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나가 된 세계에서-142화 (142/163)

00142 [심검(心劍)] =========================

*

*

*

지우가 뉴스를 보고 있는 시간으로부터 약 8시간 전. 달이 하늘 위에서 빛나고 있었지만, 어두컴컴하기 그지없는 밤.

어둠속에서 검제, 신하연은 홀로 눈앞에 있는 저택을 노려봤다.

몸을 날리려는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불쑥하고 권제, 린메이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금으로서는 온건파의 인물을 급습하는 것보다는 급진파의 인물을 건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 해.’

‘왜?’

‘후, 검제... 너무 불만이라는 듯 티내지 말라 해. 별 수 없다 해. 제갈민이 우리를 잡으려 한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무작정 온건파의 인물만을 건드리기는 힘들다 해.’

‘왜?’

‘끄응, 제갈민이라는 인물의 머리가 나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해.’

‘왜?’

‘...그 녀석이 나보다 더 잘 났으니까 해. 으악, 지금 나한테 무슨 소리를 말하게 하는 거다 해! 어쨌든 우리는 오늘 급진파 의원 중 한 명인 킹슬라임을 노리도록 한다 해. 물론 죽이면 안 되고 화만 돋우는 거다 해. 그렇게 알고 있어라 해.’

‘..........’

신하연은 린메이의 결정에 토를 달지는 않았으나, 불만이기는 했다. 죽이면 안 되다니... 강해지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생사(生死)가 오가는 혈투(血鬪)였다.

그녀는 권제의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홀로 차를 운전해 다른 곳으로 향했다. 목표로 했던 장소 근처에 주차를 한 신하연은 이곳에 누가 있는지를 떠올렸다.

‘블루 드래곤, 라모네이드.’

온건파의 대표이자, 강함 수준만으로 따졌을 때도 현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괴물이었다. 신하연으로서도 솔직히 ‘승리’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없는 상대였으나, 그녀는 덜컥 와버렸다.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신하연을 이곳까지 오게 만든 이유는 ‘조급함’이었다.

현재의 경지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 수련과 경험으로서 강해질 수 있는 단계는 이미 끝이 나버렸고, 언제 능력이 한 번 더 진화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를 초초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결국 ‘도박’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오늘... 난 좀 더 강해질 수 있어.”

작게 중얼거린 신하연은 저택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녀의 신형이 어둠속에 사르르 녹아들자, 라모네이드의 저택 외곽을 지키던 리자드맨들과 능력자들은 그 아무도 신하연을 눈치 채지 못 했다. 가볍게 혀를 찬 신하연은 정원을 가로질러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신하연이 처음으로 들킨 것은 저택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부터였다.

철컹철컹!-

“응?”

1층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쇳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이상함을 느끼고 멈추자, 거대한 몸체의 갑옷 네 개가 공중을 떠다니며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신하연은 히죽,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괜히 검제(劍帝)란 이름이 붙지 않았는지 그녀의 검은 ‘리빙 아머들의 단단한 갑옷’을 단번에 베어냈다. 그러나 베어낸 것은 갑옷 뿐. 본체인 ‘리빙 아머’는 베어내지 못 했다.

하복부가 베어져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리빙 아머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거대한 도끼와 창을 휘둘렀다. 그들에게 있어서 몸은 보기 좋은 형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헤...”

그들의 공격에 재미있다는 듯 옅은 미소를 흘린 신하연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녀의 보이지 않는 검기, 백섬(白閃)이 이번에는 리빙 아머들의 무기를 통째로 베어버렸다. 이제는 어떻게 할 거냐...하고 조용히 바라보자 리빙 아머들은 주먹을 쥐어 올리며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희들은 좀 벨 가치가 있군.”

작게 읊조린 신하연이 다시 한 번 검을 휘두르자 리빙 아머들의 특정 부위에 있던 핵이 부서지며, 공중을 떠다니던 갑옷들이 힘없이 땅바닥에 떨어져 철커엉!-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순간, 저택 곳곳에 달려있던 사이렌들이 요란한 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고, 저택 안에 모든 형광등이 불을 밝혔다.

단숨에 저택 전체에 경보가 울려 퍼졌다.

-위이이잉!

-침입자다! 침입자가 저택 안으로 침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십중팔구는 도망을 선택하지만, 신하연은 아니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밖이 아닌 좀 더 안을 향해 몸을 날렸다. 권제 일행이 있었다면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을 것이다.

얼마 정도를 달렸을까, 그녀는 새로운 경호원들과 마주쳤다.

신하연을 막은 것은 이름 모를 절대자들이었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자, 몸을 강철로 만들 수 있는 능력자, 얼음을 다루는 마녀까지... 신하연은 그들을 단숨에 베어냈다.

“벨 가치도 없는 녀석들.”

서걱!-

“크아아악!”

“꺄악!”

그들의 목이, 몸이 잘리는 것을 보지도 않고서 신하연은 코웃음을 치며 다시 안을 향해 달려갔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 정도 절대자들은 심심풀이조차 되지 않았다.

‘아직...이야.’

간에 기별도 차지 않는다. 흥분되지도 않았고, 강해질 수 있는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이 허한 기분을 채워줄 수 있는 건 역시 ‘블루 드래곤, 라모네이드’밖에 없다 생각한 신하연은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그녀의 검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신비한 특성을 가진 몬스터들도 그녀의 검에 특성과 함께 갈기갈기 찢어졌으며,

인간들은 그녀의 보이지 않는 검기에 허무할 리 만치 쉽게 목과 몸이 잘렸다.

그나마 라모네이드의 방을 지키고 있는 용인족들만이 그녀와 열 합 정도의 공수를 나눴으나, 그래봤자 그게 다였다.

경험, 강함... 어느 것 하나 신하연을 뛰어넘지 못 했던 용인족들은 결국 신하연의 검에 하나 둘 씩, 목숨을 잃었다.

“크으... 라모네이드님. 죄송...합니다.”

털썩!-

마지막 용인족까지 쓰러뜨린 신하연은 흐트러진 숨을 가다듬었다. 힘든 강적은 없었다고는 하나, 갈수록 두툼해지는 경비들을 뚫기 위해 그녀 또한 적지 않은 힘을 소모하고 말았다. 특히 마지막 용인족들은 솔직히 귀찮을 정도였다.

“후우...후우...”

대충 두 번, 세 번 정도 숨을 몰아쉬니 괜찮아짐을 느낀 신하연은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방 안에서부터 그녀를 오싹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녕 들어올 것이냐. 들어온다면 더 이상 돌이킬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야.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무섭다, 두렵다,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신하연은 멈칫했을 뿐, 손을 거두지는 않았다.

바라던 바였다. 여기까지 온 이상 죽는 한이 있더라도 끝을 봐야했다.

결국 그녀는 문을 벌컥, 열었다.

그 안에는...

“이런... 결국 와버렸구나. 별 수 없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차 한 잔 하련? 흘흘.”

“...!”

신하연조차 놀랄 정도로 밝은 분위기의 방과 가운데 놓여 있는 식탁에는 고급스런 티 세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티세트의 앞에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인자한 할아버지가 그녀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그에 더욱 당황한 신하연이 자기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화 안나?”

“잉? 무슨 말 이느냐.”

인자한 미소를 지은 라모네이드가 궁금하다는 듯이 묻자 신하연은 자신의 피 묻은 검을 보였다. 전부 라모네이드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이종족들과 능력자들의 피였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죽었어. 당신의 사람들이 내 손에 죽었다는 거야.”

평소와 달리 말이 많아졌다.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신하연은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몰랐다. 그저, 저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라모네이드가 너무 거북했다. 더 미소를 없애고 싶었다.

그렇기에 일부러 이러한 말을 꺼냈다.

이제 표정이 변화할 것이다 생각한 신하연은 라모네이드를 빤히 바라봤다.

“푸, 푸하하하하하!!”

“어...?”

라모네이드는 신하연의 예상과 달리 폭소를 터뜨렸다.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던 할아버지는 더욱 진한 웃음을 흘리며 차를 한 잔 마시며 말했다.

“쓰읍, 뜨거워라... 뭐, 그럴 수도 있지. 허나 아이야. 나는 그런 것에 충격을 받기에는 너무 오랜 세월을, 너무나도 많은 경험을 하고 말았단다. 오히려 나는 이러한 상황에 즐겁기까지 하구나.”

“...내가 당신을 죽일 건데?”

신하연의 호기로운 말에 라모네이드는 다시 한 번 웃음을 깔깔 터뜨렸다.

“흐하핫!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너같이 귀여운 여아에게 죽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쿠웅!-

“...가능할지는 모르겠구나. 클클.”

쿠우우웅!-

라모네이드가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만났던 어느 존재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무거운 공기가 신하연의 어깨를 짓눌렸다.

“...끕.”

순간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흘릴 뻔 했던 신하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가 나올 정도로 꽉 깨물자, 비릿한 혈향이 느껴져 한순간 당황했던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어주었다.

눈앞을 바라보자 방금까지 여유롭게 차를 권하던 할아버지는 어디가고, 이때까지 본 적 없었던 ‘괴물’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퍼런 두 눈을 마주하고 있으니,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

‘무서워. 도망치고 싶어.’

아까보다 더 강렬히 떠오른 마음에 신하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에 ‘하나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더 강해질 수 있어.”

날카롭게 눈을 뜬 신하연이 라모네이드를 향해 몸을 날렸다.

============================ 작품 후기 ============================

시험 끝...!

근데 약속들이 너무 많이 잡혔어요...흐어엉... 글 쓰는 시간 빼앗기고 싶지 않은데...

< 리리플 >

0리아노0 / 글쎄요 =ㅅ=... 어떻게 될런지 하하하...

휘텐가르트 / 지우는 풀파워의 정령왕의 힘을 이미지 못 할 거에요. 본 적이 없어서요.

마녀서윤 / 할아버지 : 껄껄, 왜 그러느냐... ( 므훗...)

운명이란... / 힘이 평범하다는 것이 아니라, 성격요 =ㅅ= 후후... 성격이 평범할 거에요.

Gomdoly / NO 진구??

알테니아 / 이번 일만으로도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 없을거에요 ㅋ

니알라토텝  / 드래곤은 현존 최강이죠 =ㅅ=... 하지만 라모네이드는 현재 죽기 일보직전의 나이에요.

내코돌려줘용  / 호오, 그럴 지도요. 라이터로 치익... 넌 최면에 걸렸어.

mayura1490  / 과연... 언제 성장할지 ㅋ_ㅋ..

키바Emperor / ㅋㅋㅋㅋㅋ 포켓몬 트레이너 ㅋㅋㅋㅋ

orbantez  / 다람쥐가 도토리묵 먹는 날 완결.

니르쪼 / 사실상 액션 주인공은 검제일행.

뭘할지모르겠어 / 슬, 준비하기는 해야하죠 후후.

선무하 / 한계돌파 말고 다른 기술 생각 중이기는 한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듯요. 하지만 너무 사기일 것 같기도 하고 으음...

클모강  / 엉덩이 떼찌 해줘야대요.

Elde / 변태작가의 인생...

검치무광  / 항상 코멘트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헬크랩 / 최이슬~_~ 쭈욱~ 한잔 들이키시죠.

*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 ...어라, 완결이 벌써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한데..으음...아닌가? 이히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