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5 [온천 여행에서] =========================
“크으, 상쾌하다. 괜히 다들 겨울에 온천, 온천 거리는 게 아니었네.”
사실상 내 인생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온천욕을 끝내고 돌아왔더니,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땅히 할 것도 없었기에, 나는 잠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이내 바닥에 이불을 펴고 드러누웠다.
“흐아암...”
따뜻한 목욕을 한 뒤에 이불에 누워서 그런지 금세 잠이 몰려왔지만, 나는 바로 잠을 청하기보다는 이때까지 뽑았던 아이템들과 상태창을 천천히 살펴보며 생각을 했다.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요즘 들어 아이템 뽑기에서 장비 아이템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쓸모없는 평범한 장검이나 창 같은 종류도 말이다.
오히려 심심찮게 뜨는 정력 강화제들과 여자들을 함락시키기 좋은 아이템들만 나오고 있으니, 마치 신이 일부러 나에게 이러한 아이템들을 몰아주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에이, 설마.’
이 세상의 균형을 추구하고, 다스리는 신이 그럴 리 없다 생각한 나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들 중 여자를 공략하기 위한 아이템만을 정리해봤다. 막상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았다.
-몽환향 x 1
-중독마약정액생성알약 x 5
-지루가 되는 알약 x 2
-조루가 되는 알약 x 3
-신이 사용했던 목각 딜도 x 1
-임신정액생성 알약 x 1
-최음로션 300ml x 2
-항문에 꽂는 여우꼬리 x 1
-끊임없이 생성되는 관장주사기 x 1
-취해라! 봉봉! 사랑의 포도주! x 1
-쾌락을 유도하는 채찍 x 1
대충 지금 가지고 있는 아이템은 이 정도일까. 이미 랜덤 아이템 뽑기라기보다는 랜덤 성인기구 뽑기가 된 것만 같은 느낌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꼭 변태가 된 기분이네.’
심지어 효과들 또한 여타 성인용품들과 달리 월등히 뛰어나니 더더욱 부끄럽다. 얼굴을 붉힌 나는 이내 조용히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애들 오면 뭐할까...’
멀리까지 여행을 왔으니, 섹스는 잠시 저 멀리 던져두고 오늘만큼은 다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라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왜인지, 오랜만에 잊고 있던 가족들을 만나는 꿈을 꾸고 말았다. 고작 1년 정도를 안 봤을 뿐인데, 꿈속에서 보는 그들의 얼굴이 너무나도 낯설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말만큼은 너무나도 익숙했고 동시에 내 가슴을 후벼 팠다.
꿈속의 아버지는 보고 있던 신문을 접더니 대뜸 내 뺨을 후려쳤다. 꿈이라서 아플 리가 없을 텐데, 내 오른쪽 볼이 불에 덴 것 마냥 화끈거린다.
아버지가 나를 향해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 따위로 살아가지고 커서 뭐가 될 거야!? 이 멍청한 새끼가!]
항상 나를 엄격하게 키우셨던 아버지. 동시에 명문대를 나와 나 또한 자신처럼 만들려고 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리 머리가 똑똑하지 않았고, 언제나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던 적은 없었다.
다음은 어머니였다.
노트북을 이용해 회계업무를 하고 계시던 어머니는 나를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소리쳤다.
[엄마는 너를 그렇게 키운 적 없단다! 네 동생, 지은이를 좀 본 받으렴!]
아, 어머니한테서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이다. 자기 탓이 아니라고, 자신이 키운 데로 자랐다면 여동생처럼 유능한 인물로 자랐을 거라고 말이다. 그래, 결국... 전부 다 내가 부족한 탓에 일어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온 내 동생, 강지은은 들어오자마자 보인 내 얼굴에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나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오빠가 무능력자에 무능력자라니... 진짜 말도 안 돼. 시발, 창피해가지고는... 길가에서 마주쳤을 때 아는 척도 하지 마. 알았어?!]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린놈이 잘 나가기는 나보다 세 배는 잘 나갔던 똑똑한데다가 예뻤던 여동생. 여동생을 볼 때마다 내가 느꼈던 것은 열등감과 부러움이었다.
누구는 어린 나이에 학교를 다니면서 돈까지 벌어가지고 부모님께 효도하는데, 나는 부모님의 돈이나 쪽쪽 빨아대면서 열심히 공부해가지고는 최악의 성적을 받아왔으니 말이다.
꿈 안에서조차 가족들에게 쓴 소리를 한 바가지씩 얻어먹은 내가, 실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버릴 만 했네.’
26살까지도 아무런 도움도 안 되었던 나와 23살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승승장구하는 여동생을 매일 보아왔으니 비교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특히 아버지도 어머니도 어렸을 때부터 그리 자라왔으니 더더욱 그랬겠지.
뭉게뭉게-
잠시 시간이 지나자 풍경이 녹아내리더니, 장면이 바뀌었다. 나는 아버지한테 떠밀려 집밖으로 쫓겨나고 있었다.
[에잇! 너 같은 놈. 더는 내 아들로 키우고 싶지 않다! 이거 가지고 냉큼 꺼져!]
‘크윽...!’
끼익! 콰앙!-
‘..........’
꿈속에서도 또 집에서 쫓겨난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대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가족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절을 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저,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사과의 말을 내뱉자, 울컥하고 눈물이 흐를 것 같았지만. 나는 다시 한 번 절을 하며 사과했다.
‘못 난 아들이라 죄송합니다.’
쫓겨났을 당시 나는 가족들이, 부모님이, 내 여동생이 솔직히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원망스러웠다. 아들이 무능한 것이 어떻다고... 좀 부족한 것이 뭐가 그리 대수라고 쫓아내기 까지 하냐고.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러한 생각을 안 해본 것이 아니다.
‘내가 뛰어났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부모님의 기대를 만족시켜드리고, 귀여운 여동생에게 든든한 오빠가 되었었다면... 그들은 나를 향해 웃어주지 않았을까.
그 때 꿈속에 있는 나를 끄집어내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히잉, 주인님!
-오빠... 샤샤, 배고파.
꿈속에서 가족들에게 들었던 것과는 달리 사랑 가득한 목소리에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파르르 눈을 뜨자, 그곳에는 알록달록한 색의 예쁜 가운들을 입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들이 있었다.
“..........”
아직까지 잠이 덜 깬 내가 아무 말 않고 있자 여자들이 피식, 웃으면서 내 팔을 끄집어 당겼다.
“벌써 저녁이라고요. 식사하러 가요. 주인님.”
“오빠... 피곤해?”
비적비적 일어난 내가 하품을 길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처음 운전해서 그런지... 좀 피곤했었나 보다.”
“돌아갈 때는 제가 운전할까요?”
죄송한 듯 귀를 축 늘어뜨리며 묻는 라피스다. 그러고 보니 그녀도 나랑 똑같이 운전면허에 합격했었구나. 나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아니, 됐어. 밥이나 먹으러 가자.”
“네!”
힘차게 대답하는 여자들을 데리고 식당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가려는데 얼핏, 들어본 것 같은 여자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어, 엄마... 나? 이제 밥 먹고 다시 방에 들어가는 중. 근데 있잖아. 여기 밥. 진짜 더럽게 맛없더라. 아씨, 완전 짜증나. 거기다...”
아무래도 신경 쓰여, 고개를 돌리자 내 눈에 익숙한 체구가 들어왔다.
‘지은이?’
안 본지 1년이 넘어서 꽤나 바뀌지 않았을까 했는데, 내 여동생, 강지은은 헤어졌을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귀엽게 땋인 포니테일과 보는 것만으로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자그마한 어깨. 뒷모습만으로 내 여동생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피붙이가 뭔지, 남매가 뭔지... 나를 향해 매일 욕만을 내뱉던 여동생을 오랫만에 보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여전히 귀엽네.’
지은이는 이런 내 시선을 눈치 채지 못 했는지 계속해서 통화를 한 채, 바로 우리 방 옆에 있는 방문을 카드키로 열고는 들어가 버렸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 했다.
‘헉, 시발... 옆방이 내 여동생이라고?’
다행히 두 손으로 입을 막아,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나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렸다. 그리고 잠시 후, 지은이가 들어간 방의 문을 전혀 본 적도 없는 남자가 두드리는 것을 보고 진짜로 작게 비명을 질렀다.
“악!!”
“주인님?”
갑작스런 내 비명에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여자들이 전부 나를 돌아봤다. 심지어 지은이의 방문을 두들기던 남자도 말이다.
나는 재빨리 듬직한 은미 등 뒤에 숨어, 루룬을 끌어당겼다. 그 때 내 귓가에 문이 열리는 소리와 지은이와 남자가 하는 대화소리 들려왔다.
딸깍!-
“아씨, 뭐예요. 남의 방까지 찾아와서는...! 제가 분명히 그쪽이랑 놀 마음 없다고 했죠?”
남자는 다행히 지은이의 남자친구이거나 친한 사람은 아닌 듯, 한 성질 하는 지은이가 단번에 빼액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보통 못 생긴 여자가 저렇게 말하면 남자는 바로 화를 내고는 하지만, 지은이는 내 여자들과 비슷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자였다.
거기다 남자란 동물은 예쁜 여자가 화를 내면 화를 낼수록 바보 마냥 빠져 들어가는 멍청한 동물이었고 말이다.
남자는 지은이가 화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넉살좋게 입을 열었다. 내가 봤을 때는 전형적인 바람둥이였다.
“에이, 이곳까지 혼자 여행 오셨는데, 그러지 말고 저희랑 같이 노시죠. 즐거운 밤 보낼 수 있게 해드릴게요.”
남자의 말이 끝나는 순간, 소리친 것은 지은이가 아닌 바로 나였다.
“뭣이?!”
“.........?”
다행히 은미의 뒤에서 소리쳤기에 아무도 나를 보지 못 한 것 같았지만, 나는 주먹을 쥔 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 개호로 말미잘 같은 새끼가! 감히 내 여동생을 꾀려고 해?!’
심지어 ‘저희’라고 말하는 걸로 보아 최소 두 명 이상인 듯 했다. 거기다 ‘즐거운 밤’이라니. 루엘과 주구장창 클럽을 다니면서 깨달은 것은 여자와 남자가 밤을 함께 보내면 절대 조용히는 안 넘어간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여행지에 왔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최면술을 걸어서 저 남자를 이 호텔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게 만들고 싶었으나, 나는 꾹 참았다.
괜히 지은이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동생이 또 인상을 찌푸리며 화를 낼 것만 같아서 말이다. 그것만큼은... 아무리 나라도 버티지 못 할 것만 같았다.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여자들이 하나 둘 올라타며 말했다.
띠링!-
[7층입니다.]
“주인님, 안 갈 거예요?”
“잠시만...”
“우웅?”
이대로 갈 수는 없었다. 적어도 지은이가 어떠한 대답을 하는지 봐야했다. 혹시 이대로 따라가거나 승낙하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는 한이 있더라도 저 남자새끼를 죽사발로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그 때 지은이가 ‘싫다고요!’ 라며 소리를 지르고는, 문을 쾅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나는 히죽,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 작품 후기 ============================
아아... 자고 일어났더니 조금 괜찮아졌네요.
이번 챕터는 복선이나 이런 거 없을테니, 편하게 봐주세요^_^. (아마).
그리고 설마 아니겠지만... 여동생은 여동생입니다 =ㅅ= No 히로인.
< 리리플 >
딸기연필 / 1등 축하드려요!
휘텐가르트 / 죽는다 했으니 죽겠죠? 후후...
0리아노0 / 신의 생각은 아무도 모를 거예요. 작가도 모르기 때문이죠 ㅎ
Gneji / 그렇습니다. 검 쓰는 여자가 죽일 건가 봐요.
수호천사빈 / 추천 엔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최광호우 / ㅈㅂ ㄱㄱㅇ ! 가 정복 고고요! 라는 건가요?
내코돌려줘용 / ㅋㅋ 너무 쉬운 예언을 하고 말았어요.
마녀서윤 / 원래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잖아요 ㅋ
운명이란... / 그럴...지도요? ㅋㅋ
니르쪼 / 작가는 아무것도 몰라요오~
Vagabundo / 작가는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에요오~
ㅂㅈㄷㄱㅁㄴㅇㄹ / 주인공한테 무한의 정액 뿐이라니요!! 최면술도 있단 말이에요!
엘로소환사 / 오...
신판타지 / 흑, 너무 미움받는 거 같아서 아쉽네요 ㅠ_ㅠ;; 나쁜 년이기는 했지만...
orbantez / 허, 허리라니요 ㅋㅋ 어딜 강화시키려는건가요.
다음편 / 사랑해요. ♡♡
압축파일 / 다음에는 꼭 당첨되실 거라 믿어요!
smone / 작가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요. 빨리 적어주면 좋겠네요.
키바Emperor / 검제가 엄청 강한 걸지도 모르죠 후후..
Ruber Luna / 흐,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힘내서 완결까지 슈슉 달려볼게요.
릴리디바이스 / 다람쥐 표지가 신고를 먹었어요... ㅠ_ㅠ; 도대체 왜 일까요...
이리블레스 / 작죽택... 작가는 죽음을 택하겠습니다.
* 추천, 코멘트,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 삿포로 맥주 500ml 두 캔 먹고 적으니, 좀 술술(?) 적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