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8 [대전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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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얼마나 달린 걸까. 나는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멈춰 섰다.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나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길 자체는 밝은데, 가진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방금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한 전투의 한 가운데 있다가 이렇게 나 홀로 조용한 곳으로 튕겨 나와서인지 느낌이 싸늘했다.
괜히 무서워진 나는 말상대가 필요했다.
“마더.”
[네, 사용자님.]
평소와 같은 생기발랄한 마더의 목소리에 조금 안심이 된다.
“후우, 이대로 가면 검제가 있는 거겠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마더가 정답을 알고 있을 리는 없었지만, 그저 이상하게 드는 불안감에 좀 더 긍정적인 대답이 듣고 싶었다.
[당연하죠. 이왕 이렇게 된 거 검제도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게 어때요?]
“그럴까?”
[흐응, 어차피 사용자님 성격상 검제를 만난다 해서 간단히 죽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차라리 검제도 노예로 만들어버린 다음에 마구 부려먹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마더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 해봐요.]
마더의 논리정연한 말에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이나 죽이고, 죽여 버리겠다... 마음을 먹은 주제에 계속해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천성이 약한 탓인가, 아니면 내가 병신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검제를 죽일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게 그나마 나을지도...’
그리 생각하며 나는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사람마냥 벌써부터 내 노예가 된 검제를 떠올렸다. 나한테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주인님’이라 부르는 검제라니... 솔직히 흥분되기보다는 소름이 끼쳤다.
이렇듯, 이상한 상상을 하며 얼마 정도를 걸었을까. 저 멀리 보이는 ‘ㄱ’자 코너 쪽 너머에서 조금이지만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제 슬슬 도착한 걸까.’
혹시 이 앞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검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느려졌던 발걸음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이제 신이 사용했던 목각 딜도를 이용해 검제만 빠르게 노예로 만든 뒤, 나가면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의미한 싸움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작게 미소 지은 내가 코너를 도는 순간.
피슛!-
무언가 빠르게 쏘아지는 듯, 자그마한 소리와 동시에 내 배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관통 당했다.
“....”
순간 어찌된 상황인지 인지를 못 했던 나는 점점 배가 화끈해져옴과 동시에 절로 입이 벌어질 정도로 강력한 고통이 단숨에 몰려옴에 입술을 꽉 깨물고 무릎을 꿇었다.
“크으, 그으윽!”
털썩!-
주르륵!-
무릎을 꿇음과 동시에 배를 움켜쥐자 뜨거운 피가 조금씩 새어나옴을 느낄 수 있었다.
[사용자님!]
마더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것보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조차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지 않는 것만으로 고작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는 눈앞에서 광기 섞인 여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야만 했다.
“이히힛, 뭐야! 여기까지 온 녀석이 누구일까 기대했는데... 알고 보니까 우리 포션 메이커의 남자친구 분이셨잖아. 깔깔깔!!”
“크으...”
날 비웃는 듯 한 여자의 태도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 속으로 생각하는 게 다였다.
‘포션 메이커의 남친? 그게 무슨 개소리야.’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여자의 입을 당장이라도 틀어막고 싶었으나, 지금 입을 다물게 생긴 건 바로 나였다. 그것도 평생 동안 말이다.
눈앞에서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미친년은 안대를 쓰고 있는 상태에서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흐응, 어떻게 할까... 지금 당장 죽이는 것보다 살려서 포션 메이커의 앞으로 데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여자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내 내가 보는 앞에서 바로 결정을 내렸다.
“이히히, 역시 죽이자. 굳이 데려가기도 귀찮고 말이지.”
‘젠장!’
망설임 없이 나를 죽이겠다 선언한 여자 때문에 안 그래도 고통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던 내 몸이 축축하게 젖어가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자기 암시의 ‘한계 돌파’를 사용해야할 것 같았는데 배에서부터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 때문에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뒈지는 거야?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도달했는데, 갑작스럽게 만난 미친년 한 명 때문에 모든 게 끝난단 말인가?
그것도 뭔가 가진 힘을 제대로 써보기도 전에 말이다.
‘안 돼!’
속으로 미친 듯이 소리쳤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배를 꿰뚫었던 여자는 여유롭게 나를 향해 걸어오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이제 죽을 시간이네... 쿠후후!”
여자의 말에 본능적으로 ‘죽음’을 느낀 내가 눈을 질끈 감는 순간이었다. 코너를 돌 때 배를 꿰뚫리는 것조차 느끼지 못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내 뒤에서 누군가 등장하는 것을. 나는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화르르륵!-
불꽃이 피어오른다 싶더니,
“감히 오빠한테 상처를 입혀?!”
어디선가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강력한 폭발음이 울렸다.
콰앙!-
그리고 방금까지만 해도 한껏 여유를 부리던 미친년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졌다.
“꺄아아악! 뭐얏!”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죽을 거라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는데, 마더가 재빨리 소리쳤다.
[사용자님! 빨리 눈 뜨세요!]
마더의 외침에 눈을 뜬 나는 믿음직스런 등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프리트...님?”
내 중얼거림에 움찔하는 등이 보였다.
‘잠시.’
이글거리는 불꽃과 그 불꽃에 휩싸여 있는 붉은 머리의 여인, 얼핏 보았을 때는 이프리트와 판박이였다. 그러나 이내 천천히 살펴보니 이프리트보다 훨씬 키가 작았다.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헤스티아?!”
“히잉, 바로 맞추지 못 하다니... 실망이라고. 오빠.”
그제야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헤스티아다.
“아, 아니... 그게.”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미안하다 하려는데 그것보다 먼저 헤스티아의 발밑에서부터 불꽃이 화르륵- 피어오르며 무언가를 막아냈다.
헤스티아의 인상이 와락 찌푸려졌다. 그녀는 재빨리 정면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감히 오빠한테 점수 딸 시간에 방해를 하다니... 거기다가 상처도 입혔지? 더더욱 용서하지 않겠어.”
“자, 잠깐만 헤스티아... 도대체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나는 당장이라도 달려들려는 헤스티아를 붙잡고 물었다. 분명 전화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 육체만 성장하고 발랑 까진 꼬마애가 어떻게 왔단 말인가?
내 물음에 헤스티아는 부끄러운지 몸을 살짝 꼬며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이곳의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어 있는 ‘커플 네이게이션 어플’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빨간 점 두 개가 한 곳에 있어 하트 표시가 그려져 있었고 말이다.
“헤헤, 요즘 오빠가 매일 찾아올 때 몰래 깔아놨지.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어. 거기다 실시간으로 오빠가 움직일 때마다 알려주는 알람기능도 있다?”
“....”
쑥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얘기하는 헤스티아를 보며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대신 속으로 소리쳤다.
‘세상에! 아기일 때 최면술 하나 잘못 걸었다... 내가 스토커를 만들고 말았구나!’
다음부터는 절대 아기들한테는 최면술을 쓰면 안 되겠다 다짐하는데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여자가 히죽, 웃으면서 한쪽 팔을 뻗었다.
“뭐...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재밌어졌네? 크후후후!”
미친년에 걸 맞는 웃음을 터뜨린 뒤에 언제 꺼냈는지 모를 날이 시퍼런 단검을 꺼내더니.
망설임 없이 자신의 팔을 베어버렸다. 그녀의 팔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서걱!-
피슈우웃!-
“미친년...”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제정신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팔마저 베어버릴 줄이야. 난 피가 저렇게 뿜어져 나오는 것은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갑자기 팔을 베어버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봤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헤스티아 또한 의도를 못 읽겠는지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는데, 그녀의 주위를 지키고 있던 불꽃이 자연스레 반응했다.
화르르!-
잠잠하던 불꽃이 사방으로 퍼지며 타오르더니, 마치 손처럼 변해서 무언가를 꽉 붙잡았다. 잠시 확인하던 헤스티아의 입에서 경악성이 튀어나왔다.
“이건... 피?”
헤스티아의 불꽃에 잡혀있는 것은 시뻘건 단검이었는데... 잡히자마자 다시 액체로 변하더니 그녀를 덮쳤다.
화르르륵!-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해줄 헤스티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녀의 불꽃은 가소롭다고 말하는 것 마냥 피를 불꽃으로 아예 증발시켜버렸다.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다.’
아기 때 절대자들 사이에서 나를 지켜줄 때도 그랬지만 헤스티아의 불꽃은 정말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확실히 이프리트의 힘을 많이 물려받은 게 분명했다.
이렇듯, 내가 그녀의 힘에 감탄하고 있을 때 힐끔 뒤를 바라 본 헤스티아가 말했다.
“훗, 오빠. 금방 끝낼 테니까 기다려. 저 빌어먹을 년을 한 줌의 재로 태워버리는 데는... 잠깐의 시간도 아까우니까!”
화르르르르르!!-
헤스티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나로 나있던 통로는 어찌할 틈도 없이 온통 불바다로 변모했다. 동시에 히죽, 웃고 있던 여자의 얼굴에서도 표정이 사라졌다.
그런 여자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처럼 헤스티아는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죽어.”
============================ 작품 후기 ============================
( 155 화부터 수정 및 퇴고 시작... 어제는 너무 게을렀어요.)
이 타이밍만을 기다렸던 헤스티아...
지우가 위기에 처하기만을 일부러 기다렸습니다.
< 리리플 >
0리아노0 / 그러게요... 으으, 언제쯤이면 다시 야설파트로 돌아갈지... 흐규흐규.
신판타지 / 헤헤, 제 소설 표절했을 리가 없죠 =ㅅ= 그랬다면 상위권에 못 들어갔을 거예요 ㅋㅋ
휘텐가르트 / 이미 다 삭제되버렸을 거예요. 소름....
은아준 / 자기가 무서워서 삭제는 하긴 했는데, 남겨 놓은 거 보니 돈은 타가려는 거 같아요.
니르쪼 / 빨리 신고 되기를... 같이 들어온 사람은 헤스티아!
마녀서윤 / 정말...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는데... 당당 표절 작가는 소름...
도광 / 여기서 죽으려나 모르겠네요 =ㅅ=...
잉여보노 / 노블 소설은 돈 나오죠... 물론 정산 신청을 해서 다음달에 돈을 받을 수 있기는 한데... 으으...
보랏빛날개 / 역시 우리 독자분들은 므흣므훗 파네요.
Elde / ㅋㅋㅋㅋㅋㅋ 그런 의미였다니... 저도 떡정파네요.
csi호라시오짱 / 후훗, 이제 아셨나요. 전 신사 중의 신사입니다.
운명이란... / 그러게요... 빨리 먹어치워야 하는데.
내코돌려줘용 / 화이티이이잉!!
Zxion / 저도 뭔가 일본어 번역체 삘은 난다 싶었는데... 표절이었을 줄이야.
니알라토텝 / 검제를 먹을 기회!
mayura1490 / ㅋㅋㅋ 닉네임 변경까지 했어요. 소름... 원래는 네코킹.
반딧가 / 왜 여자일까요오~~ 아아... 작가의 변태력은 어디까지인지...
* 추천, 코멘트, 쿠폰 항상 감사합니다. *
* 오늘은 좀 기운을 되찾았으니... 다시 열심히 써볼게요! 일단 앞에 썼던 것들부터 수정 및 퇴고 좀 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