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환(環)
二.
하늘에 떠오른 다섯 마리의 수룡은 하늘을 헤엄치듯이 유영하며 움직였다.
유에린이 감탄하며 지켜보는 사이 훼이는 가볍게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다섯 마리의 용은 일직선으로 하늘 위로 솟아오르며 서로의 몸을 감쌌다.
어느새 한 마리의 거대한 수룡이 된 그것은 푸른 하늘 위를 그 장대한 몸체
를 움직이며 헤엄치다가 훼이가 작게 내뱉은 해제라는 말이 울리자 엷게 퍼
지며 하늘에 흩어져갔다.
" 보통 청룡족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 개문(開門)의 주문은 여러 마리
의 수룡으로 한 순간에 적을 제압하는 공격주문이지. 하지만 적의 힘이 강할
때 이런 분산공격은 쓸모가 없다. 지금 본 것처럼 수룡을 하나로 합치면 한
마리의 수룡이 가진 힘은 그 배가된다."
유에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그가 해 보인 것처럼 하늘위로 두 마리의 수
룡을 불러냈다. 그녀의 힘으로서는 두 마리를 불러내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그
녀는 진중하게 훼이가 보여준 일련의 과정을 반복했다.
" 좋아. 소질은 있군."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훼이는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앞에 공간이
열렸다. 용왕 정도의 힘을 가진 자들만이 쓸 수 있는 공간을 여는 주문을 그
는 주문을 외치치도 않고 본연의 마력만으로 연 것이었다. 유에린은 놀라움을
속으로 감추며 또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그에게 힘의 사용에 관해 배우기 시작한 이래로 그는 언제나 하루에 한가지
이상의 주문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어제까지는 마력을 어떻게 끌어내는 것이
가장 체력의 소모를 줄여주는 가에 대해 가르쳐 주었었다. 그리고 훼이는 그
렇게 하나씩을 가르쳐주고 나면 반드시 공간을 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궁금했지만 유에린은 묻지 않았다.
[ 개문(開門) 수(水)! ]
유에린은 힘있게 주문을 외치며 또 다시 수룡을 불러냈다.
* * *
" 형님. 언제 오셨습니까."
막 집무실 안으로 들어선 젊은 남자가 놀란 음성으로 말했다.
집무실 안에 놓인 휴식용 의자 위에 앉아있던 훼이는 지금까지 한번도 보인
적이 없었던 미소를 희미하게나마 떠올리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파
오를 걸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걸친 질 좋은 비단으로 만들어진 파오는 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길이
였고 별다른 무늬 없이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 후계자를 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굴이나 보려고 왔다."
" 형님께서 인정해 주신다면 저야 더 바랄게 없죠."
그렇게 말하며 젊은 남자는 싱긋 웃었다.
" 요즘은 뭘 하면서 지내세요? 통 소식이 없으니 알 수가 있어야지요. 이렇
게 가끔씩만 궁에 들르지 마시고 며칠에 한번은 와주세요."
그 말에 훼이는 피식거리며 웃었다.
" 잊혀진 자가 오는 것도 그 자체로 폐가 되는 일이다."
" 무슨 말씀이세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 500년 이라는 시간은 용족에게 있어서도 긴 시간이지....."
잠시였지만 훼이의 얼굴에 쓸쓸함이 스치고 지나갔다고 느낀 것은 그의 착각
이었을까.
" 형님...."
훼이는 일어서서 한숨을 내쉬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 그건 그렇고 라이엔. 네 후계자는 안 보여줄거야?"
" 네. 형님. 별궁에 있어요."
훼이는 먼저 집무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의 등을 바라보며 라이엔은 추억에 젖어 들었다. 이제 훼이에게 있어
서 피를 나눈 형제는 자신 밖에 남지 않았다. 훼이와 나이차가 얼마 나지않는
형제들은 벌써 오래전에 그 명을 다해 세상을 떠났고 막내인 자신만이 이렇
게 남아있는 것이다.
혼자 남는다는 건 분명 외로운 일이겠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 형을 궁으로 되돌아오게 하겠노라
고 결심하며 라이엔은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형의 뒤를 따랐다.
" 인사드려라. 네 백부님이시다."
라이엔을 닮은 갸름한 얼굴의 소년은 파랗게 빛나는 눈으로 훼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 안녕하세요. 백부님. 유안입니다."
아직 성인식도 지나지 않은 어린 소년이었지만 유안의 목소리에는 나이답지
않은 차분함이 배어 있었다.
" 이 아이의 눈은......."
훼이가 묻자 라이엔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잊으셨어요. 형님. 제 비(妃)가 기린족이라는 것을요?"
" 아.....그랬었지..."
기억을 떠올린 듯 훼이는 다시 유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충분히 강해지겠구나."
" 백부님. 제 스승이 되어 주세요."
유안은 미리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거침없이 말했다.
" 내가 아니라도 흑룡족에는 인재가 많다."
" 형님. 이번에는 거절하시 말아 주세요. 저때도 그랬었잖아요."
라이엔 역시 부탁했다. 하지만 훼이는 고개를 저었다.
" 내겐 그곳이 어울려. 더 이상 흑룡궁은 내가 설 곳이 아니다."
훼이의 말을 들으며 라이엔은 씁쓸하게 웃었다.
" 정 그러시다면 할 수 없죠."
" 백부님...."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을 보며 훼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네 스승은 되어 줄 수 없지만 네가 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언제고 도
와주마. 하지만 그건 단 한번 뿐이다."
그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유안은 활짝 미소지었다.
" 고맙습니다. 백부님."
활짝 피어오른 유안의 미소를 보면서 훼이는 속으로 후회했다. 더 이상 일족
들과 관계하지 않으려 했건만 핏줄이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히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막내동생인 라이엔과 라이엔을 꼭 닮은 유안. 두 부자(父子)의 모습을
눈 앞에 대하자 결심이 흐트러졌다.
" 나는 이만 돌아가겠다. 성인식때 다시 오마."
훼이는 그렇게 말해놓고 바로 공간을 열었다. 허공이 길다랗게 휘어지며 훼이
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의 입구가 열렸다. 훼이는 공간안에 한쪽발을
들여 놓으며 라이엔과 유안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훼이의 몸이 공간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공간이 닫혔다. 공간의 입
구가 사라진 자리에는 공간이 열렸다는 그 어떤 흔적도 남지 않은 채 훼이의
모습만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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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름짓느라 머리아파 죽겠다....
아..그리고 파오라는 옷은요 게임중에 템페스트 있잖아요. 그 게임에서 에밀리오가
입고 있는 옷의 명칭입니다. 일본식 발음이죠.
번 호 : 461 / 3334 등록일 : 1999년 06월 12일 00:02
등록자 : 까망포키 이 름 : 포키 조 회 : 369 건
제 목 : [연재] 흑룡의 숲 제 1장 三.
흑룡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