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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의 숲-1화 (1/130)

흑룡의 숲

제 1장  환(環)

꿈꾸는 자에게 필요한 것은

몸을 눕힐 수 있는 작은 공간과

휴식에 필요한 약간의 바람.

그리고 아련하게 떠오르는

지난날의 기억이다.

一.

하늘을 달리는 바람은 하늘 위를 떠가는 흰 구름을 서서히 움직여 갔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풍성한 나무 그늘아래 검은 파오 차림의  한 남자가 몸

을 눕히고 있었다.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무척이나 기분 좋은 듯 남자의 얼굴에는 한 낯

의 나른함을 즐기는 여유로움이 떠올라 있었다.

막 잠이라도 자려는 것인지 남자의 눈은 천천히 감기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남자의 잠을 방해하려는 듯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싸늘한 기

운이 남자를 향해 짓쳐들어왔다.

[ 개문(開門) 수(水)! - 물의 힘을 근본으로 하는 중급 공격주문 ]

가늘게 눈을 뜨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두  마리의 수룡(水龍)을 바라보던

남자는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거짓말처럼 자신을 덮쳐오던 수룡의 공격 범위

에서 벗어났다. 그저 느릿한 움직임으로 약간  비켜섰을 뿐인데도 남자는 간

단히 공격을 피한 것이다.

" 이제는 암수까지 쓰는 구나. 유에린."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여전히 담담한 태도로 말하는  남자를 보며 유에

린이라 불린 날카로운 느낌의 소녀는 눈썹을 찌푸렸다.

"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당신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건드릴 수 없으니

까요."

대답하는 유에린 역시 언제 공격을 했냐는 듯 처음과  마찬가지로 차갑게 가

라앉은 표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억양이 들어가 있지

않은 목소리 였지만 유에린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았

다.

그렇게 별다른 감정이 깃들지 않은 표정과 목소리로 말하는 유에린 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눈썹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에게 공격을 하는 것이 헛된  일이라는 것은 유에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아닌 그 누구라도 그의 옷자락조차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은

이곳에 사는 자라면 모두 알고 있었다.

" 이제 돌아가라."

" 싫어요."

유에린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

유에린은 길게 뻗은 팔다리와 윤기가 흐르는 검고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

었다. 아직 소녀티가 물씬 풍기긴 했지만  유에린에게는 충분히 여인의 아름

다움이 느껴졌다.

다른 남자들이라면 충분히 반하고도 남았을 그녀의 외모도  남자에게는 아무

런 흥미도 주지 못했다.

한동안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에린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그의 파오 자락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때 그런 유에린의

정신을 일깨우듯 낮은 울림을 담은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이렇게 내게 얽매이려는 이유가 뭐지....."

유에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 말씀 드렸을 텐데요."

" 전에 말했던 현무를 이길 수 있는 힘 말인가?"

유에린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지금의 너로선 현무의 힘을 당해낼 수 없다. 알고 있겠지?"

한동안 유에린은 미동도 없이 남자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무엇을 결

심했는지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무릎을 꿇었다.

" 부탁이에요. 제발 절 도와주세요."

누구보다도 강한 자존심으로 자신을 지탱시켜 온 유에린에게 있어 다른 이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 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 이렇게까지 하면서 현무를 이기고 싶나."

" 일족들은 헛된 일이라며 절 나무랐지만 제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에요."

남자는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로 유에린을 바라보았

다. 그 검은 눈에는  오랫동안 세상을 겪어온 자들만이  가지는 연륜이 담겨

있었다.

" 좋아."

결코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이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

오자 유에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 성인식은 치렀겠지?"

" 네... 몇 년 전에..."

" 힘든 나날이 될 거다."

유에린은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몇번이고 남자에게 감사

의 인사를 했다.

" 고마워요......."

" 자.... 일어나라. 용족은 그 누구의 앞에서도 무릎을 꿇어서는 안된다."

유에린의 눈앞에 남자의 새하얀 손이 내밀어져 있었다.

" 그리고 앞으로 훼이(飛)라고 불러라."

훼이가 내민 손을 잡으며 유에린은 엷게 미소지었다.

미풍이 전해주는 아련한 봄의 향기처럼  그녀의 미소에도 향기가 담겨  있었

다.

*             *            *

천계 최북단에 위치한 흑룡의 숲은 흑룡족의 영지중 하나로 울창하게 우거진

빽빽한 전나무 숲과 그곳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의 이름으로 유명했다.

천년이라는 용족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조차 뛰어넘은  존재. 자연을 이루는

다섯가지의 원소 목(木), 금(金), 토(土), 수(水), 화(火)의 힘 중 수(水). 즉, 대

기의 흐름을 지배하는 흑룡 훼이가 바로 그의 이름이었다.

" 청룡족이 가진 것은 모든 물을  다스리는 힘이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물을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

다."

유에린은 훼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 모든 용족들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힘을 개방했을 때가  아니면 자신이

속한 원소의 힘을 마음대로 다룬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용

족들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자신이 가진 마력과 5대  원소의 힘을 결합시키

는 주문이다."

말을 마친 후 훼이는 짧게 주문을 외쳤다.

[ 개문(開門) 수(水) ]

그것은 유에린도 익히 알고있는 청룡족이 사용하는 공격 주문이었다.

훼이의 말소리가 울리자 마자 유에린의  눈에 하늘로 솟아오르는 다섯  마리

수룡의 형상이 들어왔다.

다섯 이라니........

아무리 그가 천계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자라고  해도 솔직히 마음속으로

는 반신반의하고 있던 유에린에게는 충격이었다.

기본적인 공격 주문을 쓰더라도 그것을  고급의 주문과 같은 힘으로  바꾸어

버리는 능력.

그 때문에 그의 이름이 그토록 이나 유명한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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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포키입니다...

드디어 연재할 소설을 골랐습니다...^^ 예전부터 쓰고 있던 다른 소설의 세계관과

또 배경과 일치하는 것인데요. 그래서 좀 쓰기가 수월합니다.

이것저것 들쑤시고 다녔지만 이건 제대로 해야겠네요... 장르는 동양 환타지겠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 (이제 진짜 잘 해야쥐...)

번 호 : 446 / 3334 등록일 : 1999년 06월 10일 22:21

등록자 : 까망포키 이 름 : 포키 조 회 : 388 건

제 목 : [연재] 흑룡의 숲 제 1장 二.

흑룡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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