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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된 세계에서-128화 (128/163)

00128 [온천 여행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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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집에 가야할 시간이 다가와서 전화나 할까 했더니, 이렇게 만날 줄이야. 나는 갑작스럽게 안긴 라피스와 예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깜짝이야. 둘 다 어디 있다 이제야 온 거야?”

내 물음에 예진과 라피스는 대답을 하기보다 내 품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며 얼굴을 비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평소보다 더 애교를 부리는 것만 같다. 잠깐 떨어져 있었던 것이 섭섭했던 걸까.

“헤헤, 다녀왔어요오.”

“킁킁, 주인님 냄새... 왠지 마음이 안정되는 것만 같아서 좋아요.”

그들의 중얼거림을 들은 내가 피식, 웃으며 작게 볼을 꼬집어주자 ‘흐에...’라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예진과 라피스다. 그녀들이 귀여워 다시 한 번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던 내 귓가에 어딘가 날이 잔뜩 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너 뭐야...!”

자연스레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던 내가 나도 모르게 흠칫, 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곳에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나의 하나뿐인 여동생, 강지은이 서있었다.

“.......”

여동생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거짓말처럼 머리에 지우개가 들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머리가 새하얘졌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

아니면 어색한 목소리로 이름이라도 불러야 하는 걸까?

이렇듯, 내가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지은이가 주먹을 꽉 쥐며 나한테 소리쳤다.

“너 말이야! 너! 대체 뭐냐고 묻잖아! 강지우!”

“어, 어....”

뭔가 말해야함을 아는데 바보가 된 것 마냥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평범한 오빠였다면 자신의 이름을 반말로 찍찍 불러대고 건방진게 덤벼대는 여동생에게 화를 잔뜩 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조용히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푹 숙였다.

“하, 하하... 하하하하!!”

내려간 머리 위로 지은이의 허탈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내 머리를 꾹꾹 눌러대는 여동생의 가느다란 검지손가락도 느껴진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지은이는 나한테 무척이나 화가 난 것 같았다.

“시발! 하나도 안 변했네. 그 병신 같은 성격...! 하나도 안 변했다고! 그런데... 그런데 왜!! 너 따위가 예진 언......!”

짜악!-

갑작스런 짝 소리에 내 고개가 번쩍, 하고 올라갔다. 내 눈에 소리를 지르던 지은이 붉어진 뺨을 한 손으로 붙잡은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마치 지옥에서 내려온 악귀와도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예진이 손바닥을 들어 올리고 있었는데, 정황상 그녀가 지은이의 뺨을 때린 것 같았다.

“어, 언니...”

지은이가 벌벌 떨면서 예진이를 향해 언니라 부르자, 예진이 그런 지은의 반응에 실소를 터뜨리더니 성큼성큼 다가가 검지손가락으로 그녀의 가슴을 쿡쿡 찔러대며 밀쳤다.

“후후, 내가 잘못 생각했네. 이 새끼... 진짜 듣던 거보다 더 한 년이었어. 야! 야!!!”

“윽, 왜 이러세요. 언니.”

“언니? 이 년이 미쳐가지고. 네가 감히 주...아니, 지우 씨한테 그딴 짓을 하고 날 언니라 계속 불러대?”

검지로 밀치는 걸로는 만족할 수 없는지 예진이 울컥하며 당황해하는 지은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예진...”

그 모습에 깜짝 놀란 내가 급히 말리려 하자, 루룬과 은미가 조용히 내 팔을 한 쪽씩 꽉 붙잡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주인님은 가만히 계세요.’

‘...만약 예진이가 안 했으면, 저희가 저랬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말하는 루룬과 은미의 손은 분노를 참듯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으며, 라피스 또한 이빨을 갈며 레이피어의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

샤샤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지은이를 노려보고 있었고 말이다.

나는 처음 보는 여자들의 분노에 결국 다시 한 번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내 귓가에 마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용자님께서는... 후, 평소에도 답답하기는 했지만... 여동생 앞에서는 완전 구제할 수 없는 바보가 되어 버리네요.]

한심하다는 듯, 마더의 중얼거림이 끝나자, 옆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엘퀴네스가 내 뒤통수를 퍽! 하고 때렸다.

“아악!”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나온 비명에 엘퀴네스가 다시 한 번 내 뒤통수를 때리며 나를 질책했다.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거냐. 병신아.”

“엘퀴네스님...”

“하-, 오빠라는 놈이 여동생한테 쫄아서 여자들 뒤에나 숨어? 너 따위랑 여행 온 여자애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엘퀴네스의 말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배려심이 전혀 담겨 있지 않은 솔직한 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 울컥하는 마음이 강하게 올라왔다. 동시에 다시 한 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계속해서 억울하다며 울부짖는 지은이와 그런 지은을 향해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 하고 소리치고 있는 예진.

그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은 오로지 ‘미안함’뿐이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게 전부 내 탓임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여동생이라고 너무 약한 모습을 보였어.’

그게 익숙해져서,

항상 지은이한테는 혼만 났던 나였기에... 나도 모르게 과거에 사로잡혀 여자들 앞에서 추태를 보이고 말았다.

“이 싸가지 없는 년이!”

“흐흑... 때려요. 언니한테는 맞아도 좋아요! 때리라고요!”

탁!-

“예진아 그만해.”

나는 다시 한 번 손찌검을 하려던 예진의 손을 꽉 붙잡고는 이내 부드럽게 그녀를 껴안아주었다. 그러자 돌연 부들부들 떨어대며 눈물을 흘리더니, 나한테 용서를 비는 예진이다.

“흑, 흐아아앙,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가 잘못 생각했어요... 이 년을 골려주려다가... 괜히... 괜히 지우 씨가 그런 일을...! 흐아앙!”

계속해서 울어대는 예진을 좀 더 꽉 껴안고 토닥거려주며 말했다.

“네가 잘못한 게 뭐가 있겠어. 전부 내 잘못인데...”

내 말에 멍하니 이 상황을 바라보던 지은이가 욕할 기회를 잡았다 생각했는지 다시 한 번 열을 내며 소리쳤다.

“그래! 다 네 잘못이야! 너 따위가 뭔데...!!”

“강지은!!!!!!!”

“...히끅!”

나는 방금처럼 고개를 푹 숙이거나, 어리벙벙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내 여동생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만해.”

“그런...다, 다고...내가”

“오빠가 그만하라고 했다.”

“..........”

결국에는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꽉 깨물며 입을 다무는 지은이다. 그러한 여동생을 보며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미안하다... 이렇게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그런데... 한 가지 더 미안해도 될까?”

“......?”

말해보라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지은이를 향해 아무도 몰래 주먹을 꽉 쥔 내가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방해되니까 좀 꺼져주라.”

“.........!”

내 말에 개구리 마냥 두 눈을 크게 뜨는 지은이다.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동생의 표정에 나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다시 한 번 말했다.

“당장 꺼져.”

이렇듯, 싸늘한 축객 령을 내리자 지은이가 좀 전의 나와 똑같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알 수 없는 실소를 흘려대기 시작했다.

“하하, 하... 하하하... 무능한 새끼가... 무능한 놈이 나한테...강지우 따위가!”

지은이의 목소리에서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 내가 예진이를 다른 여자들이 있는 쪽을 향해 급히 밀쳤다.

화르륵!-

아무것도 없는 발밑에서 불이 피어오르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불꽃은 뱀처럼 단숨에 나를 휘감았다.

“꺄아악!”

“아악!”

나한테 밀쳐진 예진과 내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고, 불꽃 너머로 지은이의 광기 섞인 웃음이 들려왔다.

“푸, 푸하하하하하!! 병신 같은 새끼! 무능한 오빠 같으니라고! 그냥 그대로 타 죽어버려! 너 따위! 이히히히!”

정신줄을 놓은 것만 같은 지은이의 목소리와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당황해하고 있던 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응? 하나도 안 뜨겁네?’

정작 불길에 휩싸인 내가 전혀 뜨거움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깜짝 놀라서 일단 비명은 질렀는데, 이내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살짝 눈을 뜨고 살펴보니,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내 옷자락조차 타들어가지 않는 것이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하고 생각하는데, 얼마 전 있었던 이프리트와의 만남이 떠올랐다. 그녀가 맨 마지막에 나한테 해주었던 부드러운 키스도 함께 말이다.

‘뭐, 뭐하신 거예요?’

‘축복.’

그 때는 그냥 장난일거라고...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이프리트의 축복이 이러한 효과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사랑스러운 여자라니까.’

그리 생각한 내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이게 다야?”

“죽...뭐, 뭐야... 이, 이건... 말도 안 돼.”

자신의 불꽃이 전혀 통하지 않음을 깨달았는지 지은이의 표정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그 모습을 보니 오빠로서 안타까운 마음밖에 안 들었다. 머리도 똑똑하고, 능력도 뛰어난 여동생의 처음 보는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때 잔소리라도 해줄까 하는데, 저 멀리 자동차 한 대가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힐끗, 하고 운전석을 바라보니 어제 지은이한테 작업을 걸다가 차였던 남자였다.

남자는 정확히 지은이와 예진이 쪽을 향해 노려보고 있었는데, 딱 봐도 들이박으려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로 사람을 들이박으려 하다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긴 세상이 미쳐 돌아가니까... 사람도 미쳐가는 거겠지.

좀 전의 나였다면 이러한 상황에 비명이나 질러댔겠지만, 놀라는 것도 한 두 번이다. 나는 놀라기보다는 주위를 둘러봤다. 혹시나 했는데, 엘퀴네스를 제외하고는 여자들 전부가 나한테 정신이 팔려 차가 달려오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오로지 엘퀴네스만이 히죽, 웃으며 나한테 입모양으로 말하고 있었다.

‘뒈.져.라. 쭉.정.이.’

그 모습에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 저 차를 막을 사람은 나뿐인 듯 했다.

“하아, 진짜 자기 암시는 별로 쓰고 싶지 않았는데...”

불꽃에 휩싸인 채로 나는 절대 자주 쓰지 않겠다 다짐했던 자기 암시를 사용했다.

“나는...”

이번에는 하나하나 능력치의 상승을 입으로 내뱉기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 차를 부드럽게 막을 수 있는 인물을 떠올렸다. 내 머릿속에 운전 학원에서 주먹 하나로 차를 주차하던 인물이 떠올랐다.

“...권제, 린메이가 된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스템 음성이 울려퍼졌다.

============================ 작품 후기 ============================

ㅇ<-<  (사망)

ㅜ  (소생)

ㅇ<-< (다시 죽음)

< 리리플 >

휘텐가르트  / 아아... 너무 부럽네요 ㅠ_ㅠ;

후훈훈 / 왜 저만 이렇게 기말고사 기간이 긴 거죠?!

내코돌려줘용 / 빡쳐서 연참하는 작가라니... 개이득...

니르쪼 / 예진이도 매력적인 여자죠 =ㅅ=.

레이져천공기 / 예토전생 쓰시면 저는 술사를 쓰러뜨릴 겁니다.

0리아노0 / 아아... 그럴수가... 너무 고마워요 ㅠ_ㅠ;

북정동낭인 / 돌아오셨군요. 후후!! ♡♡♡♡♡♡♡♡♡♡♡

키바Emperor  / 주인공의 발암은 군고구마 열 상자감이죠.

Ruber Luna / 친근하게 안 나오네요.

AbilityDeath / 어우, 친근하신 코멘트 정말 좋습니다.

Vagabundo / 최면술 없었으면... 마트에서 일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ㅋㅋ

검치무광 / 항상 코멘트 감사합니다 =ㅅ=!

mayura1490 / 예, 예? 가, 감동요? 거의 아침드라마급 아수라장인데요/ ㅋㅋ

선무하 / 거의 사이코 마냥 빼액 거렸습니다. 오늘 정주행 감사합니다 =ㅅ=...!

orbantez  / 요흐카으노 소으라... 그건 정말... 저한테 충격을 안겨줬던 애니였어요. 하...

NUMB3RS / 리벤지... 를 하려나 모르겠네요 =ㅅ=;; 이미 한 걸까나...

* 추천, 코멘트,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 시험기간이라 질 좋은 연재 못 해드리는 거 죄송합니다... 그러니 작가는 죽으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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