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나가 된 세계에서-141화 (141/163)

00141 [세 명의 딸] =========================

“응애! 응애애애애!”

그곳에는 조그마한 담요로 덮여있는 천사가 우렁차게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우연찮게 아기와 눈이 마주친 나는 그대로 얼음이라도 된 것 마냥 멈췄다.

남자 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조금 밖에 자라지 않은 머리카락은 이프리트가 아닌 나와 똑같은 검은색이었고, 눈망울은 그와 반대로 루비를 보는 것만 같은 맑고 투명한 붉은색이었다.

조그마한 손은 내 엄지를 겨우 잡을 정도의 크기였으며, 이제 막 태어난 주제에 벌써부터 엄마의 미모를 물려받았음을 보여주듯이 아기의 눈. 코, 입은 매우 예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

아기를 보고 있으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러한 나를 피식, 웃으며 지나쳐간 이프리트가 대신 아기를 껴안아 올렸다.

“에구구, 일어났어요. 우리 공주님? 이번에는 왜 우는 걸까?”

“응애! 응...우웅...”

이프리트가 안아주자 아기는 언제 울었냐는 듯, 금방 눈물을 멈추고 이프리트의 가슴에 얼굴을 막 비볐다. 그 모습을 보니 유아교육을 위해 평소에 봐놨던 지식 중 하나가 떠올랐다.

‘아기는 3살 때까지 애정을 제일 중요시 여긴다더니...’

아기는 이프리트의 온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을 묻은 채, 이제는 조막만한 손으로 툭툭 그녀의 가슴을 건드렸다.

“꺄, 귀여워라. 쪽쪽, 우리 애기. 어쩜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까.”

이프리트는 그러한 아기의 이마에 부드럽게 키스를 해준 뒤,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뭐 해. 네 딸이잖아. 안아 봐.”

가볍게 툭 내뱉으며, 이프리트가 아기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아...!”

정신이 없던 상태에서 얼떨결에 아기를 넘겨받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에 이프리트와 헤스티아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특히 이프리트는 혹시 자기가 뭐 잘못했나 싶어 물었다.

“야... 왜, 왜 울고 그래?”

이프리트의 물음에 나는 내 품에 있는 아기를 꽉 껴안으며 지금 느끼고 있는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흑... 모르겠어요. 그저... 아기를 안는 순간, 아... 제 딸이구나. 제 자식이구나... 라는 게 확실히 느껴져서 저도 그만...흐윽!”

“응애! 응애애애!”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인지 아기도 힘찬 울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조차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은 이상한 걸까. 나는 결국 아기를 껴안은 채 다시 한 번 눈물을 뚝뚝 흘려댔고, 이프리트가 강제로 아기를 빼앗아가고 나서야 눈물을 멈출 수 있었다.

“야, 그만 울어. 무슨 애정 결핍도 아니고, 아기보다 더 울보야.”

“애정 결핍이라니...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헤...”

바보처럼 웃으며 대답하자 이프리트는 피식, 웃으며 이번에는 헤스티아한테 아기를 맡겼다.

“너도 한 번 안아봐. 네 여동생이니까.”

“어... 나, 나는 괜찮은데.”

헤스티아가 난색을 표했으나, 이프리트는 나한테 아기를 넘겼던 것처럼 바로 헤스티아의 품에 아기를 안겨주었다.

“꺄아, 꺄아아!”

“으응...?”

“어머?”

거짓말처럼 아기는 헤스티아의 품에 안기자마자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미소 지었다. 헤스티아 또한 그런 아기가 싫지 않았는지 마주 웃어주며 아기의 볼을 찌르거나, 손을 만지는 등 놀기 시작했고,

그에 여유를 찾은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다행이네요.”

“뭐가?”

“아뇨. 생각해보면 제 주변에 정상인이 한 명도 없다보니 혹시나 아기도 그러면 어쩌나... 했는데 아기는 다행히 그냥 평범한 것 같아서요.”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이프리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잠시만... 주변에 정상인이 한 명도 없다는 건, 결국 나도 정상인이라고 생각 안 했다는 거 아니야?”

“.......”

아차, 하며 말실수를 했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아기와 만난 감동 때문에 잠시 내가 미쳤었나 보다.

“그럴... 리가요.”

“이미 늦었어!”

찰싹!-

“큭!”

따가우면서 뜨겁기 그지없는 이프리트의 손길을 등으로 느끼며 나는 다시 아기를 바라봤다. 그러자 등에서 느껴지던 고통마저 쾌감으로 느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꺄으~!”

“아...!”

어떻게 된 인지 볼 때마다 새롭다. 아까는 감동이었다면, 지금은 우리 딸이 제일 예쁘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 입가가 계속 올라갔다.

그런 내 옆구리를 이프리트가 쿡쿡 찌르며 말했다.

“이제 슬슬 이름을 정해야하지 않을까요? 여보.”

“아, 맞네요. 뭐가 좋을까요. 강프리트...이런 건 안 되겠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얼토당토 않는 장난을 친 것에 사과를 하던 내 머릿속에 문득. 괜찮다 싶은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강이...슬. 강이슬 어떤가요?”

내가 제안한 이름에 이프리트가 검지로 자신의 볼을 긁적이며 고민하더니 이내 나한테 물어왔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그녀의 물음에 내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무 의미 없는데요? 그저... 강지우의 ‘강’과 이프리트님의 ‘이’가 들어간 예쁜 이름을 떠올렸더니 나왔어요. 꼭 이름에 의미가 있어야 하나요?”

“훗, 아니 그런 건 아니지. 강이슬...강이슬이라... 괜찮네.”

이프리트가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그렇게 내 딸은 ‘강이슬’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도저히 딸을, 자식을 낳았다는 것을 아직까지도 실감가지 않아 밤이 늦을 때까지 이프리트의 사무실에 눌러앉아 이슬이와 함께 했다.

“늦었어. 빨리 들어가 봐.”

“꼭 가야하나요? 이슬이랑 헤어지기 싫은데, 그냥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아씨...! 네 집에 너만 기다리는 여자들이 몇 명이나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야.”

“아...”

내가 마지막까지 아쉬워하며 이슬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 하자, 이프리트가 별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그러면 내일 또 오면 되잖아.”

이프리트의 말에 금세 눈을 빛낸 내가 히죽, 웃으며 물었다.

“모레는요?”

“...오던지.”

“그 다음날은요?”

“상관없어.”

“그, 그 다음날은요?”

“...빨랑 꺼져!”

콰앙!-

결국 강제로 쫓겨난 나는 바보처럼 히죽, 웃으며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매일 나만을 기다리는 여자들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로부터 삼일 동안 매일 아침 이프리트의 사무실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이슬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흘째가 되는 날도 이슬이와 함께하기 위해 집을 나서려는 내 귓가에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 속...보. 속보입니다. ‘에브리원 평화협정’의 의원 중 한 명이자... 온건파의 기둥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표, ‘라모네이드 칼론 데므그라시’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로 인해 현재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긴급회의’가 OO지역 OO건물에서 급히 열렸습니다.]

아침부터 갑작스런 소식에 여유롭게 시간이나 때우고 있던 모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오로지 미네르바만이 입술을 꽉 깨물며 암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결국 운명은 바뀌지 않았어.”

내가 매일매일 즐겁게 여자들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 세상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려하고 있었다.

*

*

*

그 시각, 물의 정령왕인 엘퀴네스 또한 뉴스를 보며 주먹을 쾅! 내려치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미리 경고를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그러나 급진파도 온건파도 아닌, 항상 중립만을 지켜야만 하는 정령왕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욕을 내뱉으면서 회의의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없었다.

평화로웠던 세상에 조금씩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요즘 따라 검제 일행이 조용했었죠 =ㅅ= ?

다음 챕터에 나올 거 같네요.

< 리리플 >

Bathin / 넵, 딸입니다 ^^

내코돌려줘용 / 지우의 딸은...그냥 평범해요 ㅋ

Elde  / 크, 이상한 성벽 생기는 것 같네요 ㅋㅋ.

마녀서윤 / 그렇습니다. 지우의 주위에는 전부 여자죠. 후후.

휘텐가르트  / 괜찮아요! 오해받아보고 싶네요. 후후.

팀부스터  / 연재 안 올라오면 작가가 감옥에 들어가신 줄 아세요.

운명이란...  / 지우의 딸은 그냥 평범하게 자랄 것 같네요 ㅋ

로리콤MK / 큐트... 큐트....

니르쪼 / 미네르바 공략은... 생각 중인데... 흐음...

mayura1490 / 주인공 버프란 정말로 위대하죠.

lpPoint / 항상 감사합니다^^

orbantez / ㅋㅋㅋ 아기의 울음은 항상 싸움을 멈추게 하죠.

레이져천공기 / 기회가 된다면 ㅋ_ㅋ...

키바Emperor / 헤스티아한테 먹히는 것보다... 당분간은 다른데 집중해야할 것 같네요.

HighMax / 평범하게 정말 예쁜 아기였답니다.

검치무광 / 아마 다음 여인은 미네르바가 아닐까 싶네요. 아직 퀘스트 시간이 남았으니.

ChaosSoo  / 훗, 처음이 어렵지... 다음부터는 쉽습니다.

kunhe / 존경까지... 부끄럽네요. 헤헤.

*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

* 내일 시험이 전부 끝나네요. 완결까지 쭈욱 달려봐요 =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