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나가 된 세계에서-153화 (153/163)

00153 [대전투] =========================

*

*

*

신하연은 속이 뒤집어지는 것만 같은 고통을 느끼며, 힘겹게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그녀가 확인한 것은 자신의 힘이 한층 더 강해졌는가에 대한 여부였다.

잠시 눈을 감고 몸 상태를 확인하던 신하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강해지지 않았어.’

현 세계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을 쓰러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제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작게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괜스레 라모네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차 한 잔 하겠느냐?’

‘쯧,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힘을 추구하는 것이냐. 이미 충분히 강하거늘.’

‘그리 달려가다가는 결국... 하나도 남는 것은 없을 것이야.’

목숨을 잃는 그 순간까지 공격 한 번 하지 않고, 자신을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던 드래곤의 목소리에 신하연은 피가 나올 정도로 강하게 입술을 씹어댔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최강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금방 냉정을 되찾고 주위를 둘러봤다.

“...”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매우 어두웠지만, 그녀에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자신이 있는 곳은 감옥인 것 같았다. 그리고 사지가 쇠사슬 고리로 속박당해 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음...”

속박 상태와 알몸인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자신의 검이 없다는 것에 살짝 짜증을 느낀 신하연이 작게 신음을 흘릴 때,

끼익! 저벅저벅-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등불로 인해 점점 밝아지는 시야에 신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얼마나 이곳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 자그마한 빛에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눈을 감지는 않았다.

그녀는 가느다랗게 눈을 뜬 상태로 상대가 누군지 확인했다.

풍만한 몸매를 가지고, 상냥한 인상을 가진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인상을 가진 여인도 신하연과 눈이 마주치자 단숨에 얼굴을 찌푸렸다.

“일어나셨나요?”

퉁명스럽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신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내 검은?”

그녀의 물음에 지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당신 때문에 바깥에 어떤 난리가 났는지...”

“내 검은?”

“몰라요. 저도.”

집착에 가까운 물음에 지혜는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 본능적으로 지혜의 대답이 진실임을 깨달은 신하연은 입을 다물었다.

지혜는 그러한 신하연의 얼굴을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등불을 들어 올렸다 신하연의 눈이 찡그려지는 것을 보고는 등불의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정말 미쳤다... 라는 말밖에 안 나오더군요. 당신이 드래곤을 죽였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는 말이에요.”

“....”

“거기다 그러한 당신이 그 빌어먹을 년의 손에 잡혀왔을 때는 아주 그냥 뒤로 자빠질 뻔 했어요. 드래곤도 죽인 사람이 그 년한테는 왜 잡혔어요?”

“....”

지혜가 고백을 하듯이 혼잣말을 계속했지만 신하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들었다.

개의치 않고 지혜는 계속 말했다.

“뭐, 대답하기 싫으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되요. 저도 요즘 들어 정신병이라도 걸렸는지... 이렇게라도 얘기할 상대가 필요했거든요.”

“....”

“어쨌든 당신 때문에 지금 세상은 아주 난리가 났다고요. 이대로 가다가는... 제가 사랑하는 남자도 전쟁에 휘말려 죽게 생겼어요. 바로 당신 때문에!!”

“....”

너무나도 많은 감정이 담긴 목소리에 신하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미친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혜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물기가 섞여있었다.

“흑, 그런데... 대(大)를 위해서 당신이 여기 있음을 알려야 하는데... 저는 그럴 수가 없어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소(小)를 선택해버리고 말았거든요.”

“....”

지혜의 얘기는 그 뒤로도 거의 다섯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신하연은 어느새 잠들어 있었고,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독백을 계속하던 지혜는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지혜는 어느 정도 잊을 만하면 나타나 독백을 계속했고 제 아무리 신하연이라도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시끄러.”

“....”

자신의 한마디에 입을 꾹 다무는 지혜를 보며, 좀 더 빨리 말할 걸이라고 후회하는 신하연이었다.

*

*

*

사쿠라를 노예로 만든 뒤, 이리저리 열심히 움직였으나... 나로서는 결국 단서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거의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어 동원을 했음에도 말이다.

“미치겠네. 진짜!”

이 지랄, 저 지랄, 별 지랄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야속하게만 흘러갔다. 벌써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으로 따지면 48시간도 안 된다. 믿었던 제갈민조차 골머리를 껴안고 있었다.

첫 날 이후로, 어떻게 알았는지 급진파의 행보가 급격히 변한 것이다. 마치 전부가 정보를 공유한 것 마냥 검제를 숨기고 있으니, 제 아무리 천재인 그라도 힘들었나 보다.

“주인님...”

어느새 눈덩이가 불어나듯이 늘어난 9명의 여인들이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나를 불렀다.

이러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제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그녀들과 뜨거운 시간을 보냈을지도 몰랐으나, 지금은 그럴 마음이 전혀 안 들었다.

“후욱, 나가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나는 시간에 쫓겨 안절부절 못 하다 결국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여자들과 함께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순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여보세요?”

급한 마음에 반사적으로 통화를 받았던 나는 이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전화 통화가 끝나자마자 사쿠라에게 물었다.

“제갈민 씨의 전화번호. 어떻게 돼?”

*

*

*

남은 시간, 앞으로 정확히 37시간 58분.

여기 지우와 마찬가지로 시간에 이리저리 쫓기며 이빨을 갈고 있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지룡이라 불리는 제갈민이었다.

그의 앞에는 엄청난 크기의 지도들이 수 십 개나 늘어져있었는데 그 지도들에는 전부 빨간색 펜으로 O 표시와 X 표시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그려져 있었다.

“제길... 이래도 찾을 수가 없는 건가.”

찾을 수 있다 자신했었다. 그러나 그건 상대를 너무나도 얕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첫 날만 해도 수사 범위가 좁아지는 것 같더니, 사흘 후부터 움직임이 확 달라졌다.

“누군가 끼어들은 게 분명한데...”

급진파에도 골 빈 멍청이만 있을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자신의 수를 전부 간파해내듯이 전부 피해 내다니... 어렸을 때부터 그 누구보다 똑똑했던 제갈민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째깍째각!-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서 그럴까, 오늘따라 벽에 걸려 있는 시계의 자그마한 초침 소리도 거슬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초조해하며 다시 펜을 들어 올리려는데, 책상 위에 올라가 있던 수 십 개의 폰들 중 하나가 띠리링- 하고 울렸다.

‘혹시 새로운 정보라도?!’

지금은 지푸라기 하나조차 간절할 때였다. 제갈민은 재빨리 전화기를 들어올렸다.

‘처음 보는 번호군.’

이때까지 자신한테 걸려왔던 전화번호들은 전부 기억하고 있는 그다. 그러나 이번에 걸려온 전화는 첫 통화였다.

‘제발, 스팸 통화만 아니기를...’

이 상황에서 전화를 받자마자 ‘고객님, 만수무강...’ 등등 이런 소리를 지껄인다면 제 아무리 자신이라도 멘탈에 금이 갈 것만 같다는 생각에, 제갈민은 조심스럽게 통화버튼을 눌렸다.

뚝!-

“지룡, 제갈민입니다.”

먼저 자신을 소개하자, 전화 너머에서도 자기소개를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강지우라고 합니다.]

*

*

*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뚝!-

아주 잘생긴 남자가 기분이 좋은 듯 웃음을 터뜨리며 통화를 끊자, 그 옆에 서있던 매력적인 서큐버스 여성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물었다.

“루엘, 대체 누구랑 통화했기에 그렇게 즐거운 듯 얘기하는 거야?”

애나의 물음에 루엘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지우 씨와 통화했습니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기쁘군요.”

예상외의 대답에 애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으엑... 설마 너?”

“흐음,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만 저는 여자만을 사랑하는 ‘인큐버스’입니다. 누님.”

루엘의 대답에 그제야 안심한 듯 애나가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우, 아무리 내 동생이고, 사랑에 국경은 없다하지만... 누나는 그런 꼴 못 본다.”

“...누님.”

“아아, 알았어. 이제 그만할게... 그나저나 무슨 내용을 얘기한 거야?”

평소에는 다소곳한 양갓집 규수와도 같은 품격을 지키면서. 자신 앞에서만 이리 편한 모습이 되는 애나를 보며 루엘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별 거 아니었습니다. 지금쯤이면 지우 씨와 또 다른 누군가가 골머리를 좀 앓고 있을 것 같아 시원스레 정답을 알려주었을 뿐이죠.”

루엘의 대답에 애나가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웃음을 쳤다.

“흐응? 골머리를 껴안게 만든 게 결국 너면서... 정답을 알려주는 것도 너야? 정말... 짓궂다. 너.”

애나의 핀잔에 루엘이 시익, 웃으며 말했다.

“후후, 그래야 재밌지 않습니까.”

그리고는 툭툭, 자신의 옷을 가다듬으며,

“금방 만나게 될 테니... 누님도 준비하시죠.”

“으... 일 안해도 될 줄 알았더니. 우리 능력 좋으신 동생님 덕분에 열일하게 생겼네.”

루엘과 애나는 서로를 향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그들의 눈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급진파 인물들이 들어왔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검제, 신하연이 잡혀 있는 ‘크루틀’의 저택이었다.

============================ 작품 후기 ============================

아... 이번 챕터로 지우 죽이고 완결내고 싶다...

(눈치살살)

(도주)

휘텐가르트 / 그렇습니다. 후후.

크빡  / 왜 사랑하는 걸까요?

Elde  / 부...상...

호호호아 / 아무도 모르죠... 지금도 있을지는 후후.

알테니아  / 어느 정도 이상의 신체 능력을 자기 암시로 사용하려면 무조건 패널티가 있어요... 지우의 신체능력이 그걸 못 버티기 때문이죠.

리눅 /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니르쪼 / 가라, 지카츄!

클모강  / 그렇습니다... 자까도 놀랄 정도네요.

선무하 / ... 너무 쉬운 것.

orbantez / 권제 등장할 때다 해?

내코돌려줘용 / ㅋㅋㅋㅋㅋ 늘어나도 제페토 할아버지가 자르셨을 듯.

보랏빛날개 / 으, 최면물은 저랑 안 맞아요 ㅋ_ㅋ...

운명이란... / 아싸, 기연으로 먼치킨 탄생! ㅋㅋㅋ 개이득.

루나릴리스  / 인정합니다. 후후

*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

* 아, 그러고보니...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오늘 자까가 술약속이 있어서 아마 하루 쉴 것 같습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