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5 [대전투] =========================
가만히 보고 있던 제갈민이 자그마한 요정님의 정체를 소개해줬다.
“이 분이 바로 이번에 새로 온건파 대표를 맡게 된 픽시 퀸, 로로르 드 샤델리아님입니다. 이래 뵈도 여기서 아마 가장 강하신 분일 겁니다.”
“로롤 드...뭐라고요?”
차라리 뒤에 성을 붙이지 않았으면 모를까, 풀네임을 기억하려 하다 앞에 이름까지 까먹은 내가 묻자, 피식 웃은 제갈민이 다시 말해줬다.
“로로르 드 샤델리아입니다. 그냥 로로님이라 부르셔도 됩니다.”
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로로가 소리를 질렀다.
“이익, 감히 이 몸을 그딴 애칭으로 부르려 하다니! 싸가지 없는 놈 같으니라고!”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재빨리 몸을 돌린 로로는 내가 궁금해 하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으며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너처럼 지금에서야 딱 모습을 드러낸 녀석들 말고는 대부분 진형을 짜 놨느니라... 너희들은 할 수 있는 것만 해주면 되는 게야. 웬만한 것은 내가 커버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등을 보이는 로로를 보고 있는데... 왜 일까.
‘전혀 믿음이 안 간다.’
물론 저 픽시 퀸이 가진 힘을 진짜일 게 분명했다. 한 종족의 왕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었고, 심지어 로로는 라모네이드의 뒤를 이은 온건파 대표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역시 믿음이 안 가.’
이러한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잘 날아가고 있던 로로가 힐끔 뒤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뭐...보고만 있거라.
자신 있게 말하는 로로를 보면서 느낀 것은,
‘절대 믿으면 안 될 거 같다.’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새 제갈민이 작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 뒤, 로로의 뒤를 따라 사라졌고. 우리는 멍하니 작전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주위를 살펴보니 확실히 우리 빼고는 다들 미리 준비한 것이 있었는지, 익숙하게 대열을 맞추며 제갈민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왔나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이내 그러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어. 지금 와서 이딴 생각을 해서는 안 되겠지.’
이렇듯, 내가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제갈민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정말 과장 하나 없이 앞으로의 평화가 저희 손에 달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주위 동료들을 믿고, 꼭 검제를 손에 넣고 평화를 쟁취하도록 하죠. 그리고...”
살짝 말끝을 흐린 제갈민은 힐끔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명심하세요. 이건 전쟁입니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길.”
그의 말에 대부분의 인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과거 이종족과의 전쟁을 겪어봤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나 혼자만 제갈민의 말에 주먹을 꽉 쥐었다.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상상과 생각이 떠올라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작전이 시작되는 순간 그런 현기증조차 느낄 틈이 없다는 걸 깨달아야만 했다.
“돌격 부대... 앞으로!”
제갈민이 소리침과 동시에 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인물들이 몸을 날리기 시작했고, 나머지들은 재빨리 그 뒤를 따랐다.
파팍!-
파파팟!-
새벽에 수 백 명의 사람들이 달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동시에 전방에서 강력한 폭발음과도 같은 소리가 터졌다.
콰아앙!-
아니, 실제로 연기 비스무리 한 것이 피어오르는 걸로 보아 폭발이 맞았나보다. 사람들이 일순 주춤했다.
적이다!
적이 벌써부터 나타났다!
“멈추지 마세요!”
제갈민이 크게 소리치며 땅을 박찼다. 그의 몸이 하늘을 나는 것 마냥 부웅 뜨더니 돌격대 사이로 들어가 부채를 강하게 휘둘렀다.
휘이이잉!-
서걱!-
그 순간 날카로운 바람이 분다 싶더니, 전방을 막고 있던 적들을 베어 넘겼다. 그 모습에 주춤했던 사람들은 다시 힘을 입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나 또한 멍하니 제갈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달렸다.
그리고 폭발의 흔적이 있었던 곳을 뒤따라 지날 때 나는 나도 모르게 멈춰서고 말았다.
“...”
“주인님?”
여자들의 부름에 흠칫, 떨었던 나는 이내 입술을 한 번 꾹 깨물었다가 말했다.
“가자.”
“네.”
벌써부터 앞으로 가던 인물들과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뒤를 급하게 따르며 방금 보았던 것을 떠올렸다.
팔, 다리, 몸통 어디 하나 성하지 않은 그을린 인간의 시체와... 날카로운 것에 잘린 것만 같은 벌레들의 시체들.
작전이 시작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았거늘, 벌써부터 사망자가 나왔다는 사실과 실제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이 무거워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충격에 빠져 허우적대지는 않았다.
아니, 만약 나 혼자였다면 구역질을 하면서 당장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아.’
지금쯤 곤히 자고 있을 이슬이를 위해서라도, 나와 함께하는 여인들을 위해서라도 고작 시체를 보았다고 해서 무너질 수는 없었다.
방금 우리가 지나갔던 벌레들은 마계의 마물 중 하나인, ‘폭염충(爆炎蟲)’이라고 루룬이 말해줬다.
다음으로 우리를 맞이한 것은 검제가 잡혀있는 저택의 대문을 지키고 있는 거대한 몸체의 ‘사이클롭스’ 두 마리였다.
“미친...”
잠시 주춤했던 만큼 가장 마지막에 도착했던 나는 이미 사람들과 사이클롭스가 싸우는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는데.
번개며, 불이며, 얼음이며... 가지각색의 마법과도 같은 기술과 엄청난 크기의 몬스터가 싸우고 있는 모습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비로웠다.
무엇보다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손발을 맞춰본 적도 없고, 이러한 경험도 없었던 내가 섣불리 끼어들기에는 상황이 너무 어지럽게 돌아갔다.
콰아앙!-
퍼엉!-
“꺄아아악!”
“으악!”
여기저기서 폭발음과 비명들이 난무하며 소음들을 만들어내니, 저택 안에서 여유롭게 잠을 자고 있던 적들이 깨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우우우우!!
-쿠오오오!!
듣는 것만으로 소름이 끼치는 울음소리와 함께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과 마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내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을만한 크기의 스켈레톤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왔으며, 그 뒤에 오크들이 도끼를 든 채 등장했고, 오크 뒤에는 강력한 위압감을 뿜어내는 오우거들이 쿵쿵 걸어왔다.
동시에 멀리서부터 웨어울프들이 파팟- 소리와 함께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고, 하늘에는 가고일과 처음 보는 기괴한 벌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몬스터란 몬스터는 죄다 모인 것 마냥 모습을 드러냈다.
어렴풋이 봐도 그 수가 천을 가볍게 뛰어넘는 것을 본 사람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이 상황에서 웃고 있는 사람은 딱 한 명, 제갈민뿐이었다.
그는 작게 읊조렸다.
“부탁합니다. 여왕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한기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잘 보이지도 않는 로로의 주위로 기괴한 언어들이 가득 적힌 푸른색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리고 금세 그 크기를 불린다 싶더니, 저택에서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들을 뒤덮을 정도로 커졌다.
로로는 자신의 모든 마력을 이끌어내 픽시 전용 마법을 사용했다.
“아이스 클라우드(Ice Cloud).”
쿠르릉!-
마법진에서부터 번개 치는 소리가 울리더니 모습을 드러낸 것은 굵직한 빗줄기에 불과했다. 일순 흠칫했던 몬스터들도 비웃음을 흘리며 무시한 채 다시 움직임을 재개했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마법을 사용한 것이 한낱 이종족이 아닌, 픽시 퀸이었음을 말이다.
후두둑!-
저적!-
처음에는 한 두 방울 내리던 빗줄기는 점점 거세어졌고, 이내 몬스터들의 위에만 태풍이 몰아친 듯 엄청난 기세로 빗방울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런 대책 없이 빗방울을 몸으로 맞이한 몬스터들의 최후는 여지없이 온 몸이 저적 얼어붙으며 얼음 동상이 되어버렸다.
-아우우우!!
물론 그러한 마법을 자력으로 버티는 몬스터들 또한 존재했으나, 이 마법 하나만으로 몬스터들의 숫자가 300마리 가까이 줄었다는 것만으로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기에는 충분했다.
기세등등해진 능력자들은 다시 힘을 내 싸움을 시작했고,
몬스터들은 자신의 옆에 있던 녀석들이 얼음동상이 되었던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고 얼음동상들을 전부 깨부수며 전진했다.
단숨에 난전(亂戰)이 벌어졌고 이번에는 나 또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기 암시를 걸고 몸을 날리려는데, 사쿠라가 재빨리 나를 붙잡았다.
“왜 그래?”
의아함을 담아 묻자 사쿠라가 말했다.
“저희는 이 틈을 틈타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진이 빠진 로로와 제갈민, 그리고 강력한 위압감을 뿌리는 몇 명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더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이제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존재들 전부가 절대자의 경지에 도달한 인물들임을 말이다. 잠시 그들과 난전 중인 사람들을 번갈아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어제 술을 얼마나 마셨던 건지... 아직도 골이 징징 울려대는 게... 으으...
거기다 전투씬은 너무 어렵네요... 심지어 한 두 명이서 싸우는 것도 아니고,
< 리리플 >
은아준 / 픽시 퀸입니당~_~ 둘다 똑같은 말이었던 거 같기는 한데 ㅋㅋ.
내코돌려줘용 / ㅋㅋ 새끼손가락으로...
니르쪼 / 요정여왕이죠 후후.
휘텐가르트 / 어떻게 될 런지... ㅋㅋ
잉여보노 / 꺄아아아악!!!
mayura1490 / 이 세상의 여자는 다 누구꺼죠? 후후
orbantez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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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열심히 쓸 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