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룡의 숲-19화 (19/130)

제 5장  흩날리는 꽃잎

四.

화란은 별궁의 한 방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홍룡족의  후계자인 그녀가 왜 자

신을 찾아온 것인지 훼이는 아직까지 짐작하지 못했다. 물론, 그녀가 밝힌 이

유는 비의 성년식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겠다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말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훼이는 순진하지 않았다.

늘씬한 그녀의 몸을 감싼 치파오는 그녀의 머리카락처럼 붉은 색이었다. 그리

고 옷에 새겨진 무늬는  불꽃의 새 주작이  날개짓하는 모습으로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이 정교했다.

" 비라는 이름은 당신이 붙인 건가요?"

한동안 멀찌감치 서서 훼이의 모습을 바라보던 화란이 훼이에게 다가서며 물

었다.

" 아니요. 제 아내가 붙인 이름입니다."

" 아....."

화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멈췄다.

별궁은 다른 곳보다 조금 높은 언덕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별궁에

서 보면 멀리 자리한 흑룡궁의 본궁이 눈에 들어왔다. 점처럼 작아서 겨우 윤

곽을 알아볼 수 있을만한 거리였지만 훼이에게는  그 작게 비치는 건물 하나

하나가 본래의 모습으로 보이고 있었다.

자신이 태어나서 자라온 곳이었기에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비에게도 내가 어릴적에 뛰어놀던 곳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 바램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비는 며칠후면 이곳 별궁에서 성년식

을 맞이하게 된다.

" 당신의 마음을 빼앗은 인간 여인이라니.....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화란은 훼이가 시선을 두고 있는 것이 흑룡궁의 본궁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분명 자신의 의지로 궁을 나오긴 했지만 그곳은 언제고 돌아가야할 곳이었다.

" 언제고 용족은 인간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그들 세계

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임에도."

그제서야 훼이의 시선이 화란에게 향했다.

" 무얼 말하고 싶은 겁니까....."

화란은 활짝 핀 모란꽃처럼  웃음을 머금었다. 확실히 화란에게는  다른 이의

시선을 끄는 존재감이 있었다.

다른 용족에 비해 여성 용왕이 많이 나오는  홍룡족은 모계의 혈통이 강했다.

그 때문인지 역대 용왕의 반 이상이 여성 이었다. 전투적 성향이 강한 홍룡족

답게 화란 역시 평소에도 강하고 활발한 성격을  드러냈다. 전투 상황이 되면

그녀는 지금의 모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다. 폭발할 듯이 뿜

어져 나오는 그녀의 투기(鬪技)는 남자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차고 강

했다. 훼이도 몇번 그녀가 힘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그녀를

떠올리면 지금의 얌전한 모습은 동일인물 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 제 성격상 돌려 말하는 건 성미에 안 맞으니까요."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더욱 화사하게 피어올랐다.

" 전 당신이 좋아요.  예전에는 당신이 저와 같은  후계자의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말을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단도직입적인 그녀의 말에 훼이는 잠시 말을 잃었다.

" 지금의 당신이라면 제 남편이 되더라도 아무런 장애가 따르지 않아요. 전

예전부터 당신을 봐왔는데 당신의 시선이 닿는 곳은 다른 곳이더군요."

훼이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화란... 그대에겐 미안하지만 내게 있어 유일한 아내는 화연뿐입니다."

화란은 전혀 실망하지 않은 얼굴로 여전히 미소지었다.

" 괜찮아요. 곁에 있다보면 언젠가는 좋아지기 마련이에요. 그리고 우리에겐

그만큼의 시간이 있구요."

" 생각하는 건 그대의  자유지만 마음이란 건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습니

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훼이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 아니요.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녀가 당신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흔적을 남겼는지는 모르지만 제겐 그걸 메울만한 자신이 있거든요."

그 말을 끝으로 화란은 몸을 돌려 별궁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 마음이라......."

훼이는 낮게 중얼 거렸다.

*            *            *            *

" 그 동안 명계와는 서로간에  불가침의 영역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기에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그들에게는 그런

생각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청룡왕 리판은 길게 치켜 올라간 눈으로 다른 이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사실은 이번일에  연관된 것이 교룡(交

龍)이라는 사실입니다."

" 그렇다고 해서 용족 전체가 나설 정도로 일을 확대시킬 수는 없겠지요."

5대 용왕 중에서 가장 젊은 황룡왕이 차분하게 말했다. 갓 400을 넘긴 나이의

그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적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차분함이 몸에 배인 청년

이었다.

" 그래서 이번 회합을  열게 된 것이지요. 물론  전면전으로 확대시킬 만큼

큰 사건은 아니지만 차후를 위해서는 미리  이야기를 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

다."

26대 황룡왕 청류(晴琉)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교룡이 연관된 만큼 용족이 나서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것은 명계의 지배

자라 하더라도 감히 나서서 막을 수 없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던 흑룡왕 라이엔이 입을 열었다.

" 간과하신 것이 있는데 교룡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우리 용족입니다."

라이엔의 말을 듣고 다른 용왕과 비들은 동의의 뜻을 표했다.

" 하지만 이것 또한 사실입니다. 교룡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용족들의 생기

가 필요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물론 그것은 그  교룡이 죽은자라는 사실 때문

이긴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챠렌이 말을 받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보통의 비들과는 다른 단호함이 떠올라 있었다.

" 흑룡왕님의 후계자를 구하기 위해 흑룡족의 훼이님이 명계에  다녀오셨다

고 들었습니다만, 그 분은 그 교룡을 없애지 않으신 모양이더군요."

" 명계에서 함부로 누군가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

까."

홍룡왕 란의 말에 라이엔이 가볍게 반박했다.

전대 홍룡왕이 일찍 자리를 물려주는 바람에  란은 5대 용왕 중에서 가장 나

이가 많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겉보기에는 전혀 그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

큼 젊어 보였다. 목덜미를 살짝 덮을 정도의 길이로 자른 붉은 머리카락은 약

간 구불거렸다.

" 하지만 훼이님이라면 명계의 주인도 아무말 하지 못할텐데요. 그가..."

" 그분도 생각이 있었으니 그렇게 하셨겠지요.  더 이상 그분을 들먹이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파이론이 조금은 신경질적이게 들리는 홍룡왕 란의 말을 끊었다.

"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누가 어떻게 나서서 일을 처리할 것인가 겠지요."

" 교룡이 감히 천계에 들어설 생각은 하지 못할테니 하계로 수행을 가는 자

들에게 주의를 시키는 것이 좋겠지요. 성년이 지난  용족은 건드리지 못한 다

는 것이 이번 일로  판명이 되었으니 어린 용족들만  잘 보호하면 되는 일이

아닙니까."

황룡왕 청류가 제안하자 대다수의 참석자들은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게 간단히 끝날 문제라면 회합을 열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파이론은 조금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다.

" 그럼, 뭔가 해결책이라도 있습니까?"

평소에 성질 사납기로 소문난 홍룡왕 란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었다.

" 괜찮다면 제가 제안을 하지요."

파이론은 란을 향해 가벼운 냉소를 보내며 말을 꺼냈다.

=================================================================

허억.....이러다 정말 삼류 무협지가 되어 버리는 건 아니겠지....--;;;

그냥 동양 무협환타지라는 새 장르라고 우길까.....--;;;

(역시 5년 동안 본 무협의 힘은 대단하다..... 무협 만세 ^^;)

헛소리 였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

번 호 : 650 / 3334 등록일 : 1999년 06월 29일 00:03

등록자 : 까망포키 이 름 : 포키 조 회 : 242 건

제 목 : [연재] 흑룡의 숲 제 5장 五.

흑룡의 숲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