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후기
꿈을 꿨습니다.
귀신에게 쫓기거나,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얼굴도 모르는 괴한이 휘두른 칼에 몇 번이고 난자당해 죽는 일반적인 꿈과는 다른, 너무도 소름 끼치는 악몽이었답니다.
짙은 암청색으로 물든 하늘, 보슬비가 내리는 날씨, 대낮임에도 밤처럼 어두운 어느 날.
어느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연예인 같은 미소녀가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차와 케이크를 앞에 놓고 친구와 담소 중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퍼엉! 하고 머리가 터지고 그녀의 친구는 그녀의 피와 뇌수를 뒤집어쓴 채 새된 비명을 내지릅니다. 조용하던 카페 안은 그야말로 생지옥.
하나, 그와 동시에 거리를 지나던 사람 중 하나가 그녀처럼 머리가 펑! 터져서 쓰러지고, 비명을 내지르던 군중 속 여자의 머리도, 울부짖는 아이를 안은 엄마도,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노인도, 한 손에 서류 가방을 든 직장인도 연이어 머리가 터져 다량의 피를 쏟은 채 바닥에 널브러지죠.
그것을 프롤로그 삼아 누군가가 뿌린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하나둘씩 머리가 터져 죽어갑니다.
멀쩡히 가족들과 식사를 하던 아빠가 죽고, 그 뒤를 이어 엄마가 죽고, 동생이 죽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은 그대로 미쳐버리고. 물론 주인공인 전 살아남습니다만, 가족은 모두 죽은 것 같습니다.
참으로 스펙터클하고도 다이내믹한 영화 같은 꿈이었습니다만, 너무 리얼한 데다 끔찍하게 절망적이고 슬퍼서 잠에서 깬 뒤에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군요.
특히 장마로 인해 물에 잠긴 아파트 앞길을 걷는데, 물 위에 머리가 터진 시체들이 둥둥 떠 있었던 그 장면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선명한 빨간색. 지금 떠올려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언젠가 한번은 식구들이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식칼을 들고 날뛰는 꿈도 꿨지요. 나와 동생은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엄마는 우리의 공격에 머리가 돌아가고, 팔이 부러지고, 두개골이 함몰됐어도 식칼을 놓치지 않고 고층 아파트 벽면을 거미처럼 기어 올라오는 신기까지 보여주었죠. 둥글둥글, 선하기 그지없는 외모의 우리 엄마가 말이지요.
꿈이란 건 참으로 묘한 것 같습니다.
후후... 게다가 오늘은 비까지 시원하게 좍좍 내리고 있군요.
벌서 휘르곤도 2권.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옵니다!
건강하십시오! 건강이 곧 재산이란 말도 있습니다. 1권 후기에선 무조건 행복해지시라고 했으니 2권에선 건강하시란 말로 끝을 맺습니다.
박영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