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룡의 숲-28화 (28/130)

제 7장  역린(逆鱗)

둥글게 퍼져나가는

파문속에

잊혀지지 않을 기억이

스치고 지나간다.

홀로남은 자에게 주는

마지막 위안 처럼.

一.

한 일족의 왕이 되기 위한 계승식은 실로 성대하고도 질서있게 진행되었다.

모든 홍룡족들은 화천궁(火天宮)에 모여 새로운 왕의 탄생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흑룡족인 훼이와 비도 있었다.

물론 계승식에 참석한 것은 홍룡족들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용왕의 탄생을 축

하하기 위해 다른 용족의 왕족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지만 분명 훼이와 비

는 그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모두들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지만 훼이와 비를 보는 다른이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 지금부터 29대 홍룡왕의 위를 계승하는 식을 거행하도록 하겠다."

성격이 상당히 거칠어 보이는 현 홍룡왕이 큰 소리로 입을 열자 주위에 은은

한 음악이 울려퍼졌다. 비파 소리 같기도 하고  가느다란 적(笛) 소리 같기도

한 아련한 음률이 주위를 가득 채워갔다.

" 잘 봐둬라. 비. 이것이 용왕의 계승식이다."

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을 두 눈에 가득

담았다.

화천궁의 넓은 정원에 마련된 계승식을 위한 장소는 자단목으로 세워진 높은

단이었다. 수십명이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단 위에는 온통 홍룡을 상징

하는 붉은색의 천들로 뒤덮여 있었다. 그 위에 선 것은 다음 홍룡왕이  될 화

란과 현 홍룡왕.  홍룡왕의 가족들과 장로들.  그리고 축하를 위해 함께 자리

한 다른 용왕족들이었다. 다른 용왕족들은 용왕과  비, 그리고 후계자들로 용

족의 정식 복장인 파오를 갖추어 입고 단 위에 나란히 서 있었다.

단 주위에는 모든 홍룡일족들이 둘러선 채 수많은 이들이 모여있다고는 생각

하기 힘들정도로 조용하고 진지한 자세로 의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홍룡왕의 입에서는 의미를 알기가 힘든 어떤 말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

었다. 그리고 홍룡왕의 앞에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 서있는  화란은 어느때

보다 아름답고 위엄있어 보였다. 몸을 감싸고 있는 화려한 붉은  색의 파오와

틀어올린 붉은 머리카락이 멀리서도 시선을 끌어당겼다.

" 저건 무슨 말이에요. 아버지?"

비는 작은 소리로 훼이에게 물었다.

" 광명진언(光明眞言)이다. 힘을 계승하기위한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지."

" 힘을 계승하고나면 전대 홍룡왕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 힘을 계승했다고 해서 완전히 모든 힘을 잃는 것은 아니다. 성년을 갓 치

룬 상태 정도의 힘은 남는거지."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식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어느새 광명진언을 외우고 있던 홍룡왕 대신 청룡왕의 후계자와 황룡왕의 후

계자가 나란히 앞으로 나서 노래를 시작했다.

성년식때도 그렇지만 용족에게 있어서 힘을 깨우기 위한 의식에 노래는 상당

히 큰 작용을 한다. 노래에는 부르는 자의 힘이 담겨있기 때문에 무척이나 중

요하게 여겨졌다.

함께 단 위에서 의식을 지켜봐 달라던 화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훼이와 비

는 홍룡 일족들에게서도 한참 떨어진 거리에서 계승식을 지켜보았다.

" 할아버님도..........오셨네요..."

비는 조금 쓸쓸한 빛이 담긴 눈으로 단위에 선 흑룡왕을 응시하며 말을 꺼냈

다.

언제나 비가 할아버지를 바라볼 수 있는 거리는 이정도 인 것 같았다. 처음에

도 그저 먼 발치에서. 그리고 별궁에서는 흑룡궁 본궁을 바라보며, 지금도 이

렇게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아버지의 아버지. 자신의 몸 속에도  흐르고 있을

진한 혈육의 피를 가진 할아버지를 비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훼이 역시 자신의 아버지 흑룡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곁에

서 있는 얼마전 후계자가 된 자신의 나이어린 동생의 모습도 들어왔다.

훼이만의 작은 욕심일지 몰랐지만 훼이는  후계자로서가 아니더라도 비를 저

옆에 세우고 싶었다. 그저 작은 바램.  흑룡왕에게서 진정한 흑룡족으로 인정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비에게 자신이 어린시절 지내왔던 흑룡궁의 곳곳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손자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하지

만 지금은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흑룡왕은 더 이상 비를 받아들일 생각을 품고 있지 않았고, 훼이 역시 흑룡궁

으로 돌아갈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지금의 훼이가 바라는 것은 그저 아들

의 곁에서 함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 뿐이었다.

식이 중반에 접어들었을 무렵  화란의 몸에서는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비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바로 용족 본연의 순

수한 마력의 기운. 그것도 차기 왕이될 자가 가진 강력한 마력.

그리고 잠시 후. 조용하던 화천궁의 정원에 감탄의 탄성이 울려퍼졌다.

하늘위에 떠오른 불타오르는 거대한 화룡의  형상은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멋진 것이었다. 보통 주문을 사용해서 불러내는  화룡과는 그 모양과

크기부터 다른 장엄하기 까지한 거대한 용은  바로 현 홍룡왕의 힘의 결정체

였다.

" 저게 바로 왕에게서 전해지는 힘의 계승이다."

훼이의 말을 귀에 담으며 비는 화란의  몸을 감싸안는 거대한 화룡의 모습을

보았다.

*            *            *

" 뭐하세요?"

훼이와 비가 머물고 있는 화천궁의 한 사실(私室) 안으로 들어서며 화란은 경

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 홍룡왕님... 이렇게 막 나오셔도 돼요?"

" 뭐야. 비.... 그냥 보통때처럼 불러."

화란은 조금 서운한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 앉으시죠."

훼이는 화란에게 자리를 권했다.

훼이와 비는 함께 차를 마시던 중이었다. 화란이 자리에 앉자 비가 찻잔 하나

를 더 꺼내어 화란 몫의 차를 따랐다. 화란의 앞에  차가 놓이자 훼이는 그녀

에게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 무슨일로..?"

" 이번 수행에 함께 가자는 말을 하려구요."

" 수행이요?"

화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 왕이 된 후에도 수행은 계속 해야하지. 힘이 무디어지면 안돼니까. 그리고

하계를 돌아볼 필요도 있고 말이야."

" 그렇군요..."

" 짧지는 않은 수행이 될거야. 하계의 곳곳을 돌아보게 될 테니까."

" 얼마나 걸리는데요...?"

" 음...하계의 시간으로 세달 정도일까..."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위에 조용히 내려놓으며  훼이는 비에게 시선을

던졌다.

" 함께 가고 싶으냐. 비?"

훼이의 물음에 비는 조금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 제가 결정하라구요?"

" 물론이다. 난 이제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고 싶으니까. 자, 네가 원

하는 걸 말해라."

비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 네... 가고 싶어요. 홍룡족과 함께하는 수행은 처음이고... 아버지와 함께가

는 수행도 오랜만이니까요."

" 그래. 좋다. 나도 오랜만에 네 실력을 알아보고 싶고 말이다."

" 다행이네요. 둘다 함께한다고 해주다니."

화란은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럼, 전 집무실로 가봐야 하니까 이만 일어나겠어요."

" 네... 그럼 안녕히.."

" 오늘 말씀 고마워요."

둘의 인사에 화사한 미소로 답하고 나서  화란은 즐거운 듯이 가벼운 발걸음

으로 돌아서 방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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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설 못 올리는 줄 알았네...(오타가 있을 것 같지만 제눈엔 안보이네요)

우와....지금이 몇시인가...-- 이제 학원은 다 갔군...

오늘 스타워즈를 봤어요....담주엔 미이라 보러가야지.

오늘의 간단한 설정 탐색은 천계의 궁에 관한 것.

궁은 어제 올린 자료와 마찬가지로 각 용족이 다스리는 방향에 있습니다.

그리고 궁의 이름은 두가지로 불리죠.

홍룡궁(화천궁), 백룡궁(풍천궁), 황룡궁(지천궁), 청룡궁(수천궁),  흑룡궁(宇천

궁) 이렇습니다. 힘의 속성에 따른 이름이구요. 천계의 크기는 지상과 거의 같

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계(界)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용족의 평균수명은 1000년. 천상인들은 500-600년, 영수족들은 1000년

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번 호 : 746 / 3334 등록일 : 1999년 07월 08일 01:25

등록자 : 까망포키 이 름 : 포키 조 회 : 230 건

제 목 : [연재] 흑룡의 숲 제 7장 二.

흑룡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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