며 튕길 게 분명했다.

“흐헤헤! 죽는다... 이건 진짜 죽을 거라고!! 흐흐흐흐!!”

아이린은 자신의 마법에 덮쳐지는 와중에도 소름끼치는 웃음을 터뜨리는 다루아를 보며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동시에 엘프들을 향해 말했다.

“전부 전투 준비를 하도록 하세요. 옵니다.”

파앙!-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휘몰아치던 바람이 갈라지며 다루아의 앞을 막고 있는 거대한 몸체의 괴물이 스산한 웃음을 흘려냈다.

“크르르... 오랜만이군. 엘프 여왕.”

“아아...! 주인님~!”

다루아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크루틀의 거대한 다리를 껴안고 핥으며 환호했다. 코를 통해 주인의 악취가, 다리를 핥자 진한 맛이 느껴졌다. 그것만으로 다루아는 이 와중에도 절정에 도달할 것만 같은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흐읏, 하아앙!! 주인님~!”

“...크루틀.”

그러한 행태를 바라보고 있던 아이린과 모든 엘프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중에서도 나이를 엄청나게 먹은 엘프들은 아직 덜 자란 어린 엘프들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으며, 한창 전성기인 엘프들과 싸울 수 있다 생각하는 엘프들은 전부 활을 꺼내들었다.

“크크큭!! 재밌겠군.”

엘프들이 전투 준비를 하자 크루틀이 자신의 몸을 풀며 작게 중얼거렸다.

동시에 뒤에서.

저벅저벅!-

저벅저벅!-

“왕이시여, 부르신 대로 집결했습니다.”

한 쪽 눈이 찢어진 오크 한 마리가 대표로 나와 무릎을 꿇으며 보고하자 끝을 안 보이는 숫자의 오크들이 엘프들의 마을을 둘러쌌다.

엘프들의 표정에서 혈색이 싹 사라졌다.

만약 이들이 평범한 오크들이었다면 숫자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엘프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들은 하나하나가 이상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오크들이었다.

거기다가 둘러 싼 오크들 중에는 벌써부터 자신들을 범할 생각을 한 것만으로 흥분이 극에 달해 사정을 했는지, 뚝뚝 더러운 백탁액을 흘려대는 녀석들도 있었다.

“빌어먹을 오크들 같으니라고.”

“엘프들이 얼마나 강한지 가르쳐주마.”

몇몇 엘프들이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일부러 소리쳤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표정을 굳힌 것은 아이린이었다.

‘역시 뭔가가 있어...’

지금 느껴지는 기운만으로는 솔직히 크루틀은 자신의 상대가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나 크루틀이라는 새끼는 절대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 쓰레기 같은 놈이었다. 그런 녀석이 저렇게 당당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수를 준비했다는 것.

‘후우...’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쉰 아이린의 눈이 부서진 스마트폰 쪽으로 향했다.

‘이럴 때 그들의 도움이 있었다면...’

적어도 성녀와 무녀만 있어줬더라도.

눈앞에 있는 오크들을 일망타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온건파의 인물 중 한 명인 백묘가 죽음으로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던 것이 깨졌으니, 자신 또한 정당방위로 급진파의 인물인 크루틀을 죽인다면 다시 한 번 세상은 안정을 찾아갈 게 분명했다.

그러나...

‘역시 불안해...’

아이린은 이상할 정도로 자신이 없었다.

그녀의 눈에 자연스럽게 다루아를 향해 명령을 내리는 크루틀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 일이 더 이상 새어나가지 않도록... 방해하는 자가 없도록 막아라. 다루아.”

“하읏, 알겠습니다. 목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흐히히히히히~!”

파팟!-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다루아의 소름끼치는 웃음만이 엘프들의 귓가에 남았다. 아이린은 주먹을 꽉 쥐며 명령을 내렸다.

“다들... 긍지 높은 엘프임을 잊지 말고 절대 굴복하지 말도록. 오크들 따위 우리 엘프들의 상대가 될 리 없다. 숫자만 많은 녀석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도록.”

“알겠습니다! 엘프 궁수대는 각자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도록!”

“엘프 정령대는 궁수대를 지키는 동시에 엄호를!”

“엘프 전사들은 눈앞에 있는 오크들의 전진을 막는다!”

아이린의 말이 끝나자, 엘프들 중에서도 싸움 경험이 많은 자들이 각자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고 금세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크루틀과 아이린은 다른 곳은 바라보지 않은 채 서로만을 노려봤다.

“준비 됐나보군. 크르크르르...!”

“미개한 오크 주제에... 힘 좀 생겼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보군요.”

“그 미개한 오크 밑에 깔릴 우리 엘프 여왕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쌀 것만 같군.”

“...더러운.”

아이린의 표정이 실제로 바지 앞섬을 뚫을 것처럼 부풀어 오른 크루틀의 거대한 성기에 찌푸려진 순간, 싸움이... 엘프들과 오크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불쌍한 엘프 여왕... 과연...

< 리리플 >

신판타지 / 운전면허 편은... 좀 뭐랄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는데 실패한 케이스라 볼 수 있네요 ㅠ_ㅠ;

내코돌려줘용 / 에이,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죠 =ㅅ= 전 그런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구용.

Dark Wyvern  / 원래는... 좀 여유있게 갈까 했는데... 그러면 진짜 너~무 스토리 전개가 느려져서요... 생각해둔 데까지는 조금 빠르게 진행해볼까 고민중입니다.

키바Emperor  / ...운전은 못 해도... 좋은 차는 가지고 싶은게 남자의 로망이라... 생각했는데 훌쩍...

니알라토텝 / ㅋ_ㅋ 오크의 번식력은 정말 최강이죠. 부부가 부족이 되다니... ㄷㄷ 하네요 ㅋㅋ

마녀서윤 / 퍼엉! 폭탄~! 숲이 다 불탈지도...

아린 / 그렇습니다. 오크들의 반란이 시작될 겁니다.

니르쪼 / 뚜루루~ 나야 나~ 루엘에몽~ 지우야~ 오늘도 시험 0점이니.

휘텐가르트 / 그렇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써먹을 수 있는 최고의 캐릭터죠.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아아... 카페까지 공부하러 와서 지금 뭐하는 짓이야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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