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0 [대전투] =========================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통해 자기 암시가 성공했습니다.]
[‘육체 강화’가 ‘한계’를 돌파합니다.]
[힘이 절대적으로 상승합니다.]
[민첩이 절대적으로 상승합니다.]
[체력이 절대적으로 상승합니다.]
[‘원펀치’ 특성이 생성됩니다.]
[자기 암시의 유지 시간은 상승된 육체능력을 보았을 때, 총 0분 5초입니다.]
[패널티 : 자기 암시가 끝날 시, ‘극심한 고통’과 함께 240시간동안 모든 행동력이 95퍼센트만큼 하락합니다. 수준을 한참 뛰어넘은 자기 암시와 반동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확률이 50퍼센트입니다. 또한 120시간동안 ‘근엄’ ‘팔불출’ ‘아빠’ 특성이 추가됩니다.]
시스템 음성과 함께 ‘절대자’를 뛰어넘은 ‘절대강자’가 된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런 느낌이구나.”
‘권제’라는 암시를 통해 강해졌을 때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다. 나는 속으로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4초.’
방금 한 번 중얼거렸다고 1초가 사라졌다. 앞으로 자기 암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4초였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이 짧은 시간 동안 당장 집까지 왕복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느릿해진 시간 속에서 천천히 눈앞에 있는 ‘괴물’을 바라봤다. 괴물은 경악한 표정을 하며 급히 ‘빨간색 물약’을 입에 털어넣으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미안한데, 시간이 없다.”
이제 3초 남았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단순히 평소와 같이 주먹을 쥐었을 뿐인데, 온 몸의 근육섬유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힘이 들어갔다.
지금이라면 이 주먹 한 방으로 지구라도 반으로 쪼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자신감이 들었다.
“크르윽, 이 새끼가!!”
괴물도 ‘절대자’ 이상의 수준이었는지 느릿해진 시간 속에서도 나를 향해 주먹을 뻗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속으로 시간을 셌다.
‘2초.’
그리고 내 코앞에 괴물의 악취 나는 더러운 주먹이 다가온 순간, 인상을 찌푸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냄새나잖아. 새끼야.”
작게 중얼거린 내 주먹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휘둘러지는 순간,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있던 괴물의 몸이 터져나가며 전체의 9할 정도가 먼지 마냥 단숨에 사라졌다. 남아 있는 건 고작해야 징그럽게 생긴 얼굴과 팔 한쪽 정도. 그게 더 그로테스크해 무서울 지경이다.
내 주먹의 위력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던지 천장에도 단숨에 커다란 크레이터 마냥 구멍이 뻥 뚫더니 촛불로 밝혀지던 감옥 속에 달빛을 흘려보냈다.
“끄어억!!!”
상상을 초월하는 공격에 당한 괴물은 어디 삼류 영화에나 나오는 악당이 지를만한 비명과 함께 몸이 허물어졌고, 나는 자기 암시가 풀리기 1초가 남은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 빠르게 입을 열었다.
“나는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 하는 무감각한 인간이 된다.”
지난 번 자기 암시를 통해 느꼈던 고통 때문에 생각해놨던 임시방편이었다. 자기 암시가 풀리기 전에 미리 고통을 못 느끼는 인간이 되도록 ‘최면술’을 거는 것. 그로 인해 나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기절을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었다.
[자기 암시로 인한 육체 강화가 해제됩니다.]
[*주의* 한계 돌파의 패널티로 인해 극심한 고통이 찾아옵니다. 240시간동안 모든 행동력이 95퍼센트만큼 하락합니다. 120시간동안 ‘근엄’ ‘팔불출’ ‘아빠’ 특성이 추가됩니다.]
[남은 시간 239 : 59 : 59]
[남은 시간 119 : 59 : 59]
그리고 자기 암시의 시간이 끝나는 순간, 고통은 없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의식은 퓨즈가 끊긴 전자기기 마냥 끊어져 버렸다. 아무래도 고통으로 인한 기절과는 다른. 목숨에 관련된 패널티가 적용된 것 같았다.
“지우야!!”
“오빠!”
의식이 끊기는 순간 들린 것은 나를 향해 애타는 목소리로 부르는 헤스티아와 지혜 누나의 목소리, 그리고 보인 것은... 얼굴과 한 쪽 팔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히죽, 웃으며 내 쪽을 바라보고 있는 ‘괴물’이었다.
“안...”
돼...라고 말하기도 전에 지우의 의식은 단숨에 꺼져버렸고,
크루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모든 힘을 쥐어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주황색 포션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크루틀이 지금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은 전부 지우의 주먹을 맞는 동시에 걸려 있던 제약이 해제되었고, 무엇보다 그의 몸 자체가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크윽, 이대로 살아나기만 하면 다 죽여 버릴 테다.’
그리 생각한 크루틀의 손가락이 포션에 닿는 순간 지우의 주먹으로 인해 생긴 구멍 위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은빛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천상의 미녀이자 이 세상의 최강자라 불릴 수 있는, 급진파 대표.
실버 드래곤, 가이엔 드 카시아스였다.
그녀는 지우가 지하 감옥으로 들어갔을 때부터 벌써 마법을 통해 지우를 살펴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유일하게 별 거 없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홀로 지하 감옥으로 들어갔으니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다루아라는 여자한테 상처를 입을 때는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뭔가 있는가 했더니... 그냥 쭉정이였네.’
가이엔의 관심은 단숨에 지우에서 헤스티아 쪽으로 기울었다. 이프리트의 딸, 헤스티아는 그녀가 이때까지 보아왔던 정령족들이랑은 비교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제약을 받고 있는 자신과 얼핏 비슷할 정도다.
‘미래의 불의 정령왕이 될 여아군.’
그녀는 바로 깨달았다. 그리고 헤스티아와 크루틀이 싸움을 시작하려 할 때는 아공간에 박아두었던 팝콘마저 꺼내 두근거림을 참고 기다렸다.
가이엔의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둘의 싸움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려지고 있었다.
‘오오, 일단 저 빌어먹을 오크 새끼는 제약이 걸려있으니 초반(?)에는 발리겠군. 그리고 제약이 풀린 후반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가 진짜 재밌어지겠어.’
그리 생각하며 옆에 있는 사트리한테 시끄럽게 떠벌리고 있었는데, 문득. 신경도 쓰지 않던 남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서는 게 아닌가?
가이엔은 인상을 찌푸렸다.
‘쯧, 주제도 모르고 나서기는...’
저 남자는 크루틀의 공격에 반응도 못 하고 죽을 것이다.
가이엔은 확신했다.
그리고,
퍼억!-
“....”
가이엔은 눈앞에서 벌어진 장면에 입에 넣으려던 팝콘을 그대로 떨어뜨렸다. 자신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주먹이다. 아니, 지붕 위에서 살짝 느꼈던 것만으로 실금을 지릴 뻔 했다.
한 번 꺼졌던 흥미는 더욱 활활 타오르며 가이엔의 입가를 실룩이게 했다. 그녀는 들고 있던 팝콘을 집어던지며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거다!! 아니, 저 사람이었어!!”
“뭐가 말이냐. 가이...엔?”
사트리가 물었을 때, 이미 가이엔은 지우가 뚫은 구멍 위로 뛰어들고 있었다. 이 세상에 와서 단 한 번도 자신의 가슴이 뛰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방금 ‘그 남자’가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그녀는 느꼈다.
‘운명의 만남’을... 드래곤과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최강의 ‘반려자’를 말이다.
그녀는 구멍 밑으로 보이는 광경에 기뻤던 기분이 우르르- 무너지며 짜증이 나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노렸던 남자를 향해 벌써부터 ‘날파리(?)’들이 꼬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멋진 펀치를 맞고도 죽지 않은 ‘돼지 새끼’가 가이엔의 신경을 더욱 거슬리게 했다.
그녀는 단숨에 마력을 끓어 올려 밑으로 떨어져내렸다.
동시에 크루틀의 숨통을 끊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 잠깐... 위, 위대한 존재시여. 지금 무슨...”
“끈질기구나. 버러지.”
퍼억!-
가이엔의 말과 동시에 휘둘러진 그녀의 발차기 한 방으로 되살아나던 크루틀은 완벽하게 먼지가 되어 흩어지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속으로 큰 야망을 품고 있던 악당치고는 너무나도 허무한 죽음이었다.
그러나 크루틀의 죽음을 신경 쓰는 존재는 이곳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지가 묶여 이 장면들을 멍하니 바라봐야 했던 검제, 신하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분명... 보잘 것 없는 남자였는데...’
과거의 만남을 기억하고는 잊지 않다. 그녀가 지우라는 존재에 대해 인식을 하게 된 것은 조금 전의 펀치 이후부터였다.
기감으로 느꼈을 때는 자신의 검기에 단숨에 목숨을 잃을 엑스트라 1 같았던 남자가 갑자기 지상 최강의 존재가 되더니, 눈앞의 괴물을 한 방에 없애버렸다.
그것은 강함을 추구하는 신하연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말 한 마디로 강해지는 남자.’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기절해있는 지우를 계속해서 쳐다봤다.
그리고... 지우가 크루틀을 죽이고 검제를 손에 넣은 것도 모자라, 급진파의 대표 가이엔이 지우의 편을 들음으로서 상황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정리되어갔다.
그 후, 이 날은 가이엔의 입김으로 인해 ‘지우 각성의 날’로 불리고, 공휴일로 지정된 것도 모자라 사회와 역사 교과서에 길이길이 실리게 되었다.
그렇게 2020년 지우의 날 이후로 10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 작품 후기 ============================
바로 다음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