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8 [무녀, 사쿠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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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익~찍찍!-
“.......”
나는 멍하니 내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는 다람쥐 한 마리를 바라봤다. 사람을 열 받게 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마치 비둘기 마냥 여유롭게 날아다니고 있는 다롱이가 보인다.
“.......”
동면을 취했다고 해서 잡종 산다람쥐가 갑자기 날다람쥐로 진화했을 리 없다. 지금 다롱이가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은 전부 내가 얻었던 ‘미네르바의 사랑’이라는 전설급 아이템 덕분이었다.
“하, 하하...”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어제 손에 넣었던 ‘미네르바의 사랑’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그러다보니 어제 있었던 일도 같이 떠오른다.
《 미네르바의 사랑 》
[등급 : 레전드(Legend)]
[종류 : 소모품, 장식품]
[설명 : 초대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준비했던 그녀만의 마음이자 바람의 힘이 깃든 정수이다. 이것을 섭취하거나, 몸에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강력한 바람을 다스릴 수 있다.]
[효과 : 바람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생긴 것은 그냥 예쁜 초록색 눈깔사탕...아니, 작고 둥근 에메랄드와 같았다. 그러나 그 효과가 상상을 초월했기에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내가 그냥 먹어버려야겠다 생각했는데... 단 한 번도 질내 사정을 받지 못 한데다가, 미네르바보다 덜 챙겨준 아이린이 눈에 들어와 한 번만 안아준다는 것이 결국 미네르바와 함께 더불어 아침까지 뒹굴고 말았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뜬 내가 급히 ‘미네르바의 사랑’을 찾으려 했는데 문득. 눈앞에 날아다니고 있는 다롱이가 보였던 것이다.
그 때 느꼈던 허무함과 좌절감이란... 아마 평생에 한 번 느껴보기 힘들 것이다. 비유하자면 10년 이상 투자했던 게임의 아이템을 술을 마시고 실수로 날려버린 느낌이랄까.
“정말로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놈일세.”
나는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다롱이를 바라보며 진심을 담아 중얼거렸다. 그러나 어쩔 수 있는가?
이미 미네르바의 사랑은 다롱이의 뱃속으로 들어가 소화가 되어버린 뒤였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생각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찌이익!-
내 주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던 다롱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품에 숨겨놨던 도토리들을 공중에 흩뿌렸다. 저 자그마한 몸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많은 양의 도토리들이 정확히 스물 네 개의 방향으로 갈라졌다가 내 전신을 강하게 두들겼다.
코콕! 코코코코코콕!-
“크아악!”
마치 동네 꼬마애들 백 명이 동시에 고무줄 총을 쏘고 있는 것만 같은 고통을 느낀 내가 비명을 지르자, 다롱이가 찍찍-거리며 도망쳤고 용용이는 그러한 다롱이에게 불을 뿜어대며 쫒아갔다.
“...젠장할.”
뭔가 억울하고, 어이가 없어서 절로 욕을 지껄인 내가 가만히 서있으니 마더가 적당한 말이 떠올랐는지 말했다.
[바람을 다루는 다람쥐와, 불을 다루는 용가리라니... 테이머 마스터로 전직하셔도 되겠어요. 사용자님.]
마더의 말에 사악한 미소를 지은 내가 대답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마더.”
[네?]
“저 빌어먹을 다람쥐 새끼를 이대로 먹고 재우기만 할 수는 없지. 흐흐흐... 심지어 전설급 아이템까지 처먹었는데 뭐라도 해야지 않겠어? 흐하하하하!!”
나는 분노와 허무함을 전부 웃음으로 승화시킨 뒤에 아침을 먹기 위해 거실로 내려갔다. 그러자 가지각색의 복장을 한 여자들이 방에서 나오며 나를 반겼다.
“흐아암... 안녕히 주무셨어요. 주인님.”
“좋은...아침.”
“냐냥, 어젯밤에는 하루 종일 주인님이 섹스를 해대서 잠을 못 잤다냥...”
도대체 내가 위층에서 섹스를 한 것과 잠을 못 잔 것이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볍게 넘어갔다.
무엇보다 한 시라도 빨리 검제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했다. 이제 6일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나는 어제 마더가 얘기해주었던 방법을 떠올리며 간단히 아침밥으로 계란과 흰쌀밥, 그리고 간장을 서로 비벼먹어 해결했다.
“잘 먹었습니다.”
“어머, 제가 차려드릴 수 있었는데...”
예진이가 미안하다는 듯이 급히 다가왔지만, 나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은 뒤 잠시 생각했다.
‘누구를 데려가지?’
전부 다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최면을 걸 필요는 없었다. 경호원 비슷하게 나랑 붙어 다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여자들은 도움이 될 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어제와 똑같이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검제를 찾아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일단 라피스는 운전해야하니까 제외. 예진이는 치유 능력자니까 제외... 아이린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제외. 이 셋을 제외하면 누구랑 다녀도 상관없을 거서 같은데?’
그리 생각하며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거실 소파에 고양이처럼 누워있던 슈르카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슈르카를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좋아, 너로 정했다. 슈르카!”
“냐...냐냥? 뭐, 뭘 말이다냥.”
슈르카의 물음에 괜스레 창피해진 나는 손을 뻗었던 자세로 얼굴을 푹 숙인 채 작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은 둘이서만 같이 돌아다니자.”
내 말에 고개를 갸웃하던 슈르카가 기뻐하며 소리쳤다.
“후냐앙! 주인님과 데이트다냥! 둘만의 데이트다냥!”
“미안하지만, 아니다... 데이트라고도 볼 수 있네. 오늘 밤은 슈르카 너를 안아주도록 할게.”
“냐냥! 기쁘다냥!”
기뻐하는 슈르카를 뒤로 하고 나갈 준비를 하던 나는 이프리트한테 문자를 하나 보냈다.
[오늘도 못 찾아갈 거 같아요. 죄송해요.]
띠링!-
전송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프리트의 짤막한 답장이 돌아왔다.
[바쁘지? 신경 쓰지 마. - 이프리트]
다른 여자가 이런 말을 했으면 비꼰다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프리트가 이런 말을 하니까 단번에 안심이 든다.
‘역시 매력적인 부인이라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고마워요.]라는 문자를 보낸 뒤, 슈르카와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보인 광경은 탁 트인 동네의 골목길이었다. 아침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하루가 무사히 흘러갔음에 위기의식을 잃어버린 것인지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광경에 마음속 한편으로는 계속 걸리던 죄책감이 사라졌다.
‘최면술을 사용해서라도... 사람들을 이용해야 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은 여기서 쓰기에 조금 안 어울리지도 모르나, 비단 이 동네만 이렇게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도 이렇게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는 이 넓은 땅에서 검제라는 인물을 찾아낼 수는 절대 없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일단 이웃집부터 가볼까...슈르카. 가자.”
“알았다냥!”
내가 슈르카와 함께 이웃집의 대문을 두들기려는 순간이었다. 내 스마트폰에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확인을 해보니 ‘마리아 테레시아’였다.
[마리아 : 오늘 찾아가도...될까요. 주인님.]
전보다 뭔가 기운이 없다는 것이 문장에서 느껴진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한숨을 쉬며 마리아에게 답장을 보냈다.
[강지우 : 응, 오고 싶을 때 오도록 해.]
[마리아 : 감사합니다... 그럼 점심때쯤에 찾아가도록 할게요.]
[강지우 : 알았어.]
문자를 이용한 대화를 끝낸 나는 일단 점심까지만 이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어야겠다 생각하며 이웃집 대문을 두들겼다.
쾅쾅!-
그러자 돌아온 것은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시끄러운 인터폰의 기계음이었다.
삐익!-
-누구신데 저희 집 대문을 두들기는 거죠?
인터폰 너머에서 들리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에 나는 바로 최면술을 사용했다.
“당신을 만나러 온 사람입니다. 문을 열도록 하세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스템 음성이 울려퍼졌다.
[최면술에 성공하셨습니다.]
최면술의 레벨이 3으로 오를 때, 더 이상 나보다 낮은 능력자들에게 간접 암시를 걸 필요가 없어졌으며, 레벨이 4가 되었을 때는 낮은 레벨의 능력자에게는 더 이상 실패하지 않는다는 보정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현재 레벨인 5가 되면서 ‘진실 된 믿음’이라는 패시브까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최면술을 실패할 리는 없었다.
성공했다는 소리와 함께 잠시 기다리자, 딸깍,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슈르카와 함께 걸어들어갔다.
집 안에 들어간 나는 거주하고 있던 모두에게 최면을 걸어 강제로 검제를 찾도록 만들었다.
나는 이러한 행위를 마리아가 오기 전인 점심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반복했고, 결국 동네에 살고 있는 반 정도의 인물들에게 최면을 걸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 달여 만에 마리아와 재회했다.
============================ 작품 후기 ============================
와...진짜 기절 일보직전...자러가요.
ㅇ<-<
< 리리플 >
은아준 /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죠...ㅋㅋㅋ
ffeoek43 /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털썩).
선무하 / 비슷한 거였는데...예측해버리다니 ㅠㅠ...
휘텐가르트 / 그렇습니다... 쿨럭쿨럭.
북정동낭인 / 하으하아앙...♡♡♡♡♡♡♡♡♡♡♡♡♡
0리아노0 / 어, 음... 별 거 없는 보상이었습니다.
내코돌려줘용 / 상황극에 몰두하면 이렇게 위험해요 ㅋㅋ
니르쪼 / 다람쥐의 뱃속에 들어갔다는 건 맞추셨군요.
데빌캇슈 / ㅋㅋㅋ 궁극의 포로리 ㅋㅋㅋㅋㅋ
도광 / 전 세계에 여자들은 전부 주인공꺼.
리눅 / 코멘트 너무 감사합니다.
흐음냐르 / 부족한 소설 재밌게 보셨다면 다행이네요 ㅎㅎ.
운명이란... / ㅋㅋㅋ 신클라스!! ㅋㅋㅋㅋ
Ruber Luna / 불쌍한 엘퀴네스... ㅋㅋ
클모강 / 어라...진짜요? ㅋ_ㅋ...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보랏빛날개 / 흐에, 별 거 없는데... 너무 기대하게 만들었나 봐요 흐규흐규...
* 추천, 코멘트,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