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룡의 숲-6화 (6/130)

제 3장 화살(矢)

꿈에서 깨어나면 꿈꾸던 모든 것은 거품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 남은 그때의 기억은

때로 자신도 모를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一.

흑룡왕비 미하의 앞에 선  유안은 투명하게 반짝이는  푸른 눈으로 어머니를

응시했다.

" 걱정 마세요. 어머니. 전 최강의 흑룡이라구요."

" 자만은 금물이다. 유안. 넌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았어."

처음으로 수행을 위해 하계로  떠나는 아들을 앞에둔 미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무리 별다른 위험 없는  하계로 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어린아이에 불과한 유안이 잘 해낼지 걱정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후계자의 위(位)를 받은 후에는 반드시 수행을 떠나야 했다. 라이엔과 미하는

나이에 비해 아이를 늦게 가졌기 때문에 유안은 성인식도 하기전에 후계자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라이엔이 후계자가 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나

이는 200세를 넘긴 후였다. 하지만 유안은 100살이 되는  생일날 치르게 되는

성인식도 몇십년 후인 소년에 불과했다.

" 그리고. 어머니 혼자 가는것도 아니잖아요. 청룡왕 후계자인 리린과 함께

라는 것. 잊으셨어요?"

" 그녀의 나이는 확실히 250세 였지..."

유안의 말을 들으며 미하는 리린이라는 이름의  서늘한 눈을 가진 청룡족 후

계자를 떠올렸다.

" 그렇다면 조금 안심이 되는구나."

미하는 여려 보이는 얼굴 가득 떠올랐던  걱정을 걷어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

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몸에 걸친 황금색의 궁장이 사락 거리는 소리를 내

며 흔들렸다. 틀어올린 머리에서 몇가닥 흘러내린 금색의  머리카락이 미하의

어깨에 닿아있었다. 어머니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유안은 문득  검은색인 자신

의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렸다.

미하는 금박이 입혀진 보석 상자를 꺼내들고 뚜껑을 열었다.

" 자, 유안. 이걸 가져가거라."

그렇게 말하며 미하가 내민  것은 보기드문 빙옥(氷玉)으로 만들어진  팔찌였

다.

" 이건 왜..."

" 기린족의 황녀에게 전해지는 물건이다. 그걸 지니고 있으면 네가 가진 힘

을 이끌어내는 것이 수월할 것이다."

유안은 기쁜 듯이 미소지었다.

" 고마워요. 어머니. 소중히 간직할께요."

" 아직 네가 성인식을 치루지 않았기에 주는 것이다. 네가 성인식을 치루고

보다 강한 힘을 얻게 되면 필요 없어질 테니 그때 다시 돌려주렴."

" 네."

한동안 어머니 미하의 거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에 어느덧 점심 시간이

가까워졌다.

" 비전하. 왕자전하. 식사시간 이옵니다."

문 밖에서 시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제 나갈까. 유안?"

미하는 아직은 자신보다 작은 유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자신의 방을 나섰

다. 푸른눈을 가진 두 모자가 복도를 지나치자 주위의  시비와 병사들이 일제

히 인사를 했다.

" 수고들 하게."

그들 한명 한명을 만날때마다 미하는 미소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정숙하고 아름다운 흑룡왕비 미하는 그 친절한 태도에서 모두에게 사랑을 받

는 존재였다. 아무리 큰 일이 일어나도 소리치거나 노하는 법이 없고, 모든이

에게 친절하게 전해지는 그녀의 미소는  가장 이상적인 여성이라는 백룡왕비

챠렌과 더불어 현숙한 여성의 대표로 꼽혔다.

" 그저 보름이에요. 보름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시간이라구요."

되새기듯 말하는 유안을 보며 미하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그래. 유안.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모자는 비밀을 획책하는 자들이 은밀한 미소를 지어보이듯 마주보며 살짝 웃

었다.

*            *            *

[ 패사령진(覇邪靈陣) 개(開)! - 최상급 방어주문 - ]

날카롭게 외쳐진 유에린의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유에린은 엷은 푸른색의 막

에 감싸였다.

[ 개문(開門) 수(水) - 물을 근본으로 하는 중급 공격주문 -]

훼이의 목소리가 낮은 소리로 공격주문을 외쳤다.

그리고 곧 하늘에 떠오른 다섯 마리의 수룡은 빠른 속도로 유에린을 향해 날

아갔다. 긴장한 얼굴로 자신을 향해오는 수룡들을 바라보며  유에린은 다가올

충격에 대비했다.

엷은 막을 내려치는 수룡의 힘은 거대한 것이었다.  최상급 방어주문이었음에

도 불구하고 유에린은 엷은  막을 통해 전해지는 충격에  중심을 잃을뻔했다.

힘이 빠져나갈 듯이 휘청거리는 두 다리에 힘을 주며 유에린은 몸을 지탱했다.

" 다음 공격에 대비해라."

훼이의 말을 들은 유에린은  긴장하며 훼이의 손을 주시했다.  하지만 훼이의

손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 정신을 집중해."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한 힘이 유에

린에게 짓쳐들었다.

유에린은 숨을 삼키며 거대한 수룡을 마주보았다. 수룡은 엷은  막에 닿자 파

앗하는 소리와 함께 두 개로 갈라졌다.

[ 해제(解制) 수(水) - 공격을 비롯한 모든 주문을 해제한다 - ]

" 손동작은 그저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력을

어떻게 이끌어 내느냐다. 잊었나?"

유에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몸에는 후끈한 열기가 배어 조금씩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땀이 흐

른다는 것은 체력이 약하다는  증거. 자신이 능란하게 주문을  구사하는 날은

그저 먼 미래의 일로만 느껴졌다.

" 넌 집중력은 강하지만 체력이 부족하다. 느끼고 있겠지?"

" 네."

훼이는 가볍게 손을 휘둘러 공간을 열더니 그 속에 손을 집어 넣고 무언가를

꺼냈다.

그의 손에 들려 나온 것은 가느다란 검신을 자랑하는 두 개의 장검이었다.

" 오늘부터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검술을 가르쳐주겠다."

" 검술을.....말인가요?"

" 용족에게 검술이 필요한 일 따위는 없지만 배워서 나쁠건 없다."

훼이는 낮게 내뱉으며 유에린에게 검을 내밀었다.

" 검술의 기본은 호흡이다. 그리고 이 호흡은  주문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주지.."

햇살에 비친 가느다란 검의 손잡이에는 날개를  펼친 학의 모습이 새겨져 있

었다. 그리고 손잡이 끝 부분에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성휘(星煇).

누군가의 이름임이 분명했다. 성휘라면 남자의 이름이겠지. 잠시 검의 손잡이

에 새겨진 그림과 글자를 보며 생각에  빠져든 유에린은 귓가에 들려오는 훼

이의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곧 훼이가 취한 자세를 그

대로 따라하며 손잡이에 두었던 시선을 떼었다.

" 검은 검이 가진 본연의 속성인 날카로움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힘이 센

사람들은 주로 검신이 두텁고 무거운 검을 사용하지만 힘보다 기술적인 검술

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검신이 얇은 검을 주로 사용하지.  그리고 여자들 역시

이 검과 같은 세검(細檢)을 쓴다."

여전히 냉담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나가는 훼이의 가슴 속에서는 자신에게 이

검을 맡겼던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얼굴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서 공간 속에 이 한쌍의 검을 넣어두었던 것인데 이런식으로 빛을 보게 될줄

은 몰랐다. 유에린이라는 이름의 까마득하게 어린 저 청룡족의 소녀는 훼이에

게 가슴 깊은 곳에 가라앉은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둘 이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유에린의 얼굴에  그리운 친구의 얼굴이 겹쳐 보

이고 있었다.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지만  보는 이에게 처연함을 안겨주었던

친구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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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름 짓느라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아요. 이제 대충 이 소설의 구성

방식이 어떤 것인지 눈치를 채셨겠죠? ^^ 네. 바로 시간이 뒤섞여서 전개가

되고 있는데요. 머리 복잡하지는 않으시죠?

시험인데도 꿋꿋하게 소설 쓰는 나...^^

번 호 : 494 / 3334 등록일 : 1999년 06월 15일 22:44

등록자 : 까망포키 이 름 : 포키 조 회 : 311 건

제 목 : [연재] 흑룡의 숲 제 3장 二.

흑룡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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