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룡의 숲-30화 (30/130)

제 7장  역린(逆鱗)

三.

막 가을에 접어든 하계의 숲들은 푸른색의 잎 대신 붉고 노란색의 잎들로 자

신을 치장하고 가을을 맞이했다.  군데군데 솟아나 있는 푸른  잎의 침엽수와

더불어 숲의 빛깔은 화려하게 물들어 있었다.

하계에서도 가장 커다란 대지를 가진  동방의 대륙에는 고신국이라는 나라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수행을 위해 내려온 화란  일행이 머물고 있는 곳은 고신

국의 북쪽에 자리한 조산(肇山) 이었다.

그곳은 험한 지형은 아니었지만 산 자체가  워낙 높아서 웬만한 체력을 가지

지 않고서는 오르기 힘든 곳이었다.

평소에도 정상으로 향하는 인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드문 곳이었

지만 이틀전부터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노을보다도 진한 붉은 빛 때문

에 인간들은 조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있었다.

" 홍룡족의 힘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건 처음이에요."

화란과 힘을 겨루고 있는 두명의 젊은  홍룡족과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관망하듯이 그들을 바라보며 비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 배어  있는 엷은 감탄

을 읽으며 훼이는 대답했다.

" 우리가 가진 힘과는 상반된 성질을 가졌기에 더욱 생소하고 신비하게 느

껴질 것이다."

" 정말 그래요. 계승식때 본 화룡과는 많이 다른 것 같기도 하구요."

화란이 내뿜는 가히 압도적이기 까지한 힘을 멀찌감치에서 지켜보며 두 부자

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두명의 홍룡족 청

년이 힘이 부쳐 숨을 헐떡이고 있자 화란은 손을 흔들며 훼이와 비를 불렀다.

" 나와 힘을 겨뤄보지 않겠어요?"

화란은 둘 모두에게 물은  것이었지만 훼이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화란은 비에게 물었다.

" 비. 나와 한번 힘을 겨뤄보겠니?"

순간 고개를 돌려 훼이에게 허락을 구하려는  비에게 훼이는 비가 묻기도 전

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 나는 여기서 보고있을 테니 한번 네 실력을 발휘해 보거라."

" 네. 아버지."

비는 힘차게 대답하고는 먼저 방어주문을 외쳤다.

하늘 끝에서부터 검푸른 물결이  퍼져나와 서서히 온  하늘을 자신의 빛으로

물들여 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난 것일까. 물끄러미 검은 색으로  뒤덮여 가는 하늘

과 그 검은 빛 사이로 촘촘히 솟아오른 별들을 바라보던 훼이는 바닥을 스치

는 가벼운 발소리를 들었다.

약하긴 하지만 경쾌한 울림을 담고 있는 비의 발소리가 아닌 것으로 보아 그

발소리의 주인공은 화란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훼이는 여전히  하늘에 시선을

둔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 비는 잠들었어요."

화란은 흰색의 길다란 끈으로  질끈 묶은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훑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 역시 당신 아들 답더군요.  제 힘을 어느 정도라지만  막아내고 반격까지

할 정도라니...... 하지만 마지막엔 약하게  힘을 보냈을 뿐인데 쓰러져 버려서

놀랐어요."

" 비는 체력이 약합니다."

밤 하늘 아래에 자리한 훼이는 그 속에 녹아들길 바라는 듯이 미세한 움직임

조차 보이지 않았다.

" 그것도 인간의 피 때문이겠죠.....?"

그렇게 말하며 화란은 훼이가 보고 있을 하늘의 저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 용족들은 자존심이 너무나도 강한 것 같아요. 그건  우리가 가진 힘이 세

상의 질서와 관계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단지 인간을 나약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일까요..."

" 글세..... 나는 그다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애초부터 우리와 그

들은 별개의 존재이니까..."

화란은 다시 훼이를 바라보았다. 훼이는  여전히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이제

완전히 깊게 잠겨든 밤의 장막 안에서 검은 파오에 감싸인 훼이의 모습은 눈

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두 눈에는 똑똑히 보였지만 화란은 훼이의

모습이 곧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 난 그저 비가 내 곁에 함께 있어주어서  기쁠 뿐입니다. 비와....그녀의 가

족들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으니까...."

" 비는 착한 아이에요."

화란은 훼이의 말에 짧게 덧붙였다.

" 내일 또 다른 곳으로 다니려면 지금 눈을 붙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 괜찮아요. 지금은 별로 잠도 오지  않으니까. 그리고 며칠 자지 않는다고

해도 피곤하거나 하진 않으니까요."

훼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 내일은 비가 태어난 곳으로 가볼까해요. 안내해 주시겠죠?"

담담하게 이어진 화란의 말에 훼이는 그때  처음으로 시선을 돌려 화란을 응

시했다.

" 무엇이 그토록이나 당신의 마음을 끌었는지 알고 싶어요. 하계는 그저 아

름다운 곳이라고만 생각해 왔었는데 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

아요."

잠시 화란의 눈만을 바라보던 훼이가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 어쩌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짧은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

각이 들기도 합니다. 긴 시간은 결코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 것 같군요."

훼이는 약간이지만 허무하게 느껴지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            *            *            *

" 전하는?"

" 비 전하와 함께 정원의 누각에 계십니다."

백룡왕 파이론의 명령을 받아 하계에서 명계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

았던 312세의 젊은 용족은 막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한시라도 빨리 백룡왕에

게 전하기 위해서 서둘러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전하. 우려하시던 일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거의 뛰다시피 하여 파이론의 앞에  선 청년은 인사를 하는

것도 잊은 채 말을 내뱉었다.

막 식사를 끝마치고 챠렌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파이론은 고개를 돌

려 청년을 바라보았다.

" 어떻게 되었는지 자세히 말해보게."

" 네. 전하. 저를 비롯한 세명이 조사에 임했고 지금도 다른 두명은 하계에

남아서 명계에서 온 자로 짐작되는 자의 움직임을 뒤쫓고 있습니다."

" 그래서 그 자의 움직임은?"

청년은 난감한 듯이 얼굴을 살짝 굳히며 말을 이었다.

" 아무래도 우리 일족의 아이가 희생당한 듯 합니다. 아직  확인은 하지 못

했지만 소형산 근처에서 수행을 하던 성년전의 일족 하나가 행방불명입니다."

" 흐음..... 사라진 것은 언제지?"

그렇게 질문을 던지며 파이론은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진중하

게 굳어진 표정으로 보아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했다.

" 하계 시간으로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곳에 있다면  마땅히 느껴져야할 마

력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걸 보아 위험한 상황에 처한 듯 합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둘의 대화를 귀기울여 듣고 있던  챠렌이 처음으로 입을 열

었다.

" 제가 가죠."

" 당신이 직접.....? 아직 그렇게 큰 일은 아닌 듯 한데..."

챠렌은 강경하게 고개를 저었다.

" 일족의 생명이 걸린 일이에요. 백룡왕의 비로서  그리고 보좌관으로서 가

만히 두고 볼 일은 아니에요."

파이론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말린다고 해서 들을 당신이 아니지. 그럼 부탁하겠소."

" 제가 직접 가는  것이니 만큼 확실하게 백룡족의  힘을 보여주고 오도록

하죠."

자신감에 가득찬 미소를 떠올리며 챠렌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누각의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 안내해 주겠나?"

" 네. 비전하."

챠렌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파이론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면서 바로 공간

의 문을 열고 하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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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오늘 분으로 딱 30회입니다. 놀라워라... 30회다...30회. 아이 조아.. ^-^

훗...그리고 어제 올린 부분에 오타가 있더군요...오늘 봤다...--

이제 며칠 후면 매일연재의 기록이 깨질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저희  만화 동

아리 편집이 다음주 거든요...  친구네 집에서 밤샘해야 하는데....비축분을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매일 쓰는게 버릇이 돼서 미리 안 써지더라구요...

오늘은 설정 쓸 것이 없네요. 뭘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혹시 궁금한게 있으시

면 말씀해 주시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름엔 잠이 최고!!

번 호 : 784 / 3334 등록일 : 1999년 07월 10일 01:54

등록자 : 까망포키 이 름 : 포키 조 회 : 212 건

제 목 : [연재] 흑룡의 숲 제 7장 四.

흑룡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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