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0 [세 명의 딸] =========================
“그럼 다녀올게요.”
내가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귓가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음을 알리는 시스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시간 한정 돌발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또?’
눈을 크게 뜬 나는 재빨리 퀘스트를 확인해봤다. 왠지 이번에도 얼토당토 않는 퀘스트가 내려왔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남자를 싫어하게 된 바람의 정령왕]
[내용 :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남자와의 섹스보다 여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즐겁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 이대로 간다면 그녀의 자궁에는 거미줄이 생기고 말거예요. 이미 불의 정령왕을 임신시켰던 당신. 당신이야말로 진성 레즈비언인 미네르바를 구해줄 수 있는 남성이랍니다.]
[미네르바와 섹스하세요. 질내 사정 0/5]
[보상 : 미네르바의 사랑]
[남은 시간 95 : 59 : 58]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나는 힐끔 미네르바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미네르바는 어제까지만 해도 나랑 하루 종일 붙어있었던 아이린과 뒤엉켜있었다. 둘 다 매력적인 몸매와 미모를 가진 여자들이다보니 그것만으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만 같았다.
다만, 신기한 것은 아이린이 다른 여자들한테는 저렇게 달라붙지 않으면서 미네르바한테는 정겹게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엄마! 엄마아! 헤헤.”
나한테 아빠라고 부르는 것처럼 미네르바한테는 ‘엄마’라고 불렀다. 뭐랄까... 아이린한테 엄마라고 불리는 미네르바를 보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든다. 마치 이프리트보다 먼저 결혼한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내, 내가 왜 네 엄마야! 정신 차려...”
그렇게 말하며 아이린은 밀어내고 있는 미네르바의 입가가 실룩이는 것은 내 착각인걸까. 어쨌든 아이린과 껴안고 좋아하는 미네르바를 보고 있으니 퀘스트 자체를 수행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상대가 능력 레벨로만 따지면 최상위 계층에 존재하는 바람의 정령왕임을 자각하면 미친 짓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제 발로 호랑이 입에 얼굴을 드밀 수는 없는 법이지.’
벌컥!-
그리 생각한 나는 집 문을 열고 나가 택시를 타서 이프리트의 사무실로 향했다. 역시 비싼 값을 하는 교통수단답게 나는 금방 이프리트의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우...”
계단을 올라간 나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멈칫하며 심호흡을 했다. 막상 택시를 타고 올 때까지만 해도 두근거리고 빨리 보고 싶어 기대가 되었는데, 지금은 긴장되어서 미칠 것만 같았다.
‘혹시 나를 닮은 못 생긴 딸은 아니겠지?’
제발 이프리트를 닮았으면 하고 두 손 모아 기도한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젖혔다.
끼이익!-
느릿하게 문을 열자 쇳소리가 울리며 내 심장소리가 그에 맞춰 두근거렸다. 이 문을 다 열면 눈앞에 바로 이프리트와 내 딸이 있을 거란 생각에 눈이 핑그르르 도는 것만 같았다.
차라리 이대로 도망갈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 문이 다 열렸으면 하는 마음과 열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팽팽하게 부딪혔다.
허나, 내가 문 여는 속도가 답답했는지 누군가 급히 문을 열어버리는 바람에 이러한 내 생각은 단숨에 사라지고 말았다.
“아으! 빨리 들어와요. 오빠!”
“헉!”
나는 문과 함께 나를 동시에 당기고서 당당히 서있는 소녀? 아니 여자를 보며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믿기지 않아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서, 설마... 헤스티아야?”
내 물음에 피식, 웃은 헤스티아는 자신의 거대한 가슴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출렁이며 나를 꾸짖었다.
“정말...! 오빠는 매일 볼 때마다 그 패턴이야? 질리지도 않아?”
“어, 어... 그게...”
헤스티아의 핀잔에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아기였을 때가 엊그제였고, 거기서 성장해 소녀가 되었던 것이 어제였던 것만 같은데... 지금은 거의 키만 작은 이프리트가 되어버린 헤스티아를 보고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허리까지 오던 헤스티아의 키는 그렇게까지 많이 자라지는 않은 듯 내 가슴보다 살짝 아래에 있었으며, 가슴은 엄마인 이프리트의 피를 아주 잘 물려받았는지 평범한 여성이라면 가질 수 없는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저 풍만한 가슴은 파란색 끈으로 받쳐도 괜찮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얼굴 또한 소녀와 어른여성과의 사이에 있는 풋풋함을 자랑하고 있었고 말이다. 만약 내가 이프리트를 만나지 않고, 헤스티아를 만났다면 반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뭐야.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하, 하하... 오랜만이에요. 이프리트님.”
“...정말. 헤스티아의 말대로 넌 하나도 안 변하는구나. 그 점이 또 좋은 거지만.”
“감사합니다. 이프리트님이야말로 여전히 아름다우신 걸요.”
나에게는 이프리트가 있었고, 이프리트가 먼저였다. 헤스티아의 성장에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였다. 나는 활짝 웃으며 이프리트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이프리트는 내 말에 얼굴을 붉히더니 팔뚝을 박박 긁어댔다.
“또, 또! 그런 낯간지러운 말 하지 말랬지?! 아우... 닭살!”
“으음, 저도 평소에는 이렇지 않은데... 이프리트님 앞에서는 별 수 없나 봐요.”
나조차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멘트에 이프리트는 결국 참지 못 하고 창문을 열더니, 밖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악!!”
그 후, 조금 괜찮아졌는지 이프리트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기는 지금 자고 있어. 깨우지는 말자. 응?”
방금 이프리트가 소리를 지른 것 때문에 깨어나지 않았을까 싶다만... 조용한 걸로 보아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대충 걸터앉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읏차’라는 소리와 함께 내 무릎위에 걸터앉는 헤스티아다. 이제는 제법 묵직해진 헤스티아의 몸이 내 무릎에 닿자, 흠칫 놀란 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헤스티아를 불렀다.
“헤스티아?”
“응, 오빠.”
“내 옆자리도 비어있단다.”
그렇게 말하며 빈 소파를 툭툭 두들기자 헤스티아는 입을 부풀리며,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잘 땋인 트윈테일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내 코를 간질였다.
“싫어. 난 여기가 좋은 걸. 흥!”
절대 여기서 움직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어필하듯이 헤스티아는 고개를 뒤로 젖혀 내 가슴팍에 기대었고, 그 때문에 그녀의 커다란 가슴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음란한 가슴골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재빨리 속으로 애국가와 불경의 콜라보를 부르며, 도움을 청하기 위해 이프리트를 바라봤다.
“응? 헤스티아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줘. 걔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지... 쯧, 어린 것이 벌써부터 남자한테 푹 빠져서는...”
믿었던 이프리트마저 저렇게 말하니 별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애국가와 불경 사이에 성경구절까지 집어넣으며 헤스티아의 육탄 공세에서부터 버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헤스티아는 자신의 가슴을 보이거나, 몸을 비비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는지 내 목덜미를 향해 음란한 말들을 계속 속삭였다.
“흥흥, 오빠... 나 공부 많이 했어. 키스, 딥 키스, 섹스, 펠라치오, 파이즈리, 애널 플레이 등등 용어도 전부 다 깨달았다? 이제 쪽쪽해달라고 안 할게.”
그 대신 키스해달라고 말한다 해서 내가 또 한 명의 딸이라 생각하는 너한테 키스를 해줄 거 같니?
나는 경련이 일어날 것만 같은 미소를 지으며 헤스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 하하... 정말 좋은 용어들을 배웠구나.”
내 칭찬이 정말로 칭찬인 줄 아는지, 헤스티아는 얼굴을 붉히며 좋아했다.
“헤헤, 고마워. 오빠... 헤스티아 잘했으니까 키스해줄 거지?”
이 발랑 까진 꼬맹이의 머릿속에는 기승전키스요... 기승전 오빠 덮치기인지 말만 꺼내면 이렇게 된다. 문제는 헤스티아의 육탄 공세를 이프리트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서 말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허나, 말리지만 않을 뿐.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콰드득!-
움찔!-
이프리트가 앉아있던 책상에서 균열이 일어나며 어마무시한 소리가 흘러나오자. 나도 모르게 몸을 떤 내가 이프리트 쪽을 바라보자 이마에 핏줄이 선 이프리트가 나한테 어색한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다.
“호호, 계속...해! 우리 헤스티아가... 우리 여보...아니, 오빠가 많이 보고 싶었나...보다! 응?!”
그러면서 불을 뿜어내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이프리트의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힐끔-
헤스티아는 잠시 이프리트의 눈치를 보더니, 히죽 웃으며 몸을 돌려 자신의 부드러운 가슴을 내 가슴팍에 들이댔다. 그 후, 살살 문지르며 나한테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빠... 나 이런 것도 배웠다. 흐으... 좋아?”
“솔직히 말하면 좋...지 않아.”
순간 좋다고 말했으면 내 몸이 불로 녹아버렸을 거라는 것을 확신한 내가 급히 말을 돌리자 이프리트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다가왔다.
이프리트는 헤스티아를 정수리를 검지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흐응, 꼬맹아. 좀 비켜주겠니? 우리 여보는 너 같은 땅딸보의 몸에는 관심이 없나 보네.”
“뭐! 엄마?! 지금 이렇게 예쁜 딸한테 땅딸보라고 한 거야?”
헤스티아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이 열을 내며 소리쳤다.
“이게 엄마한테 소리를 질러? 누구한테 배운 말버릇이야!”
“엄마한테 배웠지! 난 항상 엄마하고 붙어있었으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아.줌.마!”
“이게...! 혼쭐 좀 나봐야 정신을 차릴래?”
결국 참다 못 한 이프리트가 불을 뿜어내자, 헤스티아 또한 벌떡 일어나며 불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인 나는 이프리트의 축복 때문에 불에 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었지만, 다른 의미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미치겠군. 제발 누가 나 좀 구해주라.’
아기일 때도 헤스티아는 내가 말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는데, 이제 와서 나보고 저 사이에 끼어들라는 것은 무리였다.
이러한 내 기도를 들었던 걸까, 헤스티아와 이프리트가 서로를 향해 불꽃을 날리려고 할 때 사무실 안쪽에서 우렁찬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응애! 응애애애앵!!
그 순간, 서로를 향해 불꽃을 날리려던 여자들의 몸이 거짓말처럼 멈춰 섰고, 나 또한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우리는 재빨리 사무실 안쪽으로 달려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카페에서 쓰는 글은 언제나 집중이 안 돼네요. 역시 카페에서는 H 씬인데...쩝;;
< 리리플 >
레이져천공기 / 헤스티아 만나러 가요 =ㅅ=.
내코돌려줘용 / 당연하죠! 것보다 이름...생각을 해야하는데...
로리콤MK / 아이링! 아이링!!
니르쪼 / 마지막까지 힘낼게요.
mayura1490 / 에이, 설마요.
선무하 / 으으,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최대한 조심해야겠어요.
휘텐가르트 / 그렇겠죠. ㅋㅋㅋㅋ
0리아노0 / 어허, 작가를 철컹철컹 시키려구...!
마녀서윤 / ㅇㅂㅇ 미네르바한테 엄마라고 할거에요.
도광 / 아뇨, 당분간은 아마 저 상태일 거에요.
Lizad / 신을 찾을 정도로 좋으신가요. 우훗...
운명이란... / 다음날 찾아갈테니 괜찮을거에여.
Elde / 으으, 지우란 인물은 정말 줏대가 1도없는 인물이니...
Bathin / ㅋ_ㅋ 리미트 브레이커는 장난아니었죠.
*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
* 화이팅이에요. 모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