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룡의 숲-29화 (29/130)

제 7장  역린(逆鱗)

二.

조금전부터 온몸에 엄습하는 불길한 느낌을 애써 부인하며 백룡족의 소년 류

는 온몸을 긴장시켰다. 여럿이 함께 몰려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평소에도 혼자 수행을 다니던 류였지만, 오늘 만큼은 자신의  그런 성격이 원

망스러웠다. 아직 성년식을 치루지 않은 어린 용족인 류였지만 그래도 수행만

큼은 다른 동년배의 용족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날 정도로 많이 해온 자신이

었다.

이렇게 몸이 굳어질 정도의 힘을 느낀 것은 성년을 맞이한 자신의 형과 힘을

겨루던 때 이외에는 처음이었다. 사실 그때는 단순한 대련의 차원이었기 때문

에 이렇게 온몸이 신경이 곤두설 정도의 섬뜩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자신을 긴장시키고 있는 그 기운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이곳 하

게에서 용족인 자신에게 위협을 가할만한 존재는 없다. 그렇다면  분명 이 느

낌은 하계에 존재하는 자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사라락.

조금 거센 바람이 불어와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갔다. 그리고 류가 바람소리

에 잠시 귀를 기울인 그  순간. 온몸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강력한  힘이 류의

몸을 감쌌다.

그것은 실로 한순간의 일이었다.

[ 어린 용족들은 너무나 약하군..... 최강  이라고 자만하는 용족이라도 어린

아이는 별 수 없다는 건가.......? ]

명백한 비웃음이 담긴 그 어조에 류는  두눈에 힘을 주고 상대방을 노려보았

다. 손끝하나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그 강력한 힘은 인정하기 싫었지만 자신

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류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두 눈뿐. 천천히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창백

한 인상의 남자를 바라보며 류는 눈을 부릅떴다.

[ 가장 오래된 자를 없애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겨라..... ]

낮고 차갑게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류의 미간에 섬뜩한 기운이 맞닿

았다.

*            *            *            *

" 홍룡왕 전하...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 내 결정입니다. 보좌관."

화란은 단정하게 자세를 가다듬고 앉아서 보좌관을 바라보았다.

" 하지만....그 둘은 용족의 피를 더럽힌 자입니다."

중년에 접어든 듯한 외모를  보니 홍룡왕 화란의 보좌관은  700살을 넘긴 듯

했다. 아직 새 보좌관을 뽑지 않았기 때문에 전대  홍룡왕의 보좌관이었던 그

가 계속해서 그 일을 맡고 있는 것이었다.

" 피를 더럽혔다라..... 그건 누가 정한 기준이죠?"

화란은 눈꼬리를 치켜 올리며 되물었다.

" 하지만 전하..... 용족의 피는  용족의 피와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용족들이 있어온 먼  옛날부터 당연시 되어오던 것입니다.  인간의 피는

우리에겐 약함을 줄 뿐입니다."

"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 전하. 그들과 함께 다니시는 것은 전하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결과를 낳

을 뿐입니다. 왜 모르십니까.  지금도 그들을 궁에 머물게  하시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은 자들이 꽤 있습니다."

" 그래요?"

화란의 목소리는 조금 날카롭게 변해있었다.

" 불만이 있는 자는 직접 내게 와서 말하라고 하세요. 난 내 생각을 청회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 전하... 전하께서는 이제 한 일족의 왕이라는  사실을 항상 숙지하셔야 합

니다. 왕이란 것은 항상 일족들을 선두에서 이끄는 자입니다."

화란은 냉정하게 굳어진 붉은 눈동자로 보좌관을 빤히 바라보았다.

" 전하....."

" 나가주세요. 보좌관. 지금은 당신과 말이 통할 것 같지 않군요."

화란의 축객령에 막 다른 말을 꺼내려던  보좌관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

다.

"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홍룡왕 전하. 그러면 저는 이만 나가보겠

습니다."

화란은 고개를 숙였다가 들어올리는 보좌관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

였다.

막 닫혀진 집무실의 문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화란은 피식하고 웃었다.

용족의 피를 더럽힌 자라.......

정말 마음에 안들어. 우리와 같이 영겁의 시간의 귀퉁이를  걸어가는 그들 인

간들이 그렇게 하찮은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는 건가.....

그리고 훼이의 마음을 빼앗은....아니, 지금도 차지하고 있는 그 여인.

화연이라는 그 여인이 만약 인간이 아니었다면 훼이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

겠지....  지금의 그는 오직 그녀만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해는 되지 않지만 느낄 수는 있어. 인간의 무엇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지.

" 하지만......"

화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 지나간 기억은 언젠가는 잊혀지기 마련이니까...."

화란은 자신의 두손을 맞잡아 포갠채 힘을 주었다.

그녀가 훼이를 처음 본 것은 훼이가 막 흑룡왕의 후계자가 되었던 때였다. 그

때의 그녀는 성년식을 1년 앞둔 때였고  훼이는 이미 300살을 바라보는 나이

였다.

그때의 화란은 그저 훼이에게 막연한 호감을 느꼈을 뿐이었다. 그녀가 훼이에

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인간의 여인과 사랑에 빠져 아들을 얻어서 돌아온

그의 소식을 접하고 난 후였다.

호기심 반으로 다가섰던 그때 화란은 자신의 지위를 버리면서까지 인간의 피

를 이은 자신의 혈육과 그 여인을 선택한 훼이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화란이 가지고 있던 상식의 틀을 깬 행동이었다.

용족으로서의 자부심과 한 일족의 후계자라는  자리를 훼이는 자신의 신념으

로 맞바꾼 것이었다.

" 전하. 훼이님께서 뵙기를 청하고 계십니다."

막 지나간 기억을 떠올리고 있던 화란은  시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대

답했다.

" 들어오시게 해라."

화란의 대답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훼이가 들어

섰다. 언제나 처럼 무늬없는 깔끔한 검은색의 파오를 걸친  훼이는 가볍게 고

개를 숙여 화란에게 인사를 건넸다.

" 무슨일로 먼저 절 찾으셨나요. 기쁘게 받아들여도 될 일인가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훼이는 입을 열었다.

" 하계에 내려가면 당신과 꼭 같이 갔으면 하는 곳이 있소."

" 함께 갔으면 하는 곳이요....? 어디죠?"

화란은 약간의 기대를 품고 물었다.

" 당신에게 화연을 소개해주고 싶어서....."

훼이를 바라보며 화란이 할 수 있는 것은 작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화천궁의 입구에 선 화란과 훼이, 비. 그리고 두명의 청년을 앞에두고 보좌관

과 장로들은 조금 가라앉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수행을 마치시고 돌아오실 날을 기다겠습니다. 홍룡왕 전하."

" 내가 없는 동안 일을 맡기겠습니다."

보좌관은 고개를 들어올린 후 훼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훼이님. 홍룡왕께서 아직 미숙한 점이 많으시니  옆에서 도와주시기 바랍

니다."

무척이나 정중하게 말을 건네는 보좌관을 보며  화란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

을 떠올렸다.

" 명심 하겠습니다."

훼이 역시 정중하게 답했다.

" 그럼 이만 길을 열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훼이는 손을 가볍게 휘둘러 공간을 열었다.

29대 홍룡왕 화란의 수행에  함께하는 네명은 차례로 공간  안으로 들어섰다.

여름의 용이자 불꽃의 용인 홍룡일족의 새  왕인 화란의 수행은 보통의 왕들

의 수행과는 달리 무척 적은 인원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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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웃...졸려....잠자고 싶어...잠....

음... 오늘은 어떤 설정에 대해서 말해야 할까요...

아...이 소설에 나온 이름과 지명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리죠. 등장인물의 이름은

중국식으로 짓기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구요. 하계의 지명은 중국의 신

화 서적에 나오는 지명들을 활용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작은 소품들...

예를들어 옷이나 차등등은 중국 문화 서적에서 참고 했구요. 음양오행에 관한

것들은 창룡전 가이드북이랑 백과사전 그리고  몇몇의 참고 서적을 이용했습

니다. 그리고 동물이나 풀이름  같은 것도 신화서적과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산에 오르내리면서 배웠던 풀들을 활용 했습니다. ^^

음...그리고 훼이의 나이는요... 나중에 본문에서 나올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번 호 : 760 / 3334 등록일 : 1999년 07월 09일 01:24

등록자 : 까망포키 이 름 : 포키 조 회 : 214 건

제 목 : [연재] 흑룡의 숲 제 7장 三.

흑룡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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