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1 [애나의 친구] =========================
통화를 하고 있을 뿐인데, 등줄기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애나 씨의 화난 표정이 선히 보였다.
‘근데 왜 웃고 있는 얼굴이 그려지는 걸까.’
머릿속의 화난 애나 씨는 웃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아름다우면서 요염한 웃음을 말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 죽어버린 남근이 움찔거리면서 고개를 들어 올릴 정도로 머릿속의 애나 씨는 아름다웠다.
문제는 그러한 애나 씨의 손과 입에 내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정액과 정력이 빨리는 모습까지 함께 상상이 된다는 것이다.
[흐음, 지우 씨? 왜 대답을 안 하시죠?]
잠시 상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더니 애나가 의아한 듯 물어왔다. 아까보다 한결 풀린 것만 같은 애나의 목소리에 내가 힘없이 대답했다.
“쿨럭, 쿨럭... 죄송해요. 애나 씨. 제가 가려 했는데, 쿨럭! 몸이 좀... 상태가 안 좋아서요...”
실제로 행동력이 떨어져 아픈 것 같은 목소리가 절로 나왔고, 가래 섞인 기침마저 섞어주며 말끝을 살짝 흐리자. 전화기 너머로 놀란 애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죄송해요... 아픈 줄은 몰랐어요. 지금이라도 병문안 가도 되나요? 과일이라도 사들고 갈게요. 네?]
“..........”
나는 잠시 애나의 물음에 입을 꾹 다문 채 생각했다. 알래스카의 에스키모인들이 입는 두꺼운 털옷을 입어도 발가벗은 여자보다 더 쉽게 남자를 발정시킬 수 있는 애나다. 또한 애나의 병문안이 단순한 방문이라고만 볼 수 없었다.
‘혹시 모르지. 병문안이라고 쓰고, 병문섹스라고 말할지.’
서큐버스 퀸인 애나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한 그녀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가 일어날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닐 것 같았다. 먼저 미네르바는 서큐버스 퀸하고도 놀아 나냐고, 나를 욕할 게 분명했다. 지금도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음식물 쓰레기보다 더 혐오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그 이상은 과연 어떠할지 상상도 안 간다.
다음으로 내 여자들 때문이다.
내가 서큐버스 퀸인 애나랑 아는 사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것과 듣는 것은 다른 충격을 안겨줄 게 분명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후우, 괜찮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이틀이면 낫는 병이라 했거든요.”
[그래도... 제가 죄송해서 그래요. 아, 그러시면 오늘 일 끝나고 찾아갈게요. 집 주소는 루엘한테 물어보면 되죠?]
“응?”
분명 가볍게 거절될 거 같은 분위기였는데,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오겠다 말하는 애나를 보자 잊고 있었던 식은땀이 허리에서 내 팬티로 쏙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재차 변명했다.
“아, 아니에요. 그러면 제가 오히려 애나 씨께 죄송하죠.”
[후후, 역시 지우 씨는 착하다니까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출장비는 확실히 받을 테니까요.]
“..........”
역시 병문안이라는 이름을 가장한 출장병문섹스였던 것일까.
나는 힘든 와중에서도 마지막 힘을 이끌어 내 입을 열었다.
“애나 씨, 잠시만 제 얘기를 들어보세요.”
*
나는 결국 끝까지 찾아오려던 애나를 한 시간 가까이 설득하고, 48시간 뒤에 [서큐버스 풍속점]으로 돈을 들고 서비스 받으러 가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흐응, 그럼 기다릴게요. 지우 씨, 사랑해요. 쪽~♡]
“하, 하하...네.”
뚝!-
전화가 끊기자마자 나는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며 털썩, 하고 침대 위에 쓰러졌다. 행동력이 하락된 상태라 그런지 긴 통화를 하는 것만으로 모든 기력을 소모한 것 같았다.
*
*
*
방에 누워서 여성용 잡지를 보고 있던 미네르바는 남자 냄새를 풀풀 풍기며 들어오는 루룬을 보고는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흐흥...흐흐흥!”
딱 보니, 여기저기 남자와 섹스 한 흔적이 보였다. 특히 냄새. 남자 특유의 냄새가 미네르바의 코를 찔렀다.
그에 열이 뻗친 미네르바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좋아하는 루룬을 향해 소리쳤다.
“냄새나니까 냉큼 씻어!”
“하, 하지만... 주인님의 냄새가...”
미네르바의 말에도 킁킁 거리며 망설이는 루룬이다. 그녀로서는 여기저기 남은 주인님의 냄새를 지우고 싶지 않았다. 오늘 하루는 이대로 뱃속에 주인님의 정액을 머금은 채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딴 남자가 주인은 무슨...!”
기가 찬다는 듯이 몸을 일으킨 미네르바는 작게 이빨을 갈며 1층 거실로 내려갔다. 능력이 제한된 뒤로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자유로운 바람의 정령왕인 내가...!’
거기다가 활동범위가 지우의 집과 지우의 옆으로 한정되어 있으니 더더욱 신경질이 났다. 문제는 그러한 지우의 옆에는 충실한 여자 노예들이 잔뜩 있었다는 것이다.
쿵쿵, 발소리를 내며 거실로 내려가자 그곳에는 붉은 머리를 귀엽게 땋은 샤샤와 건강한 육체를 가진 김은미. 그리고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 평소에는 쓰지 않던 뿔테를 쓰고 있는 예진과 아직까지 깨어나지 않은 아이린을 간호하고 있는 라피스가 보였다.
애완동물로 취급되는 슈르카(?)와 다롱이, 용용이는 서로의 몸을 포갠 채 자고 있었고 말이다.
“흐응...”
죄다 하나같이 어디를 가도 미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여성들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 흐뭇한 광경에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라도 찍었을지 모르나 미네르바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들, 전부가 지우와 섹스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으니 말이다.
‘그딴 남자랑 뒹구는 게 뭐가 좋다고.’
미네르바는 속으로 생각했다. 자신 또한 오랜 시간 정령왕으로 살아오면서 남자와 섹스를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항상 자신은 아무런 만족감도 느낄 수 없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의 속살에 넣는 순간 찍- 싸버리며 끝나기 일쑤였으며, 드래곤이랑 할 때는 일말의 배려심도 느낄 수 없어 짜증만 났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만족할 수 있는 존재는 같은 여성뿐이었던 것이다. 특히 자신보다 먼저 태어난 이프리트와 트로웰을 보고 자란 미네르바로서는 더더욱 여성체의 외모에 빠져들어갔다.
‘이프리트도 그딴 남자의 아이나 낳고...’
아직도 그 남자의 아이를 낳고 행복한 표정을 짓던 이프리트의 얼굴이 잊히지 않았다.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환한 미소와 함께 ‘응. 미네.’라고 가볍게 대답하던 이프리트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문득. 든 생각에 미네르바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나도... 그 녀석의 아이를 낳으면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걸까.’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자신이 그러한 생각을 했다는 것에 당황한 그녀는 다시 한 번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거실을 한 시간 가량 방황하다 다시 올라갔다.
거실에도 전부 지우에 관련된 얘기만을 나누고 있으니, 가만히 듣고 있다가는 노이로제가 걸릴 것만 같았다.
‘아아, 진짜 미치겠네.’
눈만 떴다하면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들이 전부 지우와 하는 섹스와, 지우에 대한 칭찬만을 얘기하고 있으니. 이건 마치 세뇌라도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우는 실제로 그리 나쁜 인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정령만큼 순수하면서 중간중간 보이는 착한 마음씨는 미네르바도 가끔 놀랄 정도였다.
미네르바는 2층으로 올라가며 생각했다.
‘신께서는 대체 왜. 나를 이곳으로 보낸 걸까.’
자신이 한 일은 벌을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벌을 내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미네르바는 의문을 가진 채 방으로 들어가려다 꾹 닫힌 지우의 방문을 바라봤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온천여행에서 돌아왔던 지우는 기운이 쭉 빠진 채로 돌아왔었다. 그 모습에 나름 통쾌함도 느꼈던 미네르바다.
‘지금은 괜찮아졌나?’
괜스레 궁금해진 미네르바가 문을 열자 그곳에는 기운이 쭉 빠진 채로 잠들어 있는 지우가 알몸인 상태로 잠들어 있었다.
순간 눈에 들어온 지우의 성기와 축 늘어진 음낭에 미네르바가 으득, 하고 이빨을 갈더니 문을 쾅!- 닫고 소리쳤다.
“더러운 새끼!”
“으, 으?”
오로지 애나와의 통화로 탈진했던 지우만이 어찌된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 해 눈을 살짝 떴다 다시 잠들었다.
*
*
*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한계 돌파의 패널티가 끝나자, 그제야 살 것만 같았다. 잊고 있던 활력을 되찾고 나서야 나는 사람에게 있어서 건강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으아!!!”
이 넘치는 활력을 만끽하기 위해 거실에서 팔을 쭉 펴고 소리를 지르자, 미네르바가 안고 있던 베개를 내 얼굴에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시끄러! 더러운 새끼야!”
“커억! 가, 갑자기 왜 그러세요. 미네르바님.”
영문을 몰라 묻자 미네르바가 흥! 하고 콧방귀를 끼더니 그대로 2층으로 올라가버렸다. 그 모습에 나는 얼굴을 긁적이며 생각했다.
‘혹시 여행에 안 데려갔다고 삐지셨나?’
하지만 분명, 자기 입으로 집에 있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에라, 모르겠다.”
미네르바야 뭐, 남자를 싫어하는 레즈비언이니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할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대충 넘긴 나는 애나한테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든 생각.
‘이 기회에 애나도 내 노예로 만들어볼까.’
지금이라면.
최면술 레벨이 5로 상승하고, 여성을 공략하기에 딱 알맞은 아이템들이 잔뜩 있는... 지금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애나를 노예로 만들어서 어찌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그녀에게는 나름 은혜를 입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경험치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레벨이 높은 여성들을 공략하는 것만큼 빠른 길은 없었다.
나는 조용히 상태창을 불렀다.
“상태창.”
[구매 가능 아이템 없음.]
[랜덤 아이템 상자 1회 뽑기 무료 이용권 x 9 보유중]
삼일 동안 기운이 없어 사용하지 않았던 무료 이용권 9개가 쌓여있는 것을 보자마자 나는 마더에게 부탁했다.
“마더, 사용해줘.”
[네에~ 알겠습니다.]
마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끄러운 시스템 음성들이 무더기로 울리며, 함께 알 수 없는 아이템들이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띠링! ‘능력 경험치 알약 10000’이 뽑혔습니다.]
[띠링! ‘다람쥐가 좋아할지도 모르는 도토리묵5’가 뽑혔습니다.]
[띠링! ‘축복받은 성서’가 뽑혔습니다.]
[띠링! ‘트롤 소환 매직 스크롤’이 뽑혔습니다.]
[띠링! ‘기능개방 알약’이 뽑혔습니다.]
[띠링! ‘중독마약정액생성알약’이 뽑혔습니다.]
[띠링! ‘세계수로 만든 활’이 뽑혔습니다.]
[띠링! ‘신의 사랑이 담긴 편지’가 뽑혔습니다.]
[띠링! ‘정력 회복제MAX’가 뽑혔습니다.]
“이건...”
오랜만에 괜찮은 장비가 나오는 것도 모자라, 그 중에서도 내 눈을 이끄는 하나의 아이템을 바라보며 정보를 확인했다.
《 기능개방 알약 》
[등급 : 레전드(Unique)]
[종류 : 사용자 전용 소모품, 시스템]
[설명 : 숨겨진 기능 중 하나를 개방시켜주는 알약.]
[효과 : 섭취 시 최면술M의 숨겨진 기능이 개방됩니다. 어떠한 기능이 개방될지는 전부 랜덤입니다.]
“...미친.”
나는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떨리는 손으로 ‘기능개방 알약’을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그 순간 들린 시스템 음성에 내 눈이 크게 떠졌다.
============================ 작품 후기 ============================
거짓말 안 하고... 공부하고 헐레벌떡 글쓰다보니 죽었어요.
ㅇ<---<
ps. 오늘 어떤 요정 분께서... 처음부터 끝편까지 추천을 눌러주고 가셨어요. 감사합니다.
< 리리플 >
마녀서윤 / 크, 1등에다가 선추코! 짱짱 좋아요! 감사합니다.
휘텐가르트 / 정말... 누가 보면 오해하겠어요 =ㅅ=...흥흥.
루템 / 흐엉... 열심히 쓸...(털썩)
hasj12 / 어, 어딘가요? 나름 생각하고 시간 들여서 쓴 건데... 중복되는 장면이라니 ㅠ_ㅠ;
0리아노0 / 당연하겠죠 =ㅅ=... 그리고 또 패널티 때문에 후덜후덜 거릴 거예요.
니르쪼 / 건배~ 짠!
내코돌려줘용 / 연참 따위 해드릴 것 같나요? 흥
Lizad / 크... 우리 귀여운 서큐버스... 애나를 기억하고 계셨군요.
어드벤터 / 부족한 소설에 향신료를 뿌려주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뻐요^^.
니알라토텝 / 초반부분 나오는 서큐버스 퀸이랍니다 =ㅅ= 후후. 까먹으셨다니, 다시 정주행 하고 오세요!
선무하 / 아마... 자기 묘를 자기 손으로 판 뒤에 들어가지 않을까요? 후후... ㅇ<-<
*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
* 흥흥...흥흥흥...흥흥흥흥...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