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4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 =========================
[현재... 희의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주먹을 꽉 쥔 채 모두와 함께 뉴스를 바라봤다. 뉴스 화면에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온건파 이종족들과 그러한 그들을 비웃는 것만 같은 조소를 지은 급진파 이종족들이 회의장에서 하나 둘 걸어 나오고 있었다.
특히 맨 마지막에 나온 급진파 대표인, 실버 드래곤. 가이엔 드 카시아스는 아주 하늘을 향해 폭소를 터뜨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보아하니 별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지는 않네요.”
암울한 목소리로 루룬이 중얼거리자,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킨 채 뉴스에서 결과를 빨리 보도해주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온건파 대표이셨던, 블루 드래곤 라모네이드 칼론 데므그라시님을 사살한 것은 ‘검제’라 불리던 ‘신하연’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로인해 급진파 대표는 전 세계에 ‘무법지대’를 선포할 것을 요구했고, 라모네이드님 다음으로 대표를 맞게 된 픽시 퀸, 로르로...에? 이름을 잘못 말했다고요?]
“.......”
방송을 진행하고 기사를 냉정히 보도해야할 아나운서마저 저렇게 당황할 정도니 상황이 어떠할지 얘기를 다 듣지 않고서도 상상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로로르 드 샤델리아님께서는 그에 반대를 표했지만, 아쉽게도 온건파에서는 라모네이드님 뿐만이 아니라, 하이엘프 아이린님, 백묘 슈르엘라님까지 없었기에 힘이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얻어낸 것은 고작 1주일이라는 시간의 유예기간 뿐이었습니다.]
참담한 목소리로 기사를 보도하고 있는 아나운서의 손을 벌벌 떨리고 있었다. 아나운서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에 다시 뒷내용을 이어갔다. 어느새 뉴스의 화면에는 신화연의 얼굴이 떠올라 현상수배 되어 있었다.
[급진파가 요구한 것은 1주일 내로 검제를 잡아서 데려오지 않을시 전 세계에 무법지대를 선포 후 무차별 전쟁 또는 싸움을 시작하겠다 호언장담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이 뉴스를 보고 있다면, 아니 보고 있지 않더라도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세상에 혼란을 가져오려는 빌어먹을 악덕 살인범을 찾아내도록 하죠. 이상입니다.]
삑!-
뉴스가 끝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텔레비전을 껐다.
“하아...그 녀석들이 언젠가 일을 저지를 거라고는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일이 터질 줄이야.”
중얼거리면서도 실감이 안 갔다. 불과 얼마 전에 온천에서 보았던 푸른머리 할아버지는 건강 그 자체에다가 5천년을 넘게 살아온 드래곤이었는데... 검제한테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루룬이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나한테 물어왔다.
“주인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그러게 말이야.”
이대로 있을 수 없음은 평화를 깨뜨리고 싶지 않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과연 그 사람들 중에 검제를 잡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당장 나조차도 벌벌 떨리는데 말이야.’
검제와 몇 번 마주쳤고, 원한마저 가지고 있는 내가 두려움에 발이 안 떨어질 정도다. 그녀를 보았던 안 보았던 간에 검제에 대한 두려움, 또는 이 넓은 곳에서 어떻게 찾겠느냐 하는 불안감, 의심 등이 사람들을 옥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모두의 폰에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메시지의 내용은.
[안녕하십니까. 친애하는 능력자분들, 이종족분들. 제 이름은 지룡, 제갈민이라고 합니다. 다름 아닌 이번 회의로 인해 많이 당황하셨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검제, 신하연을 잡는 것 또한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검제를 찾아내지 못 한다 하더라도. 저 제갈민. 지룡의 이름, 아니 목숨을 걸고서라도 검제가 있는 곳을 알아낼 테니 부디 여러분의 소중한 힘...조금이라도 보태주시길 바랍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때는 정말로 끝입니다.]
내용을 전부 확인한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별거 아닌 말이지만 확 와 닿았다.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말로 끝이라... 이것보다 정확한 말은 없었다.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일단은 나가자.”
가만히 있는다 해서 하늘에서 해결법이 뚝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미네르바를 제외한 여자들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보인 풍경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암담한 목소리가 절로 흘러나온다. 돌아다니는 사람 수 자체가 줄어들었다. 원래 이 근처에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으나, 아예 실종이라도 된 것 마냥 사라졌다.
지금 돌아다니면서 두리번거리는 존재들을 보니, 대부분 이종족이거나 외국인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몇 명 보이지 않았다.
‘진짜 너무하네.’
나는 속으로 불평을 내뱉었다.
가만히 있으면 무법지대가 선포되고, 당장에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주 천하태평이었다.
이러한 내 마음을 읽었을까, 여자들이 한마디씩 중얼거렸다.
“정말 바보들이네요.”
“이름 모를 누군가가 해결해 줄 거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거겠죠.”
“긍정...답답.”
“인간들이란...”
“냐냥...?”
나대신 불평불만들을 시원하게 내뱉어주는 여자들을 보니 꿍했던 마음이 단숨에 풀렸다. 피식, 웃은 나는 여자들에게 말했다.
“아직 모르는 거잖아. 문자 메시지나 뉴스를 못 본 사람들도 있을 거야. 아니면 집안에서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고. 우리는...우리대로 열심히 힘내보자.”
그렇게 말한 뒤, 우리는 흩어지기보다는 다함께 자동차를 이용해 주변을 한 번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깔깔대며 놀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인다는 것과 확실히 도보에 돌아다니는 사람 수가 줄었다는 것, 동시에 검제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다수 보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결국 밤까지 아무런 소득 없이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나는 소파에 몸을 풀썩, 눕히며 생각했다.
‘벌써 하루가 지나갔어.’
눈 깜짝할 새였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이렇게까지 짧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이대로 해서는 죽도 밥도 안 됨을 깨달았다.
‘너무나도 비효율적이야. 물론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그 때 조용히 있던 마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언제나 이러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주는 것은 마더였다.
[사용자님... 제 생각에는 사용자님께서 이리저리 돌아다닐 필요는 없다 생각해요.]
“왜?”
[물론 사용자님께서 노력하시는 것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하지만 효율만을 따졌을 때 탐색 능력자도 아닌 사용자님께서 이렇게 두 발로 돌아다니는 것은 너무나도 시간 낭비처럼 보이는 걸요.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걸 몰라서 지금 이러고 있는 거다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솔직히 말했다.
“후, 모르겠어.”
내 말에 작게 한숨을 쉰 마더가 말을 이어갔다.
[하아, 정말... 사용자님께서는 이제 레벨5의 최면술 능력자라고요. 마음만 먹으면 집 안에 틀어박혀 있거나 아직까지도 위기의식이 없는 녀석들에게 최면을 걸어서 조종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건...”
좀 그런데...라고 말하려던 내가 꾹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따지면 내가 여자들을 노예로 만든 것 또한 옳은 일은 아니었다. 거기다 잠시 생각해보니 마더가 말한 방법만큼 좋은 방안도 없었고 말이다.
마음을 굳힌 나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고마워. 마더!”
당장이라도 마더의 말대로 근처 이웃집에 쳐들어가 닥치는 대로 최면술을 걸어야겠다 싶어 뛰쳐나가려는데 마더가 소리쳐 나를 붙잡았다.
[자, 잠시 만요!]
“응, 왜?”
[오늘은 이만 늦었으니까. 사용자님도 쉬도록 하세요.]
“별로 안 피곤한데.”
하지만 마더가 괜히 그런 말을 했을 리는 없다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내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누웠다.
“흐아암...”
할 것도 없던 나는 작게 하품을 하며 며칠 전 아침에 받았던 퀘스트를 확인해보았다.
[남자를 싫어하게 된 바람의 정령왕]
[내용 :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남자와의 섹스보다 여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즐겁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 이대로 간다면 그녀의 자궁에는 거미줄이 생기고 말거예요. 이미 불의 정령왕을 임신시켰던 당신. 당신이야말로 진성 레즈비언인 미네르바를 구해줄 수 있는 남성이랍니다.]
[미네르바와 섹스하세요. 질내 사정 0/5]
[보상 : 미네르바의 사랑]
[남은 시간 10 : 32 : 09]
지금 생각해보니 이 퀘스트. 뭔가 이상한 점이 몇 개 보였다. 일단 시간 한정 퀘스트치고는 주어진 기간이 너무 길었다. 거기다가 보상은 이때까지와 달리 ‘미네르바의 사랑’이라는 두루뭉술한 것이었으며, 내가 가지고 있는 퀘스트 대부분이 레벨4였을 때도 해결할 수 있는 퀘스트임을 떠올리면 이 퀘스트 또한 그와 비슷한 난이도거나 내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임이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바람의 정령왕인데...’
심지어 남자를 싫어하는 레즈비언. 그러한 미네르바를 나보고 공략한 뒤, 질내에 다섯 번이나 사정하라니. 절대 무리였다.
“으으...”
[남은 시간 10 : 30 : 47]
줄어드는 시간을 보며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던 나는 결국 벌떡 몸을 일으키며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작품 후기 ============================
회의는 생략해버렸어요.
흐, 어제 새벽에 글쓰다 잠들어버렸어요.
하도 약속이 많다보니... 글을 못 써서 새벽에 한 편 올리려 했는데... 그대로 엎어져버렸네요.
< 리리플 >
Bathin / 헤헤, 비밀이에얌.
휘텐가르트 /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이죠!
니르쪼 / 아으... 가볍게 말라죽을 거에요.
은색실버 / 으으, 그러신 분들이 많은 것 같네요 ㅠㅠ.
0리아노0 / ㅋ_ㅋ 자기 암시 강화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알테니아 / 어, 음... 때가 되면 또 등장할 것 같아요.
NF루리 / 흐으, 대부분 독자분들이 그런 것 같더라구요.
운명이란... / 관심없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그냥 외전식으로 완결 뒤에 써볼까 생각중이에요.
니알라토텝 / 흐흐, 잡아먹고 버려도 좋을 것 같군요.
Elde / 아으... 비, 밀이에요 =ㅅ=...(움찔)
헬크랩 / 최강자는 항상 너프를 먹는 법이죠.
orbantez / 그렇습니다. 사실 다람쥐가 신이었거든요.
클모강 / 비호감 캐릭터를 노리기는 했으나... 검제는 엄청나게 미움 받고 있군요. 으으...
NUMB3RS / 많은 분들께서 검제는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는 듯 해요. 우째...흑흑.
*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 ㅇ<-<... 털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